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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methin' Else> 앨범을 듣기 전에 조금 알아둬야 할 것이 있다면 캐논볼 애덜리의 이름이 그의 엄청난 식성에 의해 얻은 것(캐논볼은 일반적인 포탄이 아닌 식인종을 뜻하는 Cannibal이 변형된 형태)이라던가 'Autumn Leaves' 라는 곡이 삼척동자도 알 정도로 굉장히 유명한 곡이라는 것과 같은 지엽적인 것이 아니다.
 
게다가 앨범에서 실질적으로 리더 역할을 하는 마일스 데이비스가 재즈사, 아니 대중음악 역사상 가장 중요한 위치에 있는 인물중 하나라는 것도 이 앨범을 이해하는데 그리 필수적인 요소는 아닌 듯 싶다. 물론 이것은 이 앨범에서 그가 어떤 비중을 차지 하고 있는지 아예 모를때의 얘기지만.

보다 중요한 것은 <Somethin' Else> 앨범은 콜럼비아 레코드사와 마일스 데이비스의 계약문제로 캐논볼 애덜리의 이름으로 나왔다는 것이다. 당시 마일스는 블루노트에서 매년 앨범 한장씩을 녹음하기로 구두로 약속을 했다고 하는데 당시 그가 소속되어있던 레코드회사인 콜럼비아는 당연히 이것을 허락하지 않았다.

하지만 약속을 중시한 마일스는 이 작품을 내기위해 외형상으로 캐논볼을 메인으로 내세우며 자신은 사이드맨으로 이 작품에 참여한다.그래서 앨범 커버 앞부분에 보면 '마일스는 콜럼비아가 베푼 호의에 의해 참여했다' 고 조그마하게 적혀 있기도 하다.

그렇다면 왜 이렇게 이 앨범이 유명한지 궁금하지 않은가?  단지 '좋다, 나쁘다' 는 개개인의 호불호를 나타내는 정도를 넘어서서, 전기도 안 들어오는 오지가 아닌이상 음악이 흐르는 곳이라면 이 앨범의 LP가 거의 틀림없이 걸려 있고, 또 'Autumn Leaves'나 'Somethin' Else'가 흐를 정도로 이 앨범의 곡들이 많은 이들에게 사랑받고 있는 이유가 도대체 무엇인가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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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해를 돕기 위해 레너드 페더의 말을 빌려본다면 그 내용은 다음과 같다. "마일스의 오리지널 넘버이자 이미 이 음반의 제목으로 되어있는 'Somethin' Else' 란 말이 찬사의 관용구란 사실은 지적해야 할 것 같다. 끝으로 캐논볼과 마일스 그리고 리듬섹션과 음반 전체를 다음의 말로 강조하여 기술하고자 한다. 'Somethin' Else".

이렇게 적절한 표현이 또 있을까? 이 앨범이 유명한 이유는 바로 다른 앨범들과의 비교를 떠나서 이 음반과 안에 담겨있는 내용물 자체가 너무나 특별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무엇이 특별한 걸까? 마일스 데이비스와 캐논볼 애덜리 이 둘의 만남 만으로도 대단하긴 하지만, 루이 암스트롱과 엘라 핏제랄드의 'Ella And Louis' 라던가 마일스 데이비스의 'Kind Of Blue' 같은 앨범을 굳이 예로 들지 않더라도 이들 이상의 더 위대한 '만남' 은 차고 넘치지 않은가. 어떻게 보면 이 앨범은 멤버상으로 보자면 캐논볼 애덜리와 마일스 데이비스 그리고 조금 더 양보해서 행크 존스 정도를 제외하면 그리 대단하다고 할 수는 없을 것이다.

분명한건 100년이 넘는 재즈사에서는 엄청나게 많은 뮤지션들이 뭉쳤다가 떨어져나가기를 반복했고, 또한 그 가운데서 수많은 결과물이 나왔음에도 불구하고 '걸작' 이라고 불리울 만한 앨범은 대단히 한정적이었다는 것이다. 그렇기에 누가 누구와 앨범을 냈느냐 보다는 '얼마 만큼의 성과물' 을 만들어 냈느냐는 것은 그 어떤 사실보다도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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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methin' Else>의 첫머리를 장식하는 곡은 바로 그 유명한 'Autumn Leaves'다. 재즈라는 틀 안에서 쿨(Cool)과 밥(Bob) 융합되는 위대한 순간. 단 한번이라도 들어봤다면 잊을수 없는 멜로디로 잘 알려진 이 노래는 따로 설명이 필요없을 정도로 유명한 곡이지만, 캐논볼 애덜리 버전은 그 많은 'Autumn Leaves'  중에서도 최고로 평가받는다. 최고의 연주라는 찬사가 아깝지 않을 정도로 이들 멤버의 연주는 매우 훌륭했다.

다른 곡들도 마찬가지지만 아마드 자말의 연주들로부터 얻은 영감을 통해 마일스 데이비스가 원작보다도 훨씬 정교하고 치밀하게 구성해 놓은 이 노래는 곡 자체의 완벽한 구성도 구성이지만 이들의 뛰어난 연주에 더욱 귀 기울여야 할 것이다. 캐논볼이나 행크 존스는 물론이고 연주력 그 자체에 있어서는 그리 높게 평가 받지 못하는 마일스 조차도 이 앨범에서의 'Autumn Leaves'에서는 뛰어난 기량을 발휘하며 캐논볼의 연주와 어우러진다.

행크 존스의 조심스러운 피아노 연주에 이어 마일스의 맹렬한 트럼펫소리는 정적을 깨우고, 마일스가 띄워 놓은 주제 아래 캐논볼의 멋들어진 색소폰이 그의 트럼펫 연주와 팽팽하게 긴장감을 유지하며 이어진다. 특히 이 곡에서는 행크존스의 비중도 만만찮은데, 위에서 언급한 아마드 자말이 시카고 출신의 피아니스트라는 것을 상기 시켜본다면 그리 놀라운 일도 아니다.

 


                                          Cannonball Adderley / Autumn Leaves




'Autumn Leaves' 외에도 이 앨범은 명곡, 명연의 향연이다. 콜 포터 원곡의 'Love For Sale'. 역시 매끄러운 행크 존스의 피아노 연주를 시작으로 마일스와 캐논볼, 그리고 행크가 돌아가면서 연주하며 분위기를 띄운다. 물론 이중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 하는 것은 캐논볼이고. 이러한 스타일의 곡은 비슷한 시기에 나온 소니 클락의 <Cool Struttin>, 커티스 필러의 <Blues-Ette> 같은 앨범에서도 쉽게 발견할 수 있다.

이어지는 곡은 마일스 데이비스의 원곡으로도 유명한 'Somethin' Else'. 이 곡에서도 샘존스, 아트 블래키와 두 혼(Horn) 연주자 사이에서 균형을 잡아주는 것은 바로 행크 존스이다. 특히 마일스는 이 곡에서 행크 존스의 연주에 대해 극찬을 아끼지 않았는데, 마일스와 캐논볼의 주고 받는 연주 사이에서 곡의 분위기를 활기차게 살려주는 행크의 연주와 아트 블래키의 드러밍을 자세히 듣는다면 그 재미는 배가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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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ne For Daddy-O' 는 당시 시카고의 잘 나가는 인기 DJ 대디오를 위해서 캐논볼의 동생인 냇 애덜리가 만든곡이며, 동시에 캐논볼의 펑키한 연주능력을 유감없이 즐길 수 있는 그의 대표곡이다. 웨더 리포드의 조 자비눌의 말에 따르면 캐논볼 애덜리는 본인과 함게 한 공연에서 단 한번도 같은 연주를 한적이 없었다고 말 했을 정도로 원래 솔로연주에 있어서 뛰어나지만, 이 곡에서는 캐논볼 자신은 물론이고 마일스가 보기에도 더 이상 덧붙일 것이 없을 정도의 명연을 펼쳤나 보다. 연주가 끝난뒤 마일스 데이비스가 "Is that what you wanted, Alfred?" 라며 제작자인 알프레드 라이온에게 물어보았을 정도니.    

그리고 RVG 에디션 앨범 에서는 Bangoon(RVG 이전 앨범에서는 Allison's Uncle이라는 제목이었고 후에 원래 제목인 Bangoon 을 되찾았다)이라는 곡이 더 포함되어 있긴 하다만, 오리지널 앨범에서는 'Dancing In The Dark' 로 마무리 된다. 이 곡에서 마일스는 사라본이 노래하는 방식처럼 자유분방하게 캐논볼에게 연주를 부탁했다 하는데, 캐논볼은 자신의 이름이 그 위대한 마일스 데이비스보다도 상위에 놓여 있다는 것을 과시라도 하듯이 마일스가 주문한것 이상으로 멋진 연주로 답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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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methin' Else>는 뛰어난 결과물이라는 것에 있어서 만큼은 달리 설명이 필요 없을정도로 훌륭한 모범답안이다. 비록 전 멤버가 스타군단이 뭉쳐서 만들어낸 것은 아닐지라도 개개인의 역량을 최대한 발휘하며 조화를 이루었고, 결국 기품있고 특별한 '마스터피스' 를 만들었다는 점에서 높게 평가 받을만한 것이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이 앨범보다 더 재즈를 훌륭하게 표현하고 있는 앨범을 쉽게 발견하긴 힘들것이다.

 특히 이 앨범에 수록된 곡들은 하나하나가 비교가 불가능한 연주들이다. 예를 들자면 수많은 재즈 플레이어들에 의해 지금까지도 연주되고 있는 곡이지만 이 앨범의 'Autumn Leaves'를 능가하는 연주는 단 한곡도 없다. 한마디로 연주자체가 너무나도 특별하다는 뜻.

게다가 캐논볼 애덜리에게도 이 앨범은 그의 커리어를 전과 후로 나눌 수 있을 정도로 대단히 의미 있는 앨범이다. 말하자면 이 앨범이 있기 때문에 캐논볼 애덜리는 찰리 파커의 영향을 많이 받은 연주자에 그치지 않고, 동시대에 활동했던 존 콜트레인 만큼이나 대단한 아티스트로 이름을 남길 수 있었던 것이다. 그렇기에 <Somethin' Else>는 누구보다도 캐논볼에게 특별함 그 자체일 것이 분명하다. (물론 뮤지션으로 캐논볼 애덜리는 존 콜트레인을 절대 능가하진 못할 것이다)

늦가을과 겨울의 경계에 서있는 요즘 같은 시기에 'Autumn Leaves' 를 한번 들어보면 어떨까? 굳이 강조할 필요까지는 없겠다마는, 처음 재즈를 들으려는 이에게 이 앨범을 접하는 일보다 더 좋은 선택이 없다는 것만큼은 무엇보다도 분명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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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0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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