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이 (Toy) / Thank You [2007]

음반 리뷰 및 소개/가요 2007. 12. 4. 16:12 Posted by 루이스피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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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앨범을 평가하기 앞서서 염두에 두어야 할 것은 전작인 5집앨범과 새 앨범 사이에는 6년이 넘는 짧지 않은 '시간'의 간극이 분명히 있다는 것이고, 유희열은 이제 '좋은 사람' 의 가사를 쓰며 외로움을 호소하던 싱글이 아닌 한 여자의 남편이자 예쁜 딸아이를 가진 행복한 아버지라는 사실이다.

말하자면 음악에는 그 아티스트의 사상과 정서, 그리고 당시의 상황이 묻어나는것이 당연한 만큼, 토이의 음악은 이제 앨범의 전체적인 분위기나 방향에 있어서 예전과는 다를 수 밖에 없다는 뜻이다. 한마디로 '토이' 라는 이미지과 거의 동시에 매치될 정도의 '여전히 아름다운지' 라던가 '좋은 사람' 은 지금의 유희열과는 차이가 있다는 것.    

물론 처음 토이의 6집 앨범을 들었을 때의 기분은 '실망' 에 가까웠다. 뭐 예전부터 별로 신경쓰지 않은 듯한 커버라던가 재킷 사진은 기대도 안했지만(그나마 5집은 괜찮은 편) 무엇보다도 음악 있어서 확실히 이번 토이의 신보는 전작의 퀄리티에는 못 미친다는 생각이 들었기 떄문이다. 따로 설명하지 않아도 토이가 정점에 있었던 시기는 분명 4집이었으며, 다양함을 비롯한 유희열의 음악적 감각이 극에 달해 있던 것은 '좋은 사람' 의 5집인것은 누구나 받아 들일만한 '팩트' 이다.

하지만 여러번 다시 들어보고 나서 그 실망이라는 단어는 거두기로 했다. 우선 6년이라는 시간은 유행이 몇번이고 도는 짧은 사이클의 가요계를 볼 때 결코 짧은 시간이 아닌 것은 물론이고, 앨범이 30만장 팔리면 초대박이라는 말이 나오는 환경에서 상업성에 구애받지 않고 자신의 음악을 계속 이어가는 아티스트의 존재 자체가 드물기 떄문이다.

게다가 현재 가요계만큼 오버와 인디음악의 경계가 뚜렷한 곳에서 주류와 비주류, 그러니까 돈되는 음악과 안되는 음악의 구분을 무시하고 완성도 높은 앨범을 내놓는 가수가 도대체 몇이나 되는가 하는 질문에 선뜻 답이 나오지 않는건 이 앨범을 조금이라도 조심스럽게 들어보게 하는 가장 큰 이유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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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쨋든 토이의 새 앨범은 6년이라는 시간과는 상관없이 여전히 토이와 유희열 음악의 연장선상에 있다. 아니 어떤면에서 보면 이번 앨범은 보다 '토이스러운' 앨범이라고도 할 수 있겠다. 조금 다른 점은 전작들에서는 볼 수 없었던 유희열의 긍정적인 감성이 이 앨범 전체를 투영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번 앨범에도 역시 처음 듣자마자 토이의 노래라는 것을 쉽게 알 수 있을 만한 곡들이 많은데, 복고적인 성향의 타이틀곡 이지형의 '뜨거운 안녕' 은 물론이고, 성탄 분위기 물씬 풍기는 김형중이 부른 '크리스마스 카드' 같은 곡은 유희열의 대중적인 감각이 잘 느껴지는 부분이다.  

타이틀곡으로 경합을 벌였다는 위의 두 노래 보다도 개인적으로 맘에 들었던 곡은 조원선과 이상순이 참여한 'Bon Voyage' 와 이규호가 부른 '나는 달' 이다. 영어로는 'Good luck' 의 뜻을 지닌 동명의 프랑스 영화 제목이 연상되는 'Bon Voyage'는 상당히 심플한 스타일에 한편으론 윤상의 이미지도 그려지는 이국적인 느낌의 곡이다. 최신 시부야계에서 유행하는 요소들을 많이 첨가한 듯한 이 곡에서 다시 한번 느끼지만, 조원선은 시부야음악을 해도 손색이 없는 멋진 보이스의 소유자.

'나는 달'은 유희열이 이 앨범에서 가장 맘에 든다고 소개 했을정도로 애착을 갖고 있는 곡으로 '언니' 라는 별명이 있는(어랏 나랑 같네 ㅎㅎ) 이규호의 예쁜 가사가 재미있는 곡이다. 여태까지 나온 토이의 곡중에서도 가장 빠른 축에 속하는 이런 스타일의 곡은 상당히 반갑지만, 대중적인 취향을 고려해서 매끈하게 곡이 나온 것은 좀 아쉽다.  

가장 인상적인 것은 지금까지 토이 앨범에 참여한 많은 객원들을 볼 때 고개를 갸우뚱하게 했던 윤하 가 참여한 '오늘 서울 하늘은 하루 종일 맑음' 이라는 곡이다. 발매 전부터 문제의 '라디오 발언' 으로 노이즈 마케팅 한번 제대로 하게 한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윤하지만, 이 앨범에서 가장 부르기 힘든 곡을 멋지게 소화했다. 물론 조금은 부족한면이 보이지만, 지를 때 시원하게 질러주는 윤하의 목소리에 의한 감동은 그녀가 아니었음 좀처럼 느끼기 힘들었을 부분이다. (개인적으로 윤하의 시원시원한 목소리를 정말 좋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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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앨범에서 주목할만한 것은 역시 곡을 쓰는 것만큼이나 눈여겨 볼만한 유희열의 프로듀싱 능력이다. 참여한 아티스트에게 어울리는 곡을 그 누구보다도 잘 뽑아내는것은 이미 조트리오가 참여한 전작의 'COMPLEX 라던가' 윤상이 부른 4집의 '우리는 어쩌면 만약에' 같은 곡들을 통해 잘 알고 있겠지만, 이번 앨범에서도 유희열은 '그대, 모든 짐을 내게' 에서 윤상과 이병우의 느낌을 동시에 살려내며 건재함을 나타내고 있다.

그리고 인트로와 에필로그로 나눠놓은 YOU는 유희열이 자신의 팬들에게 선사하는 종합 선물 셋트 같은 느낌이다. 대미를 장식하는 YOU는 팻 매쓰니 그룹의 'Dream Of the Return' 이 연상이 될 정도로 멜로디가 아름답다. 그 뒤에 이어서 나오는 히든 트랙은 그의 '센스'를 느낄 수 있는 부분이고. 

이 앨범에 아쉬움이 남는다거나 부족함이 느껴지는 것은 곡의 배치라던가 사운드에 대한 부분이나, 곡들을 부르는 객원가수들에 대한 부분이 아닌 전형적인 토이표 발라드가 거의 한곡도 없기 때문인거 같다. 김민규가 참여한 '안녕 스무살' 같은 새로운 스타일의 곡들이 맘에 들긴 하지만, 토이하면 딱 떠오를만한 가슴을 파고드는 발라드가 없는 것이 참 많이 아쉽다는 거다.

물론 김연우가 부른 '인사' 가 있긴 하다만, 2집부터 계보를 이어왔던 '내가 너의 곁에 살았다는 걸'- '바램'- '여전히 아름다운지'- '언젠가 우리 다시 만나면 ' 에는 부족한 것이 사실이다. 게다가 전체적으로 들뜨게 만드는 앞부분과 너무 대조적일 정도로 후반부가 축 처지는것은 이 앨범에 대한 아쉬움을 배가 시킨다. 그리고 성시경이 부른 '딸에게 보내는 노래' 가 귀에 조금도 들어오지 않는 건 딸을 위한 곡인데 단지 유희열 자신이 부르지 않았기 때문일까?
 
하지만 이러한 신파조의 노래가 적은 것은 토이에서의 김연우의 비중을 줄여가고 있다는 뜻이기도 할 것이다. 이런 부분은 전작에서부터 감지되던 것이지만, 이제 대중적인 발라드가 없이도 충분히 히트가 가능하다는 유희열의 자신감을 읽을 수 있는 부분이기도 하다. 토이의 감성은 계속해서 살리면서도 현재 가요계에 만연한 신파조의 음악을 의도적으로 배제한 것은 유희열의 가장 큰 수확이다.
 
 이 앨범이 예전부터 토이를 좋아한 팬들에게 조금 부족함이 느껴지는 앨범일지는 모르겠다만, 분명한 것은 그의 재능과 감각은 여전하다는 것이다. 유희열은 음악도시를 비롯한 DJ활동과 그 이전부터 굳혀왔던 기존의 토이의 팬들 이외에도 새로운 어린음악팬들과의 '소통' 을 위해 고민을 많이 한 것 같고, 그 결과는 지켜볼 일이다.

사실 아직 30대 중반에 불과한 유희열의 커리어를 두고 정점이 지났느니 하는것은 어불성설이지 않은가. 그래서 나는 토이의 새로운 앨범 역시 기다릴 것이다. 설마 다음 일곱번째 앨범은 7년 7개월만에 나오진 않겠지.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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