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별로 여유는 없지만 연말 결산을 준비중이다. 작년과 재작년 처럼 가요/해외로 나눠서 할 생각인데 시간이 나면 별도로 싱글 베스트랑 다른 결산도 만들 예정. 그리고 굳이 소개할 필요가 있는지 모르겠지만 놓치기 아까운 앨범은 리뷰로도 틈틈이 올릴 것이다. 근데 가요쪽은 아무리 좋게 생각해 봐도 50개를 뽑을 수가 없다. 작년만해도 최상위권 10장은 미리 정하고 들어갔는데 이건 뭐 올해는 심하게 흉작 수준이라 30개도 맞추기가 쉽지 않다. 그래서 20~30개 정도로 완료할 것이다. 물론 그것도 EP를 억지로 끼워넣어서 그 정도다.
그나마 상반기에는 건질만한 앨범이 더 없었는데 예외가 될만한 게 하나 있으니 바로 말로의 5집이다. 일단 지난 몇 년간 말로의 활동을 상기시켜 볼 때 이번 작품에서 가요의 틀을 거의 완전히 벗어난게 의외로 여겨지기도 하지만 오히려 보컬로서의 재능은 극단에 있다고 봐도 무방했던 전작보다도 이번 앨범에서 더 온전히 발휘되고 있다.
뭐니뭐니해도 말로의 강점은 자유분방하면서도 열정이 넘치는 스캣. 앨범을 들어본 사람이라면 공감할 테지만 그 중에서도 첫곡 'Devil May Care'에서 박주원의 기타와 격렬한 스캣이 빚어내는 하모니는 정말 더할 나위 없이 훌륭하다. 워낙에 유명한 곡이기도 하지만 말로의 재해석 능력은 이 노래를 그 어떤 보컬리스트도 넘보기 힘든 수준까지 끌어 올렸다. 물론 'Devil May Care'은 국내에서 듣기 힘든 빈틈이 없으면서도 경쾌한 집시풍의 기타연주와 편곡이 압권이다.
일단 [This Moment]의 대부분은 잔잔한 계열의 곡들인데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노래는 4집의 '너에게로 간다'를 연상시키는 'Samba For Carmen'. 역시 가사는 없이 말로의 스캣만으로 채워진 곡이다. 이 앨범에는 재즈뿐 아니라 '황성옛터'나 '비야비야'같은 옛 가요와 'Sunny'같은 팝송들도 있다. 특히 'Sunny'는 기타와 말로의 보컬만으로 완성된 멋진 리메이크곡이다. 그외에 'Danny Boy'와 'Charade'도 추천한다.
[This Moment]는 원곡의 매력과 함께 말로의 개성도 동시에 잘 살려낸 모범적인 스탠더드 앨범이다. 나온지는 좀 됐지만 아는 사람도 별로 없고 좋은 앨범임에도 반응이 너무 없는 게 아쉬워서 앨범을 소개하게 됐다. 최근에 많이 듣고 있는 앨범이다.
말로 & 전제덕 / Devil May Care (음악 여행 라라라 Live)
말로 & 전제덕 / Sunny (김미화의 문화전쟁 Li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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