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비스 코스텔로 내한공연 후기

공연/예술 2011. 3. 1. 01:50 Posted by 루이스피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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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날씨가 바람도 많이 불고 상당히 추웠는데 공연보고 돌아다니느라 감기가 걸려서 컨디션이 대망이다. 일찍 잤으면 좋았겠지만 칼링컵 결승 보고 가뜩이나 결과도 안 좋은데 늦게 자서 오늘 하루 정말 아무것도 못했다. 감기약 먹고 방금 일어나서 한밤 중인 지금 후기를 남긴다.

사실 엘비스 코스텔로 공연은 여러가지 이유로 못가는 상황이었는데 가깝게 지내는 형이 공연 당일날 못 가신다고 대신 보러가라고 전화를 주셨고 마침 별 약속이 없어서 관람할 수 있었다. 근데 공연 네댓시간 앞두고 갑자기 같이갈 사람 구하는 것도 쉽지 않더라. 여자친구는 교회가 늦게 끝나서 힘들다 그러지 다른 친구 몇 명도 약속있다고 해서 몇몇 사람들에게 문자를 돌리고 있었는데 다행히 종로쪽에 사는 동생한테서 갈 수 있다고 답장이 왔다.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은 3층까지 있고 좌석도 상당히 많은편이다. 그래서 공연 전만해도 빈자리가 꽤 나지 않을까 걱정반 우려반 그랬는데 이게 웬걸. 커플들은 물론 여자분들끼리 대여섯명씩 온 관객들도 꽤 있었고 무엇보다도 한국분들이나 외국인들이나 중년 관객들이 상당히 많았다. 실제로 앵콜 전까지 유명하지 않은 곡들이 많아 공연 초반만 해도 관객 호응은 그렇게 좋은편도 나쁜편도 아니었는데 내 자리 근처에 있는 1층 D열 맨 앞자리 우측방면에 앉은 외국 관객(이라고 쓰고 엘비스 초광팬이라고 읽는다)분은 곡이 끝날때마다 "Elvis is King","We Love Elvis" 을 외치며 엘비스 코스텔로의 기분을 들뜨게 했다.

 이 날 엘비스 코스텔로의 첫 내한공연에서 연주된 모든 곡들은 무려 7대의 기타를 곡마다 바꿔가며 보컬과 기타연주만으로 진행되었다. Gibson Super400과 Gibson J-45등 여러 어쿠스틱 기타 그리고 진행요원이 가져온  Gibson L-00(확실친 않음) 한대 추가. 이렇게 총 7대로 기억한다. 개인적인 생각으로 피아노는 없어도 좋지만 밴드 세션으로 공연을 했으면 훨씬 더 좋았을 것이다. 하지만 워낙에 다양한 기타주법으로 많은 곡들이 연주된 까닭에 그런 불만을 느낄새도 없었던거 같다.

공연의 시작은 'Pump It Up'과 함께 잘 알려진 그의 노래 중 하나인 'Red Shoes'. 양복에 중절모를 쓰고 뛰어 들어와 가볍게 인사를 하고 부르기 시작했는데 이번 공연의 성격을 정의하기에 적합한 곡이었다. 이어서 'Either side Of The Same Town'과 'Veronica'등 소소한 히트곡들과 비틀즈 커버곡인 'You've Got To Hide Your Love Away' 부르며 분위기는 점점 무르익어 갔다. 나로써는 'She', 'Alison'과 함께 공연중에 가사를 알고 같이 부를 수 있던 몇 안되는 노래였는데 엘비스 코스텔로가 중간중간 'Hey'를 외치며 관객의 호응을 이끌어낸 곡이기도 했다.

개인적으로 앵콜 전까지 가장 기억에 남는 곡은 Gibson Super400을 오버 드라이브를 활용해서 한명이 연주하는 곡이라고는 믿을 수 없는 사운드를 연출했던 'Watching The Detectives'와 마이크를 떼고 관객들 바로 앞에서 생목으로 라이브를 펼쳤던 'A Slow Drag With Josephine'을 부를 때였다. 후자의 경우엔 맨 앞자리에서 그의 코에 송글송글 맺힌 땀방울까지 보면서 기타연주와 함께 육성과 휘파람 소리를 들었기에 더 기억에 생생히 남을수 밖에 없었다.  

관객 반응이 좋았던 'Radio Sweetheart'과 'Alison'을 부르고 그는 무대에서 잠시 사라졌다. 하지만 당연하게도 이게 끝은 아니었다. 워낙에 다양한 활동을 한지라 그가 부를 노래가 많았기도 했겠지만 아직 가장 유명한 몇몇 곡들은 나오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역시나. 그리고 놀랍게도 그는 다시 나와서 앵콜을 두 번이나 했다. 여러 공연을 보러다녔지만 가수가 투앵콜을 하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

아이러니 하게도 노팅힐에 삽입되어 자신을 가장 유명하게 만든 히트곡인 'She'를 그는 다른 세션없이 어쿠스틱 연주로만 불렀고 관객들의 박수를 받으며 다시 나온 그는 'Peace Love & Understanding'과 'Oliver's Army' 으로 연속으로 달렸고 관객들 호응이 좋다보니 "One More?"를 연발하며 'I'm A Mess', 'Pump It Up'을 이어 부르며 짧지만 알찬 첫 공연을 멋지게 마무리 했다.  

엄격히 따지자면 엘비스 코스텔로는 히트곡 수나 발매한 앨범의 평가 면에서는 같이 작업하고 공연을 마친 폴 매카트니나 스팅, 브루스 스프링스틴과 비교도 할 수 없을지 모른다. 하지만 이번 내한공연은 그의 인지도나 인기를 떠나서 엘비스 코스텔로가 얼마나 대단한 내공을 가진 아티스트인지, 그리고 왜 그렇게도 위대한 가수들이 그와 함께 같이 작업을 하고 싶어하는지 몸소 실감할 수 있는 멋진 공연이었다. 미스 피킹이나 음이탈 하나 없이 정말이지 흠잡기 힘든 연주였다고나 할까.

물론 아쉬움 점도 많았다. 어쿠스틱 솔로 공연이라 사운드가 빵빵해야 할 곡들에서 빈공간이 많이 느껴져 흥이 잘 안나는 경우도 있었고 또 공연 자체가 너무 짧아서 앵콜을 여러곡 했음에도 여운 보다는 허탈감이 남았기 때문이다. 그저 첫 공연이 마지막 공연이 되지 않아서 다음 번에는 더 많은 분들과 같이 호흡하며 공연을 즐길 수 있는 기회가 있길 바랄뿐이다. 물론 다음번에는 밴드세션과 함께 오면 더 좋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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