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마의 상징 콜로세움




다른 나라에선 흔히들 볼 수 있지만 이태리에는 없는 유명한 세가지 있다고 한다. 그것은 바로 피자헛 배스킨 라빈스, 그리고 스타벅스다. 피자헛이나  배스킨 라빈스 같은 경우는 워낙 유명한 나폴리 피자와 직접 가게에서 만든 수제 아이스크림이 대중화 된 이탈리아라서 당연히 없을 수도 있다고 친다지만 스타벅스의 경우 '응? 이태리엔 왜 스타벅스가 없어?' 라고 먼저 생각하게 된다. 이탈리아는 커피가 아예 생산이 안되는 곳이고 그렇다고 커피랑 연관지을 요소가 별로 없기 때문이다. 


물론 여기에 더해서 이태리 타올도 없지만 이거야말로 한국에서 때를 밀기 위해 만들어진 것이니 예외적인 경우고, 이탈리아 커피가 유명해진 이유나 맛에 대한 궁금증은 여행을 하기 전부터 계속되었다. 다행스럽게도 약간의 자료를 통해 이탈리아의 베네치아가 무역을 통해 1600년대 이후 좋은 품질의 커피를 수입하면서 커피 소비국으로서 일찌감치 발달할 수 있었고, 20세기 초반 밀라노에서 에스프레소 머신을 개발하면서 자연히 에스프레소 커피가 유명해진 것을 알 수 있었다. 실제로 이탈리아산 에스프레소 머신은 유명하다.


 

보통 커피는 크게 드립 커피 머신을 통한 에스프레소 커피 나뉜다. 다혈질에 무슨 종류의 음식이든 식문화가 발달하여 먹는 것을 즐기며 효율적인 것을 선호하는 특성상 이탈리아는 애초에 싸고 질 좋은 에스프레소(이태리 어로 빠른이란 뜻)로 여러가지 첨가물을 넣은 베리에이션 커피를 통해 커피의 대중화를 이뤄낸 것이다. 당연히 이탈리아의 수도 로마에 온 만큼 여행객으로서 누릴 수 있는 특권은 직접 여러 커피가게를 다니며 맛있는 커피를 마셔주는 것이다. 그렇다! 이탈리아 여행은 사실 맛기행이자 커피여행 이었던 것이다.  








어느 나라나 아이들 노는 법은 똑같다






거리 화가들의 그림



맛있는 에스프레소를 뽑아준 바리스타. 바리스타는 이태리말로 바텐더라는 뜻이다 


 

콜로세움 보러가는 길에 에스프레소 한잔 원샷




이틀간의 빡빡한 현지 투어를 마친 후라 조금은 체력이 달리는 문제가 생겼다.  매일 10시간 가까이 돌아다니는 짓을 며칠째 했으니 지치지 않는게 이상했다. 그래서 네번째 날에는 여유있게 다니기로 했는데 마침 동행이 있었기 때문에 혼자 다닐 때 못 가본곳을 위주로 다니기로 합의. 로마에 온 첫날 내부 관람을 못한 콜로세움부터 가기로 했다.   







오전 10시도 안된 시각이지만 상당히 많은 사람들로 북적였다


 

파리에 에펠탑이 있다면 로마에는 콜로세움이 있다. 하지만 나는 에펠탑이 훨씬 좋음

 


 



내부로 들어가서




위에서 내려다 보니 그야말로 장관이다









내가 기대한 것은 글레디에이터의 막시무스 처럼 엘리베이터를 타고 아랫층에서 콜로세움을 올려다 보는 뷰였는데 그건 애초에 지하에 내려갈 수 없으니 불가능했다. 하지만 벤허, 글레디에이터 등의 영화에서나 보던 콜로세움을 직접 보니 말로 설명하기 힘든 기분이 들었다. 로마 시민들의 분노와 불만을 해소하기 위해 정치적인 목적에 의해 만들어진 콜로세움이지만 로마를 대표하는 명소다. 콜로세움은 로마의 상징이자 가장 대표할만한 건축물인듯.

 

콜로세움은 많은 노예들과 검투사들이 죽은 곳이기도 하지만 또한 기독교가 공인되기 전 많은 교인들의 순교한 곳이기도 하다. 현재 많은 손상으로 지금도 복구 공사가 진행중이었는데 그나마 로마의 따뜻한 기후가 아니었다면 오래전에 붕괴됐을지도 모른다. 로마는 눈이 거의 오지 않고 기온이 영하일 때가 드물어서 천년이 훌쩍 넘은 건축물들이 대부분 건재하다.      









뭐 그래도 충분히 들어가서 볼 만하다







며칠전 봤던 개선문 









한번 맘에 든 곳에 앉아서 사람 구경하며 멍 때리는걸 좋아하지만 예쁜 가게나 골목 구경도 좋아한다









첫 날 혼자라서 못했던 트레비 분수에서 동전을 던졌다. 이날 워낙 많은 사람이 있어서 거의 줄서다시피 해서 동전을 던졌는데, 한번 던지면 로마에 다시오고 두번 던지면 영원한 사랑을 만나고 세번은.. 의견이 분분해서 확실히 모르겠다. 암튼 던지는 방법은 분수를 등지고 오른손으로 왼쪽 어깨너머로 던지면 된다. 그리고 30분도 안되어 잊을 수 없는 사건이 벌어졌다.  





영원히 못 잊을거 같은 스페인 광장의 바르카치아 분수    



이날 이상하게 스페인광장은 다시 가기 싫었다. 하지만 같이 다닌 동생이 아직 로마 구경을 못해서 트레비분수에 들렀다가 스페인 광장에 갔는데 가자마자 일이 벌어졌다. 바르카치아 분수 앞에서 선글라스를 옷에 걸고, 풀렸던 신발끈을 묶던 중 선글라스가 분수대 안에 툭 떨어진 것이다. 그래도 분수 깊이가 얕아서 물에 빠진 선글라스를 금방 건져내고 안도의 한숨을 쉬는데 옆에 서있던 이태리 아줌마가 손으로 분수대 안을 가르키면서 소리를 친다. 





헐... 무심하게도 물속에 하얗게 가라앉아 있는건 내 아이폰이었다.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선글라스를 꺼내다가 몸을 기울이면서 잠바 주머니에서 자연스럽게 빠진 것이다. 이미 빠진지 수십초가 지났지만 일단 꺼내는게 우선이었다. 무사히 물속에서 꺼내긴 했지만 완전 멘붕이었다. 소매치기를 당한 것보단 나았지만 여행은 아직 시작에 불과했고 아직 안잡은 숙소를 예약하거나 일정을 조정할때 스마트폰이 절대적으로 필요한데 게다가 스마트 폰으로 찍은 사진과 여러 메모들을 생각하니 미칠거 같았다. 






체험 멘붕의 현장



기분을 가라앉히는게 먼저였고 물에 완전히 풍덩 빠졌던 아이폰을 말리는게 다음이었다. 그 정도로 당시 나는 정상이 아니었다. 내 기분은 아랑곳하지 않는 듯 로마의 날씨는 너무나 좋았고 스페인 광장에 앉아 있는 사람들은 너무나 여유로워 보였다. 참 이렇게 대비가 될수 있을까 싶을 정도로..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당연히 꺼져있을줄 알았던 아이폰의 전원을 켤까 말까 고민하는데 홈버튼을 누르자 어이없게도 배경화면의 이민정이 상큼하게 웃고 있었다이어폰쪽에도 물에 빠지면 빨간색으로 변하는데 그런거 전혀 없고 이상무. 당연히 못 쓸줄 알고 호들갑을 떨었던게 무안할 정도로 휴대폰은 정상이었다

신기했다. 로마의 물은 성수인가? 하는 생각도 들면서 분수대에 빠지기 전 그대로 돌아와준 아이폰이 고마웠다.                    





 판테온 광장 앞에서 먹은 라자냐와 맥주



휴대폰 침수로 식겁하고 난 뒤라 배도 고팠고 시간도 1시를 넘은터라 점심부터 먹고 판테온 구경을 했다. 노천식당에 앉아 사람 구경하며 이태리산 까르보나라와 라자냐를 맥주와 곁들여 먹으니 세상 부러울게 없었다. 한시간 전만해도 앞으로의 여행이 통째로 걱정될 정도의 일이 있었는데 얼마 안되어 그 휴대폰으로 무선인터넷을 쓰면서 식사를 하고 있다니 꿈만 같았다. 





미켈란젤로와 라파엘로가 생전에 극찬했던 판테온



판테온은 이탈리안들의 상당히 실용적인 성격이 반영된 건축물이다. 내부는 물론 앞,뒤,옆까지 신경써서 건축물을 만드는 프랑스와는 달리 이태리에선 내부에 비해 외부 건물의 모양은 크게 신경을 쓰지 않기 때문. 사실 무지막지하게 큰 규모를 제외하면 외관은 그리 멋지지도 대단하지도 않아 보인다.  

   

하지만 출입하는 문을 제외하면 내부 기둥이 전혀 없이 콘크리트로 만든 벽위에 올려진 돔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놀랍게도 판테온에는 철근이 전혀 들어가지 않았다고 한다. 쉽게 말하자면 동그란 원통형의 콘크리트 벽으로 엄청난 무게의 돔을 지탱하고 있는 것이다. 베드로 대성당과 함께 서양 건축 역사상 가장 주목할 만한 작품이 로마의 중심부에 자리잡은 셈.


원래는 아우구스투스 황제와 신을 위한 신전으로 만들어진 판테온이지만 후에 카톨릭 성당이 되었고, 르네상스 시대 부터는 라파엘로, 페린 델 바가, 안니빌레 카라치, 발다사레 페루치 등의 예술가는 물론 이탈리아를 통일한 비토리오 엠마누엘레 2세의 무덤으로 사용되기도 한다. 한편 17세기에는 베르니니가 만든 성 베드로 성당의 내부 한 가운데 서있는 엄청난 크기의 발다키노를 만들기 위해 판테온의 지붕에 사용된 청동을 뜯어내는 등 수난을 겪기도 했다.  







 
판테온의 원형돔. 4천톤이 넘는 이 거대한 돔의 무게를 철근이 없는 기둥만으로 버티기 위해서는 새로운 기술이 필요했다. 당시 로마식 콘크리트는 포졸란이라 부르는 베수비오 화산에서 나오는 화산회와 석회석을 2 대 1의 비율로 섞되 여기에 물을 전체 비율의 20퍼센트가 될 때까지 섞어 만든 것인데, 판테온에서는 콘크리트의 비율을 천장으로 올라갈 수록 비중을 가볍도록 했다. 그리고 돔 천장 구멍에서는 가벼운 돌을 넣고 돔 두께를 갈수록 얇게 하는 방식을 사용했으며 여기에 더해서 콘크리트 내부는 벌집조직으로 만드는 공법을 사용해 콘크리트의 무게를 최소화했다. 

로툰다의 눈(Oclus)으로 불리는 돔 천장의 9m짜리 구멍은 햇빛이 내부 공기를 데워 생기는 상승기류 덕분에 심하게 비가 오지 않는 이상 내부에는 물이 들어오지 않는다고. 돔의 구멍은 하중을 반 가까이 줄이는 또 하나의 열쇠였다. 그 유명한 피렌체 두오모의 쿠폴라를 부르넬레스키가 만들 때 판테온의 돔을 많은 부분 참고하였다고 한다.











 

  에우스타키오(Sant Eustachio


식사를 하고 판테온을 구경했으니 후식으로 커피를 먹을 시간이다. 사진은 로마에서 정말 유명한 카페 산 에우스타키오. 판테온을 정면으로 보고 오른쪽 골목에 있어 찾기쉽다. 이길로 쭉 가면 나보나 광장이 나온다. 내가 분명히 안에서 사진을 찍었을텐데 디카에 사진이 없는걸 보면 그만큼 복잡했던거 같다. 여기 에스프레소는 정말 최강이다. 그 자부심이 이해가 된다.






그리고 가장 유명한 타짜도로(Tazza D'oro) 



타짜도로는 약간 넓은 편이지만 역시 사람들로 가득차 발 디딜 틈이 없다






쌉싸름한 에스프레소



카푸치노가 정말 부드럽다


타짜도로는 판테온을 등지고 오른쪽 골목길에 있어 찾기 쉽다. 판테온을 정면에서 바라본다면 좌 타짜토로 우 에우스타키오인 셈이다. 이렇게 맛있는 카푸치노가 단돈 2유로. 물론 가격이 싼 것은 서서먹고 바로 나가는 시스템인 것도 한 몫 하겠지만 상당히 실리적이다. 어쨋든 더 싸고 비교도 안 될 정도로 맛있으니 스타벅스가 없을 수밖에.. 아니 생기더라도 반드시 망할 것이다. 이탈리아의 유명 커피숍들의 커피가 맛있는 이유는 원두 보다도 이들이 쓰는 머신과 에스프레소를 뽑는 기술 때문인거 같다. 타짜도르에서 같은 원두를 사와서 뽑아 먹어도 이 맛이 안난다고.. 






판테온 광장 앞 마네킹 코스프레 아저씨







AS 로마의 상품들이 진열 되어 있는 매장



페라리 의류 매장





나보나 광장. 베르니니가 만든 걸작 강의 분수 





역시 베르니니가 만든 모로 분수. 넵튠 분수는 왜 사진이 없냐!!





나보나 광장의 산타네제 인 아고네 성당. 바로크 시대 베르니니의 라이벌 보로미니가 만든 성당이다.










노을진 콜로세움을 뒤로 하고 또 다른 미켈란젤로의 걸작 모세상을 보러 간다





문 닫기 30분전 산 피에트로 인 비콜리 내부에 들어갔다





앞에 보이는 쇠사슬은 실제 베드로가 감옥에 묶여 있을 때 사용한 것을 보관중이라 한다






그리고 그 유명한 모세상






미켈란젤로가 완성후 조각상을 툭 치면서 스스로도 흡족해 했다는 모세. 




피에타, 다비드와 함께 그를 대표하는 조각품이다










로마 사람들은 별로 안 좋아한다는 베네치아 광장



얼마 안되어 해가지고 로마 시내에도 조명이 켜졌다











그 도시의 매력은 야경을 봐야 알 수 있는거 같다. 




짧다면 짧은 로마 일정을 마치고 숙소로 돌아왔다. 휴대폰이 물에 빠지는 등 하도 많은 일들이 있어서 시간이 금방 흐른거 같기도 하고 동행이 있어서 그래도 심심하지 않았던 하루였다. 여행은 이제 시작이었지만 벌써 여러 인연들을 만나고 헤어지고 또 각자의 일정을 따라 가야한다. 다음날 오전 일찍 이동해야 했기에 트레비분수와 스페인광장의 야경을 보는 일은 다음으로 미뤄뒀다. 트레비에 동전을 던졌으니 분명 로마에 다시 올 일이 있겠지 하면서 말이다. 


로마에 며칠간 머물면서 전 유럽은 문화적으로나 역사적으로 로마에 큰 빚을 지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스가 서양문화의 뿌리로서 철학과 그리스 신화등 문화적으로 풍부한 컨텐츠를 제공했다면 그리스의 헬레니즘 문명과 공생 및 계승한 로마는 건축, 예술, 문화 모든 면에서 양적, 질적으로 풍요롭게 만들었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괴테는 이탈리아 여행으로만 2년을 넘게 보냈다는데 그에 비해 4-5일, 그것도 로마만 잠깐 둘러보고 섣불리 이런 말을 하긴 부족하겠지만 짧게나마 내가 느낀 로마는 여전히 유럽의 문화적 심장이자 살아있는 거대한 유산이었다. 피렌체를 단 3시간만 머물고 이동했던 괴테가 왜 로마에서만 1년이 넘는 시간을 할애하면서까지 보냈는지 그 이유를 어느 정도는 알 수 있었다고나 할까.  


이제 다음 날은 피렌체로 가는 일정이다. 르네상스 시대를 빛낸 많은 천재들을 낳은 낭만의 도시. 유럽이 로마에 빚을 지고 있다면 로마와 르네상스 시대 이후 유럽의 모든 예술가들은 피렌체인들에게 빚을 졌다. 이제 나는 영화 냉정과 열정사이에서 본 두오모를 구경하러. 그 위대한 미켈란젤로, 레오나르도 다 빈치, 라파엘로, 보티첼리 그리고 단테를 만나러 간다.  

  









숙소로 가는 길 눈에 들어온 로마의 예쁜 레스토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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