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에 몽쥬약국이 있다면 피렌체에는 산타 마리아 노벨라 약국이 있다. 둘다 화장품 가게




유럽 여행을 하면서 적어도 선물용으로도 쇼핑을 할 생각이 있다면 반드시 알아야 하는 사실이 있다. 그것은 바로 화장품은 무조건 국외 여행을 할 때 사라는 것이다. 외국에서 사더라도 그리 싼 가격은 아니지만 최소한 세금이 붙지않는 면세점에서 사거나 아님 현지에서 산다면 국내에서 사는 것보다 반도 안되는 가격에 살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개인적으로 관광의 목적으로 충분히 가볼만한 곳을 추천하고 싶은데 그곳은 바로 세계 최초의 약국인 산타 마리아 노벨라 약국의 본점이다. 물론 이탈리아의 로마나 밀라노 등 대도시에도 산타마리아 노벨라 분점들이 있어 같은 가격에 구입할 수 있지만, 피렌체의 본점을 간다면 일종의 전시관으로서 고풍스런 멋진 건물에 오랫동안 보존해온 가구들과 조각상, 도자기 등 시간을 들여 볼만한 가치가 있기 때문이다. 


원래 피렌체에서의 두번째날 일정은 아카데미아 미술관에서 시작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전날 컨디션 난조로 다음날도 그리 몸이 좋은편은 아니었고 아침을 먹고 쉬다보니 어느새 10시가 지나 있었다. 잔뜩 흐린 날씨에 아카데미아 미술관에서 가서 긴줄을 보니 다비드고 뭐고 또 의욕이 꺾이고 말았다. 어차피 산 로렌초 성당에 따로 붙어있는 메디치 예배당의 미켈란젤로 조각상들을 볼 예정이었기에 마음을 접고 다시 숙소로 돌아왔다. 


잠시 쉬다가 피렌체에서 유명한 쇼핑 타운인 프라다 스페이스나 더 몰에 가서 쇼핑을 할까 했는데 큰 관심이 없었던 명품 아울렛에 가기 보다는 차라리 화장품 쇼핑을 하자 싶어서 큰 기대없이 산타 마리아 노벨라 약국으로 갔다. 








잔뜩 흐린 날이었다. 산타 마리아 노벨라 약국은 성당을 등지고 오른쪽 길로 붙어서 직진해서 우회전 후에 2-30여미터를 가면 된다. 하지만 간판이 잘 보이지 않으니 찾기가 힘들지도.  






A가 산타 마리아 노벨라 약국이다





직진해서 2-30미터 걸어가면 오른쪽에 보이는 산타 마리아 노벨라 약국 




그냥 지나칠 수도 있으니 꼼꼼히 살펴봐야. 그 정도로 외부는 소박하다 






산타 마리아 노벨라의 내부구조





입구로 들어가면 보이는 복도.. 아 이놈의 수전증 




내부가 상당히 고풍스럽고 화려하다. 저 고급스런 샹들리에를 보라



산타 마리아 노벨라 약국은 한국에서는 고현정 크림과 장미수로 유명한 화장품 샵이다. 나중에 파리에서 쇼핑도 했지만 몽쥬약국이 그냥 국내보다 훨씬 저렴하게 다양한 제품들을 취급하는 아울렛이라면 산타 마리아 노벨라는 건물부터가 궁전이자 박물관 같은 느낌이었다.

 

이전 피렌체 포스팅에서 잠깐 언급한 적이 있지만 이 약국은 원래 같은 이름의 성당 수도사들이 수도원안에 있는 정원에서 약초와 꽃 등을 재배하여 만든 향료나 약등을 시장에 내다 팔면서 시작하였다. 제품들의 효능이 점점 입소문을 타면서 수도사들은 본격적으로 대중들에게 판매를 시작하는데 1612년에는 코시모 2세로부터 안지올로 마르키시 신부가 초대원장이라는 호칭을 받게되며 정식 약국으로 공식 승인을 받는다. 


산타 마리아 노벨라 약국은 그 후 점점 판매 품목을 확대하여 현재는 스킨, 크림, 향수, 비누 등 거의 모든 화장품을 취급하는 고급 뷰티 브랜드로 대중들에게 잘 알려져 있는데, 놀라운 것은 수백년전 수도사들이 만들던 처방대로 그당시 제품들이 그대로 만들어지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 약국과 관련된 유명한 일화를 설명하자면 메디치 가의 카테리나 데 메디치는 프랑스 왕에게 시집을 갈 때 특별히 제조한 아쿠아 델라 레지나 (Acqua Della Regina)를 가지고 갔다고 한다. 현재는 오 드 코롱 클래식 산타 마리아 노벨라 라고 알려져 있는 이 향수는 금세 유명세를 타면서 왕비의 물이라고 불리며 오데 코롱의 어원이 되었다. 

 

그리고 후에 향수의 역사에서 가장 중요한 인물 중에 피렌체 출신인 지오반니 파올로 페미니스는 1725년 피렌체를 떠나 독일의 쾰른 지방에서 만든 향수를 기념하며 콜로뉴의 물(쾰른의 물), 즉 오 드 콜로뉴 를 만들게 되는데 여기서 그 유명한 오 데 코롱이 탄생했다고.   



사람들도 상당히 많다. 종종 한국인들도 보인다



각국 언어로 설명이 되어 있는 상품 리스트




한국어도 물론 있다



이 방에선 향초와 방향제, 향수 종류들을 구경할 수 있다





산타 마리아 노벨라와 관련이 깊은 메디치가 인물들과 수도사들의 초상화. 가운데는 베로나 출신 피에트로 





여긴 향수 코너. 한국에서 100ml에 무려 24만8천원인 아쿠아 디 콜로니아가 여기선 90유로 정도의 가격





산타 마리아 노벨라는 가구나 조각 하나도 역사가 있는 유적이다




샘플용으로 쓸 수 있는 토니코 워터, 아쿠아 디 로제 등 토너류 상품들




점원분들에게 비치된 상품에 대한 자세한 설명을 들을 수 있고


  돌아다니면서 자세한 설명을 듣고 원하는 상품을 주문을 하면 된다





나는 이 언니에게 상품을 부탁했다. 이 미녀분이랑 꽤 오랫동안 얘기했는데 시크하지만 귀티나는게 엄청 매력적이었다. 실물이 백만배 예쁘심. 농담삼아 고현정 크림이 뭔지 아냐고 물어보니 한국인들 땜에 자주 듣는다면서 웃더라. 유럽 여행하면서 본 여자분 중에 네번째로 아름다우셨다. 


3위는 세비야로 가는 비행기 안에서 본 부엘링 항공 승무원 셀리나, 2위는 바르셀로나 카사밀라에서 일하는 여자분, 1위는 피렌체 숙소 앞에서 본 금발의 여자분이었다. 이걸 내가 왜 적고 있는지 나도 모르겠다;; 어헣




화장품 가게가 아니라 마치 궁전 같다




제품을 고르면 하얀카드에 입력시켜 준다. 카운터 마다 다니면서 해당 제품을 카드에 추가하는 방식 







조명도 무척이나 고풍스럽다




입구에서 정면으로 쭉 들어가면 계산대가 있다  





택스 리펀을 위해 171유로 어치 질렀다. 한국에선 14만 8천원 하는 이드랄리아 크림이 50유로, 한국에서 250ml가 5만 8천원인 아쿠아 디로제는 무려 12유로 밖에 안한다. 하지만 립밤이 18유로인게 함정. 립밤 하나가 한국에선 6만원 가까이 한다. 써봤는데 향이 좋긴하다. 한,두개 빼고 모두 선물용인게 함정.. ㅜㅜ







다음에는 이드랄리아 크림과 장미수 외에도 방향제와 향수를 사와야지




현재 세계적으로 런칭을 시작하여 글로벌 마켓팅을 하고 있는 산타 마리아 노벨라에서 적용하는 3대 원칙은 다음과 같다고 한다. 초기 수도사들이 지켰던 방식을 계승하며, 최고의 원료만을 사용하고, 모든 제품은 전통 약초와 천연 오일만을 사용해서 만든다는 것이 그 내용이다. 


장인정신이란 잊혀진지 오래고, 항상 빠르고 새로운 것을 추구하며, 옛날부터 이어온 방식을 촌스럽게 생각하는 우리네 현실을 볼 때 일개 화장품을 파는 기업이라지만 수백년간 후손들이 고수해오고 지켜온 이들의 원칙과 방식이 마음에 와 닿는건 우연이 아닐 것이다. 


새로운 것과 효율성이 강조되는 시대. 심지어는 일반 CF에서도 실용의 길을 배운다고 외치는 현재의 한국에서 한번 생각해봐야 하는 문제는 바로 현재와 소통하고 혁신은 수용하되 훌륭한 역사와 가치있는 전통은 변하지 않게 이어나가는 것 아닐까. 아마 내가 피렌체를 좋아하는 이유는 산타 마리아 노벨라 약국에서 화장품 쇼핑을 하더라도 피렌체의 역사와 전통을 느낄 수 있었기 때문이 아니었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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