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키오 다리 위에서 본 아름다운 아르노강 



산 로렌초 성당과 메디치 예배당 관람을 마치고 미켈란젤로 광장(언덕)으로 가는 길이었다. 비는 다행히 그쳤지만 먹구름이 낀 날씨라 석양은 보기 힘들거 같다. 그래도 피렌체에서 계획했던 대부분의 일정은 마무리 지었고 두오모에서 못 본 상황에서 미켈란젤로 광장에서 피렌체 야경을 보는 건 당연한 수순. 


 광장은 두오모에 올라갈 자신이 없거나 계단 올라가는 과정이 싫은데 전망 좋은 곳에서 피렌체의 여유를 만끽하고 싶다면 절대적으로 추천하는 관광지다. 걷기 싫으면 산타마리아 노벨라 역 앞에서 12번 버스 타고 가도 되고 걸어가도 그리 멀지 않다. 내생각에 쇼핑도 좋지만 피렌체에서 우피치 미술관이나 야경 안보고 당일치기로 다른 도시 이동하는 사람 은근 많던데 안타깝다는 생각이 든다. 뭐 괴테도 피렌체는 반나절도 안봤다지만.. 


오늘 쓰는 글에선 이탈리아에 대해 사람들이 궁금해 하는 부분에 대해 얘기를 잠깐 하고 싶다. 이탈리아 여행후에 주위 사람들에게 가장 많이 듣는 질문은 '정말 이탈리아 거지도 장동건 보다 잘생겼냐?', '혼자 이탈리아 여행 다녀도 위험하지 않느냐?' 등의 내용이다. 첫번째 질문에 대한 답은 이태리 사람들 잘생기긴 잘생겼다. 하지만 진짜 모델같은 훈남, 훈녀들은 길거리에선 쉽게 보기 힘들다. 왜냐면 그 분들은 다 값비싼 외제차를 타고 다니기 때문에 관광객들은 보기 힘들다고 생각하면 된다.


두번째 질문에 대한 답은 위험하지 않다에 가깝다. 가깝다고 한 이유는 이탈리아는 유럽에서도 가장 도시마다 개성이 강한 나라고 또 낙후된 도시가 많은 남부와 반대로 잘사는 북부 지방의 수준이 전혀 다르기 때문이다. 이탈리아는 한국에 비해 치안이 그리 좋은 나라는 아니지만 밤늦게 나폴리 시내를 혼자 다니지 않는 이상 불안에 떨며 여행 할 필요는 없다. 


물론 로마 같은 경우 소매치기가 매우 악명높지만 늦은밤 테르미니역에서 혼자 다니며 흑형의 심기를 건드리는 행동을 하지 않는이상 크게 문제 될 것은 없고, 밀라노는 늦은밤 으슥한 골목에 가지 않는 이상 괜찮은 수준이다. 특히 관광지인 피렌체는 서울 도심지역 다니는 것과 크게 차이가 없을 정도로 안전하다. 아마 피렌체를 이탈리아에서 가장 편하게 생각한 이유도 바로 밤늦게 다녀도 별 문제없는 도시였기 때문일 것이다  






종일 비가 오다 말다를 반복했다



이틀동안 베키오 다리만 수차례 건넜다 



길빵의 나라 이탈리아. 아가씨들도 아무렇지도 않게 길에서 담배를 물고 다닌다



유럽여행하면서 가장 먼저 한국과 다르다고 느낀 부분화장실 찾기가 힘들다는 거여자나 남자나 길에서 아무렇지 않게 흡연을 하는 것이다. 그만큼 여자분들도 흡연하는데 거리낌이 없고 길에서 다니면서 편하게 피운다. 한국에서 사람많은데서 조금만 담배냄새가 나도 얼굴을 찌푸리는 것에 반해 유럽에선 그 정도는 이해해주는 듯한 인상을 받았다. 말하자면 길거리에서는 은연중에 흡연권이 인정되는 듯한 느낌.


물론 어느정도 비흡연자에 대한 배려는 필요해 보였다. 길에서 나보다 앞서 가면서 담배를 피우면 뒤에서 담배연기 맡으면서 따라가는 사람은 상당히 기분이 나쁘기 때문이다. 만약 여행중에 바로 앞에서 걸어가며 담배를 피우는 이탈리안을 만나면 쌍욕을 하는 대신 행동으로 표현하면 된다. 이탈리아는 손 제스처 만으로도 거의 모든 대화가 가능한 나라다. 거의 수화에 가깝다 




짜증나는 상황에는 양손을 몸 안쪽으로 모으고 이 자세에서 위아래로 흔들어주자  



하는 방법은 양손으로 각각 손가락을 모은채 위아래로 흔들면 된다. 무슨 뜻이냐면 '너 지금 무슨 말이냐? 또는 너 무슨 짓이냐?' 이런 의미라고 한다. 욕은 아니니 상대가 봐도 큰 문제는 없다 ㅋㅋ






이제 미켈란젤로 광장으로 간다 








 


베키오 다리를 지나 강가 큰길을 따라가면



미켈란젤로 광장(언덕)으로 가는 계단이 나온다



천사같은 꼬마 귀요미. 결혼하면 나는 분명 딸바보가 될거 같다



유럽의 구름은 이동속도가 매우 빠르다



한두시간은 비가 오지 않을거 같다



멀리 보이는 베키오 궁전과 두오모



아름다운 피렌체 시내


피렌체는 아르노 강을 분기점으로 시내가 반으로 나뉘어 있다



다비드와 밤, 낮, 새벽, 여명의 모조 조각상들. 이 사진만 폰카라서 어두우니 화질이 망.. 




왼쪽부터 베키오 궁전, 두오모, 산타 크로체 성당







밑에 정원 잔디의 꽃 모양 마크는 피렌체 시의 상징이다. 

피렌체의 영어명인 플로렌스는 플라워에서 나온말이다. 즉 꽃의 도시 라는 뜻


 



보고만 있어도 여유가 생기는 도시 전경이다





비오는 날씨라 아쉽게도 석양은 볼 수 없었다. 해가 지고 어둑어둑 해지자 시내 건물들도 하나둘씩 조명을 밝힌다. 전망대에 기대어 사진을 한,두장 더 찍고 내려 가려는데 갑자기 옆에서 누군가 말을 건다. 주변에 한국인으로 보이는 몇몇 사람이 있었는데 이 친구는 내가 만만해 보였나보다. 근데 꽤 예쁘게 생겼다. 170이 넘는 키에 귀여운 인상을 가진 여자사람이다. 그리고 거요미였다. 거요미가 뭐냐면 거대한 귀요미 정인영 아나운서나 설리 같이 키가 큰데 귀여운 여자를 말한다 ㅋㅋㅋ  

 


귀요미: 저기 한국분이세요? 사진 한장 찍어주실수 있어요?

피구:    네 물론이죠. 어 근데..

귀요미: ??

피구:    어두워서 그런가 카메라가 영 촛점을 못잡네요

귀요미: 어라 캐나다에서 산지 1년도 안된 카메란데 ㅠㅠ

피구:   그럼 그냥 제껄로 사진 찍어드릴게요 나중에 메일로 드리면 되죠

귀요미:그래도 되요? 그럼 감사하죠 ㅋㅋ  


피렌체에 와서 전날 잠시 같이 다닌 동생(성별만 여성)이 있었고, 지나가다 하나둘씩 한국인 관광객들은 지나치긴 했지만 이날 피렌체에서 한국 사람이랑 대화를 나눈건 처음이었다. 그렇게 서로 사진을 몇장 찍어주고 몇마디 대화를 나누면서 우리 둘은 금세 친해졌다. 물어보니 캐나다에서 공부하다 혼자 유럽 여행을 왔고 다음날 로마로 간다고 한다. 






내가 먼저 로마에서 왔다고 하니 붙임성 좋은 그 친구가 이런 부탁까지 한다


귀요미: 저 로마 일정 하나도 안짰는데 오빠가 좀 도와주세요

피구:    헐.. 맨입으로? ㅋㅋㅋ

귀요미: 젤라또 사드릴게요

피구:    콜!!



둘다 아직 저녁을 안 먹었지만 그 친구는 민박집에서 저녁을 주기에 들어가기전 간단하게 젤라또를 먹기로 했다. 그 아이는 유럽 여행을 다 준비해 놓고 출발 직전 할머니가 돌아가셨다면서 이미 항공권을 끊어놔서 한국으로 가지 못해서 마음에 걸렸다는 이야기부터, 회사를 다니다 유학 겸 캐나다를 간 얘기 등등. 나는 로마에서 가볼만한 곳을 추천해주며 동선을 짜줬다. 충격적인건 롯데 자이언츠를 좋아한다는 것.. 피렌체에서 롯데 팬을 만날 줄은 상상도 못했다.  




둘이 함께 본 아르노 강. 단테와 베아트리체가 만났던 바로 그 베키오 다리위에서




만난지 한시간도 안됐지만 둘다 혼자 다니는 여행이라 외로웠던지 금세 꽤 친해졌나보다. 대충 연락처를 주고 받고 비가 또 와서 그 아이를 민박집까지 우산을 씌워 데려다 주고 근처 케밥집에서 밥을 먹는데 카카오톡이 온다. 


귀요미: 오빠 저녁 드셨어요?

피구:    응~ 지금 먹고 있어. 왜?

귀요미: 시내 야경보러 나갈건데 같이 다니실래요?


당연히 콜이다. 사실 혼자 다니기엔 너무나 예쁜 야경의 도시 피렌체에서 먼저 같이 다니자고 하는 귀요미라니.. 망설일 것도 없이 산타 마리아 노벨라 성당 앞에서 보자고 했다. 멀리서 누군가 다가오는데 다른 사람인줄 알았다. 아까 후드티에 잠바떼기 입고 화장기 없던 아이가 아니었다.


피구:   누구냐? 넌

귀요미: ㅠㅠ 

피구:   농담이고 예쁘네 ㅋㅋ

귀요미: 헉 오빠 감사합니다 ^^

피구:   혹시 못가본데 있으면 얘기해봐 구경 다니면서 사진찍자 ㅋㅋ

귀요미: 네 그래요 ^^

  




두오모




조토의 종탑과 두모오 쿠폴라



리퍼블리카 광장





베키오 궁전






아늑한 느낌의 피렌체의 밤 




잊지 못할 피렌체의 야경



그렇게 시내 야경을 보러 다니다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다시 미켈란젤로 광장으로 갔다. 아마 혼자서라면 굳이 한밤중에 다시 찾아가는 일은 없었을 것이다. 그것도 시내 한복판에서 한참을 떨어진 미켈란젤로 광장에 인적도 드문길을 두번씩이나 가는 일은 더더욱 말이다. 그 아이나 나도 마찬가지 생각이었다. 

오후 늦게 갔었던 미켈란젤로 광장에 비해 이곳에서 한밤중에 본 피렌체의 야경은 훨씬 더 아름다웠다. 아마 혼자가 아닌 둘이 갔었기 때문 아니었을까?  리 보이는 베키오 다리와 두오모의 조명은 밝게 빛나고 있었고 그제서야 나는 피렌체로 오기 직전 바람 맞은 사실을 잊을 수 있었다. 왜냐면 일행이 있었다면 둘다 그냥 스쳐 지났을 테니까. 그 아이와의 만남은 피렌체가 나에게 준 추억이자 예쁜 선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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