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니 미첼 (Joni Mitchell)/ Blue [1971]

음반 리뷰 및 소개/락 2007. 5. 4. 23:05 Posted by 루이스피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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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만남


여러 사람들의 사랑과 행복을 다룬 영화 '러브 액츄얼리' 를 보면 크리스마스 시즌을 겨냥한 영화 답게 모두들 사랑을 확인하며 행복한 시간들을 보내는 것이 대부분이다. 그 중에 인상적인 장면은 친구의 아내인 줄리엣을 좋아하는 마크의 그 유명한 도화지(?)고백씬이나, 죠안나가 크리스마스 공연에서 머라이어 캐리의 곡인 All I Want for Chistmas Is You 를 부르는 씬도 될 수 있겠다.

하지만 이 영화에서 가장 기억에서 지워지지 않는 장면은 바로 캐런역의 엠마 톰슨이 남편에게서 예상했던 목걸이 대신에 조니미첼의 CD를 선물로 받자 방에서 혼자 음악을 틀어놓고 슬퍼하다가 자녀들이 밖에서 부르자 눈물흔적을 없애며 아무렇지도 않은듯 가족들을 맞이하는 씬이었다.

대사 한마디 없음에도 불구하고 이 절절한 캐런의 심정을 잘 표현해준 곡인 Both Sides Now는 바로 필자와 조니 미첼과의 첫 만남이기도 했는데, 이후에 놀랐던 것은 꽤나 걸걸하고 깊은 맛이 나는 이 노래와는 달리  <Blue> 에서 조니 미첼의 목소리는 상당히 맑은 목소리였기 떄문이다.


밥 딜런과의 비교

목소리만으로도 내면의 감성을 전달할 수 있는 몇 안되는 가수인 조니 미첼은 조엔 바에즈의 계보를 잇는 여성 포크싱어이자 대중음악사에 있어서 상당히 각별한 존재로 남아있는 아티스트이다.

특히 그녀의 데뷔는 순수포크음악의 종말을 알림과 동시에 보다 개인적이며 솔직한 자신의 생각을 음악에 담아내는 싱어송라이터의 시대의 시작을 알리는 것이기도 했는데, 월남전의 발발과 미국 내에서도 히피즘이 만연하면서 각자 개개인에 대한 관심이 어느때보다도 깊어진 60년대 후반 그녀의 등장은 하나의 사건이었다.

물론 싱어송 라이터의 개념을 명확하게 하며 대중음악을 선도한 인물은 조니 미첼에 앞서 순수 포크음악을 벗어나 락앤롤 뮤직과의 결합을 시도한 밥딜런일 것인데, 당시 새로운 결합을 시도한 밥딜런의 음악은 음악 그 하나만으로는 쉽게 설명할 수 없는 시대의 조류이자 하나의 세태였다.

방법면에서는 차이가 있지만 밥딜런과 함께 비슷한 시기에 포크락 가수로 활동했던 조니미첼은 그런부분에서 그와 여러가지로 비교대상이 된다. 게다가 '밥딜런과 함께 음양의 조화를 이룬 여가수' 또는 '여성판 밥딜런' 과 같이 말하는 것을 보면, 그녀가 밥딜런의 영향하에 있었다는 것을 부분 인정하는 것이기도 할 것이다.


전천후 아티스트

하지만 조니미첼은 그와는 별개로 자신만의 영역을 확고히 한 아티스트 였다. 개인적으로 특히 높게 평가하는것은 조니 미첼의 기타연주인데, 상당히 신비한 선율로도 유명한 그녀의 연주의 비결은 바로 50여가지를 상회하는 튜닝에 있다.

사실 그녀가 기타를 처음 잡았을 때는 어린 시절 겪었던 소아마비 후유증 때문에 상대적으로 취약한 왼손 때문에 이러한 튜닝을 활용했는데, 이후에는 오히려 그게 아름다운 연주를 하는데 크게 도움이 되었다고 한다. 앨범의 첫번째 곡인 'All I Want'와 세번째 곡인 'Carey' , 그리고 7번째 곡인 'This Flight Tonight ' 은 조니 미첼 특유의 기타연주의 결정판이기도 하다.    

기타 및 피아노와 같은 악기 연주 외에도 그녀가 대단한 평가를 받는 이유는 자신의 내면을 예술로써 승화시킨것은 물론, 자유분방함과 내면적 고찰이 공존하는 깊이있는 작사능력과 더불어 미술을 비롯한 그외에 여러 예술영역에서도 놀라운 모습을 보였기 때문이다. 특히 조니 미첼은 미술을 전공한 만큼 자신의 앨범은 물론 다른 아티스트의 커버를 직접 디자인 하는등 화가로서의 재능도 탁월했다.

그리고 조니미첼이 밥딜런과 차별성을 두는것은 재즈와 락의 접목을 시도하며 실험적인 음악으로 앞서가는 음악을 선보였다는 것인데, 이는 밥딜런의 수혜자라기 보다는 그와 대등한 위치에서 평가 할만한 인물임을 증명하는 좋은 이유이기도 하다.


걸작 Blue

조니미첼은 70년대 중반이후 톰 스코트, 래리 칼튼등과 같이 다양한 재즈 아티스트들과 교류하며 음악적 기반을 넓혀가는데, 지금 소개할 'Blue' 는 이런 시도가 이루어지기 전 조니 미첼의 개인적인 성향이 짙게 드러나는 앨범이다.

그녀의 독특하면서도 청아한 목소리로 부른  'Blue' 앨범은 그녀의 디스코라피에서 가장  높은 위치에 있는 명반이게끔 만들었다. 그리고 어쿠스틱 기타와 피아노 등으로만 이루어진 단순한 악기들로 연주되는 아름다운 멜로디는 그녀의 매력적인 음성과 맞물리면서 황홀함마저도 느끼게 하는데, 시린 감정이 배어있는 이 앨범을 들으면 서늘할 정도로 차가운 느낌이 든다. 

마치 내면에 감춰진 우울함을 맑은 목소리를 통해 투영하는 듯 조니 미첼은 목소리 하나만으로도 청자의 감성을 흔들어 놓을 수 있다는것에 대한 좋은 귀감이 된다. '사람의 목소리가 가장 좋은 악기이다' 라는 말이 있듯이 말로 형용할 수 없을 정도로 만감이 교차하게 만드는 그녀의 목소리는 이 구절에 대한 가장 좋은 사례로 꼽힐 만하다. 그 이유는 이 앨범에서는 많은 악기와 화려한 편곡를 사용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40년의 음악 인생

포크 음악의 대명사로서, 그리고 재즈 보컬리스트를 거쳐 연륜있는 목소리로 스탠더드한 음악을 하는 90년대를 지나 현재에 이르기까지, 이제 조니 미첼도 세월의 무게를 이겨내지 못할 만큼 나이를 많이 먹었다.

이제 그녀가 왕성한 활동을 하며 여러 창작물을 내놓지 못하는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지만, 은퇴를 고려하고 있는 조니 미첼이 40년에 가까운 음악인생을 어떻게 마무리 지을지 지켜보는것도 음악팬들로서는 꽤 가치가 있는 일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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