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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롤로그

얼마전 음악창고에서 이현도 관련글을 보다가 문득 지누션 생각이 났다. 이 앨범이 나온것은 97년 인데, 지금으로부터 벌써 10년전 일이다.

듀스와 서태지와 아이들의 해체 및 은퇴이후 그 팬들의 상실감을 채워줄 가수가 필요했던 시점에서 지누션의 등장과 인기는 어느정도 예상했던 일이 아니었나 싶다. 물론 이후 기대에 못미치거나 공백이 길었던 이유로 그 팬들을 흡수한건 H.O.T ,젝스키스였지만.  

서태지와 아이들의 양현석과 듀스의 이현도가 공동 프로듀서를 맡았다는점은 상당히 흥미 로운 사실인데, 이미 킵식스의 실패로 반전이 필요했던 양현석은 당시로썬 꽤 친분이 있었던 이현도에게 공동작업을 의뢰했다.

당시 김성재의 유작과 룰라의 재기앨범과 자신의 솔로앨범의 연이은 성공으로 음악성과 대중성모두 좋은평가를 받으며 위치를 확고히 하고 있던 이현도는, 이 지누션 앨범 작업에서는 리믹스버전을 제외한 사실상 8곡의 수록곡 중에서 절반을 담당한다.(내가, 말해줘, Young Nation, 서로)



지누션의 음악

안타깝게도 한국에 랩뮤직을 본격적으로 소개한 서태지와 아이들과 듀스의 역량에 비해 멤버인 백댄서 출신 션(노승환) 과 나는 캡이었어를 외치던 가수 지누의 음악적인 역량과 랩 실력은 한참이나 떨어진다. 누구 말마따나 음악적 정체성으로선 무뇌아인 이들의 음악감독은 이현도와 페리, 그리고 Q이다.

그리고 재미있는 것은 지누션이 실질적으로 스타덤에 오른것은 양현석이 만든 가솔린(션은 망해서 막노동을 하는 일이 있어도 가솔린을 타이틀로 밀겠다고 했었다)이 아닌 말해줘 이후였다는것을 보면 지누션의 음악적인 주도권 및 이미지 구축은 이현도가 아니었다면 불가능했다는것.
 
다만 지누션을 기반으로 양현석이 원타임, 렉시, 세븐, 빅마마, 휘성, 거미 등등 연이어 히트를 쳤지만 이현도는 디베이스등 자신이 프로듀싱한 팀의 실패는 어떻게 보면 아이러니한 일이다. 서태지의 옆에서 직접 배운 양현석의 사업수완이 이현도를 앞선다는것을 보여주는 예이기도 하지만..

지누션에 대해 생각나는 에피소드가 있다면 이현도가 이 앨범 작업중에 지누~ ,션~~ 이렇게 순서대로 부르다 그거 괜찮네 하면서 팀명이 굳어졌다는 사실이다

그 외에도 이 앨범에서 주목할 만한 것은 이후 YG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는 Perry 와 Q라는 괜찮은 프로듀서들의 발굴이다. 이후 양현석의 솔로앨범이나 지누션과 원타임 그리고 YG 패밀리의 이후의 앨범들을 보면 그들의 위치를 실감할 수있다.



Jinusean Bomb

당시로써는 무명이었던 프로듀서 페리,Q의 공동 작품인 'Jinusean Bomb' 으로 앨범의 포문을 열고 있다. 강렬하지는 않지만 자신들이 서태지의 뒤를 이었음을 강조하는 이 곡은 당시로써는 꽤나 눈길을 끌만한 사운드와 감각으로 만들어진 곡이며, 게다가 페리는 이곡에서 직접 영어랩을 선보이기까지 한다. 도대체 페리가 누구야? 라는 의문을 갖게 할법한 수작이다.

션이 당시 라디오에서 이 곡을 틀면서 LA 출신인 지누의 랩을 웨스트 코스트 스타일이고, 션 자신은 이스트라고 하던 지금으로썬 헛소리나 다름없는 말을 하던 기억이 난다. 한가지 덧붙이자면 윤미래를 제외하면 여성랩퍼가 전무한 한국에서 Legacy 라는 생소한 목소리를 들을 수 있다는 것.


Gasoline

처음엔 듣고 양현석이 이정도 능력이 있었나 반문할 정도. 분위기는 괜찮은 듯 싶지만 강렬한 훅이 없고 멜로디는 약간 밋밋하다. 스타일상 컴백홈의 이미지를 어느정도 차용한 느낌이 드는데 앨범에는 가장 본토느낌이 드는 곡일 뿐더러, 지금보면 페리가 어느 정도 편곡쪽에선 많이 도와주지 않았냐는 생각이 들 정도로 양현석으로써는 잘만든 지누션의 데뷔곡이다.

가솔린의 뮤비를 보면 그 내용 또한 굉장히 인상적이다. 게다가 이현도가 직접 주연을 맡았고, 화제가 된것은 머라이어 캐리의 댄싱팀으로 활동중이던 Elite Force가 출연한것. 뮤비에선 D.O 에디트 버전이 사용됐다. 양현석이 이 곡을 PR 하면서 안되는 발음으로 매번 개솔린으로 소개 해달라고 부탁하던게 기억난다.


내가

듀스 3집의 '굴레를 벗어나', 김성재의 '말하자면', 룰라의 '3! 4!' 그리고 이후 나오게 될 유승준의 '열정' 등 전형적인 이현도 스타일의 계보를 잇는 댄스넘버이다.


말해줘

이들의 한글 라임수준은 한참전에 나온 듀스의 'Go Go Go' 의 수준에도 한참을 못 미치지만, 요즘도 심심하면 써먹는 랩-여자 피쳐링-랩 스타일을 지금까지 유행타게 한 정말 유명한 곡인만큼 음악성 보다는 대중성으로 평가해야겠다. 이현도와 친분이 있는 엄정화가 참여해서 화제가 되었고, 와이퍼춤으로 전국을 강타했다. 지누션을 스타덤에 올려논 곡이며 듀스의 '떠나버려' 의 연장선상에 있다고 본다.


Celebrate

솔로시절부터 괜찮은 싱어로 데뷔했던 지누의 듣기편한 R&B.
이 곡은 한국어 버전, 영어버전이 실려있다


Young Nation

션, 지누, 양현석, 이현도 모두 참여해서 순서대로 랩을 선보이는데 이 앨범에서 가장 완성도가 높은 트랙이 아닌가 싶다.개인적으로 상당히 좋아하는 곡이다. 서태지와 아이들의 컴백홈과 듀스의 무제로부터 샘플링을 쓴것도 흥미롭고.

이현도가 듀스시절부터 만들어온 '無題' 라던가 김성재와 함께한 '힙합정신', 그리고 자신의 앨범에서 지누, 션 이 참여한 'Player's Anthem' 그리고 이후 완전힙합 앨범에서 극찬을 받은 '흑열가'의 연결고리가 되어주는 곡이다. 아이러니한것은 랩못한다고 요즘 리스너들에게는 욕먹은 이현도가 이 곡에선 가장 튀는 랩을 보여준다는 사실.


미행

Q(강규용) 라는 인물은 페리와 더불어 이 앨범에서 많이 보인다. 이현도와 함께 페리, Q 라는 3명의 프로듀서가 있었기에 지누션의 성공이 가능했다. 이 곡은 상대적으로 가벼운 느낌이지만, 귀여운 가사와 통통튀는 리듬감이 살아있다.  멜로디도 괜찮은 여성팬들에게 많은 인기를 끈 곡이다.


서로

역시 이현도의 곡. 앨범을 채워주는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닌곡.
'내가'와 함께 이현도의 곡중에서도 상당히 대중적이다.


에필로그

정통힙합이네 아니냐가 중요하다기 보단 이현도와 양현석의 합작이라는것과, 당시 한국에서 듣기 힘든 랩음악을 소개했다는것에 의의를 두고싶다. 이현도는 듀스사운드의 완성 이후 듀스에서 선보였던(특히 3집에서) 특유의 그루브함이 이 앨범에선 잘 느껴지지 않는것은 의문이지만, 앞으로 진행될 새로운 프로젝트 직전에 맡은 프로듀싱이라는것에 포인트를 둬야겠다.
 
지누션 그들의 아티스트로서의 주체성이 거의 제로에 가깝기 때문에 이들의 음악성에 대한 부분은 좋은 점수를 주기 힘들다. 다만 당시 흑인음악이 전무하던 척박한 가요계에서 남의 손을 빌었던 어쨋든 처지지않는 트랙들을 모아놨고, 대중적으로도 꽤 성공을 거두었던 그럴듯한 앨범이라 앞으로도 무난한 평가를 받을 앨범인듯.

양현석의 이미지 메이킹 능력 또한 눈여겨 볼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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