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크 나이트 (The Dark Knight, 2008)

영화/영화 씹어먹기 2008. 8. 13. 16:58 Posted by 루이스피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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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면을 쓴 강도들의 등장. 이들의 목적은 은행 금고를 터는 것이다. 강도들이 직원들을 제압하는 것은 어려운 일도 아니며 엄청난 돈을 쓸어담는 것 또한 시간 문제다. 그리고 마침내 가면을 벗고 등장하는 조커. 보는이를 놀라게 할만큼 기괴한 외모에 섬뜩한 목소리. 우리는 조커가 겨우 은행을 털러 나온 존재가 아니며 오프닝부터 이 영화가 심상치 않다는 것을 직감적으로 알 수 있다.

영화는 햇빛 쨍쨍한 대낮에 조커가 은행을 급습하면서 시작한다. 뭔가 이상하지 않은가? 분명 이 영화는 배트맨이 나오는 영환데 안 어울리게도 낮에 범죄를 저지르는, 그것도 동료간의 믿음도 존중도 없는 악당이라니. 그 배경이 타락의 군상이자 범죄의 도시로 유명한 '고담'이라고 하더라도, 그리고 아무리 악명높은 조커라 하더라도 이런부분들은 기존의 배트맨 시리즈를 접했던 사람이라면 도저히 적응이 안되는 부분이다.

하지만 영화는 제목부터 배트맨 다크나이트가 아닌 다크 나이트다. 바로 이 점 때문에라도 영화를 보는 시각을 기존의 배트맨 시리즈와는 완전히 달리할 필요가 있다. 크리스토퍼 놀란은 기본적인 설정은 그대로 가져왔지만 배트맨 브랜드를 스스로 제목에서 떼어내면서 배트맨 시리즈는 물론 기존의 블록버스터인 히어로물과 비교를 거부하는, 사실적이면서도 묵직한 범죄 느와르 영화로 탈바꿈시켜 놨기 때문이다.

그것도 보는 이를 압도하는, 대중들은 물론 비평가들 마저도 두손 두발 다 들게 만든 걸작으로 말이다. 캐스팅과 배우들의 연기, 그리고 완벽한 시나리오와 플롯 설정, 마지막으로 감독의 연출과 영화의 흡입력등 모든 면에서 거의 흠잡을 데가 없는 이 영화야 말로 헐리우드 블록버스터의 대안이며 DC 코믹스와 모든 히어로물의 승리이다.

여기부터 스포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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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짝짝짝! 영화 참 잘 만드셨구려





"우리는 비긴즈의 마지막 장면에서 배트맨의 존재로 인해 더 강한 악당들이 출현하고 이를 풀어가는 것이 배트맨의 과제가 될것임을 이미 밝힌 바 있어요. 전작에서 배트맨의 기원에 대해 파헤쳤고 훌륭한 세계관을 구축해 놓은 만큼 이번엔 그 세계가 어떻게 변해가고 있는지를 탐구해 보면 되는거였죠"

크리스토퍼 놀란은 다크 나이트에서 고담이라는 도시와 그에 소속된 인물들이 변해가는 과정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저마다 밀접한 관련을 갖고 있는 등장 인물들. 브루스웨인은 '범죄없는 고담'을 만들기 위해 배트맨이 되고, 이것은 애초에 불가능한 계획이었던 만큼 그의 등장은 오히려 더 많은 악당을 등장하게 만드는 원인이 된다.

그래서 그는 새 지방검사인 레이첼의 동료인 하비덴트라는 정의감 넘치고 대쪽같은 인물을 자신을 대체할만한 인물로 내세우지만 이미 그의 등장은 조커라는 존재를 완전하게 만든 상태다. 그리고 그 조커는 하비덴트를 투페이스라는 괴물로 만든다. 그런 투페이스를 배트맨은 다시 영웅으로 만들고. 그들은 변해가면서 서로에게 영향을 주고, 영향을 주면서 스스로 변해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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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놔 주인님. 어제 또 사고치셨죠??




표면적으로 다크나이트의 주인공은 배트맨처럼 보이지만 실질적으로 이 영화의 모든것을 쥐고 흔드는건 바로 조커다. 핵심은 바로 이 부분이다. 즉, 모든 상황을 자신의 손바닥 위에서 통제하며 영화를 처음부터 끝까지 이끌어 나가는 것은 배트맨이 아닌 카오스 상태의 아나키스트인 조커라는 사실. 조커는 영화에서 자신이 직접 다른이들을 시험할 수 위치에 있는 초월적인 존재이며 일종의 철학자나 다름없다.

하지만 배트맨을 만나기 전까지 조커의 모든 행위, 그러니까 은행을 털고 마피아 와의 거래를 하며 예고살인을 하는 것은 모두 배트맨을 위한 것이었다. 배트맨과의 조우는 동시에 영원히 끝나지 않을 조커 자신만의 게임을 지속시키는 것을 뜻한다. 궁극적으로 조커의 목적은 도시를 혼돈의 상황으로 만드는 것이지만 배트맨이 없이 조커는 큰 의미가 없다. 드래곤볼에서도 나오는 유명한 말이지만 오천크스를 흡수한 마인부우가 손오반에게 던지는 유명한 대사를 보면 이 부분을 잘 이해할 수 있다. "상대할 적도 없는데 최강이 되서 엿이랑 바꿔먹냐"

그렇다. 배트맨 없이 조커는 등장할 이유가 없으며 싸울 상대가 없는 조커는 배트맨 없이는 진정한 악당이 될 수 없는 것이다. 이 부분은 배트맨 역시 마찬가지. 배트맨을 혼자 영웅놀이를 하는 박쥐인간이 아닌 고담의 진정한 영웅이자 어둠의 기사로 만들어주는 자는 아이러니 하게도 고담시의 유일한 대안이 될만한 하비덴트나 고든이 아닌 바로 조커다.

이들은 서로를 죽일 능력은 있지만 '절대'로 죽일 수 없다. 왜냐면 궁극적으로 배트맨과 조커는 서로를 보다 완전하게 해주는 관계이기 때문이다. 바로 이 점 때문에 조커는 지금까지 등장했던 그 어떤 영화의 악역보다도 무섭다. 배트맨이 상상할 수 있는 가장 강력한 악당이 바로 조커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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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왜 그리 심각해? 연필 사라지는 마술 보여줄까?




다크 나이트는 선택이라는 부분에 굉장히 큰 의미를 부여한다. 조커는 선택의 상황을 통해 배트맨의 정체를 공개하려는 콜먼 리즈의 목숨과 병원중 하나를 선택하게끔 하거나, '죄수의 딜레마' 게임에서 선택의 상황을 놓고 두 선박의 탑승자들을 곤경에 빠트리는 것은 물론 심지어 배트맨에게 사랑하는 여자와 자신의 대안이 될 인물을 선택하게끔 한다. 조커가 무서운 이유는 어떠한 측면에서도 그의 행동에 조금도 동감할 수 없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그와 더불어 모든 인간이 가지고 있는 본성, 즉 잠재되어 있는 악한 성질을 이용해 극단적인 상황을 거쳐 타락시켜 버리기 때문이다.

실제로 콜먼은 죽지 않았지만 저격당했고, 결국 선박이 폭파되진 않았지만 탑승자들은 투표에서 찬성을 훨씬 더 많이 선택했다. 게다가 배트맨은 레이첼을 구하러 가지만 조커에게 완전히 속았으며 자신이 사랑하는 여자는 물론 자신의 대안이 될 '화이트 나이트'도 잃게된다. 이들은 아니 고담시는 조커와의 게임에서 완전히 패배한 것이다.  

조커의 게임은 정의의 사자 하비 덴트를 통해 완성된다. 조커가 포커판을 완성하기 위해 마지막으로 내미는 히든카드가 바로 투페이스. 사고를 통해 필연적으로 투페이스가 된 하비 덴트는 악당과 영웅은 카드 한장 두께의 차이일 뿐이고 그의 가진 동전 앞뒷면 처럼 닮아 있을수도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렇기에 하비덴트의 타락은 설득력이 떨어지지만 하나도 이상할 건 없다. 이것은 인간이 죽음과 같이 극단적인 상황 앞에서 얼마나 쉽게 추악해 질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하나의 단면인 셈이다.

하지만 조커의 완벽한 승리로 끝날 상황에 배트맨은 투페이스가 된 하비 덴트를 영웅으로 만들며 스스로 악당을 자처한다. 배트맨이 어둠의 기사가 될 수밖에 없는 아이러니한 상황. '영웅으로 죽거나 살아 남아서 스스로 악당이 되거나.' 영화 초반에 나오는 하비 덴트의 대사는 다크 나이트를 관통하는 명제가 될 수 밖에 없다.
 
결국 승자는 없다. 그리고 역시 패자도 없다.
배트맨과 조커. 이 두 괴물은 미쳐버린 도시에서 그들만의 심각한 게임을 계속 이어갈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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