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박 23일 서유럽 자유여행루트

 

 

 

 


간절히 원하면 온 우주가 도와준다

 

예전에 파울로 코엘류의 연금술사를 보다가 기가막힌 구절을 본 적이 있다. '진심을 다하여 바라고 원하면 온 우주가 그 꿈이 실현되도록 도와준다' 뭐 거창하게 시작했지만 이걸 여행하면서 실감했는데 설명하자면 이렇다. 인천공항에 가서 비행기를 타기 전까지 있었던 일이다.

 

3월 18일 새벽.. 늦게까지 여행 준비를 하느라 4시가 넘어서야 잠이 들었다. 그럼 미리미리 준비를 좀 하지 여행전날까지 뭐하다가 늦게 잤냐 묻는다면? 직장을 다니는 동시에 자유여행의 모든 준비와 짐 꾸리는 일까지 남는 저녁시간에 열흘도 채 안되서 준비를 해 보시면 왜 새벽 늦게까지 준비할 수 밖에 없는지 알지도 모르겠다.. 그만큼 여행준비는 힘들고 시간도 오래 걸린다. 실제로 여행 전까지 매일 4시간 이상 잔 적이 없다.    

 
 이러나 저러나 어이없게도 아침에 알람을 못들었다. 아니 들을 수가 없었다. 한번 긴장이 풀리니 아예 깊게 잠든거다. 일어나니 오전 9시반.. 미친.. 12시반 비행기인데 그래서 아무리 늦어도 8시에는 일어나야 하는데 한시간 반이나 늦게 일어난 것이다. 오 마이갓. 이건 뭐 비행기 한두번 탄것도 아닌데 까딱하면 다른 사람도 아닌 내가 말로만 듣던 비행기 놓치는 사람이 되게 생겼다. 

 

갑자기 새벽에 계속 오류나던 트랜 이탈리아 사이트가 원망스러워졌다. 결제하면 오류. 결제하면 오류.. 하아.. 스트레스는 있는대로 다 받으면서 잠도 제대로 못잤는데 비행기를 놓치게 될 때 티켓을 새로 끊게되면 돈이 얼마지 부터 시작해서 그 돈이면 시계나 정장을 장만하던가 동남아 여행 한번 더 가겠다 양념치킨이 무려 백마리. 뭐 이런 오만 생각이 다 들면서 진짜 멘붕이 왔다. 아무튼 세수만 하고 뛰어나가서 공항버스를 타도 출발 2시간 전에 도착은 불가능 하다.

 

 

 

 

 

 

 

 

 

 


대충 모자를 쓰고 입으려한 코트만 걸친 채로 캐리어를 끌고 아니 들고.. 공항리무진을 타러 갔다.. 하지만.. 또 꼬인다..  원래 명일동 쪽에서 다른 버스를 타면 잠실을 거쳐 바로 인천행인데 시간대를 몰라서 그냥 타는 시각을 정확하게 알고 집에서 더 가까운 6006번을 선택했다. 하지만 이게 강남 각지를 전부 다 돌고 인천 공항에 가는지는 몰랐다. 노선표까지 신경쓸 여력이 없었던거다. 막히면 최소 2시간 정도는 걸린다는 기사에 말에 절망했다.. 이럴줄 알았음 진작에 택시를 탔을 것이다.

 

마음이 급해지면 뇌 회전속도는 빨라져도 몸은 맘 같지 않게 실수연발이 된다. 식은땀도 나고.. 어쨋든 최대한 방법을 찾자 해서 인천공항 인포메이션으로 전화를 걸었다. 출발 1시간 전 쯤에 도착을 할것 같은데 체크인이 가능하냐고.. 직원분은 당연히 힘들거라 했다. 그럼 에어로플루트 연결 좀 해달라 했다. 전화번호만 알려준다.. 에어로플루트 항공에 전화를 걸었다. 무려 15번을 걸었으나 연결이 안된다.. -_-;

 

그러는 사이에 공항 도착.. 정확히 12시 40분 출발인데 11시 51분에 인천 공항에 내렸다. 정확하게 기억한다 11시 51분.. 남자는 군번이랑 바로 전 여자친구 전화번호는 안 까먹는다는데 여행 한지 한달이 넘었는데 기억난다. 오 마이 갓.. 캐리어를 끌고.. 아니 안고 뛰었다. 무조건 안내데스크 부터 찾았다. 1시간도 채 안남은 상황은 첨이라 당황스러웠지만 작년 챔피언스리그 4강전 승부차기때 체념반 기대반으로 무릎꿇은 무리뉴와 마찬가지 심정이었다.

 

 

 

                                                                 니맴 내맴

 

 

안내데스크 직원에게 내가 탈 비행기 체크인 장소와 보딩 시간부터 물어봤다.

 

피구: 아직 비행기 탈 수 있나요? 

직원: ㅇㅇ 니꺼 12시 까지니까 5분 남았다 마 물어볼 시간에 뛰겠다.

피구: 헐 진짜임? 감사!!

 

 

됐다! 게이트 찾아서 신나게 날아갔다. 하지만 해당 터미널에 가니 에어로 플루트 직원은 퇴갤.. 진짜 전화를 받던가.. 일을 하던가.. 늦게 공항에 도착한 내가 1차적인 문제지만 그래도 너무한다 싶었다. 최소한 일하는 척은 하고 탈 수 있는 사람은 타게 해줘야 할게 아닌가.. 그래서 옆에 있는 대한항공 직원에 도움을 청했다. 체크인 시각이 얼마 안남았는데 좀 도와달라고. 다행히 친절히 도와주시고 터미널 직원에게 전화해서 보딩시간 전까지 늦지 않게 가니까 기다리는걸로 얘기를 해놨단다. 




비행기 탈놈은 탄다 



출국 심사에서 10분. 터미널까지 이동하는데 약 10분 걸려서 암튼간에 마지막 탑승객으로 비행기는 문제없이 무사히 탔다. 해낸것이다. 진짜 5분이라도 늦었거나 전화해서 들은대로 공항 도착해서도 포기하고 뛰지 않았으면 유럽여행이고 뭐고 로마로 가는 항공권을 새로 끊거나 진지하게 여행 계획부터 다시 짜야 했다. 갑자기 파울로 코엘류와 김재박 감독이 생각났다. 내려갈 팀은 내려간다. 나한테 적용하자면 탈놈은 탄다. 내가 포기하지 않고 간절히 바라고 원하니 비행기 놓치는 일은 발생하지 않았다. 사실 나는 비행기를 탈 운명이었는데 조금 늦게 공항에 도착했을 뿐이다.

 

 

 

 

 

 

웃긴건 여행 시작도 하기전에 진이 빠져버렸다는거.. 잠도 잘 못자고 아무것도 못 먹은터라 상당히 피곤했다. 그래서 10시간 가까이 가는동안 잠만 잤다. 그리고 먹었다. 그리고 또 잤다. 완전한 사육이었다!!  하지만 아침도 안 먹고 나와서 2시가 지나서 먹는 식사라 그냥 하나도 안남기고 다 먹었다. 기내식은 비빔밥 외엔 잘 안먹는데 저 닭가슴살 섞인 파스타는 정말 먹을만 했다.

 

 

 

 

 

 

 

 

 

 직항이 아니라 모스크바 공항에서 환승을 하고 2시간 반을 기다렸다 다음 로마로 가는 비행기를 타야 하는데 문제가 생겼다. 모스크바에 폭설이 와서 공항이 온통 눈밭이고 그래서 비행기 출발 시각이 딜레이 되서 1시간이상 늦게 출발하게 된거다. 왜 문제냐면 원래 로마 도착시각이 10시가 넘는 늦은 시각이라 민박집에 픽업을 요청했는데 이렇게 딜레이가 되면 그쪽이랑 다시 통화해서 접선시간을 다시 맞춰야 했고 국제전화비도 단 몇 분만 통화해도 최소 몇 만원인데 돈 보다도 시작부터 일정이 생각치도 못한데서 꼬인것이다. 어째 잘풀린다 했다.

 

 

 

 

    

 

 

 

오렌지 세상 


                          언젠가부터 오렌지 덕후가 되었다. 곧 살 예정(?)인 오메가 PO

 

어쩃든 기다리는 수밖에.. 모스크바 공항이 깨끗하고 시설이 잘 되어있는데다 사람도 적어서 기다리는 동안 불쾌한 일은 없었다. 하지만 시간 때우는건 은근히 힘든 일이다. 캐리어에 읽을 책이랑 아이폰 충전기를 다 넣는 바람에 휴대폰 배터리도 얼마 없어서 음악 듣는 정도로 시간을 때워야 했다. 시간이라는 건 참으로 묘한 존재다. 어쩔 땐 1분 1초가 모자라서 속을 태울때도 있고 반대로 가끔은 남아서 여유부리며 몇 시간을 헛되이 보내기도 한다. 허탈하게도 오전엔 시간이 없어서 난리었는데 12시간이 지난 저녁엔 남아돌아서 3시간 넘게 공항에서 시간을 보냈다.

 

면세점 구경도 하고 사진도 찍고 와이파이 존에서 인스타그램으로 킬링타임. 꺄악 로마 부럽삼. 왜가는거야? 여행 잘하세요 등등 여러 종류의 댓글이 쏟아졌다. 댓글 달고 놀다보니 시간이 금방 갔는데 그중에 기억나는 댓글중에 달님이 인스타에서 메로나 사오라고 하셨다. 그.. 그런건 여기 없어..요..

 

 

 

 

     

  

  

 

 

눈이 좀 그치고 활주로 정리가 되자 출발 시각이 잡혔다. 무려 1시간 20분 딜레이.. 뭐 그래도 아까 눈 올때 생각하면 천만다행인데 작지만 꽤 시설이 좋은 알리탈리아(맞나?) 항공 비행기를 타고 3시간만에 로마에 도착했다. 기쁨도 잠시 로마공항은 출구 찾기 어려운 걸로 악명이 높았는데 아니나 다를까 같은 비행기에 딴 백형, 백누나들도 한참을 찾다가 결국 무사히 빠져나와서 픽업을 받아 민박집에 무사히 도착했다.

 

하루 하고도 반나절넘게 공항, 비행기, 기내식 삼위일체로 보내니 지쳐서 아무생각도 들지 않았다. 분명한 것은 내가 로마에 있다는 사실뿐. 그 사실만 인지한채 그대로 잠이 들었다. 참 아직 여행은 시작도 안했다.  

 

 

    

 

                                    테라스가 붙어 있던 로마의 스텔라호텔. 개인방이라 맘에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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