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쎄. 이 앨범을 어디서부터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너무 오랜만에 나온 정규앨범이라 좀처럼 짐작이 안가기도 하지만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아메리카>의 영화 포스터를 연상시키는 앨범 커버부터 시작해서 윤상의 신보는 여러가지 면에서 의문 투성이다. 최근 윤상의 음악 작업들과 이번 앨범의 결과물이 거리가 있어서 더더욱 그렇게 보일지도 모르겠다.
이번 6집 앨범에서 예전과 차이가 있다면 전에는 약간의 압박, 말하자면 새로운 음반사와의 계약으로 인한 흥행적인 부분이나 월드뮤직에 대한 관심으로 인한 강박관념 같은게 조금이나마 보였다면 이번 앨범은 그로부터 초탈한 듯 더욱 여유롭게 들린다는 것이다. 청자에 대한 기대감과 특유의 사운드적 욕심을 적절하게 조화시킨 앨범이라는 생각. 심각하게 뜯어보기에는 너무나 편안하며 가볍게 여기기에는 시작부터 마지막까지 뭔가 말로 표현 못할 상당한 힘이 느껴진다.
경쾌한 전자음으로 시작해서 파도 소리로 마무리 되는 ‘떠나자’에서 ‘소심한 물고기들’로 이어지는 초반부는 윤상의 장점인 물 흐르듯 이어지는 구성에 부합한다. 그리고 앨범의 후반부에 윤상의 아들과 박창학의 두딸이 다시 부르기도 한 ‘그땐 몰랐던 일들(이 노랜 윤상버전과 아이들 버전의 가사가 다르다)'은 평범한 멜로디지만 아직은 월드뮤직 스러운 퍼커션과 여러 사운드 이펙트의 사용으로 상당히 색다른 느낌이 든다. 그리고 오랜만에 다른 편곡 없이 피아노 연주만으로 완성한 ‘영원속에’ 역시 주목할 만한 곡이다.
역시 듣기 편안한 음악이 전부는 아니다. 빗방울이 뚝뚝 떨어지는 느낌이 드는 의도적으로 거슬리는 박자를 사용한 ‘편지를 씁니다’는 윤상의 사운드 메이킹에 대한 욕심과 끝없는 관심을 대변하며, 앨범의 타이틀곡인 ‘그 눈속의 내가’ 라던가 ‘My Cinema Paradise’는
그리고 앨범에서 ‘My Cinema Paradise’와 함께 가장 좋아하는 곡인 ‘입이 참 무거운 남자’는 역동적인 리듬을 사용했지만 예전 클리셰 앨범의 ‘Back to the Real Life’만한 긴장감은 느껴지지 않는다. 물론 ‘기억의 상자를 열다’ 같은 무거운 곡들도 있지만 앨범 전체를 감싸고 있는 기운은 편안함이라고 해야할꺼 같다. ‘능력에 비해 겸손하게 만든 앨범이다’ 라고 한다면 나름 어울리는 표현일 듯.
아무튼 <그땐 몰랐던 일들>
왜 몰랐을까. 윤상은 의식하지 않았던 때에도 항상 그 자리에 있었고 지금도 여유롭게 제 갈길 가는 사람이라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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