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8-99 시즌의 맨체스터가 전무후무한 트레블을 달성한것은 스쿼드나 팀내 분위기, 그리고 그로부터 나오는 경기력 모두 뛰어나기도 했지만, 경기 외적인 부분에서 뭔가 운이라고 할만한 극적인 요소가 상당부분 작용했던것이 사실이다. (물론 운이라고 치부하기엔 맨체스터의 경기력은 대단히 훌륭했다. 다만 중요한 순간, 큰 경기에서 이렇게 연속으로 극적인 골이 터지기란 정말 쉽지 않다는것을 강조하기 위함이다.)
리그 경기에서 마지막 경기인 토튼햄전에서 기가 막히는 역전극을 펼치며 당시 맨체스터 보다도 어떻게 보면 시즌내내 잉글랜드 내에서는 더 강한 전력을 보여줬던 아스날로부터 승점 1점차 우승을 확정지은것은 물론이고, 킨의 퇴장이후 시종일관 밀리던 라이벌 아스날과의 FA컵 4강전 재경기에서 긱스의 활약으로 승리한것과 그 여세를 몰아 뉴캐슬과의 FA컵 결승전에서 완승을 거두며 이미 더블을 기록한 것이 그 바로 좋은 예이다.
뿐만 아니라 맨체스터는 국내에서의 극적인 모습을 유럽무대 에서도 유감없이 보여줬다. 호나우도와 바지오가 건재했던 인테르 밀란은 물론 지네딘 지단의 유벤투스에게 모두 극적인 승리를 거두며 결승에 올라온것은, 결승전 상대인 뮌헨도 어느정도 부담이 되는것이 사실이었다.
하지만 당시 축구관계자들을 비롯해서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뮌헨의 우승을 점쳤다. 그 이유는 맨체스터가 킨과 스콜스의 경고 누적으로 출장하지 못하기 때문에 긱스-킨-스콜스-베컴으로 이어지는 강력한 미드필드 라인을 가동할 수 없었기 때문. 게다가 뮌헨은 반대로 에펜베르크를 비롯한 마테우스와 바슬러와 같은 베테랑 선수들이 모두 건재했다.
전문가들의 추측은 빗나가지 않았는데 누캄프에서 벌어진 결승전에서 뮌헨은 미드필더를 장악했고, 맨체스터를 상대로 우세한 경기력을 펼치며 시작 6분만에 바슬러의 골로 앞서간다. 그 후에도 위협적인 모습을 보이던 뮌헨이 골대를 두 번이나 맞추면서도 추가골을 기록하지 못한것은, 어떻게 보면 뒤에 있을 자신들의 패배에 대한 암시었을지도 모르겠다.
한편 경기력에서 열세였고 스코어도 0:1로 뒤진 상태였지만 맨체스터는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뮌헨을 밀어부치는데, 이에 대한 보상은 후반 45분이 지난 시각 맨체스터가 코너킥찬스를 얻어내면서 시작된다.
이미 정평이 나있던 베컴의 코너킥은 혼전상황에서 문전에서 벗어나는듯 싶지만, 뮌헨의 클리어링 미스로 볼은 긱스의 발앞에 가게 되고, 흔치 않은 긱스의 오른발 슈팅을 셰링험이 살짝 방향을 바꾸며 그야말로 극적인 동점골을 기록한다.
셰링험에게 있어서 98-99시즌은 매우 각별했다. 칸토나의 후임으로 맨체스터에 오게되었지만 '영혼의 짝' 요크와 콜에게 밀리며 큰 활약을 못한것이 사실이지만, 그의 진가는 큰경기에서 증명된다. FA컵 결승전 에서 동점골로 승리에 일조한것은 물론, 뮌헨과의 경기에서도 동점골을 넣으며 팀의 트로피를 가져오는데 있어서 셰링험은 가장 중요한 역할을 맡은것이다.
여기서 경기는 끝나지 않았는데, 1분여 후에 다시 한번 같은 자리에서 얻어낸 베컴의 코너킥을 '동안의 암살자' 슈퍼서브 솔샤르가 천금같은 결승골을 넣으며 그야말로 '인저리타임의 기적'이란 말이 어울리는, 믿어지지 않는 역전우승을 거둔다.
이 맨체스터의 우승이 가져다주는 의미는 단순히 챔피언스리그 우승 단 한가지가 아니다. 우선 맨체스터는 30여년만의 유럽대항전에서의 우승이었고, 퍼거슨감독으로서는 90년대 중반 유럽무대에서의 자신의 팀에 한계를 느끼고 시도한 리빌딩이 성공한것에 대한 성과물이 바로 트레블이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맨체스터의 우승은 잉글랜드 클럽으로썬 14년만에 유럽대회 정상에 서는 순간이었다. 이 경기가 중요한 것은 헤이젤 참사이후 오랫동안 침체기를 걸었던 잉글랜드 축구를 맨체스터의 우승을 통해 다시 정상에 올린 사건이라는 점이다.
경기를 마친후 환희에 가득찬 맨체스터 선수들과 반대로 뮌헨선수들의 반응은 극명하게 엇갈렸다. 짐승이나 다름없이 흐느꼈던 뮌헨의 에펜베르크는 물론이고 땅을 치며 울부짖는 뮌헨의 수비수 쿠포르의 행동은, 맨체스터 선수들이 우승컵을 흔들며 기뻐하는것과 대비되어 보는 이들을 더욱 안타깝게 만들었다.
이 경기후에 뮌헨의 베켄바워의 인터뷰가 참 인상적인데, 당시 승리가 거의 확정적이던 종료 직전, 베켄바워는 우승컵을 가지러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려가다가 그 3분 사이에 스코어가 뒤집힌것을 확인하고는 경악했다는 후문이다.
'클래식 매치' 카테고리의 다른 글
04-05 UCL Final Liverpool vs AC Milan (16) | 2007.05.20 |
---|---|
98-99 UCL SemiFinal 2nd Leg Juventus vs Manchester Utd. (3) | 2007.05.17 |
97-98 UCL 1st Match Stage Group C 1Round Newcastle vs Barcelona (4) | 2007.05.15 |
01-02 UCL 1st Match Stage Group E 6Round Celtic vs Juventus (1) | 2007.05.07 |
04-05 UCL Round Of 16 2nd Leg Chelsea vs Barcelona (2) | 2007.05.0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