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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란의 우승
두 번의 실수는 허용하지 않았다. AC밀란의 경기력은 리버풀에 비해 상대적으로 좋지 못했으나, 이들은 집중력과 경험에서 확실히 리버풀에 비해 앞섰고 결국 밀란은 클럽의 7번째 우승을 차지했다.
지난 04-05 시즌 이스탄불에서 당한 통한의 역전패에 대한 기억이 생생하게 남아있는 밀란에 있어서 이번 결승전만큼 좋은 리벤지 매치도 없었다. 무엇보다도 두 팀의 가장 큰 차이점은 밀란이 리버풀보다 노련했고, 그동안 갈아온 밀란의 복수의 칼날은 리버풀의 파상공세보다 훨씬 날카롭고 예리했다는 것이다.










보다 조심스러운 경기운영
우선 밀란과 리버풀의 매치업은 잉글랜드와 이탈리아를 대표하는 두 클럽의 맞대결로 많은 축구팬들의 이목을 집중시긴것은 물론, 지난 이스탄불의 명승부로 인해 경기에 대한 기대치가 그 어느 경기보다도 대단했다.
하지만 수비와 미드필더가 강한 두 팀의 경기에서 지난번처럼 골이 많이 터지지 않을것은 분명한 일이었고(필자는 2:1 밀란의 우승을 예상했다), 결국 한 골 싸움이 될꺼라는 것을 반영한듯 경기는 2년전 경기와는 달리 다소 수비적인 양상으로 흘러간다.



리버풀의 많은 준비
경기의 승부처는 바로 미드필더였다. 리버풀은 밀란의 최대 강점이자 핵심인 미드필더에 대처하기 위해 4명의 미드필더위에 쉐도우 스트라이커롤의 수행을 본직이 미드필더인 제라드에게 맡겼고, 결국 리버풀은 숫자 싸움에 우위를 보이면서 상대적으로 좋은 경기력을 보인다.
두 팀은 시작부터 미드필드를 기점으로 힘겨루기에 나서는데, 여기서 주목할 만한 것은 AC밀란의 미드필더를 상대로 오히려 리버풀이 우세한 모습을 보였다는것이다. 게다가 밀란 공격의 핵인 카카의 마크를 비롯해서, 상대의 전진패스 차단과 포백의 보호를 맡은 마스체라노는 최근들어 가장 좋은 플레이를 선보인다.
마스체라노의 활약을 바탕으로 오른쪽의 페넌트의 돌파와 미드필더들의 움직임이 활발하게 이루어지면서 전반전 리버풀의 경기력은 2년전 이스탄불에서의 그것과 대조적일 정도로 좋은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리버풀은 상당히 많은 득점 기회를 맞이하지만 강한 밀란의 압박과 적절한 태클로 인해 별다른 소득을 얻지 못한다.





안첼로티의 선택
반면 카를로 안첼로티 감독은 상대적으로 자신들보다 강한 면모를 보이는 리버풀의 측면을 봉쇄하기 위해 시도로프를 평소보다 후진 배치하며 4명의 미드필더로 리버풀에 맞섰지만, 이에 대한 결과는 생각보다 좋지 못했다.
우선 얀쿨로프스키의 오버래핑이 적절한 시점에 이루어 지지 못하며 페넌트에게 계속된 돌파와 크로스를 허용했고, 이는 수비적으로 많은 헛점을 노출하면서 암브로시니와 말디니에게 부담을 준다. 한국 나이로 불혹의 나이인 말디니에게 적지않은 체력적인 부담을 안긴 것은 무엇보다도 이러한 이유 때문이었다.
게다가 카카 보다도 팀의 전술에서 중요한 역할을 맡고 있는 시도로프의 컨디션이 좋지 못한 관계로 밀란은 공격의 실마리를 제대로 풀어가지 못한다. 번뜩이는 카카의 뛰어난 재능과 재치있는 기술로 밀란은 리버풀의 압박을 순간순간 극복하는 모습을 보였지만, 대체로 밀란이 보여준 경기력은 안첼로티에게 상당히 실망스러웠을 것이 분명하다.




경험과 전술로 경기력을 극복한 밀란
다만 밀란에게 있어서 긍정적인 것은 전반전에 크게 위협적인 찬스를 내주지 않은것은 물론실점을 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안첼로티 감독은 전반보다는 후반에 승부수를 던지는 것을 선택했던 것으로 보이는데, 여기서 밀란의 노련함은 여기서 명백하게 드러났다. 시작부터 거세게 밀고 오는 리버풀의 공세에 일일히 맞대응 하기 보다는 리버풀의 체력이 떨어지길 기다리며 날카로운 역습으로 보다 적은 찬스에서 승부를 가른 것이다.
이는 안첼로티 감독의 축구 철학이 반영된 처사였다. 보다 많은 볼 점유율 보다는 승리를 위한 필수적인 볼소유권과 찬스를 원하는 안첼로티의 경기운영은 적절했고, 이는 결국 승리로 이어졌다. 물론 인자기의 선제골로 경기를 보다 쉽게 이끌어 나간것은 그가 의도하지 않았던 행운이었다.
그리고 다른 포지션은 거의 예상이 가능했으나 두 감독의 차이는 원톱으로 기용한 선수에서 극명하게 엇갈렸다. 안첼로티가 모두의 예상을 깨고 필리포 인자기를 투입한 반면, 베니테즈 감독은 딕 카이트를 기용했는데, 노련함과 패기로 각각 대변되는 이 두 팀의 포워드는 결승전에서 모두 골을 기록했지만 우승을 가져다 준 건 바로 안첼로티 감독이 믿은 '경험' 과 '클래스' 였다.







인상적인 두 팀의 선수들
이 경기에서 빛을 발한 것은 바로 필리포 인자기와 알레산드로 네스타였다. 먼저 질라르디노 대신 선발 출장한 인자기는 '쓰나미도 피한 위치선정' 이라는 소문답게, 적재적소에서 특유의 위치선정으로 팀의 2골을 책임졌고 역시 밀란의 우승에 있어서 가장 큰 공을 세웠다.
인자기의 활약은 마치 그의 선배인 파울로 로시를 연상시키는 듯했다. 비에리의 힘과 체격조건, 델피에로의 드리블과 기술, 그리고 토티의 플레이 메이킹과 킥력. 그는 이 중에서 아무조건도 충족시키지 못하는 평범한 선수인 듯 보이지만, 특유의 위치선정과 골 결정력만으로 많은 단점을 모두 극복했고, 오늘 결승전에서도 차원을 달리하는 노련함으로 승부에 쐐기를 박았다.
그리고 결승전에서 가장 좋은 활약을 펼친 네스타는 독일 월드컵에서 부상으로 제대로 못 뛴 것을 만회하기라도 하듯이, 말디니와 함께 밀란의 강력한 중앙수비를 구축했고 이는 결국 우승으로 이어졌다. 경기중에 그가 선보인 깔끔한 태클은 그야말로 백미.
한편 리버풀에서 정말 칭찬을 아낄 수 없는 선수는 바로 마스체라노이다. 경기내내 카카를 괴롭히며 밀란의 공격을 혈혈단신으로 막아내는 한편, 사비알론소와 함께 리버풀의 중원을 책임지며 밀란의 강력한 미드필더를 무색하게 만들었다. 경기에 패한후 '그를 교체하지 않았다면?' 이라는 생각을 계속해서 떠올리는건 비단 필자뿐만이 아닐 것이다.







베니테즈의 패착
무엇보다도 이 경기에서의 의문점은 '왜 베니테즈가 크라우치를 선발로 내세우지 않았을까? ' 였다. 밀란과의 결승전에서 리버풀은 측면공격에서 분명 밀란보다 우위를 가지고 있었고, 게다가 리버풀은 중앙으로 연결된 크로스 이후 포스트 플레이에 이은 흘러나온 볼에 의한 득점을 여러차례 노렸다.
게다가 후반까지도 이어진 위협적인 페넌트의 크로스가 상당히 날카로웠다는 것을 본다면, '높이의 위력' 을 누구 보다도 잘 알고 있는 베니테즈 감독이 선택한 카이트라는 카드는 여전히 의문이 남는다.
또 한가지, 지적하고 싶은것은 경기내내 카카를 상대로 활약한 마스체라노의 교체이다. 이 경기에서 후반들어 페이스가 떨어진 페넌트 대신 마스체라노를 뺀 것은 리버풀의 2번째 실점으로 이어지며 화를 자초했다. 그만큼 알론소와 마스체라노 둘의 조합은 나무랄데 없이 좋았다.
물론 '더 나은 조커가 있었을까' 하는 반문을 하긴 힘들다. 하지만 결과론에 입각해서 볼 때 분명히 베니테즈의 크라우치 교체시점과 마스체라노의 교체는 문제가 있었고, 이는 리버풀에게 돌이킬 수 없는 결과를 가져다 주었다. 카이트의 골은 경기를 뒤집기엔 너무 늦었기 때문이다.












밀란의 7번째 우승
밀란은 02/03 시즌에 이어 7번째 우승을 차지하며 다시 한번 유럽무대에서 강한 모습을 축구팬들에게 각인시켰다. 비록 시즌전부터 여러가지 스캔들과 핵심전력인 세브첸코의 이적으로 고난을 겪었지만,이들은 호나우도의 영입으로 그 공백을 메꿨으며 챔피언스리그에서는 카카와 그외 노장 선수들의 활약으로 결국 시즌을 마무리를 훌륭하게 해냈다.
오늘 밀란의 선수들은 패기보다도 경험이 큰 경기에서 좋은 성적을 가져다 준다는것을 플레이로 보여줬으며, 챔피언스리그 우승으로 증명한것으로 여겨진다.
물론 결승전의 승부를 가른것은 분명 인자기의 결정력이었겠지만 그 조차도 경험과 집중력의 소산이었고, 리버풀에 비해 상대적으로 떨어지는 경기력을 극복한것은 보다 뛰어난 밀란의 경기리딩 능력이고 말디니를 비롯한 노장들의 투혼 덕분이었다.
이로써 밀란의 말디니는 5번째 우승을 차지했고, 이미 3개의 클럽에서 각각 모두 우승을 차지한 시도로프 또한 4번씩이나 트로피를 차지하는 전무후무한 기록을 세웠다.
돈 주고도 살 수 없는것이 '수준'과 '급'이고,이것은 축구판에서도 예외가 없는 진리이다.
누군가가 말하지 않았던가.
'컨디션은 일시적이지만 클래스는 영원하다' 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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