앙리가 바르셀로나 간댄다.

축구 이야기 2007. 6. 24. 01:01 Posted by 루이스피구


사용자 삽입 이미지


앙리 이적이 임박했다. 이미 양 구단 합의를 마쳤고 늦어도 화요일 쯤이면 공식적으로 확정된다고 하니 이제 며칠 후면 앙리는 더 이상 아스날 소속 선수가 아니다.

아스날 서포팅 한지 5년정도 됐는데 오늘은 그 중에서도 가장 충격적인 날이 아닐 수 없다. 예전에 맨유에게 더블을 당하고 작년 이맘때 바르셀로나에게 챔스 결승에서 진 것도 정말 앙리의 이적에 비하면 아무 것도 아닌거 같다. 그만큼 아스날에 있어서 앙리의 존재는 거대했다. 웃기는 것은 기다렸다는 듯이 또 앙리는 이미 팔았으니 어쩌고 저쩌고 말하는 사람도 있다는 것. 물론 맞는 말이긴 하지만 앙리 이적에 맞춰서 또 나불나불 떠드는 걸 보면 참 어이가 없을 따름이다. 생각이 있기는 한건지..

물론 앙리 문제는 데이빗 데인의 사임이후 여러가지로 어떤 일이 일어날지 모르는 상황이었기에 '좀 기다려보자' 하는 식으로 달관하고 있었는데, 막상 좋아하는 선수가 아니 클럽의 아이콘이자 캡틴이 스스로 떠난다니 억울한 기분까지도 든다. 굳이 비유를 하자면 가까운 동네인 리버풀의 스티븐 제라드나 첼시의 존테리가 다른 클럽으로 가는것이나 마찬가지 경우랄까.

아무리 경기장에서 직접 경기 한번 못 본 클럽이고 지구 반대편에 있는 축구팀을 응원한다지만 롯데 자이언츠 이후 '내 팀' 이라고 부를 수 있는 유일한 클럽이 이 지경에 이르니 참 심란하고 가슴이 먹먹하다. 정말 모르는 사람에게라도 위로받고 싶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앙리 이적과 관련해 우선 가장 크게 작용한 것은 앙리의 인터뷰에서 보듯 부회장인 데인의 사임이후 급격하게 불확실해진 클럽의 미래와 그로 인한 벵거의 재계약 문제일 것이다. (데인은 외국 자본 유치 문제로 얼마전 피터 힐우드 단장을 비롯한 여러 구단 관계자들과 마찰을 빚은 후 스스로 사임했다.)  

이 사람을 잘 모르는 사람이 있을까봐 조금만 언급한다면 아스날의 부회장은 물론 유럽 강호들의 실세인 G-14의 회장으로 강력한 영향력을 행사하던 유럽 축구계의 거물이다. 벵거 감독이 무명에 가까울때 일본에서 데려왔고, 그에게 거의 전권을 부여했다. 게다가 성적이 안좋을 때 벵거의 바람막이 역할을 한 인물이 바로 데이빗 데인이었으니 벵거의 거취와 이번 앙리 이적 문제에 데인의 사임이 가장 크게 작용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앙리는 자신의 나이와 클럽에 대한 미래를 놓고 재계약을 마친 이후에도 수없이 많은 저울질을 했을것이다. 작년 챔스 결승이후 앙리가 아스날에 남기로 마음을 굳힌 이유를 세가지 정도만 꼽아 본다면 그 첫번째에 자리 할 것은 분명 자신이 벵거 감독에게 진 빚 때문일 것이다. 그리고 두번째는 리그와 챔스에서 경쟁력을 갖춘 스쿼드, 즉 클럽에 대한 비전이다. 마지막으로는 물론 클럽에 대한 사랑과 자신을 응원하는 팬들 때문일듯 싶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하지만 그는 재계약을 하면서 일종의 '조건'을 달아 놓았다. 그것은 다름아닌 아스날의 스쿼드 수준과 팀 전력이 다른 클럽과 경쟁이 될만한 수준이어야 한다는 것. 하지만 클럽은 그 약속을 지키지 못했고, 아스날은 월드클래스의 선수는 물론 적절히 살 때 사야만 하는 필요한 선수마저 데려 올 수 없는 것이 분명했다.

게다가 자신이 존경하는 은사 벵거의 거취마저도 불확실한 지금, 앙리는 자신을 속인 클럽에 더 이상 남을 이유가 없었다. 아마도 벵거 감독은 이 부분에 대해 더 이상 할 말이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이것이 앙리의 이적으로 끝나지 않을것이라는데 있다. 만약에 벵거가 나간다면? 아스날의 존립 자체가 흔들릴 가능성도 적지 않다. 개인적인 생각으론 이게 모 아니면 도가 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 앙리의 이적은 구단 수뇌부에 대한 일종의 '협박' 이자 아스날에서의 벵거의 마지막 '도박'일 것이다. 성공하지 못한다면 말 그대로 '쪽박' 차는거고.

사용자 삽입 이미지

사실 솔직히 말하자면 난 베르캄프 시절부터 서른살 넘은 선수 1년씩 계약연장 하는것 만큼은 클럽의 최대악습이라 여겼다. 안그래도 다른 스포츠에 비해서 워낙 선수 생활이 짧은 축구선수를 놓고 1년계약이라니.. 허나 클럽의 방침이라면 어느정도 이해는 할 수 있다. 하지만 재작년 캡틴인 비에이라의 이적은 물론, 가장 좋아하던 그리고 아스날을 좋아하게 만든 피레스가 작년에 나가면서 반감은 극도에 이르렀다.

하지만 그래도 처음 좋아하게 된 축구클럽인데.. 축구를 본격적으로 보게 된 이유인데 하면서 참았었다. 사실 무슨 다른 방법이 있는것도 아니지 않는가. 지구 반대편에서 TV 앞에서나 겨우 응원하는 주제에 그냥 잘 되길 바라는거 밖에 무엇을 할 수 있겠는가.

다만 이번 만큼은 경우가 다르다. 이건 분명 서포터로서 정체성과 관련된 문제다. 스스로 빅클럽이 아닌것을 인정하는 듯한 클럽을 서포터는 어떻게 받아 들여야 할까. 오죽하면 내가 당분간 활동을 안하겠다고 못박은 곳에 다시 가서 사실여부를 확인하고 아픈 감정을 털어놓았겠는가..


사용자 삽입 이미지


어쨋든 한 시대가 모두 끝났다. 이제 두번이나 더블을 해내고 무패행진을 달리던 아스날은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다. 아스날에서 가장 좋아하는 선수는 아니었지만, 앙리는 아스날 역사상 최고의 선수중 하나였다. 그리고 최다 득점자이고..

다만 앙리가 바르셀로나 셔츠를 들고 플래쉬를 터뜨리지 않은 이상 앙리는 아직 아스날의 선수이다. 그때까지는 아쉬운 감정 드러내지 않겠다. 그리고 '작년에 팔았으면 더 비싼값에 팔지 않았겠느냐' 이런 소리는 할 필요 없다. 그는 돈으로도 살 수 없는 선수니까.. 그래도 아무리 나이가 꽉 찬 선수라지만 이렇게도 거품 낀 이적시장에서 그렇게나 싼 가격에 다른팀으로 가는건 참 어처구니가 없을 따름이다.

분명 앙리는 라리가에서도 성공할 것이다. 클래스에서 조금 떨어진다고 보는 카누테나 포를란의 성공은 물론 페이스가 떨어진 반 니스텔루이가 맹활약한 라리가에서 티에리 정도의 스트라이커면 충분히 득점왕이 가능하다고 확신한다. 이런말 하기 뭐하지만 바르셀로나는 아마 그가 뛰기에 최적화 된 팀이 아닐까 싶기도 하다.

참 중요한 한가지 사실이 있다. 이 시간 이후로 좋아하는 클럽 리스트에서 바르셀로나가 영원히 사라질 것이라는 것.이유는 여러가지다. 다만 확실한건 이제는 좋아하지 않는다는것 그것뿐이다. 내가 좋아했던 바르싸는 이제 더 이상 없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아스날의 경기를 직접 본사람들과 몇번 대화를 나눠봤는데, 언제나 화제는 앙리였던 기억이 있다. 정말 절실히 골이 필요할때 언제나 그 기대에 보답하던건 앙리였다면서. 아스날의 플레이를 경기장에서 보면 앙리만큼 눈에 들어오는 선수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그리고 그의 플레이를 직접 보게 되면 팬이 될 수 밖에 없다고..

아무튼 떠나는 선수에겐 축복을 해주고 싶다. 진심으로 그가 못 이룬 타이틀도 따냈으면 한다. 정말 어디를 가든지 그 걸음마다 행운이 깃들길 바란다. 그리고 앙리에게 이 말 한마디 하고 싶다. 그동안 거너스로 뛰어줘서 고마웠다고..

비 온 뒤에 땅이 굳고 무지개가 뜨는것과 마찬가지로, 선수가 떠나고 감독이 관두더라도 다른 선수가 영입되며 클럽의 역사는 계속된다. 실망은 크다만 마찬가지로 나의 아스날에 대한 사랑도 지금까지와 마찬가지로 계속 이어갈 것 같다.

당신이 거너스라면 다른 클럽팀을 응원할 수 있을까? 난 도저히 다른 클럽을 아니 어떤 선수라도 아스날보다 우선순위에 놓을 자신이 없다. 난 거너스니까.. 난 거너스니까.


사용자 삽입 이미지

,
댓글 구독이 염통을 숨쉬게 합니다
BLOG main image
항상 엔진을 켜둘께
여행과 일상 그리고 음악과 영화
by 루이스피구

카테고리

분류 전체보기 (372)
일상다반사 (19)
나들이 (1)
(0)
국내 식당 (0)
국내 여행 (1)
유럽 여행 (15)
한 곡의 여유 (83)
한번에 다섯장 (11)
음악 이야기 (42)
음반 리뷰 및 소개 (99)
도서 (2)
영화 (30)
공연/예술 (7)
야구/스포츠 (1)
축구 이야기 (16)
클래식 매치 (10)
경기 리뷰 (34)
TNM textcube get rss

최근에 올라온 글

최근에 달린 댓글

최근에 받은 트랙백

항상 엔진을 켜둘께

루이스피구's Blog is powered by Tattertools / Supported by TNM
Copyright by 루이스피구 [ http://www.ringblog.com ]. All rights reserved.

Tattertools TNM DesignMyself!
루이스피구's Blog is powered by Textcube. Designed by Qwer999. Supported by TN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