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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경기전에 히딩크가 저번 경기처럼 할꺼 같으면 시작할 필요도 없다고 했는데 이번에도 마찬가지로 스페인이 세골차로 3:0 완승을 거뒀다. 전반만 놓고보면 두팀은 거의 팽팽했고, 오히려 활동량이나 점유율은 러시아가 높았다. 포제션을 중시하는 스페인에게 러시아가 전반에는 오히려 점유율이 앞선 것만 보더라도 러시아가 얼마나 경기를 잘 했는지 알 수 있다. 하지만 모든 상황은 후반에 완전히 뒤집힌다. 스페인의 두명의 선수가 경기 결과를 바꿔놓았다.  

2. 아라고네스는 러시아의 엄청나게 빠른 공수전환을 경계하면서도 결승행에 자신감을 나타냈다. 스페인이 러시아보다 나은것은 미드필더들의 뛰어난 위치선정과 순간침투능력, 포워드와 미드필더들의 공격작업시 유기적인 움직임, 그리고 마지막으로 필드에서 뛰는 선수들의 기본적으로 뛰어난 개인기량이다.

스페인은 후반전에 이번 대회에서 가장 좋은 경기력을 선보였다. 스페인의 핵심은 싸비와 세나. 공수의 핵인 싸비를 중심으로 스페인 미드필더들이 패스를 뿌려주기 좋은 위치에 자리잡으면서 계속해서 트라이앵글을 만들어가는 과정은 정말 매끄러웠다. 스페인의 경기를 보시는 분은 다른선수 보다도 싸비가 공을 잡은 이후 어떤 방식으로 조직을 형성하고 공격을 전개해 나가는지 유심히 보시길 바란다. 싸비 에르난데스는 제 역할을 다 하면서도 플레이에 군더더기가 거의 없으며 패스 성공률 또한 매우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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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이 경기의 변수는 바로 날씨. 비가와서 타격이 큰 것은 경기 스타일에 있어서 체력 소모가 대단히 많은 러시아였고, 이는 러시아의 양 풀백과 윙어의 기동력 저하와 관련이 깊다. 러시아는 측면 공격이 경기력을 크게 좌우한다. 물론 패싱게임을 하는 스페인 역시 영향을 받은건 사실이지만 워낙 테크니컬한 선수들이라 큰 문제는 없었다.

비야의 부상은 스페인에게는 오히려 행운이었다. 그리고 아라고네스가 지금껏 해온 것을 미루어볼때 비야의 부상이 아니었다면 후반 시작과 동시에 토레스를 교체 했을테지만 스페인은 결과적으로 세스크가 빨리 투입되면서 일찌감치 경기 주도권을 가져올수 있었다.


4. 러시아가 이미 조별리그 경기에서 스페인에게 완패할때도 스페인의 측면에서 중앙으로 들어오는 쓰루패스에 농락을 당했던걸을 상기시켜 볼때, 히딩크가 러시아의 포백을 보호해주는 세마크를 시체프와 교체한 것은 굉장히 위험한 도박이었다.

러시아는 실점을 할 경우 수비라인 자체가 무너지는 약점을 조별리그 스페인 전에서도 드러냈었다. 게다가 센터백인 콜로딘을 네덜란드전에서 잃은 것은 러시아에게 의외로 큰 손실이었던거 같다.

5. 오늘 경기 결과가 이렇게까지 벌어진 것은 역시 스페인의 이니에스타와 세스크 파브레가스 덕분이다. 이니에스타는 선취골을 어시시트 한것은 물론 팀의 세번째골의 시발점 역할을 했고, 그리고 세스크는 두번째, 세번째 골을 모두 어시스트 했다. 특히 구이사의 골에서 상대 오프사이드 트랩을 절묘하게 깨는 세스크의 원터치 패스는 정말 기가 막힐 정도. 물론 오늘 경기에서는 라모스와 세나가 굉장히 잘했다. 하지만 개인적으로 경기 흐름 자체를 바꿨다는 점에서 세스크를 MOM으로 뽑고싶다.

일반적으로 더블 볼란치에 서는 중앙 미드필더들을 야구에서 투수에 비유하자면 속구와 커브 정도만 잘던지는 정통파 투수라고 할 수 있다. 이런 선수들의 약점은 압박능력과 피지컬은 좋지만 전진패스 능력은 그렇게 좋은 편이 아니다. 반대로 기존의 스페인 미드필더들은 속구의 구속은 느리지만 포크볼과 슬라이더 체인지업 모두 구사가 가능한 기교파 투수에 가깝다. 하지만 이런 선수들은 '힘' 과 '스피드'를 무기로 내세우는 팀들과의 대결에서는 젬병이다.

세스크는 기존의 스페인 미드필더들과도 또 다른 스타일이다. 패싱게임을 하는 팀에도 물론 잘 어울리지만 상대가 거칠게 압박이 들어가도 수비 부담이 덜하다면 자신의 힘으로 직접 경기 흐름을 바꿀 수 있다. 아마 세스크가 투입되고 나서 스페인의 공격이 살아난 것은 이런 부분과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본래 스페인은 지공에 능한 팀이다. 아라고네스 축구의 핵심인 싸비는 좀더 밑선에서 스페인 공격의 시발점 역할을 하면서 볼배급을 해준다. 반면에 세스크는 공격템포 자체를 빠르게 하면서 기회가 나면 2선에서 기습적인 침투를 통해 직접 골을 결정짓거나 마지막 패스를 넣어주는 롤을 맡고있다. 만약 싸비와 함께 세스크를 동시에 기용한다면 스페인은 경기를 안정적으로 운영하면서도 역습의 스피드를 더욱 빠르게 할 수 있다. 이것이 오늘 경기의 포인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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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아라고네스는 이 경기만 놓고보면 스페인 현역 최고의 감독 소리를 들을만했다. 지난 독일 월드컵 얘기를 잠깐 하자면 스페인은 16강전에서 뒷공간을 내주는 축구를 하며 완패했다. 기본적으로 압박요원(세나를 뜻함)이 없는 상태에서 수비라인 마저 끌어올리는 축구를 하며 프랑스의 역습에 자멸했던 것.

하지만 이 대회들어 아라고네스는 전체적으로 수비라인을 내리며 상대 공격수들의 활동반경을 제한하는 방식을 사용한다. 이러한 전술은 특히 역습에 능한 러시아전에서 빛을 발하게 된다. 스페인은 전반전에는 점유율 자체를 늘리기 보다는 굉장히 컴팩트한 조직으로 러시아의 측면을 봉쇄하며 동시에 다비드 비야와 토레스의 빠른 스피드를 활용한 역공에 총력을 기울였다. 그리고 스페인은 비야가 아웃된 이후 세나를 후위 배치하면서 4-1-4-1로 전환했는데 이것은 오히려 스페인에 전화위복이 된다.
 
 아라고네스는 러시아의 왼쪽 라인의 기동력이 후반들어 현저하게 떨어진 것을 간파하고 다비드 실바와 이니에스타의 위치를 바꾸고 세나를 좀 더 후위에 배치, 그리고 라모스는 마음 놓고 오버래핑을 시도하며 실바와 함께 오른쪽을 공략한다. 라모스는 스페인에서 사실상 오른쪽 윙이고 다비드 실바는 드리블러 이면서 패서이고 동시에 피니셔이다. 이 두 선수와 함께 세스크까지 오른쪽 라인을 연쇄적으로 공략했고 결국 러시아는 수비라인이 헐거워지며 완전히 무너졌다.

 이 경기에서 러시아는 이상할 정도로 백코트 속도가 느렸고 지르코프만 제외하면 수비가담이 현저하게 적었다. 체력이 떨어지면서 스스로 무장해제를 한 거나 마찬가지. 결국 이것은 다비드 실바가 자유롭게 뛰어다닐 수 있는 무대를 러시아가 마련해준거나 다름없다.  

7. 아라고네스는 선제골을 넣은 이후에도 과감한 교체를 한다. 이 부분에서 주목해야 할 것은 아라고네스의 교체 타이밍이다. 사실 개인적으로 아라고네스가 전술에 있어서는 대단한 감독이라 생각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선수장악능력이나 용병술 만큼은 정말 뛰어난거 같다.

아라고네스는 후반 중반에 추가골이 필요하자 원톱으로는 기대에 못미친 토레스를 라리가 득점왕 구이사로 교체, 싸비 에르난데스를 사비 알론소로 바꾸면서 세스크 파브레가스를 좀 더 앞선에 배치하며 4-4-1-1로 전형을 바꾼다. 안정적인 경기운영과 추가골이 동시에 필요한 시점에서 탁월한 활동량과 롱볼 능력을 갖춘 사비 알론소라는 카드는 굉장히 적절한 선택이었다.

4-1-4-1 이나 4-4-1-1 이나 어떻게 보면 둘다 4-5-1 인건 마찬가지지만 세스크와 세나의 역할은 선수교체 이후 완전히 바뀌었다. 어쨋든 사비 알론소와 구이사를 투입한 이후 스페인은 10분도 안되서 연속골을 넣는다. 스페인의 두번째, 세번째 골은 모두 작품. 이 추가골들은 마법사 히딩크가 더이상 손을 쓸 수 없는 지경에까지 이르게 만들었다.    

아무래도 이 게임은 그 어떤 경기보다도 선제골이 중요했고 체력 소모가 많은 러시아가 먼저 골은 먹은것은 너무나 치명적이었다. 이번 대회의 특징은 선취골을 넣는팀이 경기를 이길 확률이 거의 90프로 가까이 된다는 점. 예외는 터키 하나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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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에이스인 아르샤빈의 컨디션이 별로 안 좋았던것은 러시아에겐 악재였다. 눈꼽만큼이나마 러시아를 더 응원했는데 히딩크가 이번에도 4강 징크스를 깨지는 못해서 많이 아쉬움이 남는다.  히딩크는 지고 있을때 대패하는 것에는 별로 신경을 쓰지 않는 감독이다. 0:1로 지나 0:3으로 지나 스코어는 크게 중요하지 않다

하지만 히딩크는 분명히 대단한 감독이지만 밸런스를 무너뜨리면서까지 모험을 했을때 상대에게 간파당하면 완패를 하는 단점이 있다. 이번 경기에서도 마찬가지였다. 그리고 다른분 블로그에서 히딩크 축구는 피지컬의 비중이 큰만큼 4강이 한계라고 한적이 있는데 내 말대로 된거 같아서 씁쓸하다. 물론 4강에 오른것도 정말 대단한 성적이지만..

9. 스페인은 24년만에 유럽 선수권대회 결승전에 진출하면서 44년만에 우승을 노릴 수 있게됐다. 스페인의 승리보다도 내가 기뻤던 것은 챔스 준우승에 월드컵 8강탈락 그리고 4년째 리그 무관에 그친 세스크 파브레가스가 지난 이탈리아 전에서 마지막 승부차기 키커로 팀을 4강으로 직접 이끌었고 이번 러시아에서도 대활약으로 스페인의 결승진출에 큰공을 세우면서 지금껏 쌓였던 한을 풀었기 때문이다.

앞으로도 이 친구가 얼마나 발전하느냐에 따라서 아스날의 미래가 달려있기에 그의 활약은 서포터 입장에서는 정말 기쁠 뿐이다. 03-04시즌 리저브 경기부터 지금까지 5년째 쭈욱 지켜보고 있는데 성장하는 걸 보고 있으면 밥을 안먹어도 배부르다고 해야할까.. ㅎㅎ  

10. 아무튼 결승전은 이번대회 내내 좋은 경기력을 선보인 스페인과 들쭉날쭉 하지만 꾸준히 골을 넣으며 결승까지 올라온 독일의 대결. 내가 보기에 고공축구를 하는 독일은 스페인에게 쥐약이나 다름없다고 보는데 또 스페인이 워낙 조직력이 좋아서 어떻게 결과가 날지는 도저히 예측이 불가능하다. 분명한 것은 결승전 경기는 거의 모든 팬들이 원하던 꿈의 매치업이라는 것.


P.S  펠레는 대회 시작전에 스페인의 우승을 점쳤고 독일에겐 준우승의 신화 발락이 있다.
       과연 누구의 저주가 더 강할지 지켜보는 것도 재미있을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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