효율적인 축구로 승리를 거둔 독일

                                                 

                                            축구는 골로 모든 설명이 가능한 스포츠다.                    


1. 이번 유로 2008의 가장 두드러진 특징은 스피디한 공격축구의 부활이다. 더 정확하게 말하자면 '빠른 공수전환을 통한 능동적인 카운터 어택의 득세'라고 볼 수 있겠다. 경기의 주도권을 내주지 않으면서도 역습시 빠른발을 가진 공격자원들을 활용해 한두번의 날카로운 패스로 골을 만들어내는 팀들이 대회에서 선전하고 있다.  

2. 독일은 다른팀들이 가진 날카로운 카운터어택 능력에 하나 더 추가해서 가공할만한 '높이'를 갖춘 팀이다. 단순하면서도 효율적인 독일의 고공 축구는 상대에겐 가장 큰 위협이다. 독일의 뢰브 감독이 셋피스 상황에서 자신의 팀원들에게 주문한 것은 바로 이런것일 테다. '상대 골리와 수비수 사이의 빈공간을 파고들어라. 느그들은 오프사이드만 조심하면 된다'.

독일 포르투갈

               오늘 무려 12킬로미터를 뛴 발락과 주로 왼쪽에서 활로를 연 포돌스키의 활동영역 


3. 오늘 독일의 선발 라인업은 4-4-2로 소개됐지만 사실상 4-5-1에 가까웠다. 위에 자료에서 볼 수 있듯이 포돌스키는 주로 좌측에서 포워드와 왼쪽 사이드를 겸하면서 독일의 기동력을 끌어올렸다. 뢰브는 그동안 부진했던 고메즈를 빼고 포돌스키와 슈바인 슈타이거를 양 사이드에 배치했는데 이는 미드필드를 강화하면서 측면도 동시에 활용할 수 있는 포석으로 보인다.

 뢰브감독은 오스트리아전과 크로아티아전에서 독일에게 가장 부족했던 부분을 분명하게 캐치한듯 싶다. 독일의 불안 요소인 프링스의 공백은 롤페스가 잘 메꿔줬음. 올해 분데스리가에서 가장 인상적인 활약을 한 선수를 꼽으라면 첫번째는 리베리, 두번째는 토니 그 다음은 바로 롤페스다. 뢰브가 진작에 이 선수를 주전으로 썼어도 최소한 프링스 만큼은 해줬을 것이 분명하다.  

4. 경기전에 포르투갈의 스콜라리는 이런 인터뷰를 했다.  "우리가 가장 걱정하는 부분은 상대의 셋피스 상황이다. 우리는 키가 작지만 잘 극복해낼 것이다." 스콜라리가 염려했던 부분은 실전에서도 그대로 적중했다. 내가 포르투갈과 체코전 포스트에서 셋피스에서 맨마킹이나 측면에서 올라오는 크로스처리에서 나은 모습을 보여주지 못할 경우 포르투갈이 위험한 상황을 초래할 수 있다고 지적한바 있지만 이 경기에서 포르투갈은 그런 부분을 제대로 해결하지 못했다.

사실상 경기를 마무리 짓는 발락의 골은 물론 클로제의 골도 모두 독일의 셋피스 상황에서 나왔고 실점장면에서 포르투갈은 스콜라리가 억울한 표정을 지을정도로 맥없이 골을 먹었다. 특히 무인지경에서 터진 클로제의 골은 포르투갈로선 아무 변명도 못할만한 상황.

5. 오스트리아 전에서 뢰브감독이 퇴장당한 이유로 대신 포르투갈전에서 감독대행을 맡은 독일의 수석코치 한스 디에터 플릭은 내기에서 '독일이 세트피스로 득점한다'에 돈을 걸었다고 한다. 그만큼 독일은 이 경기에서 높이에 자신이 있었다는 소리.  

독일 포르투갈

6. 저번 포르투갈과 체코전 포스트 를 쓰면서 마지막에 스콜라리의 첼시행을 잠깐 언급한 적이 있다. 경기 외적인 부분에서 포르투갈의 불안요소는 바로 이 부분이다. 체코전 승리로 8강에 진출, 계속해서 상승세를 탈 수 있는 상황에서 스콜라리의 첼시행 발표는 팀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을만한 소식이었다. 결국 포르투갈은 스위스전 패배에 이어 오늘 경기까지 패했다.

7. 포르투갈의 집중력은 전 경기들에 비하면 형편없었다. 경기 전체를 놓고 볼 때 끝까지 경기를 포기하지 않았고 결국 한골차로 따라잡긴 했지만 셋피스 수비시에 두번 다 상대의 키플레이어들을 어이없게 놓쳤다. 그리고 히카르도는 페널티킥을 막는데 있어서는 탁월한 능력을 가졌지만 공중볼 처리 능력이 상당히 나쁘다.

8. 역시 포르투갈이 토너먼트에서 좋은 성적을 내기 위해선 경기 컨디션을 8강, 4강으로 맞출 필요가 있어보인다. 크리스티아노 호나우도 역시 마찬가지. 상대 레벨이 차이가 있긴 하다만 조별 리그에서 보여준 경기력을 계속 이어가지는 못하는 모습이었다. 포르투갈의 장기인 상대보다 많은 포제션과 측면공격을 이용해서 공격전개시 조금이라도 단순하면서도 정교하게 공격작업을 할 필요가 있었다.

포르투갈은 독일전에서도 포르투갈은 포제션은 경기내내 유지했지만 상대진영에서의 패스성공률이 터키나 체코전에 비해서 떨어졌고 중원에서 독일의 강력한 피지컬에 밀리며 마지못해 사이드로 우회하는 모습이 많이 보였다. 호나우도는 경기 끝나고 레알 마드리드 가고 싶다고 하던데 어떻게 되는지 지켜보는것도 재미있을듯.

포르투갈 독일 호날두

9. 역시 독일은 토너먼트의 강자다웠다. 지난 두번의 대회 (유로 2000, 2004) 모두 조별리그에서 쟁쟁한 팀들에 밀려 탈락했지만 이번에는 토너먼트에 들어서면서 강력한 포스를 자랑했다. 이 경기에서 독일의 가장 큰 소득은 포워드인 클로제가 득점한 것과 부진했던 발락과 슈바인 슈타이거가 살아난 것이다.

독일은 오늘경기포함 이번대회에서 치른 4경기중에서 오늘 가장 좋은 경기력을 선보였다. 결과는 펠레 스코어에 점유율은 4:6으로 독일이 포르투갈에 많이 밀렸지만 내가 보기에 이 경기는 상당히 효율적인 경기를 한 독일의 완승이다.  

경기력보다도 더 인상적이었던건 승부를 결정짓는 발락의 골이 들어가고 나서 독일이 체력소모를 줄이기 위해 경기 템포를 서서히 떨어뜨린 것이다. 독일은 다음경기에 경고누적으로 못나오는 선수가 하나도 없다. 이길 줄도 알지만 토너먼트에서 가장 필요한 부분인 '전력손실'을 최소화 하는 모습. 역시 독일 답다.

10. 이 경기의 MOM은 당연히 1골 2어시스트를 해낸 슈바인슈타이거지만 사이드와 중앙을 오가며 활발하게 움직인 포돌스키와 롤페스와 함께 데코를 봉쇄하며 중원을 장악한 발락의 공이 더 크다. 오늘 발락은 정말 막을 사람이 없을 정도로 굉장히 잘했다.

개인적으로 발락을 굉장히 높게 평가하는데 이 선수는 뛰어난 피지컬을 바탕으로 한 중원 장악력에 숏패스, 크로스, 중거리슛 능력을 기본으로 갖췄고 탑 클래스의 포워드 이상으로 공중전에서도 강하다. 모든 감독들이 선호할만한 미드필더. 물론 이것은 기복이 없다는 전제하에서다. 스콜라리가 첼시에서 발락을 어떻게 활용할지 궁금하다.

독일의 우승은 독일의 공격루트를 다양하게 열어주며 기동력도 끌어올릴 수 있는 발락과 포돌스키 이 두명의 선수에 달려있는 듯하다. 거기에 슈바인슈타이거와 클로제까지 살아난다면 전차군단은 계속해서 오늘과 같이 막강한 모습을 이어갈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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