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 vs 러시아  하이라이트



  BBC 분석. 미드필더들의 포지셔닝, 침투가 끝내줬다 이 말씀. 이들이 만드는 트라이앵글과 스루 패스를 보라.





1.  D조는 무적함대 스페인, 잉글랜드를 탈락시킨 러시아 그리고 디펜딩 챔피언이자 수면축구의 달인 그리스, 마지막으로 바이킹의 후예 스웨덴으로 구성된 또 하나의 죽음의 조. C조만큼이나 8강진출팀을 예상하기 힘든 D조경기를 포기하긴 힘들었다.

스페인과 러시아의 경기는 D조 경기중에서도 가장 기대했던 경기다. 아무래도 스페인의 경기력에 대한 것도 기대가 됐지만 히딩크가 러시아를 얼마나 좋은 팀으로 만들었는지도 궁금했기 때문.

2. 히딩크는 탑클래스의 팀보다는 그보다 약간 전력이 약한팀을 조련하는데 있어서 탁월한 능력을 발휘하는 감독인데 이번 유로 2008보다는 다음 남아공 월드컵에서의 성과를 목표로 하기땜에 예선에서 잉글랜드를 탈락 시킨것만으로도 제몫은 충분히 했다고 본다.

3. 스페인은 잘할 때는 게임을 하는 착각을 불러일으킬 정도로 눈이 즐거운 팀이지만 경기가 안풀릴때는 그야말로 패스만 하다가 집에간다. 지난 독일 월드컵에서도 본선에 올라와 앞선 3경기에서는 신나게 잘하다가 16강에서 늙은 수탉 프랑스를 상대로 '지네딘 지단의 은퇴경기가 될 것이다' 이러다가 지네들이 먼저 짐을싸서 돌아간 경력이 있다.    

개인적으로 스페인은 전력 그 자체보다도 메이저 대회에 임하는 자세부터 바뀌어야 하는 팀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챔피언스리그나 웨파컵 등에서 빅경기를 많이 치룬 선수들이 많지만 아무래도 '스페인' 이라는 팀의 구성원이되면 토너먼트 경기에서 제 실력을 발휘못하는 경우가 많았다. 그렇기 때문에 지금까지와는 조금 다른 접근법이 필요하다. 말하자면 토너먼트에서 위로 올라갈 수록 컨디션을 끌어올리는 능력을 키워야 한다 이거임.

4. 러시아는 예선이나 최근 평가전 경기를 못보고 하이라이트로만 대충 봤었기 때문에 분석따위를 할 수 없었지만 아무래도 전반에 실점을 하지 않고 경기를 끌어간다면 셋피스상황에서 의외의 골로 대어를 낚을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스페인 중앙수비는 공중볼 처리가 상당히 나쁘고 무게감에서도 다른 우승후보들에 비해 떨어진다.  

5. '꼰대' 할아고네스(영감님 놀려서 죄송..) 감독은 과감하게 라울과 같은 기존의 스타플레이어들을 제외하면서 우승에 대한 집념을 불태웠다. 사실 이부분은 원톱을 기본 포메이션으로 삼는 시스템상의 문제로 뺀 것이지만 내생각에 이 영감님이 라울에 대한 배신감도 무시 못하리라 생각한다. (라울은 나도 팬이긴 하지만 제외하는게 맞다고 본다) 아라고네스는 라울을 신임하고 부임내내 기용했지만 라울은 국대에서 보여준것이 없다. 아이러니하게도 그의 마음에서 라울이 생략된 이후에 라울은 리그에서 부활.. ㅡㅅㅡV    

할아고네스는 앙리를 까는 발언을 하기도 했고 라울을 제외하는등 축구팬들에게 욕도 많이 먹었지만 개인적으로 이 영감탱이는 스페인의 현역 최고의 감독이라 생각한다. 오늘 경기에서 히딩크가 우려했던 부분만 공략했던것을 봐도 충분히 높게 평가할만한 역량을 보유하고 있다고 해야겠다.

6. 경기를 보자면 실전 위닝 일레븐 체험기를 써도 될 정도로 굉장히 매력적인 축구로 스페인이 러시아에 승리를 거뒀다. 전형적인 측면 요원을 생략하고 중앙지향적인 미드필더 4명과 투톱을 사용하는 4-4-2를 선택했는데, 스페인 시스템의 가장 핵심적인 인물은 바로 싸비 에르난데스다. (왜 이런말을 하는지는 싸비의 패스 성공률을 보면 알 수 있다)

 놀라웠던 것은 세나를 제외한 스페인의 미드필더들과 투톱, 그러니까 상당히 공격의지가 강하고 침투능력이 탁월한 5명의 공격자원들이 유기적으로 움직이면서 단점을 상쇄한다는 점이었다. 싸비-실바-이니에스타 이 세명의 연계와 순간 침투는 기가막혔다. 특히 스페인의 전매특허인 쓰루패스는 혀를 내두를 정도.. ㄷㄷ

그리고 토레스와 비야가 동선이 겹치지 않도록 움직이고 오버래핑에 가담하는 두명의 사이드백 카프데빌라와 사실상 윙어에 가까운 오른쪽의 라모스가 함께 측면을 공략하는 모습은 상당히 인상적이었다. 물론 라모스의 경기력은 생각보다 훨씬 별로였지만..  

7. 러시아는 키 플레이어인 아르샤빈이 부상으로 빠졌고 스페인과의 경기초반에는 골대를 맞추는 등 운도 잘 따르지 않았다. 아마 아마 아르샤빈이 있었다면 히딩크는 라모스의 뒷공간을 노리고 계속해서 공략했을 가능성이  크고, 초반에 골을 넣었다면 경기양상 자체가 다르게 흘렀을텐데 아무래도 선수들이 너무 얼어있었던게 아닌가 싶을정도로 전체 선수들이 제 기량을 발휘하지 못했다.

후반에 히딩크는 쓰리백으로 전환하면서 미드필드를 강화, 주도권을 잡으려고 했지만 스페인이 포제션을 유지하기위해 세스크와 알론소의 투입, 4-5-1로 볼 소유권을 다시 늘렸고 결국 승리를 굳히는데 성공한다. 이 부분에서 인상적인건 자유자재로 쓰리백과 포백을 쓸 수 있는 히딩크의 전술운용능력이다. 현역 감독중에 포백과 쓰리백 모두 완벽하게 구사할 수 있는 감독은 마르첼로 리피, 파비오 카펠로, 디노 조프, 스콜라리 그리고 거스 히딩크 정도밖에 없다.  

스페인:러시아 경기에서 러시아가 쓰리백으로 바꾸는거 보면서 옛날 한일월드컵 생각 좀 나더라. 예전에 한일 월드컵 스페인전에서 히딩크가 쓰리백 -> 포백으로 전환 하면서 왼쪽에서 이을용이 호아킨에게 신나게 털리던거 기억남..

8. 히딩크의 과제는 3가지이다. 센터백 라인의 완성과 역습의 형태를 얼마나 더 날카롭게 하느냐는 것과 그리고 미드필더들의 실수를 줄이는 것이다. 러시아가 만들어가는 장면들은 좋았고 경기초반 페이스는 스페인과 대등했지만 피니쉬가 날카롭지 못했고 특히 수비에서는 센터백들이 영리한 스페인의 투톱을 상대로 오프사이드 트랩을 제대로 가동하지 못했다.

마지막 경기까지 봐야 하겠지만 아무래도 히딩크가 마법을 발휘하기 위해서는 시간이 더 필요한거 같다.  러시아에게 이번 대회 성적은 못해야 본전이지만 딩크횽아가 이끄는 러시아가 스페인전에서 보인 문제점을 해결하는 모습을 봤으면 한다.    

9. 확실히 세스크는 국대에서 따로 논다는 느낌. 러시아전에서 1골 1어시를 했고(그나마 골도 완전 오프사이드) 어시스트 장면에서 굉장히 훌륭한 스루패스를 넣어주긴 했지만 스페인 대표팀에서는 자신의 장기를 제대로 발휘 못한다는 생각이 든다.

아스날에서는 팀이 세스크를 중심으로 돌지만 국대에선 싸비가 중심이라는 것도 무시 못할듯. 게다가 세스크와 이니에스타 싸비 이 세명이 비슷한 타입의 선수들이기 때문에 아라고네스는 세명 중에 최대 두명이상은 쓰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스페인의 미드필더들은 공격작업중에 순간 침투는 굉장히 빠르지만 공수전환 속도가 상당히 늦다.  

그리고 스페인이 진정 우승을 노린다면 스웨덴과 그리스와의 경기에서는 러시아전 이상의 경기력을 보여줘야한다. 러시아보다는 아무래도 남은 두팀의 수비력이 훨씬 좋고, 반대로 스페인의 수비는 우승후보 답지않은 포백을 갖췄다. 토너먼트에서는 무조건 수비다. 극강의 공격력을 선보였던 한일월드컵의 브라질과 지난 월드컵 우승팀인 이탈리아 모두 토너먼트에서는 단 한골만 실점 했을정도로 수비가 강했다.

스페인 수비는 러시아 전에서도 그랬지만 상대 공격수에게 공간을 너무 많이 허용한다는데 문제가 있고 센터백 요원인 마르체나-푸욜 콤비는 공중전에서 큰 약점을 보인다. 게다가 상대가 라모스의 뒷공간을 제대로 공략한다면 스페인의 수비는 무너질 가능성도 크다. 

10. MOM은 상철이 형님이 데이비드 빌라라고 읽어서 걘 또 누구임? 했었던, 대회 첫 해트트릭을 달성한 다비드 비야. 토레스를 비롯한 그외 미드필더들이 만들어준 공간을 잘 활용했고 특히 세번째 골에서는 그 상황에서 딱 필요한 만큼의 트릭을 써서 러시아 수비수를 바보로 만들었다. 아마 해설을 했던 벵거가 경기장에서 지켜보면서 홀딱 반했을지도. (하지만 미안하다 벵거다.. ㅋㅋㅋ)

그리고 투톱이면 상관없지만 원톱으로는 비야가 나을꺼란 생각이 든다. 토레스는 리버풀에서 뛰면서 라리가 때와는 달리 스타일이 변했는데 이것은 토레스가 뒷공간을 노리는 축구에 능하다는 것에 기인한다. 라리가 팀들은 기본적으로 볼 점유율을 늘린 상태로 점진적으로 공격을 전개하고 또 수세시엔 단계적으로 막는 방법을 활용한다.
 
반대로 잉글랜드에서는 단 한번의 패스로 수비 뒷공간을 노리는 루트가 기본적으로 활용되며 공격수들은 스피드를 활용해서 수비라인을 다각도로 공략한다. 상대 수비를 단번에 무너뜨릴 수 있는 스킬과 빠른 순간 스피드는 잉글리쉬 프리미어 리그에서는 고도의 살상 무기인 셈이다. 즉 이런 요건을 갖춘 토레스는 잉글랜드에서 최적화된 선수라는것.

하지만 기존의 라리가와 마찬가지로 스페인 국대에서는 공격수 혼자의 재능 보다는 다른 선수들과의 연계 플레이가 요구된다(이 말이 잘 이해가 되지 않는다면 바르셀로나의 사무엘 에투나 발렌시아의 다비드 비야를 유심히 지켜보라)

현재 토레스는 스페인 국대에서도 공을 가지고 있지 않을 때나 공을 가지고 있을때나 페널티 에어리어로 돌격하는 모습이 상당히 잦아졌다. 리버풀에서는 한번에 질러주는 패스를 주무기로 속공에도 능하기 때문에 스타일이 잘 맞았던거 같은데 스페인의 투톱이 위력을 발휘하기 위해서는 토레스의 팀에 녹아드는 플레이가 더욱 요구된다.  


 
 

P.S) 

1. 유럽선수들은 동양인들과는 달리 체력이 좋아서 밤잠도 없나보다. 얘네들은 윤은혜양 말대로 새벽에 축구경기를 하는 바람에 경기 보기가 참 힘들다능..(물론 농담임.. ㅋㅋ)

2. 포르투갈 vs 체코전 보기전에 쓰는건데 벌써부터 잠이 온다는.. 이러다 매경기 다보는건 아닌지 모르겠네 이래서 안볼려면 아예 안봐야 한다능..

3. 근데 상.. 상철이형 뭥미.. 지금이 냉전시대 입둥? 소련이 뭥미 어디서 붙어있는 나라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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