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유로 2000이후 사상 최악의 조편성이라 할만한 죽음의조가 유로 2008에서 탄생했다. 2006 월드컵우승팀과 준우승팀인 이탈리아와 프랑스, 전통의 강호 네덜란드와 동구의 다크호스 루마니아. 모르는 사람이 보면 이 대회의 4강팀이라고 해도 하나도 이상할게 없는 네 팀이다.

레블뢰의 오랜 팬임에도 불구하고 프랑스:루마니아 경기 대신에 이탈리아와 네덜란드의 경기를 선택하게 됐는데, 애매한 시간대도 시간대지만 8년전 유로 2000 4강전에서 명승부를 연출한 두팀의 경기가 아무래도 재미없는 경기의 대명사인 도메넥의 프랑스 경기보다는 조금이라도 나을꺼라는 생각에서였다.  

개인적인 의견이지만 경기시작 전까지 C조에서 살아남는 팀은 네덜란드와 루마니아가 될 가능성도 상당히 높다고 예상했다. 프랑스는 세대교체가 진행중이지만 핵심선수들은 노장들이 여전히 자리를 지키고 있고 네덜란드는 이미 세대교체에 성공했다. 그리고 루마니아는 지난 유로 2004 챔피언 그리스를 능가하는 수비를 가지고 있다. 아마 이 대회에서 이변을 일으킬만한 팀을 두팀만 꼽는다면 분명 한팀은 크로아티아고 다른 한팀은 루마니아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이탈리아는 리그 포함 국내 사정이 불안할 때 국제 대회에선 더 좋은 성적을 내는 징크스가 있는데 반대로 우승후보로 꼽힐때는 힘을 제대로 못쓰는 경우가 상당히 많았다. 바로 전 대회인 유로 2004이나 한일월드컵도 예외는 아니었고.

 징크스와는 별개로 이탈리아를 프랑스나 독일 다음으로 응원하면서도 내가 이탈리아가 좋은 성적을 거두기 힘들꺼라고 예상한 이유는 이탈리아가 개막직전 칸나바로를 팀훈련중 부상으로 잃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보다 더 큰 이유는 이탈리아의 감독인 도나도니가 거의 초짜 감독이라는 점에서 이런 죽음의 조라는 난관을 헤쳐나가기엔 경험이 너무 부족하다고 생각했다. 물론 밀란의 네스타가 국가대표 은퇴를 선언한 현재 아주리의 캡틴인 칸나바로의 부재는 그 어떤 선수의 공백과 비교할 수 없겠다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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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오늘 경기는 두 팀의 네임벨류와 실력을 감안한다면 상당히 충격적인 경기다. 게다가 객관적인 전력은 물론 역대 전적에서도 우위에 있는 이탈리아의 완패, 네덜란드의 완승이다. 무엇보다도 끈끈한 축구의 대명사인 이탈리아가 이렇게 대패했다는 사실부터가 납득하기 힘들다.

이탈리아의 도나도니는 리피의 4-3-1-2를 버리고 사이드 미드필더를 활용하는 4-1-4-1 시스템을 계속해서 시험해왔다. 의외의 선택이지만 이 경기에선 4-3-3을 선택. 전통적으로 미드필더자원에 비해 윙자원이 별로인 아주리가 경기를 잘 풀어가기 위해선 두명의 사이드 자원도 중요하지만 세명의 미드필더의 역량도 대단히 중시된다.

네덜란드전에서 도나도니는 피를로에게 카운터 어택에 집중하는 역할을 맡겼는데, 밀란에서는 물론 월드컵 당시 피를로가 좋은 모습을 보였던건 가투소와 같이 그를 보좌해줄 보디가드가 있었기도 하지만 피를로의 앞선에서 플레이 메이커 역할을 분담해줄 선수가 있었기 때문이다. 최전방의 포워드와 레지스타인 피를로를 연결해주는 연결고리. 그 대표적인 선수가 바로 밀란의 루이코스타와 카카이다. 부상으로 이번대회에 불참한 토티가 국가 대표팀에서는 그 역할을 해줬다.

하지만 현재 윙을 활용하는 이탈리아 대표팀에서는 피를로 외에 경기운영을 담당할만한 선수가 없다. 피를로가 거의 혼자 팀의 공격전개 역할을 맡고있고, 심지어 오늘 경기에서도 역시 마찬가지였다. 이런부분은 피를로에게 상당한 부담으로 작용한것으로 보인다.

애초에 '한방'을 노린 전술을 염두에 뒀다면 이탈리아가 데 로씨를 기용했어야 마땅했지만 도나도니는 데 로씨 대신에 암브로시니를 기용했고, 피지컬은 물론 공격전개능력도 뛰어난 데 로씨가 빠짐으로서 이탈리아는 중원에서부터 네덜란드에 완전히 밀리게 된다.

게다가 이 경기에서 이탈리아의 공격 자원인 카모라네시와 디 나탈레은 제 역할을 못해주었다. 게다가 피를로 마저도 막히니 루카 토니는 고립되었고 이탈리아는 경기를 제대로 풀어갈 수가 없었다. 미드필드에서부터 과부하가 생긴 이탈리아의 경기력은 형편없었다.

이탈리아는 반 니스텔루이에게 골을 허용하면서부터는 아예 끌려가는 경기를 한다. 물론 이부분에서 오프사이드 논란이 있을 수 있겠지만 이 골이 선언되지 않았더라도 경기는 네덜란드의 승리로 끝났을 가능성이 매우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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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대로 네덜란드는 이탈리아의 약점을 역이용하면서 오히려 역습을 활용, 아주리에게 대승을 거뒀다. 골 결정력은 물론 경기 내용도 완벽했다. 네덜란드는 전체적으로 기동력이 떨어지는 아주리의 미드필더진에 비해 활동량이 많고 피지컬이 뛰어난 선수들, 특히 더블 볼란치인 엥겔라르와 데용을 기반으로 미드필드를 장악했다.

그리고 역습에 특화된 두선수 스네이더와 반더 바르트를 적극 활용하면서 공을 잡으면 사이드와 중앙을 번갈아가면서 속공, 그리고 또 속공을 이어가며 공격을 전개했다. 네덜란드의 가장 큰 불안요소는 센터백과 함께 오른쪽 수비였는데 네덜란드 더블 볼란치의 활약으로 경기전의 우려가 무색할 정도였다. 

여기에는 불라루즈라는 반바스텐 감독의 선택이 의외의 성공을 가져왔다. 오버래핑은 거의 하지 않으면서 디 나탈레와 잠브로타의 공격을 차단하면서 이탈리아의 왼쪽 라인을 막아냈다. 이부분은 커버하는 공간이 많고 뛰는 양이 많은 쿠이트가 수비적인 면에서 큰 공을 세웠다고 본다.

도나도니의 패착은 결정적으로 미드필드에서 힘겨루기에서 보탬이 될 만한 데 로씨나 아퀼라니를 쓰지 않은 것이다. 이날 이탈리아의 공수전환 속도는 정말 느렸다. 나이많은 파누치를 기용할 정도로 밸런스가 깨진 수비라인도 문제지만 결국 미드필더들의 삽질이 패배의 원흉이다.

오늘 경기는 네덜란드가 잘하기도 했지만 이탈리아가 너무 못했다. 살다살다 이탈리아가 메이저대회에서 이렇게 졸전을 펼친것은 처음본다. 그렇게 삽을 들었던 트라파토니도 이정도는 아니었다. 이 모든 책임을 도나도니에게 돌리는것은 전반전에 완전히 네덜란드에게 밀린상태에서 후반전에도 빨리 손을 쓰지 않은 것이 너무 치명적이었기 떄문이다. 카싸노와 그로소를 조금이라도 빨리 투입했다면 경기결과는 조금이라도 바뀌었을 것이다

그리고 무기력한 졸전을 펼치며 진것도 진거지만 아무리 칸나바로가 없다고 해도 2년전 세계 챔피언이 이렇게도 쉽게 수비가 허물어져 버렸다는 사실은 정말 예상치 못한 상황이다. 굉장히 싫어하는 선수이지만 마테라찌의 오늘 플레이는 이탈리아의 모든 선수중에서도 최악. 아마 부폰이 없었다면 아주리는 더 큰 점수차로 졌을지도 모른다.

이탈리아가 앞으로의 경기에서 나은 모습을 보이려면 경험이 떨어지는 바르잘리를 빼고 키엘리니나 파누치를 센터백으로 기용해야 한다. 그리고 좌우 사이드백은 그로소와 잠브로타를 구성으로 하는것이 좋겠다. 유일하게 도나도니가 잘한 것은 후반전에 그로소를 투입하면서 측면이 살아난 것뿐이다. 그리고 피를로의 능력을 극대화하기 위해서 데 로씨를 투입하고 루카토니를 지원하기 위해 델피에로나 카싸노로 보조를 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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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덜란드는 3골이나 넣으면서 기분좋게 죽음의조에서 선두로 다음경기를 치를 수 있게 되었다. 네덜란드는 사상최악의 멤버라 해도 과언이 아닐정도로 이전 오렌지 팀들과 비교했을때 약한 전력을 보유했었지만 독일월드컵을 무사히 거쳤고 리빌딩에 성공하면서 이번대회에서도 좋은 성적을 기대할 수 있게 되었다. 이 경기의 MOM은 스네이더와 한명 더 하자면 반 브롱코스트다.
 
게다가 로벤과 로빈 반페르시를 선발로 쓰지도 않았는데 이렇게 대승을 거둔것은 팀에 기폭제가 될만한 일이다. 이 두선수가 없기 때문에 오히려 네덜란드가 좋은 경기를 한거 같기도하다. 스네이더와 반더바르트의 조합은 환상적.

다음 프랑스와의 경기가 네덜란드의 전력을 판가름하지 않을까 싶은데 여전히 수비가 불안요소지만 반바스텐의 성향과 평소 경기를 치르는 스타일을 봤을 때 프랑스가 네덜란드에게 2골이상 넣기는 쉬운일이 아닐듯 싶다. 미드필드가 강한 프랑스와의 경기에서 키를 쥐고있는 선수는 바로 탁월한 압박능력과 제공권까지 겸비한 엥헬라르와 다비즈를 연상케 할정도로 많이 뛰는 데용. 이 두선수이다.

프랑스의 경기를 못봐서 확실히는 모르겠지만 얘기를 들어보니 도메네크 감독 스타일대로 수비적인 선수들 위주로 안전빵으로 가려다가 당한거 같다. 오늘 이탈리아의 완패보다야 낫지만 프랑스가 2차전에서 네덜란드와 비기거나 질경우 탈락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본다. 결국 C조는 두번째 경기가 네팀의 운명을 결정할 공산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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