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부터 심상치 않은 이 노래는 톰 웨이츠의 78년작인 <Blue valentine>에 수록된 명곡이다. 처음에 가사를 모르고 들었을 때는 목소리가 참 특이하구나 하고 좋아했던 노래.
예전부터 들었던 생각이지만 톰 웨이츠의 목소리는 아무런 꾸밈도 가식도 없는 거 처럼 느껴진다. 마치 세상 고초 다 겪은 사람이 소주 몇 병 들이키고 하고 싶은 얘기 다 하는 거 같이.. 물론 이 노래는 블루지한 느낌의 피아노 연주 덕분인지 전체적인 분위기는 꽤나 낭만적이다.
하지만 'Christmas Card from a Hooker in Minneapolis'은 가사가 정말 놀라운데 그 내용은 차라리 한편의 영화 같다. 그녀가 보내온 카드는..
찰리, 나 임신했어요. 지금 유클리드 거리 끝 9번가의 낡은 책방 위에 살아요.
마약은 끊었고 위스키도 안 마시죠 남편은 트롬본을 불어요. 철도일 하는 사람이죠.
그이는 날 사랑한다고 해요. 비록 자기 아인 아니지만 자기 아이처럼 키우겠대요.
그리고 어머니가 끼던 반지를 내게 주었어요. 토요일 밤이면 그이는 날 데리고 춤추러 나갑니다.
찰리, 당신 생각이 나요. 주요소 앞을 지날 적마다 당신 머리에 묻은 기름때를 떠올리죠.
아직도 '리틀 앤서니&더 임퍼리얼스'의 레코드를 간직하고 있어요. 하지만 누가 전축을 훔켜가버렸죠. 열받을 만한죠?
마리오가 체포됐을 때 난 거의 미쳐버리는 줄 알았어요. 그래서 식구들하고 살려고 오하마로 돌어왔죠.
그런데 나 알던 사람들은 죄다 죽었거나 감옥에 있더군요. 그래서 미니애폴리스로 돌아왔죠. 이제 그냥 여기서 살까봐요.
찰리, 그때 사고 이후 처음으로 행복한 것 같아요. 우리가 마약사는 데 썼던 그 많은 돈들을 지금 갖고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중고차 가게를 하나 사고 싶어요. 차는 절대 안 팔고 그날 기분에 따라 매일 바꿔 타고 다니는 거예요.
그런데 찰리, 내 처지를 솔직하게 말해줄까요?
나, 남편 없어요. 그러니까 트롬본도 불지 않아요. 그리고 있죠..
사실은 변호사 줄 돈이 당장 필요하거든요. 찰리, 난 요번 발렌타인 데이나 돼야 보석으로 나갈 수 있을 거예요.
마지막 반전이 정말 놀랍지 않은가?
카드를 읽고 허탈감을 느꼈을 남자보다도 감옥에서 이 글을 썼을 그녀를 상상하니 기분이 꽤 착잡해졌다. 이 여자에게 행복이란 과연 어떤 것일까. 그리고 소박한 꿈 조차 허락하지 않는 삶에 행복이란게 존재하는 걸까..
상상력만으로는 불가능 할꺼 같은 노래의 가사를 쓴 탐 웨이츠도 그렇지만 발렌타인 데이 전날 이 노랠 떠올린 나도 참 못 말린다..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