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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 연주를 매우 잘 하는 아티스트를 보게 되면 그 악기를 배우고 싶은 충동이 일곤 하지만 가끔은 그 마음조차도 들지 않을 정도로 굉장한 연주를 해대는 천재들이 있다. 연주를 하면서 "어디 한번 흉내라도 내봐"라고 하는 듯한, 보고나면 기가 죽어서 감히 엄두도 못 낼것 같은 연주를 하는 플레이어들 말이다.  

존 콜트레인 역시 이런 범주에 들어가는 색소포니스트다. 하지만 그는 연주력도 연주력이지만 다른 아티스트들과 그와의 사이에 선을 긋는 부분은 바로 형식에 얽매이지 않은 '자유분방함'과 아이디어를 즉각 연주로 표현해 내는 '즉흥성'에 있다. 일반적으로 콜트레인은 하드밥 플레이어로 분류되곤 하지만 딱 하나의 장르로 분류 및 정의 할 수 없는 가장 큰 이유다.
 
앨범 첫곡인 'Giant Steps'은 놀라울 정도로 쉴새없이 불어대는 그의 테크닉이 가장 잘 발휘된 곡중에 하나로, 자유자재로 코드를 바꿔 가면서도 주제를 벗어나지 않는 아기자기한 구성이 압권이다. 콜트레인은 재즈가 나갈 방향을 극단적으로 모색한 아티스트중 하난데, 이 노래는 특히 매력적인 멜로디 라인과 실험적인 코드 진행이 절묘하게 결합한 곡중에 하나라 할 만하다.

'Giant Steps'뿐만 아니라 앨범에서 특별히 주목해야 하는 곡은 바로 'Countdown'과 앨범의 마지막 곡인 'Mr. P.C.'이다. 특히 'Countdown'는 3분도 채 되지 않는 러닝타임이지만 시작부터 굉장히 빠른템포로 몰아부치며 예측하기 힘든 형태로 곡이 진행되는데, 이 노래를 들으면 왜 당시 콜트레인이 당시 하드밥을 벗어나 어느정도는 프리재즈의 형태에 한 발을 걸치고 서 있다 라는 평가를 받았는지 알 수 있을 정도다.
 
'Mr. P.C.'는 Paul Chamber의 베이스 연주가 가장 극대화 된 곡으로 콜트레인의 빈자리를 메우는 수준이 아니라 Arthur Taylor의 피아노 연주와 함께 밴드가 가장 훌륭한 앙상블을 자랑한다. 다양한 아이디어와 훌륭한 연주자들이 조화를 이룰때 얼마나 멋진 곡이 탄생할 수있는지 알 수있는 곡. 'Mr. P.C.'는 특히 베이스 연주를 중점적으로 들어봐야 한다.

물론 자유분방함 만이 존 콜트레인의 전부는 아니다. 그의 연주는 독창적이고 과감하지만 또한 멜로디감각이 매우 뛰어나다. 'Syeeda’s Song Flute'는 'Giant Steps'과 함께 내가 가장 좋아하는 곡으로 앨범의 대부분의 곡이 어떤 면에서는 정신없을 정도로 빨라서 한음 한음에 집중해야 하는 경향이 있다만, 이 노래(하나 더하자면 다음곡인 Naima정도)만큼은 그렇지 않다. 흥겨우면서도 여유가 넘치며 또 상당히 재미있다. 여기서 Syeeda는 존 콜트레인의 딸을 뜻한다.
     
<Giant Steps>은 처음 들으면 "아 이게 바로 재즈구나"보다는 "뭐가 이리 산만해"하는 생각이 먼저 들 것이다. 하지만 난 이 앨범이야 말로 재즈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정확하게 제시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Giant Steps>는 그 어떤 재즈 앨범보다도 자유분방 한데다 정열적이고 동시에 과감하다.

사실 연주를 잘하는 재즈 플레이어는 매우 많지만 그중에서도 존 콜트레인이 특별한 이유는 그 어떤 연주자 보다도 가장 재즈를 잘 표현하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 게다가 그 누구도 범접하지 못할 '예측 불가능함'이라는 덕목 마저도 갖추었으니 말이다.







                                               John Coltrane / Giant Step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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