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언 메이든 내한공연 후기

공연/예술 2011. 3. 11. 01:40 Posted by 루이스피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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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일단 사운드가 생각보다 너무 좋아서 깜짝 놀랐다. 보통 체조경기장은 소리 구리기로 악명높고 특히 앞자리는 그냥 소리만 커서 귀만 아픈 수준인데 아이언 메이든쪽 사운드 엔지니어들이 손을 본 덕분인지 아님 소문대로 대대적인 음향공사를 한건지 스티브 해리스의 기관총 베이스가 기가막히게 잘 들렸고 트리플 기타 역시 소리 뭉치는게 거의 없이 매끄럽고도 꽉찬 사운드를 들려줬다. 게다가 화려한 무대 장비도 대단했는데 특히 곡마다 바뀌는 무대배경은 압권이었다.

2. 원래 나구역 맨 앞줄이었으나 저녁 먹고와서 주차하느라 딱 3분 늦게 도착했는데 이미 입장시작. 그런데 오프닝 밴드 공연도 있고 직장인들 오긴 이른 시간이어서 사람이 적어 거의 앞줄에서 볼 수 있었다. 하지만 내 앞에 190넘어 보이는 떡대 피하고 슬램해대는 외국인과 어린 친구들과 거리를 두느라 오른쪽으로 좀 밀려났음. 그래도 거의 맨 앞쪽이라 공연보는데는 전혀 지장 없었고 그래서 지금도 야닉 거스가 팔 돌리는게 눈에 선하다. 꿈에 팔 돌리고 깝치는 야닉 거스가 나올지도 모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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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브루스 디킨슨의 아들이 보컬로 있는 라이즈 투 리메인이 오프닝 밴드로 등장했고 30분 정도 5~6곡을 부르고 퇴장했다. 열라 빡센 음악이고 노래도 나름 괜찮아서 분위기 띄우는데는 좋았지만 처음부터 너무 달려서 체력 딸릴까봐 그냥 박수만 쳤다. 그런데 본 공연 전에 지루함을 달래주려 틀어주는 노래들 중에 주다스 프리스트의 'You've Got Another Thing Coming'이 나오는데 후렴부를 부르는 사람들이 하나,둘 늘어나면서 공연장이 주다스 프리스트 노래로 은은하게(?) 울려 퍼지는 아름다운 광경이 펼쳐졌다. 무려 아이언 메이든 공연에 온 사람들이 주다스 프리스트로 공감대를 형성하는 신기하고도 아이러니한 상황.

4. 8시 10분 조금 넘어서 시작됐는데 UFO의 'Doctor Doctor'가 나오고 조명이 꺼지면서 점점 기대감을 높여갔다. 새 앨범의 'Satellite 15...The Final Frontier'의 전주가 흘러 나왔고 아이언 메이든 멤버들이 뛰어나오면서 곧 본격적으로 공연이 시작되었다. 바로 눈앞에서 보고 있음에도 믿기지 않는, 정말 꿈을 꾸고 있는 듯한 느낌을 받았던 순간. 특히 개인적으로 스티브 해리스를 무지하게 좋아하는데 대부분 그가 나구역에서 포지션을 잡고 연주를 해서 더 좋았던거 같다. 근데 첫 곡에서 앞자리 중앙쪽에서 어떤 놈이 생수통을 던졌는데 브루스 디킨슨이 맞을 뻔했다. 디킨슨 빡쳐서 더 사악한 표정을 지으면서 폭풍 샤우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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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역시 새앨범의 'El Dorado'을 이어 부르는데 나구역 쪽 관중들이 과격해져서 앞쪽으로 밀고 들어갔다 다시 뒤로 썰물처럼 밀리는 등 좋은 자리에 포지션은 잡은채 몸사리느라 꽤나 고생을 했다. 물론 곡은 무지하게 좋았다. 이미 공연에 몰입해서 헤드뱅잉하고 난리도 아니었는데 이어서 '2 minutes to midnight'를 불러주고 전주에서 "Scream for me Seoul"을 연발하니 관중들이 폭도로 변했다. 그리고 외국인 몇명을 필두로 슬램을 해대는데 와.. 체력은 벌써 떨어져 가는데 그야말로 객사할 뻔했다. 지옥같은 슬램존을 겨우 피해나와서 약간 오른쪽으로 이동해서 관람시작. 정말 좋아하는 곡이라 원망도 못했다.  

6. 관중들 분위기가 너무 좋아서인지 브루스 디킨슨이 'The Talisman'이 끝나고 꽤 긴 멘트 작렬. 요약하자면 다음에 또 올거라는둥 그땐 니네들 친구들 좀 데리고 오라는 등등 얘기와 함께 계속해서 김정일 디스. ㅋㅋㅋ 그리고 오늘 공연은 올 스탠딩이었지만 편의를 위해 좌석도 개방했는데, 뒤에 녹색좌석에 앉아서 보는 사람들을 보고 저 분들은 뭐하는 사람들이냐고 물어보면서 야닉거스가 '뮤지션'이라고 하자 "아~ 뮤지션?"하는 뭐 이런 죠크도 던지는등 센스있는 유머를 구사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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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오늘 공연에서 싱얼롱은 역시나 수준급이었는데 떼창곡으로 워낙에 유명한 'Fear Of The Dark'와 'Iron Maiden'은 물론 너무나 환상적인 분위기를 연출했던 'The Evil That Men Do'에서도 한국 관객들은 기대에 부응하듯 자신들의 진가를 발휘했다. 브루스 디킨슨이 흡족해하는 표정을 나는 봤다. 기억하기로 브라질 리우에서도 박수 제스처는 안했던거 같은데 실내 공연장인데다 앞쪽 사람들이 워낙에 열정적이라 신이나서 더 액션을 유도했던거 같기도.

 8. 가장 기억에 남는 노래는 브루스 디킨슨이 빨간 제복을 입고 유니언 잭을 휘날리던 'The Trooper'다. 이분은 정말 50대가 맞는건지 공연 내내 뛰어다니고 점프하고 하는데 전혀 지친 기색이 안보이더라. 나는 '2 minutes to midnight' 에서부터 목소리도 변해가기 시작하고 체력은 이미 방전되어 좀비같이 손 흔드는데 아저씨들 참 대단해 보이더라. 아빠 미소의 후덕한 데이브 머레이, 피곤해 보였던 애드리안 스미스, 안보던 사이에 많이 늙으신 야닉 거스가 셋이 같이 한가운데 모여서 기타치는 것도 정말 멋졌고 7부바지에 검정 양말 패션도 소화하는 초절정 간지 스티브 해리스의 당나라 베이스도 인상적. 물론 드럼셋트에 가려 얼굴은 거의 안보였지만 오늘의 숨은 공신은 니코 맥브레인!! 원래 아이언 메이든 음악 중 드럼 사운드가 가장 가볍다는 편견같은게 알게 모르게 있었는데 오늘은 전혀, 네버 그런 생각이 안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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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공연의 하이라이트 'Fear Of The Dark'의 전주가 나오자 자동으로 미친듯이 떼창이 나오는데 나만 그런게 아니었다. 모든사람들이 미쳐가기 시작했다. 공연 영상에서나 보던 걸 직접 하고 있다니.. 스스로 감격했다. 이어서 'Iron Maiden'에서는 과연 이런 좁은 무대에 나올수 있을까 했던 아이언 메이든의 마스코트 에디가 기타를 가지고 나와서 데이브 머레이와 장난을 치고 짧게나마 강한 인상을 남기고 들어갔다. 실제로 보니 무지하게 크더라. 예전에 몰랐을땐 사람만 들어간줄 알았는데 무슨 리모컨 같은걸로 같이 움직이더군.

10. 멤버들이 간단하게 인사를 하고 들어간후 1분쯤 뒤에 불이꺼지고 앵콜곡인 ' The Number Of The Beast'의 나레이션이 나오는데 짜릿한 전율같은게 일었다. '아.. 드디어 이걸 직접 외치게 될 줄이야.' 하지만 오늘의 히어로 곡은 당근 메이든 최고의 명곡 'Hallowed Be Thy Name'였다. 7~8분의 시간이 어떻게 흘렀는지 기억도 안난다. 신나게 헤드뱅잉하고 나니 곡이 끝나 있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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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마지막곡인게 안타까웠던 'Running Free'에서 디킨슨이 아이언 메이든 멤버들을 하나하나 소개하고 첫 서울공연은 대단원의 막을 내렸다. 조금 아쉬운점이 있다면은 기타 피크와 드럼 스틱 못 받은게 아니라 관객들이 밴드 급에 어울리지 않게 너무 적었던 것(3-4천명 정도?)과 'Run to the Hill', 'Aces High'등 꼭 들어야만 했던 예전곡들이 셋리스트에서 빠진 것이다. 물론 공연 자체가 워낙에 훌륭해서 얼마 안되는 단점들이 모두 상쇄되고도 남는 공연이었다. 정말 내한을 애타게 기다리고 또 기다렸고 드디어 소원을 풀었다.

12. 난 이걸로 올해 공연은 다 봤다. 이들보다 더 인상적인 밴드가 있을리 만무하다. 대부분의 헤비메탈 밴드들이 이름값에 기대어 연명하는것에 비해 아이언 메이든의 전성기는 과거가 아니라 현재라는 것을 증명하는 훌륭한 무대였다. 오늘 공연을 본사람들은 절대로 '언제적 아이언 메이든이냐?'는 말을 못할 것이다. 딕킨슨의 말처럼 반드시 아이언 메이든이 한국에 한번 더 왔으면 좋겠다. 아니 꼭 와야만 한다. 메이든 팬이 공연장에서 'Run to the Hill' 한번은 불러봐야 하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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