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년 전 아주 더운 여름에 라디오를 듣는데 게스트로 윤상과 김현철이 함께 나온 적이 있었다. 라디오 DJ가 두사람에게 음악을 추천해 달라고 하는데 두 사람이 이구동성으로 했던 말이 지금도 생생하다. "여름엔 역시 보사노바죠"

그야말로 보사노바의 계절이 돌아왔다. 위의 두 아티스트 말대로 보사노바는 여름을 대표하는 음악이고 보사노바 보다 여름에 잘 어울리는 음악은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마침 보사노바 탄생 50주년 기념으로 소개할 만한 앨범을 찾다가 마침 딱 어울리는 작품이 떠올랐는데 그 앨범이 바로 <Natural>였다. 이 작품은 햇빛이 비치는 해변에서는 물론 초저녁에 바닷가가 보이는 창가 앞에서 선선한 바람과 함께 할때 빛을 발하는 어쿠스틱 보사노바 앨범이다. 
 
셀주 폰세카(또는 셀소 폰세카) 하면 생각나는 에피소드가 하나 있다. 'Natural' 앨범을 처음 듣고 완전히 반해서 다른 앨범들도 듣던 차에 못사는 작품은 솔식을 통해 친해진 브라질리언 음악 친구에게 보내 달라고 한 것. 셀주 폰세카의 앨범들은 지금은 국내에도 소량이라도 수입이 되고 있지만 예전에는 아마존이 아니면 사기도 힘들었었고, 뭐 그 친구 말로는 친구사이에 음악 공유야 어려운일이 아니라고 하긴 했지만 그래도 무리한 부탁인건 분명했다.

근데 이 친구 대답이 정말 예상외다. '나도 잘 모르는 아티스튼데 오히려 네가 가지고 있는 것만이라도 좀 들어보고 싶은데?'  결국 난 브라질 음악을 브라질 친구에게 역으로 소개한 꼴이 되고 말았다. 그때 내가 보내준 앨범은 역시 'Natural' 이었고 그 친구도 나처럼 셀주 폰세카의 팬이 되었다.

'Natural'의  매력은 역시 다른 보사노바 음악과 마찬가지로 산들거리는 리듬과 감각적인 멜로디의 조화에 있다. 하지만 다른 보사노바 앨범에는 없는 이 앨범만의 특징이 있다면 그것은 바로 카에타노 벨로주를 연상시킬 정도로 달콤하고 부드러운 셀주 폰세카의 목소리다. 특히 휴양지에서만 느낄 수 있는 이국적인 정취는 그의 조근조근 속삭이는 듯한 목소리가 아니었다면 아마 불가능했을 것이다.

 이 앨범은 버릴 곡이 하나도 없을 정도로 멋진 노래들로 채워져있다. 들뜬 분위기에 폰세카의 기타 소리가 잘 어울리는 'Sem Resposta'와 리듬감이 일품인 타이틀곡 격의 'Meu Samba Torto', 그리고 안토니오 카를로스 조빔의 손자인 대니얼 조빔의 피아노 소리가 인상적인 'Slow Motion Bossa Nova', ' The Night We Called It A Day' 같은 곡들은 모두 강추하는 노래들.

그리고 앞서 언급한 곡들이 폰세카 자신이 쓴 곡들이라면 'She's A Carioca' 와 'Consolação' 같은 곡들은 폰세카의 곡 해석력이 돋보이는 리메이크들이다. 특히 'Ela E Carioca' 라는 제목으로 유명한 안토니오 카를로스 조빔의 곡인 'She's A Carioca' 는 부드러우면서도 상큼한 분위기가 압권. 그리고 바덴 파웰의 곡 'Consolação' 역시 그냥 지나칠 수없는 리듬감 넘치는 명곡이다. (이 노랜 예전에 올린 세르지오 멘데스 포스팅에서도 들을 수 있다.)  

날씨가 더워지면 어김없이 손이 가는 음악이 많지만 그 중에서도 <Natural>은 최고라 할만하다. 저 멀리 섬이 보이는 바닷가에서 카메라를 든 여자와 옆에서 의자에 앉아 그 여자를 바라보는 한 남자. 그리고 순백의 백사장과 시원해 보이는 파도 그 위에는 구름 가득한 푸른 하늘. <Natural>은 커버에서도 볼 수 있듯이 여름을 위한 음악이고, 제목 그대로 내추럴한 보사노바 음악이다. 이런 음악이 있기에 찌는 듯한 더위도 그나마 견딜만 한 것이 아닐까.




[Flash] http://www.youtube.com/v/DjQq1y4tsfg&hl=ko&fs=1


                           Celso Fonseca 'Meu Samba Torto' M/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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