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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개인적으로 천재라는 단어를 아무데나 갖다붙이는걸 굉장히 싫어하는데 사실 천재라는 말은 이런 가수를 소개할 때 써야하는 말이 아닐까싶다. 이 친구는 이미 10대 후반부터 버클리 음대에서 강사로 활동했으며 팻 매스니, 패티 어스틴, 밀톤 나시멘토와 같은 거장들의 앨범작업에 참여한 경력을 갖고 있다. 그뿐만이 아니다. 에스페란자는 콘트라 베이스를 비롯한 모든 베이스기타 연주는 기본이고 웬만한 재즈 보컬들도 제대로 해내지 못하는 스캣을 매우 능숙하게 할 정도로 노래실력이 뛰어난데다(궁금하면 밑에 영상을 보시라. 라이브도 정말 끝내준다)작곡은 물론 프로듀싱까지 훌륭하게 해낸다.

 놀라운것은 요즘 음악하는 아티스트 답지않게 재즈와 소울과 훵크를 비롯한 흑인 음악 전반에 대한 이해가 뛰어난 것은 물론, 심지어 아프로 쿠반 재즈 및 브라질 음악과 아프리카 음악에 대해서도 훌륭하게 해석을 해내고 있다는 점이겠다. 실제로 <Esperanza> 앨범에서 에스페란자 스폴딩은 재즈라는 틀안에 이 모든것들을 넣고 버무려 자기만의 방식으로 소화해 내고 있다. 그것도 20대 초반의 나이라는것이 믿기지 않을 정도로 아주 능숙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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앨범소개

에스페란자 스폴딩의 동명 타이틀앨범 <Esperanza> 는 사실 그녀의 데뷔작이 아니다. 지금으로부터 2년전인 2006년, 스페인의 레코드사를 통해 <Junjo> 라는 앨범을 이미 발매했고 앨범 활동도 했기 떄문이다. 어쨋든 에스페란자는 이 앨범을 데뷔작을 만들 당시와 마찬가지로 밴드형태로 만들었다. 베이스와 보컬을 맡은 에스페란자와 드러머 오티스 브라운(Otis Brown), 피아니스트 리오 제노비스(Leo Genovese) 그리고 퍼커션을 맡은 제이미 하다드(Jamey Haddad)와 같은 멤버들로 구성된 쿼텟은 이 앨범을 완성하기에 충분했다.
 
앨범은 '브라질의 거장' 나시멘토의 곡으로 유명한 'Ponta de Areia'라는 곡으로 시작한다. 에스페란자의 'Ponta de Areia'는 원곡과는 달리 MPB음악 및 아프리칸 음악 특유의 리듬감을 살리면서도 동시에 쿠반재즈와 소울음악의 요소들을 섞어서 새롭게 재즈식으로 해석해낸 굉장히 멋진 곡이다. 그녀의 데뷔가 밀톤 나시멘토의 앨범에 백보컬로 참여한 것을 본다면 나시멘토의 곡을 활용한 것은 그리 놀라운 일도 아니다.  
   
그리고 에스페란자 스폴딩의 박자감각이 돋보이는 'I Know You Know' 과 어덜트 컨템포러리 풍의 심플한 구성이 인상적인 'Fall In'을 지나 주목할 만한 곡은 역시 7분이 넘는 대곡 'I Adore You'. 이 노래는 에스페란자의 자유분방한 스캣과 제노비스의 매끄러운 피아노 연주가 조화를 이루는 명곡으로, 그녀의 스캣 보다도 베이스 연주와 피아노 그리고 타악기소리를 더 주목해서 들어볼 필요가 있는 곡이다.

보컬리스트로서 그녀의 최대 장점은 영어는 물론 스페인어와 포르투갈어까지 이용해 자유자재로 노래를 할 수 있다는 것이겠다. 실제로 이 앨범에서 에스페란자 스폴딩은 3개국어를 사용해서 노래하고 있는데 이것은 라틴 국가들에서 <Esperanza> 앨범과 그녀의 활동에 큰 관심을 보인것과 무관하지 않다고 생각된다.    

'Cuerpo y Alma (Body & Soul)'은 그녀가 스페인어로 부른곡인데 원곡은 물론 카에타노 벨로주와 그외 많은 아티스트들의 리메이크로도 상당히 유명한 곡이다. 이 노랜 앨범에서 가장 긴 8분이라는 러닝타임을 자랑하지만 질리지 않고 들을만한 드라마틱한 구성과 물이 흐르는듯이 매끄러운 멤버들의 연주가 일품이며, 나시멘토가 곡을 쓴 'Ponta de Areia' 과 마지막 곡인 바덴 파웰 원곡인 'Samba Em Preludio'과 함께 앨범에서 그녀가 곡을 쓰지 않은 3곡중 하나다.

도널드 해리슨(Donald Harrison)의 알토 색소폰 연주로 시작하는 신나고 변화무쌍한 'She Got to You'를 지나 흐르는 곡은 이 앨범의 타이틀곡 'Precious'이다. 이지 리스닝으로도 손색이 없을 정도로 대중적이지만 일반적이고 밋밋한 팝음악들과는 차별화 된, 후반부로 갈수록 분위기를 몰아가는 편곡이 상당히 뛰어난 수작이라 할만하다.
 
이외에도 에스페란자의 베이스 연주가 돋보이는 포스트 밥 인스트루멘틀 'Mela'나 'If That's True' 외에도 앨범은 빈틈이 없을 정도로 꽉 채워져 있다. 특히 주목할 만한 넘버는 마지막곡인, 니뇨 호셀레(Nino Josele)의 플라멩코 스타일의 기타연주가 인상적인 보사노바풍의 'Samba Em Preludio'. 이 노래는 바덴 파웰 원곡으로 에스페란자 스폴딩은 베이스 소리를 강조하며 상당히 묵직한 분위기를 연출해냈다. 그리고 그녀의 노래 실력을 유감없이 발휘한 차분한 분위기의 'Love in Time' 역시 놓칠 수 없는 트랙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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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이에게 소개되어야 할 <Esperanza>

얼마전 모 공중파 오락 프로그램에서 배철수씨가 "현재 한국의 젊은 음악팬들은 팝 음악을 너무 안 듣는다"는 말을 한 적이 있다. 부분적으로 공감하지만 사실 내가 보기에 최근 몇년간 국내에서 무시되고 있고 또 정말 안듣는 음악은 바로 재즈라고 생각한다. 실제로 작년에 나온 재즈 앨범중 지난 그래미를 차지한 허비행콕의 앨범외에 키스 재릿의 라이브 앨범과 같은 수작들은 여전히 국내에는 수입조차 안되고 있다.

그걸로 모자라 현재 국내에서도 상당히 실력있는 재즈 플레이어들이 앨범을 내고 활동을 하고는 있지만, 정작 이들을 소개해주는 사람은 아예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며 듣는사람 또한 거의 극소수다. 소개를 안해주니 뭐가 좋은지도 모르고, 당연히 뭐가 좋은지 모르니 앨범도 안 사고 이런 악순환이 반복되는 것이다.

아무튼 <Esperanza> 앨범은 내가 해외에서 주문한 앨범중 가장 만족스러운 앨범이며 올해의 재즈 앨범으로 꼽히기에도 손색이 없는 상당히 훌륭한 작품이다. 최근 몇년간 노라 존스 이후 영미권에서 밀어줄만한 스타가 없었는데(사실 노라존스는 어덜트 컨템포러리에 가깝지 엄밀히 따지자면 재즈를 하는것도 아니다), 에스페란자 스폴딩은 정말 오랜만에 등장한 거물급 재즈 아티스트라 할만하다. 그렇기에 <Esperanza> 앨범은 재즈팬들의 오랜 기다림에 대한 응답이며 보상이라 하기에 충분한 것이다.  

물론 이 앨범도 큰 이변이 없는한 국내에 제대로 소개가 되지 않을 것이 분명하다. 역시 해외에서 주목받고 있는 다른 훌륭한 앨범들 또한 국내에선 듣보잡 취급 당하고 있는게 현실이니까 "왜 이런 앨범은 쉽게 구할 수 없는가"와 같은 질문은 별 의미가 없을 듯..




                                          Esperanza Spalding Live in Copenhagen




                    Esperanza Spalding "I Know You Know" on Jimmy Kimmel Live




                    Esperanza Spalding "She Got To You" on Jimmy Kimmel Li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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