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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alking Book(1972) 으로 자신의 음악적인 기반을 비롯해서 뮤지션으로서의 입지를 단단히 다진 스티비였지만 72년은 비슷한 시기에 부인인 시리타 라잇과 이혼하는 등 많은 시련이 있었던 때이기도 하다.
 
그 아픔을 달래기 위해서인지 그는 앨범 제목처럼 개인적이고 내면에 대한 부분은 물론이고 인종 차별, 종교, 정치,사회적인 문제에 보다 많은 관심을 보였고, 그것들을 음악으로 승화시킨것이 바로 스티비원더의 걸작 Innervisions(1973) 이다.

사실 이 앨범을 언급하기 위해선 당시 미국에서 돌아가는 상황을 알아둘 필요가 있다. 지난 얘기에서 스티비원더에게 가장 큰 영향을 미친 두가지 사건에 대해서 기억하고 있는가? 알고 있다면 당신은 아마 기억력이 나쁘지 않다던가 아니면 필자의 글에서 포인트를 잘 짚어낸 것이라 여겨진다.


스티비 원더에게 충격을 안긴 첫번째 사건은 마틴루터킹의 사망이다. 그리고 그는 물론 팝 역사상 가장 거대한 '사건' 중 하나였던 두번째는 바로 모타운사와의 힘겨루기에서 승리한 마빈게이의 자주권 쟁취라 볼 수 있다. 그리고 지금 설명하려는 세번째 사건은 바로 그 유명한 닉슨대통령의 '워터 게이트' 사건이다.

워터 게이트 사건은 1972년 닉슨이 재선을 위해 만든 비밀공작반이 워터게이트 빌딩에 있는 민주당 전국위원회 본부에 침입하여 도청장치를 설치하려다 체포된 사건을 말하는데, 이로인해 닉슨정권은 선거방해, 정치헌금의 부정 및 탈세 혐의가 드러난다.

게다가 닉슨은 도청사건과 백악관과의 관계를 부인했지만 진상이 규명됨에 따라 닉슨 자신이 무마공작에 나섰던 사실이 폭로되어 언론을 통해 했던 말들이 결국 거짓말임이 드러났고 1974년, 닉슨은 언론의 압박과 극도로 악화된 민심을 이겨내지 못하고 사임하게 된다.

사실 일반 팝가수와 이런 정치 스캔들이 무슨상관이냐며 반문하는 사람이 있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이런 사건들을 그냥 지나칠 수 없는것은 한 아티스트가 활동하던 시기에 정치,사회, 문화적 사건만큼 그 아티스트의 사상과 정서 그리고 의식을 형성하는데 크게 작용하는 요소가 없기 때문이다.

닉슨 대통령에 대한 스티비의 실망감이 어느정도였는지는 닉슨 재임(在任) 시절 나온 이 앨범에서 아주 잘 나타나있다. 특히 Innervisions 앨범에 있는 'He's Misstra Know-It-All' 과 그 다음앨범인 Fulfillingness' First Finale 의  'You Haven't Done Nothin' 에서 닉슨에 대한 스티비의 생각은 확연하게 드러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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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나 지금이나 미국이란 나라는 상당히 합리적이고 그러면서도 동시에 굉장히 보수적인 사회다. 제도적으로 심각한 오류가 발생했을때 빨리 조치를 취해 문제를 개선하는 것은 분명하지만 철저하게 시스템 국가이기 때문에 그들이 스스로 정립해 놓은 가치관이나 체계를 깨지 않는 것으로 유명하며 오랫동안 뿌리박혀 있는 관습이랄까, 그러한 생활습관이나 성질 같은건 쉽게 변하지 않는 나라라는 뜻이다. 내가 워터게이트 뿐 아니라 클린턴의 지퍼게이트등 여러 정치 스캔들을 보면서 느낀것이 있다면 미국에서는 예나 지금이나 '정치인의 거짓말'에 대해선 상당히 엄격하다는 점이었다.  

 스티비 원더 역시 이런 닉슨의 거짓말을 그냥 넘어가는 법이 없었다. 1970년대. 스티비원더는 차라리 락커에 가까웠는데 그는 동시대에 활동했던 그 어떤 가수 보다도 정치, 사회적인 문제에 대해 관심이 많았고 또 잘못된 점이 있다면 앞장서서 냉소적으로 비판했다. 다른 가수들(브루스 스프링스틴과 밥 딜런 정도를 제외하면)이 간혹 개인적인 불만을 표출하는데 불과했던 것에 비하면 스티비의 활동은 사뭇 대조적이다.

물론 스티비 원더가 대외적인 요소에 관심을 보였던 것은 그가 스무살에 불렀던 노래인 론 밀러(Ron Miller) 작곡의 'Heaven Help Us All'이 그 시초겠지만, 자신이 직접 곡을 써내기 시작한 이후로 보자면 Talking Book(1972) 앨범의 'Big Brother' 을 꼽을 수 있겠다. 스티비는 이 앨범을 통해 여태까지 하고 싶었던 자신의 생각을 본격적으로 담아내는데, 그러한 접근법은 앞에서도 언급한 마빈게이의 앨범으로부터 영향을 받았음이 분명하다.

Innervisions(1973)은 명반인 Talking Book 에 비해 더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그 이유는 메시지 측면에서도 뛰어나기도 했지만 전작의 사운드에 대한 실험이 이 앨범에서 훵크,소울 음악의 완성이라고 할만큼 한층 성숙한 모습을 보여주었기 때문일 것이다.  

또한 여태까지의 음악들에 비해 강한 메시지를 담고 있음에도 상업적으로도 크게 성공했는데, 메시지를 전혀 알아듣지 못하는 사람이 듣더라도 멜로디나 풍부한 리듬에 있어서 누구나 부담없이 접할 수 있는 '작품' 이었기 때문이기도 했다.

마치 밥말리의 음악이 그냥 듣기에도 충분히 흥겨움에도 불구하고 그 속내를 들여다보면 굉장한 에너지와 메시지로 가득차 있는 것과 비슷한 경우다. 앨범을 들어보면 쉽게 느끼겠지만 첫곡부터 마지막 곡까지 엄청난 포스가 느껴지는 것은 물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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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작과 마찬가지로 앨범의 시작은 재즈 넘버지만  'You Are the Sunshine of My Life' 가 사랑 노래 였다면 Innervisions 의 첫곡 'Too High' 는 실제로 자신의 마약에 대한 경험을 상기시키며 씁쓸하게 읊조린 곡이다. 어쿠스틱 기타와 일렉트릭 기타가 조화를 보인 음울한 분위기의 'Visions' , 그리고 이어지는 70년대 최고의 명곡중 하나인 'Living For The City' 는 그야말로 스티비 원더 최고의 걸작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7분이 훌쩍 넘는 'Living For The City'는 미시시피에서 대도시인 뉴욕으로 보금자리를 옮긴 한 흑인 소년이 환경오염과 다른이들의 정치적인 다툼으로 겪는 상처와 좌절을 담은 내용이다. 우선 스티비 원더는 앞을 못보는 사람이다. 그런데 이 노래에서는 미국 사회에 대한 비판과 함께 암울한 흑인 사회상을 생생하게 표현했다. 물론 스티비원더는 팝스타였으니 일반인과는 다르겠지만 앞을 전혀 못보는 그의 피부에 와닿을만큼 당시 미국은 상당히 인종차별이 심했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봐야겠다.

 그저 감미로운 목소리로만 여겨졌던 스티비는 'Living For The City'에서 굉장히 파워풀한 샤우팅을 선보이는데,보컬과 더불어 편곡 역시 가스펠, 소울, 훵크적인 요소가 완벽하게 조화된 정말 훌륭한 곡이라 할만하다. 4비트에 가까운 베이스 라인의 반복 덕분에 듣고 있으면 뭔가 대단한 일이 벌어질 것만 같은 긴장감이 드는 이 노래는 흑인폭동 이후 암울한 흑인 사회상을 생생하게 표현했으며 그 자체로 진지한 흑인 사회에 대한 고찰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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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Superstition, I Wish 사이에서 징검다리 역할을 하는, 레드핫 칠리페퍼스가 후에 리메이크 하기도 한 신나는 훵크곡  'Higher Ground'을 비롯, 절묘한 리듬감과 스티비 특유의 멜로디 감각이 돋보이는 'Golden Lady', 'Jesus Children Of America',  그리고 닉슨 대통령에 대한 실망감과 함께 그에 대한 비판을 늦추지 않는 가스펠풍의 'He's Misstra Know-It-All' 역시 지나칠 수 없는 수작이다.

그의 발라드에 대한 감각도 어김없이 이 앨범에서 이어진다. 마이클 맥도널드나 낸시 윌슨 등 수많은 가수들이 리메이크 하기도 한 스티비원더의 대표적인 발라드 'All In Love is Fair' 는 사랑안에서 모든 것은 이해될 수 있다는 내용으로 자신의 감상적인 느낌을 표현했다.

사실 이 노래는 상당히 씁쓸하게 들릴만도 한데, 그 이유는 사랑이 깨질경우 행복했을 때의 모든 약속과 이해에 대한 부분은 더이상 아무 소용 없다는 뜻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스티비의 당시 상황, 즉 이혼 직후에 만든 곡이라 그런지 그의 속마음을 잘 알 수 있는 곡이다. 'All In Love is Fair' 는 이후 팝씬에서는 물론 가요에서 나오는 거의 모든 마이너 발라드의 모태가 되는 명곡이다.

개인적으로 'Golden Lady'를 이 앨범에서 가장 좋아하지만 그 외에도 좋아하는 곡은 그가 처음으로 월드뮤직에 관심을 가지고 만든 'Don't You Worry 'bout A Thing'이다. 흑인 사회에 대한 차별에 관한 메시지가 인상적이기도 하지만 스타카토로 딱딱 끊어지는 인트로의 재미있는 피아노소리와 함께, 주문을 외는 듯한 스티비의 목소리 이후 이어지는 경쾌하면서도 독특한 라틴풍의 멜로디가 매력적이다.

Innervisions은 스티비원더가 자신의 최고의 앨범이라고 했을 정도로 그가 상당히 아끼는 앨범이다.  그의 영향력은 이 앨범을 통해 후배 가수인 프린스나 레니 크라비츠, 베이비 페이스와 같은 흑인 뮤지션은 물론이고 조지마이클, 스팅 을 비롯한 거의 모든 팝 뮤지션에게도 그대로 이어지는데, 특히 레니 크라비츠는 Innervisions를 자신의 인생을 통째로 바꾼 앨범으로 언급하기도 했다.  

이 앨범을 통해 스티비원더는 처음으로 이듬해인 1974년 그래미 올해의 앨범상을 비롯 프로듀서상 등 4개 부문을 수상하게 된다. 그가 일궈낸 성과에 비하면 그래미 상은 그에 대한 작은 보상이자 덤에 불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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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3년 그는 자동차 사고를 당하게 되는데 그 후유증으로 일시적으로나마 후각을 잃게된다. 앞을 못보는 것도 답답할텐데 후각마저 잃은건 한 인간으로 얼마나 큰 시련이었을까.

하지만 스티비 원더는 보다 더 성숙한 신앙심을 가지게 되었고, 그 영향으로 굉장히 무거운 분위기의 Innervisions과 비교해서 상대적으로 차분한 느낌의 Fulfillingness' First Finale 앨범을 이듬해에 발표하게 된다. 전작이 외향적이라면 이 앨범은 상당히 내성적인 사람을 보는듯한 느낌이다.

앨범의 특징이라면 전작이 상당히 비판적이고 냉소적인데 반해 이 앨범은 반대로 따뜻한 시각과 대체로 긍정적인 마인드로 세상을 바라보고 있는데, Innervisions 과 Songs in the Key of Life 의 사이에 끼어있기 때문인지 평가면에서는 상대적으로 손해를 보고 있는 앨범이기도 하다.

하지만 다른 면에서보면 전작들에서의 무거움을 덜어낸 소박한 아름다움으로 채운 앨범이 이 Fulfillingness' First Finale 라고 할 수 있다. 게다가 따뜻한 느낌이 곡들이 많기 때문인지 앨범을 들을 때마다 오랫동안 알고 지낸 편한 친구를 만나는 느낌이 든다.

감미로운 'Smile Please', 그리고 발라드 명곡인 'Too Shy To Say'를 비롯해서 ' Creepin' ',  'They Won't Go When I Go' 와 같은 느린 곡들이 많지만  Higher ground 와 같은  훵크넘버의 계보를 잇는 'Boogie On Reggae Woman' 라던가 싱글 차트 1위곡인 'You Haven't Done Nothin' 같은 곡은 앨범이 처지는 것을 막아준다.

특이 할만한 점은 스티비원더를 굉장히 좋아하는 조지마이클이 'They Won't Go When I Go'  을 나중에 리메이크 했다는 사실인데 기회가 된다면 서로 비교해서 들어보는것도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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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앨범은 전작에 비해 확실히 귀를 확 잡아끄는곡이 적다. 그게 이 앨범에 대한 평가를 낮추는것이 아닌가 싶을정도로 어떻게 보면 상당히 심심한 앨범이다.

 하지만 여전히 이앨범을 무시할 수 없는 이유는 그의 생애 두번째로(스티비 원더는 지금까지 미국 앨범 차트 1위를 세번 차지했다) 앨범차트 1위에 오른 앨범임과 동시에 역시 그래미상을 휩쓸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스티비는 Fulfillingness' First Finale 을 통해 사상 최초로 2년연속 그래미 올해의 앨범상을 받게된다. 한마디로 대중성과 작품성을 동시에 인정받은 셈이다.

이 앨범 이후, 스티비는 그동안 1년도 안되서 한개의 앨범을 냈던것에 반해 무려 2년 가까이 작업을 거친후에 더블앨범인 역작 Songs In The Key Of life를 발매하는데, Fulfillingness' First Finale 은 다음앨범에 대한 예고편이라기 보다는 폭풍전야를 연상 시키는 앨범이라면 보다 정확한 표현일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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