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8/09 챔스8강 2차전 아스날 vs 비야레알. 완벽한 경기를 펼친 아스날

아스날이 3년만에 4강에 진출했습니다. 이들을 응원하는 입장에서 최상의 결과가 나왔는데 뭐 하나 빠지는거 없이 좋은 경기를 했네요. 너무 경기를 잘해서 글을 길게 쓸 필요는 없을거 같지만 그래도 뭔가 남기고 싶어서 제가 인상깊게 본 부분을 위주로 글을 써볼까 합니다.

우선 저번 챔스경기 예상에서 아스날과 비야레알의 경기가 싱겁게 마무리 될 수도 있다고 했는데, 그 이유는 한쪽에서 흐름을 탈 경우 상대가 그 흐름을 끊기 힘들다는 생각에서 한 말이었습니다. 특히 두 팀 다 홈에서는 굉장히 강하기 때문에 컨디션이 좋은 팀이 경기를 압도할 가능성이 컸죠.

실제로 1차전에서 비야레알은 일방적인 경기를 했는데 아마 전반에 아스날이 2골을 실점을 했다면 그대로 무너졌을수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아스날은 후반전에 아데바요르의 멋진골로 원정에서 동점을 만들고 왔고, 또한 2차전에서는 비야레알 중원의 핵심인 세나의 결장으로 한결 수월하게 경기를 치를 수 있었습니다.

 2차전에서 벵거는 4-4-1-1 포메이션을 들고 나왔는데, 이는 비야레알에게 주도권을 내주지 않으면서도 중원을 강화하기 위한 포석으로 보입니다. 오늘 아데바요르는 원톱이지만 전후좌우 가리지 않고 계속해서 뛰어다니면서 팀 공격의 연결고리 역할을 해줬고 아데바요르와 다른 선수간의 원투패스는 비야레알의 수비를 교란하며 많은 찬스를 만들어 냈습니다.

그리고 반페르시는 마무리 패스를 넣어주는 공미에 가까운 롤이지만 아직 경기에 완전히 녹아든다는 느낌을 받진 못했습니다. 그래도 이 날경기에서는 그나마 양호했는데 주로 상대 공격시에는 수비에도 많이 가담하도록 했구요 이는 상대 비야레알의 수비가 두 공격수에 긴장의 끈을 놓지 못하게 하면서도 동시에 아스날 미드필드가 수적우위를 지키는데 주력한 것으로 봐야겠죠.

 
경기 초반부터 아스날은 왼쪽 풀백인 깁스에는 오버래핑 주문을 하지 않으면서 나스리 조차도 수비가담에 주력합니다. 그리고 사이드 공격을 최대한 오른쪽 라인에 넘기면서 에보우에와 월콧에게 번갈아 가며 역습을 주문하죠. 이 부분은 확실히 벵거의 노림수였다고 보여집니다. 빠른 스피드를 가진 월콧이 상대 뒷 공간을 노리는 것은 상대 문전 근처에서의 원투패스, 나스리의 크로스 함께 오늘 아스날의 주요 공격루트였습니다.

비야레알은 스페인 클럽 답지 않게 빌드업 과정 만큼은 상당히 간결한 편인데, 이들은 흐름을 한번 가져가면 상대에게 다시 흐름을 잘 내주지 않는 경기를 합니다. 따라서 아스날은 수비적으로 나가기 보다는 경기 초반부터 비야레알을 강하게 몰아칠 필요가 있었고 템포를 아스날의 방식대로 빠르게 가져가야 했는데 공격 선봉장 역할을 맡긴 월콧이 역습은 물론 적극적인 2선 침투로 많은 찬스를 만들어 냅니다. 그리고 전반 10분만에 세스크의 힐패스에 이은 멋진 칩샷으로 득점에 성공하면서 아스날은 분위기를 완전히 가져오는데 성공합니다.

비야레알은 월콧의 좋은 움직임으로 수비 라인을 계속해서 높일 수가 없는 이유로 라인간의 이격이 벌어지면서 중원싸움에서도 밀리게 됩니다. 전반을 거의 일방적으로 내주면서 아스날의 페이스를 감당할 수 없게 되었죠. 아스날은 여러번의 찬스를 더 만들어내지만 득점을 하진 못했고 경기는 후반으로 넘어갑니다.

후반들어 비야레알이 전열을 가다듬기 시작했는데 비야레알은 점유율을 높이면서 경기 흐름을 다시 가져오는데는 성공을 합니다. 하지만 아스날의 끌어올린 수비라인 뒷 공간을 노리는 침투패스가 정확도가 많이 떨어지면서 득점을 하는데엔 실패합니다. 물론 이 부분은 클린 시트를 기록한 콜로투레와 적극적인 쇄도로 비야레알의 침투 패스를 차단한 파비앙스키의 판단이 좋았다고 보여지네요.

오늘 비야레알은 평소답지 않은 모습을 보였는데 그 이유는 마르코스 세나의 부상으로 미드필드 진에서 공 소유권을 잃은 것을 이유로 들 수 있을 것입니다. 세나가 중원에 있을 때 비야레알은 언제나 2~3명의 선수가 연동하여 적은 패스로도 상대 진영에서 많은 득점 기회를 만들어 낼 수 있었는데 세나가 빠지면서 앞선의 피레스는 물론 최전방 공격수간의 유기적인 모습이 안보이더라구요. 물론 오늘 경기에서 월콧과 함께 가장 컨디션이 좋았던 송빌롱이 중원에서 세스크의 보디가드 역할과 수비가담으로 비야레알의 공격을 무력화하는데 큰 공을 세웠습니다.

 한편 후반에 내준 흐름을 다시 가져오기 위해 아스날은 수비라인을 끌어올리면서 월콧과 나스리의 위치를 스위칭을 통해 바꾸는데 이런 형태의 공격이 잘 먹혀들지 않자 나스리는 중앙 쪽으로 가서 세스크와 함께 아데바요르와 반페르시를 지원하고 다시 원래대로 월콧이 오른쪽 공격을 맡게 됩니다. 이때 왼쪽라인은 깁스가 많은 오버래핑을 시도하면서 비야레알의 오른쪽 라인을 괴롭히는데 이때 왼쪽 수비는 송이 실베트트레와 함께 커버링을 적절하게 잘해줬습니다.

그리고 이어진 찬스에서 반페르시가 어시스트를 기록하며 아데바요르의 멋진 피니쉬로 2:0.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또 다시 월콧이 페널티킥을 얻어냈는데, 이 상황은 과하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비야레알의 에구렌이 경고누적으로 퇴장까지 당했고 또 PK를 반페르시가 성공시키면서 이대로 끝나게 됩니다. 3:0에 10명으로 경기를 뒤집기는 힘들었겠죠.
 


 

사실 경기 시작전만해도 아스날은 주전들의 부상으로 콜로 투레를 제외하면 제대로된 포백을 구성할 수 없었기 때문에 무엇보다도 안정된 수비가 필요했습니다. 다행히 사냐와 클리쉬대신 에보우에와 깁스가 기대 이상으로 잘 해줬는데 특히 깁스는 자신의 롤을 완벽하게 수행하면서 팀의 승리의 숨은 공신이 되었습니다.

전 클리쉬가 풀백으로 적합하지 않다고 생각하는 사람이지만 그래도 지금으로썬 아무리 깁스가 잘해도 빨리 클리쉬가 돌아와야 한다고 봅니다. 더군다나 갈라스와 주루가 아웃되고 사냐까지 독감에 걸려서 제 컨디션이 아니라 아스날의 지금 수비진은 상당히 큰 위험에 노출되어 있습니다. 앞으로 어떻게 상황이 진행될지는 모르겠지만 아스날에게 있어 진정한 시험대는 남은 2주가 될 것입니다.  

맨유가 포르투를 원정에서 꺾으면서 아스날은 챔스에서는 처음으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를 만나게 되었습니다. 최근 폼이 많이 떨어져있는 맨유인데다 흥미로운 매치업이긴 하지만 언제나 '해볼만하다'는 생각이 들 때 더 무서웠던 상대이기에 껄끄러운게 사실입니다. 그리고 아스날은 비야레알전 직후에 FA컵 첼시전과 리그에서 리버풀 원정 경기가 이어지는 등 죽음의 일정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그나저나 무슨FA컵도 아니고 3년연속 챔스 4강에 EPL 3팀이 올랐네요. 현재는 빅4에 한정된 말에 가깝습니다만 자본의 유입이 계속해서 늘어날 것이 확실하기에 앞으로 EPL이 대세라는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인듯 싶습니다.

4강에 올라간 이상 아스날이 맨유를 꺾어줬으면 합니다. 사실 두팀은 누가 강하든 간에 50:50 이라고 보기땜에 쉽사리 예상을 못하겠네요. 암튼 올시즌 내내 경기력이 안좋았고 계속해서 약하다는 평가를 받던 아스날이기에 결코 그렇지 않다는걸 증명해 주길 바랍니다. 오늘 만큼은 아스날이 그 어떤 팀보다도 강해보이네요. 행복한 아침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