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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이치 사카모토의 따끈따끈한 2장짜리 신보. [Playing the Piano 2009 Japan Self Selected]는 이미 전자음악은 물론 영화음악의 대가로도 잘 알려진 사카모토의 대표곡들을 피아노 연주로 들을 수 있는 라이브 앨범이다. 그는 다양한 음악작업으로도 유명하지만 이미 [Casa]같은 앨범에서 볼 수 있듯이 피아니스트로도 꽤나 명성이 높았기에 이러한 피아노 라이브앨범은 언젠가 한번은 나올만한 작품이었음이 분명했다.

조금 특이한 점이 하나 있다면 사카모토가 모든 곡들을 다른 악기의 도움없이 피아노 만으로 연주했기 때문인데 이 부분은 최근 사카모토가 올해 일본 내에서 피아노 공연을 했던 것에 기인한다. 이 앨범은 그가 일본 전국투어에서 24회 공연으로 연주된 500곡 이상의 라이브 중에서 사카모토가 스스로 고른 27곡을 두장의 CD에 나눠서 담은 작품이다. 최근 일본외에 유럽 및 국내에서 발매된 [Playing the Piano]는 공연실황과는 상관없는 스튜디오 라이브로 녹음된 12곡만이 수록되어 있다. 

 2장의 디스크에 무려 27곡의 앨범 수록곡 중에서 가장 귀에 잘 들어오는 곡은 역시 사카모토의 커리어에서 가장 유명한 두 곡 'Rain'과 'Merry Christmas Mr. Lawrence'. 긴박함을 잘 살린 전자와 정갈한 느낌을 한층 강조한 것이 특징인 후자 모두 특별히 기교를 붙이기 보다는 원곡의 아름다운 멜로디만을 잘 살려서 아무 악기의 도움 없이 피아노 연주만으로도 청자에게 감동을 주고 있다. 앨범의 첫곡이자 [Out of Noise]에도 실린 'Hibari'와 'A Flower Is Not A Flower'같은 곡도 마찬가지. 이 두곡에서 사카모토의 연주는 조금의 군더더기 없이 물 흐르듯 이어진다.  

 개인적으로 가장 좋아하는 연주곡은 'The Last Emperor'. 이미 다른 공연에서도 사카모토는 여러 현악기와 함께 팬들에게 선보인 바 있지만 [Playing the Piano 2009 Japan Self Selected]의 버전은 피아노 한대만으로도 장대한 스케일을 충분히 아우를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하고 있다. 이 버전이야 말로 정말 냉철하고도 아름다운 'The Last Emperor'다. 말로 설명할 수 없는 거대한 아우라가 이 한곡에 담겨 있다. 

앨범에서 이색적인 곡을 몇 곡만 꼽으라면 그중에 하난 'The Sheltering Sky'일 것이다. 이 노래는 유일하게 사카모토 자신 보다는 유키 구라모토의 색깔이 배어나오는 연주(물론 초반부만)를 들려주고 있는데, 원래 전자 악기로 연주되었다가 이 작품에서 피아노 연주곡으로 재해석 된 'Thousand Knives' 만큼이나 이색적이다. 물론 후자의 경우는 일반적인 피아노 연주로 생각되지 않을 만큼 창의적이고 날렵한 연주를 들려준다. 그리고 아름다운 멜로디를 단촐하게 해석해낸 'Tango' 역시 주목할 만하다.

[Playing the Piano 2009 Japan Self Selected]는 그저 사카모토의 유명 곡들을 피아노로 연주한 앨범이 아니다. 올해 같이 나온 사카모토의 '음의 프로젝트' [Out of Noise]가 음악가로 대가가 된 사카모토의 실험작이라면 [Playing the Piano 2009 Japan Self Selected]는 그와는 완벽하게 다른 노선인 연주가, 즉 피아니스트로서 자신의 아름다운 멜로디들을 공연을 통해 새롭게 각색한 버전인 셈이다. 그래서 그동안 꽤나 스케일이 큰 작업을 도맡아 하면서 여러 곳에서 일가를 이룬 사카모토가 두 앨범을 같은 해에 발매 한 것은 꽤나 의미심장하다. 커리어를 한번쯤 돌아볼만한 시간이 필요해서가 아닌 여전히 다양한 영감과 소리의 진화를 쏟아내기 위함이라는 점에서 말이다.

이 작품은 일본에서만 발매 되었는데 만약 구하기 어려운 경우 아쉬운대로 국내에서 발매된 [Playing The Piano]를 접하는 것도 나쁘지 않은 방법이다. 간혹 국내에서는 류이치 사카모토를 뉴에이지 카데고리 안에서만 분류하고 평가를 하는데 [Out of Noise]와 또 지금 소개하는 [Playing the Piano 2009 Japan Self Selected]를 듣고도 그런 소리가 계속 나올런지 정말 궁금하다. 물론 그 정도 밖에 모르니까 그런 소리들을 남발하는 것이겠다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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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베스트 앨범 격의 스튜디오 라이브 [Playing the Piano]



                                 Ryuichi Sakamoto / Merry Christmas Mr. Lawrence



                                 Ryuichi Sakamoto / Perspecti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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