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닉(Panic)/ 밑 [1996]

음반 리뷰 및 소개/가요 2007. 4. 27. 20:45 Posted by 루이스피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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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롤로그


8년전이던가 동네 레코드 점에서 하던 행사가 있었다. 그 속을 들여다 보자면 신촌뮤직에서 발매된 앨범 한장을 사면 같은 신촌뮤직에서 나온 패키지 상품인 '音과 樂' 이라는 3장짜리 앨범을 같이 주는 행사였는데 그래서인지 별 고민없이 충동적으로 구입한 것이 바로 이적의 1집앨범이다.  
 
한번에 꽂힌 Rain을 듣고 산 앨범이지만 개인적으로 예상했던 음악스타일과 확연히 다른 내용물에 당황스러워 했었는데, 당시 필자는 대중적인 음악 위주로 들었던 시기라 실망의 정도가 더 컸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그러한 후회도 잠시. 배보다 배꼽이 더 큰 경우에 해당되는 사례가 이 경우랄까. 돈주고 산 이적의 솔로 앨범보다도 더 괜찮은 수확이 있었으니 그게 바로 3장짜리 패키지에 끼워져있던 패닉의 2집이었다.


패닉과 이적

필자에게 이적의 목소리는 비호감에 가깝다. 물론 달팽이나 눈 녹듯에서의 유앤미블루의 이승열을 연상시키는 듯한 목소리는 괜찮지만 좀 강한곡에서의 이적 특유의 배알이 꼬인 듯한 삐딱한 목소리는 듣는 사람을 굉장히 짜증이 나게 만든다는 것. 예를 들면 UFO에서 후렴부분의 특히 '랄랄랄랄 라랄라' 와 같은 이런 부분을 상당히 싫어한다는 말이다. (물론 UFO나 김동률과 함께한 카니발에서의 '롤러 코스터' 같은 시원한 곡은 좋아하는 편이다.)

특히 패닉을 좋아하던 친구는 '냄새'라는 곡의 숨소리와 특유의 똘끼 넘치는 이적의 효과음을 매일같이 흉내냈었는데 '한번만 더 그 짓하면 없애버린다' 라고 딱 잘라 말했을정도로 이적의 보컬은 어떤 면에서는 개인적으로 꽤나 싫어했던 목소리 이기도 했다.  

그런 이유에서인지 패닉 2집은 앞에서도 언급한 이적 1집과 함께 거의 손이 잘 안가는 앨범 중 하나였는데, 그러다 다시 이 앨범을 들어보게 된건 우연히 라디오에서 흘러나온 '강' 이라는 곡 때문이었다.    




이 앨범이 나왔을 당시를 돌이켜 보자면 서태지와 아이들이 3집앨범에서 팬들의 기대와 예상을 완전히 뒤엎고 컴백했던것에 비견될 정도로  패닉의 '밑'은 부클릿은 물론 그 내용물에 있어서도 충격 그 자체였다.

물론 '왼손잡이'와 같이 좌익을 암시하는 등 삐딱한 시선으로 사회를 바라본 수작들이 있던것은 사실이지만, 데뷔앨범에서는 최성원이 프로듀싱에 참여했다는것을 반영하기라도 하듯 이적이 역시 전곡을 작사, 작곡 했음에도 불구하고 신인이 가진 신선함과 패기어림을 제외하면 꽤나 대중 친화적인 음악으로 채워져 있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대중의 관심을 조금도 받지 못하다가 사라졌던 타이틀곡 '아무도' 는 물론이고 팬들에 의해 발견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달팽이'나 '기다리다' 등으로 대중적 취향에 부합해 많은 방송활동으로 인기를 끈 패닉이 다음 앨범에서 이런 파격적인 시도를 할꺼라고 예상한 이는 거의 없었을것이다.

그런 이들의 시선을 비웃기라도 하듯 이적은 다음앨범인 '밑'에서 직접 프로듀싱을 맡으며 김진표와 함께 하고 싶은 애기를 그의 인맥으로 깔아놓은 때깔나는 세션 연주 위에서 맘껏 떠들게 된다.


앨범소개

 정말 짜증나는 보컬효과를 준 인트로 '냄새' 를 시작으로 그나마 방송에서 활동할만했던 몇안되는 곡인 'UFO', '달팽이'의 표절과  관련해서 약간은 간접적인 화법으로 역겨움을 표시한 그루브함이 살아있는 곡 '혀'를 지나 이어지는 노래는 개인적으로 90년대에 나온 어쿼스틱 기타로 연주된 곡 중에서 최고로 꼽는 '강' 인데, 이 곡은 패닉의 팬들이 좋아하는 숨겨진 명곡이기도 하다.

그리고 이적이 이 앨범에서 가장 공을 들인듯한 '어릿광대의 세 아들들에 대하여' 는 사운드적인 측면에서는 물론 꽹가리와 현음악의 조화를 시도하는 등 실험적인 면이 돋보이는데, 삐삐밴드 멤버들과 잼 형태로 함께한 가요 역사상 가장 언밸런스하고 엉뚱한 듀엣곡으로 꼽히는 이윤정의 신경질적인 목소리와 이적의 부조화 속의 조화가 인상적인 '불면증'  과 함께 이 두곡은 이적의 뛰어난 음악성이 가장 잘 반영되어 있는 노래다.

또한 '밑' 에서 가장 눈에 띄는 부분은 김진표의 괄목할 만한 성장이다. 1집 달팽이에서는 립싱크로 색소폰을 부는 등 이적의 들러리에 불과했던 김진표가  '벌레',  'mama' 의 작사,작곡을 직접 맡으며 뮤지션으로의 가능성을 보여준다.

하지만 그것에 만족하지 못했는지 김진표는 1년뒤에 솔로앨범 '열외'로 자신의 음악성을 인정받는데, 이 앨범은 가요에서는 전곡이 랩으로만 이뤄진 최초의 앨범이기도 하다.
 

에필로그

이 앨범이 나온지도 벌써 10년이 훌쩍 넘었다. 개점 휴업상태로 패닉의 이름을 남겨둔채, 이적과 김진표는 각각의 활동으로 자신의 분야에서도 괜찮은 수준의 음악을 내놓으며 동시에 패닉의 활동 역시 계속하는 형태로 자신들의 음악작업을 이어가고 있다.

다만, 패닉의 뒤이은 작업물들은 완성도면에서 좋은 수준이었음에도 불구하고 많은 비판을 받았는데, 그 이유는 바로 패닉의 2집에서 선보였던 실험적인 모습을 보여주지 못하고 대중취향의 음악위주로 방향을 선회했기 때문일 것이다.  

물론 데뷔앨범이나 2집 이후에 나온 2장의 앨범들과 비교했을때 시간의 간극과는 상관없이 중간에 껴있는 이 앨범이 조금은 작위적인 느낌이 드는것은 어쩔수 없다.

하지만 서태지와 아이들의 은퇴이후 지금까지 사회적인 메시지를 던지며 동시에 작가정신을 발휘하는 아티스트가 이 때의 패닉을 제외하곤 지금까지도 거의 없다시피한 가요계를 비춰볼때(물론 오버 그라운드로 극히 제한해서 볼 때), 이러한 다양한 음악적 시도를 포기한듯한 패닉의 활동은 가요를 듣는사람으로서 아쉬운 생각이 드는게 사실이다.  

앞으로 패닉의 음악에서 실험적이고 파격적인 모습을 보기는 힘들겠지만, 고급스러운 멜로디로 대중들과 호흡했던 이들의 음악을 들으면서 신선한 충격을 던져줬던 예전 모습을 한번 떠올려 보는 것도 꽤 좋은 경험이 되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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