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0년대 후반 바덴 파웰은 Baden Powell Quartet이라는 밴드 형태로 음악을 만든다. 퍼커션을 맡은 Alfredo Bessa, 베이스의 Ernesto Ribeiro Gonsalves, 그리고 드럼파트를 맡은 Helio Schiaro로 구성된 이들 쿼텟 멤버들과의 작업은 Marcia와 함께만든 68년에 나온 'Os Originais Do Samba' 앨범을 시작으로, 파웰의 최전성기인 70년에 나온 걸작 'Canto on Guitar' 앨범을 지나 70년대 초반 일본에서의 활동중에도 계속된다.
지금 소개할 '27 Horas de Estudio' 앨범은 파웰이 쿼텟 멤버들과 함께 Elenco 레이블을 통해 낸 앨범으로 바덴 파웰 특유의 화려한 기타 연주보다는 절제하는 연주가, 그리고 파웰 음악의 뿌리가 되는 아프로 삼바와 보사노바 보다도 블루지한 느낌을 내는 음악과 유럽풍의 클래시컬한 연주가 근간이 되는 과도기적인 성향의 앨범이라 해야겠다.
첫곡인 'Lotus'는 이 글을 쓰고 있는 필자 역시 이 노래를 듣고 바덴 파웰의 팬이 되었을 정도로 정말 좋아하는 곡. 일반적인 브라질리언 기타리스트와는 다른 바덴 파웰만의, 흡사 플라멩코 음악을 연상케 할 정도로 화려하면서도 타악기를 치는 듯한 강한 스트로크가 이상적으로 발휘된 작품이다. 이 노래는 처음 들을때도 듣기 좋지만 여러번 들어도 질리지 않을 정도로 완벽한 구조로 구성되어 있는게 특징.
그 외에도 주목할 만한 곡은 역시 파웰의 대표곡 중 하나인 'All the things you are'. 이 노랜 저번에 잠시 소개한 'Poema on Guitar' 에도 수록된 곡으로 이 앨범 버전에서는 현악의 비중을 늘려서 차분한 분위기로 특유의 멜랑꼴리함을 강조한 것이 원곡과는 다른 점이다. 전체적으로 조용한 곡들 위주지만 'Um Abraco No Codo'는 다른 곡들과는 달리 아프로 삼바 특유의 흥겨운 분위기에 파웰이 연주하는 맑은 기타소리가 빛나는 멋진 곡이다.
이 앨범은 다른 앨범들과 마찬가지로 파웰을 제외한 쿼텟멤버들 보다는 파웰이 맡은 기타의 비중이 그 어느때보다도 큰 편이다. 하지만 파웰은 의도적으로 '절제' 하면서 연주하고 있으며 자신이 연주하는 기타의 테크닉 보다는 느낌 자체를 청자에게 전달하는데 더 집중하고 있다. 물론 'Lotus'나 'lenda do abaete' 같이 화려한 파웰의 연주에 쿼텟의 호흡이 빛을 발하는 곡들도 있지만 전체적으로 이 앨범은 대부분 차분한 분위기의 수록곡들이 많다.
누군가가 나에게 파웰의 앨범을 추천해 달라면 분명 이 앨범을 먼저 권하지는 않을 것이다. 그 이유는 여러가지 성향의 음악이 공존하고 있어서 조금 어수선한 느낌이 드는 것은 물론, 위에서도 언급했듯이 파웰의 연작인 기타 시리즈 사이에 나온 앨범이기 때문에 과도기 적인 성향이 강하기 때문이다.
물론 이 앨범도 상당히 훌륭한 작품이지만 파웰의 다른 대표작들을 먼저 듣는 것이 더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파웰의 노래 한곡만을 추천해 달라면 필자는 분명 'Lotus'를 들려줄 것이다. 그만큼 이 노래는 누구나 한큐에 딱 꽂힐만한 곡이다.
그리스 신화의 로터스의 열매를 뜻하는 'Lotus'를 먹은 것과 같이 듣고 있는 4분 49초동안은 아름다운 멜로디에 고통이나 슬픔, 그리고 외로움 따위는 모두 잊게 된다. 이유는 나도 잘 모르겠다. 분명한 건 바덴 파웰은 같은 뜻을 가진 '연꽃' 보다는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로터스의 앨매를 생각하며 이 곡을 썼을것이라는 것.
P.S 처음으로 앨범 전곡을 올린다.
아마 이 앨범은 음원조차도 구하기 힘들테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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