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을 준비할 무렵 날씨를 계속 체크 했는데 3월 내내 유럽은 이상기후로 몸살을 앓고 있었다. 가기 직전 유랑에서 본 글들 대부분은 프랑스나 스위스에서 눈이 계속 내리고 로마 역시 가기전날까지 비가 오고 있다는 내용이었다. 아무리 비수기라지만 적어도 로마는 비가 많이 오는 도시가 아니었기에 가면 괜찮아지겠지 생각을 하면서도 유럽에 도착하는 날 모스크바에서는 눈이.. 로마에서도 비가 왔었기 때문에 계속 걱정을 하다가 잠에 들었다.

 

하지만 나는 항상 날씨 복이 있는 사람이었다. 그 드러운 날씨의 홍콩에서도 아니 어떤 여행지를 갈 때도 마찬가지였지만 매번 주변 친구들에게 들었던 별명은 태양을 몰고 다니는 남자였다. 일명 태양인. 내가 기대한대로 로마에서의 첫날, 일어나자 마자 창문부터 열고 날씨를 확인했다. 이럴수가.. 어제까지 며칠동안 비가 왔던 로마였는데 거짓말같이 햇빛이 쨍쨍했다. 테라스로 나가 기지개를 펴다가 오늘이 프란치스코 교황이 취임하는 날인걸 떠올렸다. 교황 曰 "당신덕에 운좋게 얻어걸린거 같소 껄껄껄. 난 당신에게 큰 빚(?)을 졌소. 고..고맙소.." 라는 말도 안되는 생각도 하면서 기분좋게 아침을 먹으러 식당으로 내려갔다.  

 

 

 

 

 

 

 


보기엔 그냥 특별할게 없어 보이지만 꽤 맛이 좋은편이었다. 특히 갈비찜도 맛있었고 국이 좋았다. 식사중에 숙소분들이 하나둘씩 내려오는데 이럴수가.. 전부 여자였다. 비성수기라지만 대한민국 남자들은 휴가기간이 아니면 여행하기 힘든 돈버는 기계구나 라는 생각에 입맛이 뚝 떨어졌다. 따져본다면 당연히 여자도 남자와 마찬가지로 유럽 여행은 큰 결심과 준비가 필요하다. 금전적으로나 시간적으로나. 하지만 최소한 아주 조금은 더 자유롭다. 남자들보다는..


 여행 얘기가 나와서 말인데 20대 한국 남자는 여행과는 거리가 멀어보인다. 내가 20대에 여행을 잘 못다녀서 하는 얘기가 아니라 일단 20대 초반의 보통 남자들은 돈도 없고 또 군대로 인해 부모등골 빼먹지 않는 한 그런 결정은 엄두도 내기 힘들다. 첫번째 유럽여행을 갈 적기에 남자가 가기 힘든 이유다. 군 제대한 20대 중반은? 역시 학점과 취업문제로 바쁘다. 이게 두번째. 20대 후반이나 30대 초반은 더 힘들다. 취업에 성공했다 한들 학자금 대출 해결과 사정이 좋다한들 결혼과 내집 마련 또는 최소한 전세금 정도는 생각해야 한다. 


결국 직장을 관두거나 이직의 결심 또는 긴 휴가를 쓸 수 있는 기회가 생기거나 병가가 아닌 이상은 여행이 불가능 하다. 신혼여행 제외 결혼 이후 여행이 힘든건 당연한 일이다. 여행 갈 수 있을 때 가라. 서른 전에 유럽여행 마니 다니라는 앞세대들의 충고가 괜히 나온게 아닌거 같다. 


 

 

 

 

어쨋든 나는 여러가지 방법을 동원해서 유럽에 왔다. 그래서 그냥 생전 처음보는 거리에서 다니는 자체가 너무 즐거운 경험이었다. 매번 버스안에서 보는 서울시내 풍경이라지만 한국이 생소한 외국인들은 카메라 들고 찍는거랑 마찬가지 상황이랄까. 만약에 대비해서 길을 잃어도 택시로 찾아올 수 있게 숙소 앞 주소 사진을 카메라로 찍어두고 지도 하나만 들고 시내를 향해 걸었다. 

 

 

 

 

 

 

 

 

 

                                    그냥 낯선곳을 걷는 것만으로도 좋다.. 날씨도 좋고 기분도 좋고~

 

 

 

 

 

 

 

  

 

 

   

오랜만에 하는 외국 여행이다 보니 골목이나 주택 하나하나도 다 찍게 된다.

사실 여행이 길어지면 그 길이 그 길이고 그 성당이 그 성당같다. 




 

 

  

  

 

여행중 처음으로 만난 큰 성당이다. 하지만 듣보잡 성당.. 워낙에 유명한 성당이 많기도 하고 성당 이름이 라틴어로 되어 있어 검색을 해도 찾을수가 없었다. 게다가 로마는 도시 자체가 거대한 고대유적이나 마찬가지라 유명한 관광지라도 영어로 이정표 제공을 하지 않는편이었다. 아직도 여기 이름을 잘 모르겠다. 아시는분 제보를 ㅋㅋ

 

 

 

 

 

 

 

 

                                                           걸어다니다 보니 나름 큰 공원 발견

 

 

 

 

 

 

 

 

  

  

     자유로운 연인들 도촬. 여행중 은근 도촬 많이했다


 

 

 

  

공원을 지나 다시 큰 길을 따라가니 성 지오반니 인 라테라노 성당이 보인다. 일명 지오반니 대성당. 세계 최초의 성당이자 카톨릭성당 중에 가장 권위있는 주교좌 성당이다. 여름마다 광장에서 하는 행사로 나름 잘 알려져 있지만 국내에서는 소개가 전혀 안되어 있어서 잘 모르고 지나치는데 열두사도 조각상이나 오른쪽에 위치한 거대한 오벨리스크와 길건너 빌라도의 계단은 한번쯤은 가서 꼭 볼만하다.   

 

 

 

 

 

 

 

 

  

 

 

 

내부로 들어가자마자 열두제자 조각상과 함께 보이는 지오반니의 중랑 천장이 정말 눈 돌아가게 만들었다. 물론 이 생각은 다음날 베드로 대성당에 가서 모두 사라졌다.

 

 

 

 

 

 

 

 

  

 

  교황의 제단



  

꼼꼼하게 보니 시간이 너무 빨리 흐른다 콜로세움 입장해서 보려면 일찍 가야 한다고 들었는데.. 

 





 

  

지오반니 성당의 정문 


  

  

이집트에서 뽑아온 거라는데 로마에만 이런 오벨리스크가 13개가 있다고 한다. 8개는 뽑아온거 5개는 이집트가 만들어서 바친거. 로마에 있는 오벨리스크 중에서 가장 높이가 높다. 원래는 로마인들이 피라미드를 통째로 가져오려다가 도저히 답이 안나와서 오벨리스크만 뽑아 왔다는데 참 여러가지 의미에서 대단하다는 생각이.. 약자의 역사는 언제나 슬픈법이다. 

 

 

 

 



 성 계단이 있는 건물. 일명 빌라도의 계단으로 잘 알려져있다

 

 

 

 

 

 

카메라로 장난도 쳐본다

 

 

 

 

 

 

 

 

시내로 나가자 식당들이 하나둘씩 보이고 






 

 

  

  

드디어 콜로세움이!! 영화나 사진으로만 보던 콜로세움을 보니 감동.. 은 아니고 그냥 존트 큰 돌덩이었다 -_-; 

마침 줄도 길어서 며칠후에 입장하기로 한다 

 

 

 

콘스탄티누스 개선문. 나폴레옹이 이걸 프랑스로 가져가려다가 너무 무거워서 포기하고 이 모양 그대로 지은게 바로 파리의 개선문이다.  

 

 

 

 

 

  

신전들이 있는 포로로마노를 보고

 

 

 

 


 

 

새색기(?)들도 보인다. 비둘기는 어디서 봐도 너무 싫다

 

 

 

  

 

식당찾아 걷다보니 콜로냐 광장 앞이다. 이 기둥은 마르쿠스 아울렐리우스의 원주

 

 

 

 

 

 

 

 

 

1시가 넘어 배가 고파서 근처 아무데나 보이는 식당에서 치즈가 잔뜩 뿌려진 토마토 파스타를 섭취 하는데 옆에서 무지 큰소리로 '팽' 하는 소리가 들린다. 밥먹는데 뭔 소린가 해서 옆을 보니 20대 초반으로 보이는 여대생 애들중 하나가 아주 시원하게 코를 풀고 있다. 어처구니가 없었다. 예의도 모르는 천하의 상놈이었다 는 훼이크고 다른데서도 밥먹을 때 이태리 사람들 다 이런걸 보니 그냥 코푸는 습관이 이런거 같다. 깨..깬다  

 

 

 

 

 

 

 

 

  

 스페인 광장을 가기위해 콘도티 거리로 가는데 공중부양 하고있는 오렌지 듀오들이 많다. 나름 볼거리다

  

 

 

 

 

 에르메스 매장 



테스토니


 

 

스페인 광장 


지금은 없지만 예전에 광장 옆에 스페인 대사관이 있었어서 붙여진 이름이라고 한다 



 오드리 햅번이 젤라또 쳐묵하던 곳


수백명의 사람들이 전부 앉아서 멍때리거나 분수 근처에서 젤라또 뜯으며 먹방 찍는데 나도 모르게 웃음이 나왔다. 물론 계단 위에선 젤라또를 먹을 수 없다고 한다. 이유는 하도 오드리 햅번 따라 하는 사람이 많아 지저분해져서라고.



 

 

미켈란젤로 이후 바로크 시대의 최고의 천재 예술가인 지안 로렌초 베르니니와 그의 아버지 피에트르 베르니니 부자가 설계한 바르카치아 분수. 절대 잊을수 없는 농약같은 분수다. 그 이유는 며칠후에 알려드림 

 

 

 


 

 

 

 

 

 

나도 한국에서 한 먹방 하는데 이태리 형들한테 질수없어서 젤라또 쳐묵했다. 이태리에서 먹은 첫 젤라또

 

 

 

 

  

  

 

 

스페인 광장 위로 올라오니 시내 전경이 보인다.

 

 

 

 

 

 

 

이 팔찌에는 슬픈 사연이 있다. 스페인 광장에서 언덕에 올라갔는데 한 흑형이 말을 건다. 무시하는데 어쩌다보니 자연스레 축구 얘기가 나왔다. 당연히 귀가 솔깃.

 

흑형: AS로마 혹시 좋아하냐? 

피구: 아니 난 아스날 좋아하는데?

흑형: 그럼 너 혹시 일본 사람이냐?

피구: 한국 사람인데~ 아스날이랑 일본이랑 뭔 상관임? 

흑형: 아니 너 일본애 같이 생겨서 그냥 물어봤다

피구: 그러냐 알았다 그럼 빠이

흑형: 참 내가 선물 하나 줄게 잠깐만

피구: 어어

흑형: 잡았다 요놈

 

 

 

 

잡았다 요놈!!

 

순식간에 손목을 잡히고 몇초 되지도 않아서 내 팔에는 실로 만든 팔찌가 걸려있었다.

 

흑형: 님 못풀면 5유로. 풀면 공짜임 

피구: 어헣 못풀겠음.. 나 동전 1유로(보여주는 액션)밖에 없어 이거 갖고 꺼지셈

흑형: ㅇㅇ

 

생각보다 순조롭게 협상(?)은 이루어졌지만 파리는 몰라도 로마에서 흑형에게 당할줄은 생각도 못했다. 하지만  1유로에 무사히 빠져나온게 다행이었다. 고.. 고맙소 흑형.. 스페인 광장에서의 사건은 이게 끝이 아니었다. 

 

 

 

 

 

 

 

 

 흑형에게 당한 굴욕을 해소하기 위해 보르게세 공원에서 1시간 멍때리고 있었다. 생각보다 너무 좋았던 공원

 

 

 

 

 

 

 

 

 

 


 

포폴로광장. 유럽에선 참 광장이 많다 나중에는 성당도 마찬가지지만 그 광장이 그 광장 같아서 몇몇 곳은 그냥 사진도 안찍었다. 그래서 이날 나보나 광장 사진이 없구나 ㅠㅠ 쌍둥이 성당중 왼쪽은 베르니니가, 오른쪽은 폰타나의 작품인데 왼쪽은 보수 공사중이라 미관상 찍지 않았다 

 

 

 

 

 

 

 

  오벨리스크 만큼이나 흔해 빠진 오렌지 듀오



 

 

 

 

 

 

그 유명한 트레비 분수. 우리로 치면 삼거리 분수 정돈데 동전에 대한 속설과 로마의 휴일 그리고 분수를 직접 제작한 피에트르 베르니니의 멋진 바로크 양식 조각상들 덕에 절대 지나칠수 없는 명소가 되었다. 혼자서 동전 던지기 하기도 뭐해서 그냥 사람 구경만 했다.

 

 

 

 

 

 

 

 

 

 

로마의 방망이 깎는 노인.. 은 아니고 당근 깎는 아저씨. 사진 촬영을 하는데 매의 눈으로 바라본다

 







 

베네치아 광장. 오스트리아와의 전쟁에서 승리하고 최초로 이탈리아를 통일한 비토리오 엠마누엘레 2세의 동상이 통일 기념관 건물 정면에 있다. 

 

 

 


 


  

 무슨 일이 일어나도 다 용서가 될만큼 날씨가 넘 좋다 

 


 






 

 

 

 


미켈란젤로가 직접 설계한 계단과 언덕 위의 캄피톨리오 광장. 실제로 넓어보이는 효과가 있게 미켈란젤로의 의도대로 건설되었다. 이 광장의 정면에 서있는 궁전은 현재 로마의 시청사로 사용중인 세나토리오 궁이고 동상을 정면으로 볼 때 사진으로 보이는 왼쪽의 궁전은 누오보 궁이다. 사진도 제대로 찍지 않은 오른쪽은 콘세르바토리 궁. 둘다 캄피톨리오 미술관으로 사용중인데 별로 관심있는 작품은 없어서 굳이 관람은 하지 않았다. 그리고 광장 가운데 있는 동상은 마르크스 아우렐리우스 황제의 기마상.

 

 

 

 

포로 로마노. 2천년 전만해도 문명이 있던 곳이다 


 

로마는 하도 고대 유적들이 발에 치이다 보니 보존은 커녕 방치 하는 듯한 느낌이 든다



 

포로로마노 곳곳을 사진으로 담는데 카메라가 꺼지기 직전이다. 보조 배터리를 깜빡하고 가져오지 않았다. 휴대폰도 데이터 무제한을 써서 역시 배터리가 올인직전.

 

 

 


터만 남은 대전차 경기장. 그냥 모르고 가면 공원인줄 알았을거다

 

 

 

 

 




 


로마의 4대 성당중 하나인 산타마리아 마조레 성당



 

 

콜로세움 가는 길로 지오반니 대성당을 지나 산타마리아 마조레 성당을 보고 숙소로 돌아왔다. 정처없이 지도만 보고 발길 가는대로 걸어서 로마 대부분에 발도장을 찍었다. 배터리의 압박과 체력문제로보나 광장이나 로마의 야경등은 사진은 커녕 구경도 못한게 조금 아쉬웠달까. 하지만 다음날 바티칸 투어를 함께 할 동행이 같은 숙소에 오기로 해서 짐도 들어줄겸 일찍 민박집으로 갈 수 밖에 없었다. 하지만 지오반니 파씨에 들러 젤라또를 먹는 일은 잊지 않았다! 

 

내일은 미켈란젤로의 천지창조와 최후의 심판. 그리고 피에타를 직접 볼 수 있는 바티칸시국으로 간다. 내일 역시 비 예보가 있지만 내부 관람이 대부분이라 폭우가 와도 상관없다고 생각했다. 이 또한 내 착각이었지만.. 그러면서 떠오른 생각은 한가지 뿐이었다. 이렇게 날 좋은 때 골라서 취임식을 한 프란치스코 교황은 참 억세게 운 좋은 사람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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