앙리를 팔아선 안되는 세가지 이유

시작

얼마전 앙리 이적설과 관련해서 하이버리에서 답글을 달았던 것을 조금 보완해서 다시 썼다. 현지에서 부상이후 이적설 터졌던것은 그렇다치고 커뮤니티에서조차 앙리의 이적을 당연시하는 몇몇 사람들의 의견을 보고는 그냥 웃고 넘어가려했는데 앙리가 자신을 팔지말라는 뉘앙스의 인터뷰를 보고는 도저히 그냥 참을 수가 없어 이 글을 쓰게 됐다.  앙리의 이적은 불확실성과 위험성이 잠재되어 있다는 것을 짚고 넘어갈 필요가 있다는 것으로 글을 시작한다.


1. 대체자. 앙리를 보낸다면 도대체 누구를?


팀에서 가장 가치가 있는 선수를 팔아서 실리를 취하는 케이스는 유럽축구의 역사를 보더라도 굉장히 흔하다. 80년대 마라도나를 나폴리에 팔고 거액을 챙긴 바르셀로나를 비롯해서 굴리트를 AC밀란에 넘기고 그 기록을 깬 아인트호벤은 물론, 이적료 신기록을 경신하며 레알마드리드로 이적한 지단 덕분에 그 돈으로 성공적인 리빌딩을 해낸 유벤투스의 경우가 있다.  

하지만 이 리빌딩이라는것에는 불확실성이라는 부정적인 요소가 존재하는데 리빌딩에 실패한 대표적인 예가 루이스 피구를 레알마드리드에 판 바르셀로나가 될 것이다.

사실 이 이적은 속사정을 알면 함부로 가타부타 못할 대단히 희귀한 케이스이니 잘했냐 못했냐를 떠나서 이적 자체에 대해선 언급은 하지 못하는것이 당연하다. 어쨋든 바르셀로나는 지금으로써도 대단히 천문학적인 거액을 받았지만 그 후 피구의 대체자를 제대로 찾지 못하고 어영부영 돈 다쓰고 5년간을 무관에 머물렀고, 03-04 시즌에서 호나우딩요의 영입을 시작으로 다시 제자리를 찾았다는 사실을 반드시 기억해야 한다.

확실히 대체할 수 있는 경우가 아닌 경우에 선수를 팔아서 고생한 것은 아스날도 빼놓을 수 없다. 당시 베테랑들을 짧은시기에 많이 잃은것은 실수였다고 아슨벵거도 인정했듯 05-06 시즌 직전 유벤투스로 이적한 비에이라를 비롯해서 레이팔러,에두,숄 캠벨,로베르 피레스등 비슷한 시기에 여러 베테랑들을 잃은것은 현재 아스날이 2년 연속 리그에서 좋은성적을 내지 못 한것과 깊은 관계가 있는 것이 사실이다.

위와는 조금 다른 상황이지만 퍼기와 베컴의 불화이후 2년간 무관에 머물며 휘청거린 맨유도 예가 될 수 있겠다. 물론 호나우도의 급성장으로 올시즌에 좋은성적을 내고 있는것을 감안하더라도 이 견해는 마찬가지다.
 
또한 대체자라는것은 시장에 선수가 있어야 가능한 일인데 현재 돈이 있어도 선수가 없는 현재 시장에서 앙리를 팔고 도대체 누구를 사올수 있을지가 의문이다.

주요선수에 대한 이적이라는 것은 클럽의 성적은 물론 미래를 결정하는 중요한 요소임을
심사숙고 해야만 한다는 뜻이다.

2. 앙리의 노쇠화문제에 대해서

사실 주급을 10만이 아닌 그 배로 받고 서른을 훌쩍 넘는 공격수라도 한시즌에 20골 이상 넣으며 활약한다면 감독이나 팬은 사실 아까울것도 아쉬울것도 전혀 없다. 그만큼 이적설은 물론이고 팬들 사이에서도 그런 여론이 계속해서 나오는걸 보면 앙리의 폼이 상당히 안 좋았다는 반증이기도 할 것이다. 

하지만 올시즌 폼 저하를 일시적인 현상인지 아닌지는 분명히 좀 더 지켜볼 필요가 있다. 개인적으로 앙리의 경기력 저하는 노쇠화라기보다는 혹사로 인한 컨디션문제라고 보는데 노쇠화를 외치는 사람들은 01-02 시즌부터 아니 정확하게는 99-00 시즌부터 클럽+국대 포함 앙리가 뛴 경기수를 먼저 한번 확인해 봤으면 한다.

좋은 예가 될지는 모르겠다만 작년에 그렇게 펄펄날던 피지컬 좋은 루니도 월드컵 몇 경기 뛰고 휴식기간이 짧았다고 올해는 그만한 움직임을 못보여주는것을 보면, 이제 갓 20살  넘은 선수도 이 정도인데 서른이 다가오는 선수야 오죽할까 싶다.

반대로 국대은퇴한 이후 작년에 시즌아웃되고 쉰 이후로 전성기인 02-03을 떠올릴 정도로 큰 활약을 하고 있는 스콜스나 올시즌 클럽에 결정적인 공헌을 하고있는 긱스를 보면 이 컨디션은 일시적이지만 클래스라는 것은 영원하다는것을 증명하는 예가 아닐까?

게다가 부상으로 시즌의 절반이상을 못뛰었음에도 앙리가 리그에서만 10골을 기록했다는점은 쉽게 대체자를 찾지 못하게하는 가장 중요한 이유이기도하다.  

3. 팀의 상징을 파느냐 마느냐.

팀의 상징이란게 눈에 보이는 금전적인 이익외에도 클럽 내외의 모든면에서 큰 영향을 끼치는데 아이콘에 대한 로열티는 특히나 빅클럽들이 중요하게 여기는것이 사실이다.

우선 상징이 되는 위치에 있는 선수는 그의 팬들을 경기장으로 끌어들여 일정수준 이상의 꾸준한 관중을 확보하는것은 물론, 상상을 초월한 유니폼 판매로 굉장한 수익을 낸다. 레알마드리드가 베컴의 이적료를 유니폼판매로 얼마안가서 메꾼 것이 이 좋은예다.

그리고 그 두번째가 바로 앙리가 있음으로 해서 다른 월드클래스를 데려올 수 있는 견인력이다. 18살에 이미 잉글랜드에서는 유명한 이름이 되어버린 테오월콧은 물론이고 체코의 주장인 로시츠키는 앙리랑 같이 뛰는것을 꿈꾸고 아스날에 왔다고 했을정도니 작년에 그렇게 앙리의 이름을 외친 호나우디뉴를 굳이 언급하지 않아도 이것은 이미 증명이 된 사실이다.

사실 솔직히 말해서 타 명문팀들과 비교해서 같이 뛰어 보고 싶은 선수가 앙리 말고 현재 아스날에 존재하는지가 의문이다.

실리적인 면 외에 빅팀에 있어서 아이콘의 존재는 그 팀의 브랜드 가치를 대변하기도 한다. 델보스케 감독 이후 밥먹듯이 감독교체하는 레알마드리드의 캡틴 라울과 현재 승부조작 혐의로 강등돼 있는 유벤투스의 델피에로, 새 경기장 건설로 자금난에 쪼달리는 리버풀의 제라드, 그리고 아스날의 앙리가 클럽의 아이콘으로 좋은 예이다.

앙리가 자국선수가 아닌것을 제외하면 위의 선수들은 모두 그 나라의 가장 대표적인 클럽의 주전선수로 뛰고 있는건 물론, 팀 스피릿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하는 몇 안되는 선수라는 점이 공통점이다.

몇년전부터 노쇠화 기미를 보이는 라울이나 델피에로를 팔지 않은 레알과 유베는 물론이고 천문학적인 금액을 제시한 첼시로부터 제라드를 끝내 지켜낸 리버풀이 의미하는것은 과연 무엇인가?  돈이나 눈에 보이는 스탯 그 자체보다도 축구에서는 특히 더 중요한 것이 있음을 증명하는 것이 아닐까?

팀에 새 바람을 불어 넣을 수 있는건 '어린선수' 일지도 모르지만 일정수준 이상의 플레이와 그것의 꾸준함을 보장할 수 있는건 역시 '노장' 들이고 또한 팀의 아이콘이라고 생각한다. 그 선수중 하나가 티에리 앙리인것은 물론이고.  

결론. 안파는게 당연하다


명문, 빅클럽은 한순간에 얻는 이름이나 클래스가 아니다. 냉정하게 봤을때 필자는 아스날의 서포터이긴 하지만 아직 아스날은 유럽 정상급의 클럽들과 대등하게 위치해 있는건 유럽컵 성적이나 스쿼드가 아닌 경기장 하나뿐이다.

사실 아스날이 그나마 빅클럽들과 나란히 이름을 올리기 시작한것은 03-04 시즌 무패우승을 해내면서였고, 유럽 정상권의 레벨에 오른것은 이제 겨우 지난 시즌이었다.

이제 잉글랜드 시장자체가 로만 아브라모비치의 등장과 이후 계속된 미국자본의 유입으로 커져버린 상태에서 리그 우승을 다투고 챔피언스리그 우승을 노릴 수 있는 가장 중요한 자원이자 유일무이한 버팀목이 바로 티에리 앙리라는 사실을 무지한 팬들은 기억했으면 한다.



강유나 위연으로 천하통일을 이뤄낼 수는 없는 법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