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ologue
얼마전 영국 ITV4 에서 ITV UCL Best Of British 라는 특집으로 영국 클럽팀들의 챔피언스리그 최고의 경기 10을 선정했다. 02-03 시즌 맨체스터와 마드리드의 8강전이나 01-02 시즌 레버쿠젠과 리버풀과의 8강전이 없는만큼 영국 클럽이 이긴경기만으로 순위를 고른것으로 여겨지며, 모두 10년 이내의 경기들로 순위가 구성된것은 영국 클럽 축구가 최근 들어 더 좋은 성적을 내고 있다는 증거라고도 할 수 있겠다.
동영상을 쭈욱 지켜보면 가장 먼저 발견할 수 있는것은 영국의 클럽팀들과 그 상대하는 클럽팀들의 서로 상반된 득점 방식이다. 재미 있는 사실은 영국특유의 피지컬적이고 빠르며 또한 크로스나 셋피스를 중심으로 펼치는 득점패턴이, 시간적으로 뒤로 갈 수록 미드필드를 거치는 등 보다 세밀한 축구를 추구하며 아름다운 골들도 많이 나왔다는 점이다.
이것만으로 영국축구에 대륙적인 요소를 첨가한 여러 외국인 명장들의 시도가 현재 효과적으로 뿌리를 내리고 있다는 반증이라고 한다면 지나친 억측일까?
이 프로그램을 직접 보지 못해서 그외 자세한 제작후기라던가 이런부분은 모르는것과, 풀 경기를 못 본 한 경기는 동영상 및 몇몇 기사와 자료로 설명 하는것에 대해선 앞서 양해를 구한다.
그리고 작성하는데 상당한 시간을 요하는 고된 작업이었음을 밝히며, 글을 쓰게 하는 동기가 되어준 이 동영상을 제작해주신 아이러브사커의 박DVD 님께 심심한 감사의 말씀을 드린다.
10. Newcastle vs Barcelona (ST James Park)- 1997.9.17
케빈키건의 지휘하에 챔피언스리그에 진출한 뉴캐슬은 바르셀로나, PSV 아인트호벤, 디나모 키예프 등의 강팀들과 한조에 속하는데, 그 첫 경기를 홈에서 바르셀로나와 치르게된다.
경기의 주인공은 콜럽비아의 흑표범이라 불리는 아스프리야였다. 이 선수는 파르마에서 이적한후 뉴캐슬 소속으로는 리그에서 많은 골을 넣지는 못하지만, 바르싸와의 챔피언스리그에서는 자신의 진가를 유감없이 발휘한다.
[#M_더 보기|닫기|
전반전, 아스프리야는 자신이 얻은 페널티킥을 깔끔하게 성공시키더니 이어서 길레스피의 크로스를 완벽한 헤딩골로 성공시키며 바르셀로나를 상대로 2:0 리드를 잡는다.
두 선수의 활약은 경기내내 이어지는데, 길레스피는 다시 한번 자신의 진영부터 시작해서 40m 정도를 미칠듯한 돌파에 성공한 후 또 한번 아스프리야에게 정교한 크로스를 올려주며 그의 헤트트릭을 도와준다.
하지만 여기서 만만하게 물러날 바르셀로나가 아니었으니 그 반격의 중심에는 루이스 피구가 있었다. 히바우도의 패스를 받아 상대 문전 앞에서 루이스 엔리케의 골을 어시스트 한 것은 시작에 불과했고, 피구는 이어서 상대 문전 부근에서 뉴캐슬 수비의 클리어링 미스를 놓치지 않고 자신이 직접 중거리 슛을 넣으며 3:2까지 따라잡는다.
원정팀 바르셀로나가 몰아부치며 경기는 뜨거워지지만 다만 승부를 원점으로 돌리기엔 늦은 상태였다. 이 경기에서 뉴캐슬은 선전했지만 이후의 경기에 부진하면서, 디나모 키예프와 PSV에게 밀리며 조 3위로 다음라운드 진출에 실패한다.
_M#]
9. Celtic vs Juventus (Celtic Park)- 2001.10.31
유러피안 컵에서는 드문 매치업으로 관심을 끌었던 셀틱과 유벤투스의 32강 본선 6라운드 마지막 경기. 이미 2라운드 셀틱과의 홈경기에서 트레제게의 더블로 3:2로 승리했고, 이 경기전까지 5경기에서 3승 2무로 유벤투스는 16강 조별라운드 진출을 확정지은 상태였다.
반면 셀틱은 경기에서 승리한다면 포르투를 제치고 2위를 기록할 수도 있었기 때문에, 무조건 이긴 다음에 포르투와 로젠버리의 경기의 결과를 지켜봐야 했다.
현재 아스톤빌라를 맡고 있는 마틴오닐과 마르첼로 리피의 대결로도 화제를 모은 이 경기는 두 팀의 경기력과 공격본능은 물론 멋진골까지 번갈아가며 터지는등 박진감이 넘치는데, 이 명승부를 여는 포문은 유벤투스의 아이콘 델 피에로의 발에서부터 시작된다.
[#M_더 보기|닫기|
자신의 전매특허인 아름다운 프리킥을 넣으며 셀틱 파크에 말 그대로 찬물을 끼얹은것. 하지만 역대 챔피언스리그 홈경기에서 무패였던 셀틱의 반격은 생각보다 훨씬 거셌다.
셀틱은 델피에로의 골이후 5분만에 밸가른의 헤딩으로 동점골을 넣은것을 비롯해서, 크리스 서튼이 전반 종료직전 헤딩골로 역전에 성공하며 경기는 뜨거워지기 시작한다.
하지만 후반 시작 6분후 유벤투스는 여러번에 걸친 정교한 패스플레이에 이어 다비 트레제게의 놀라운 피니쉬로 2:2 를 만들어내는데, 이에 굴하지 않고 셀틱은 프리킥상황에서 얻어낸 P.K를 셀틱의 킹, 라르손이 깔끔하게 마무리하며 다시 한번 재역전에 성공한다.
기세를 탄 셀틱의 공세는 여기서 끝나지 않았으니 그 꼭지점에는 크리스 서튼이 있었다. 역전한지 7분도 안되서 다시 한번 셀틱이 얻은 셋피스 상황에서 흘러나온 볼을, 서튼이 아름다운 왼발 발리슛을 넣으며 쐐기골을 넣은것. 90년대 중반 시어러와 함께 SAS 라인으로 불리우며 가공할만한 득점력을 보여줬던 자신의 클래스를 다시한번 입증하는 순간이었다.
이어서 유벤투스의 트레제게는 더블을 기록하며 4:3 까지 추격하지만 이미 승부의 추는 기운상태. 처음부터 유벤투스에게 이 경기는 아쉬울게 없는 종류의 것인것만은 사실이지만 아무튼 셀틱파크에서 벌어졌던 명승부는 여기서 종지부를 찍는다.
_M#]
8. Arsenal vs Chelsea (Highbury) - 2004.4.6
원수는 외나무다리에서 만난다고 했던가. 같은 영국클럽 출신의 두 팀이 챔피언스리그 8강에서 붙어 화제를 모은경기이자, 런던더비의 승자는 레알마드리드와 준결승전을 치룰 가능성이 매우 컸기 때문에 이 경기에 대한 관심은 그 어느 매치업보다도 대단했던것으로 기억한다.
아스날로써는 03-04 시즌에 있었던 첼시와의 리그경기에서 모두 승리하며 더블을 기록한 것을 비롯해서, 얼마전 있었던 FA컵경기에서도 레예스의 2골로 역전승을 거두며 7년째 첼시에게서 무패행진을 이어가던 중이었다.
우선 스탬포드 브릿지에서 경기력에서 우위를 보이며 1:1 로 비긴 아스날로써는 이 경기에서 0:0으로 무승부만 해도 되는 상황이었기에 첼시보다는 조금은 유리한 위치에 있었다. 하지만 두팀간의 경기는 여태껏 압도적인 차이보다는 한끗차이로 인한 결과가 대부분이었기에 아스날로써도 2차전 승리를 장담하지 못하던게 사실이었다.
반대로 첼시는 여태껏 아스날과의 경기에서 계속해서 져왔기도 하지만, 이 경기가 그 동안의 패배를 단 한번에 설욕할 수 있는 기회였기 때문에 아스날과의 경기를 은근히 기다리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어쨋든 2차전은 시작되고 챔피언스리그임에도 잉글랜드 클럽팀 간의 경기라는것을 반영한 듯, 메르크 주심의 관대한 진행으로 인해 경기는 골이 나지 않음에도 박진감 넘치면서도 상당히 치열한 양상으로 흘러간다.
앙리와 더프의 한번씩 주고받는 위협적인 슈팅을 비롯해서 1차전의 골을 연상케하는 피레스의 헤딩슛은 하이버리 관중들을 더욱 뜨겁게 만들었는데, 전반 35분을 기점으로 중앙에서의 패스플레이가 살아나기 시작하던 아스날은 보다 위협적인 찬스를 만들어가며 골이 나올듯한 조짐을 보여준다.
예상대로 45분이 막 지났을 무렵 약간 느슨해진 첼시의 수비를 틈타 피레스는 오른쪽의 로렌에게 횡패스를 연결하고, 이어서 측면에서 올린 크로스를 혼전중에 레예스가 성공시키며 아스날은 1:0으로 앞서간다.
하지만 올해 3번씩이나 패배한 첼시의 반격은 대단했다. 최근 강팀들과의 연이은 경기로 체력적으로 지쳐있던 아스날을 상대로 몇번의 위협적인 찬스를 얻어내던 첼시는 결국 마케레레의 중거리슛 이후 흘러나온 볼을 경기내내 잠잠하던 램파드가 동점골을 성공시키며 승부를 원점으로 돌린다.
그 후 잠시나마 소강상태를 이어가던 두팀은 연장전을 의식하는데, 후반 종료 2분을 앞두고 첼시에게는 환희의 순간이 되고, 아스날에게는 그야말로 맥빠지는 골이 터졌으니 웨인브릿지가 2:1 월패스를 시도하며 직접 결승골을 넣은것이다.
아스날은 홈에서 더 많은 골을 내주며 역전을 당했으니 짧은시간안에 두 골이나 넣어야 하는 상황. 하지만 아스날이 두골을 넣기는 역부족이었다.
첼시는 런던클럽 출신으로는 최초로 챔피언스리그 4강에 진출했다. 첼시는 '이번만큼은 반드시 이겨야한다' 라는 마음가짐으로 나왔고, 이것이 전력에서 상대적으로 밀리던 아스날을 극복한 가장 큰 이유로 여겨진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두팀의 차이는 베스트 11을 제외한 스쿼드의 질이었다. 이 체력적인 문제는 이 경기의 후반전에서 경기력의 차이를 가져왔고, 결국 두 팀의 명암을 갈라놨다.
한편, 짧은 기간에 강팀들과 연이은 경기를 가지면서 체력적인 문제를 보인 아스날은 시즌 중반이후 무패행진을 달리며 리그와 챔피언스리그에서 선전했지만, 체력적인 한계를 극복하지 못하며 트레블과 무관은 백지 한장 차이라는것을 다시 한번 깨달아야 했다.
[#M_더 보기|닫기| 7. Liverpool vs Olimpiacos (Anfield) - 2004.12.8
32강 조별예선 마지막경기. 경기전 리버풀은 승점 7점으로 3위를 기록하고 있었고 상대팀 올림피아코스는 10점으로 1위인 상황이었다. 만약 2위 모나코가 데포르티보를 이길경우나 무승부를 기록하는 경우나 어쨋든 이 경기에서 리버풀이 승리하게 된다면, 두팀은 골득실까지 따져야 하는 입장이기도 했다.
특히 리버풀로썬 올림피아코스와의 원정경기에서 0:1로 패배 했기 때문에 골을 내주지 않고 2점차 승리를 거둬야 16강에 진출할 수 있었는데, 자칫 올림피아 코스에게 한골이라도 먹게되면 3골을 넣어야 하는 절박한 상황이었다. 게다가 몇몇 주전선수들의 줄부상으로 스쿼드를 꾸리기 힘들었단 베니테즈 감독으로썬 바로스의 회복이 유일한 위안거리였다.
하지만 전반 25분, 리버풀에게 날벼락 같은 일이 벌어졌으니 히바우도의 단독 드리블찬스를 끊기위해 히피야가 범한 파울로 얻은 프리킥을 올림피아코스의 히바우도가 성공시키며 오히려 선제골을 내준것. 게다가 올림피아코스의 전력은 만만치 않았으니 많은 찬스를 잡지 못한 리버풀은 전반전을 0:1 으로 마치고 만다.
이 상황에서 빛을 발한건 다름아닌 리버풀의 감독 베니테즈 였는데, 3골이 필요한 상황을 의식한듯 후반직후 왼쪽 풀백인 트라오레를 시나마 퐁골르와 교체하고, 키웰과 리세를 각각 왼쪽 사이드와 왼쪽풀백으로 이동시킨것이다.
베니테즈의 용병술은 그대로 적중하며, 후반 2분만에 키웰의 측면돌파로 만든 찬스를 교체되서 나온 퐁골르가 깔끔하게 결정지으며 귀중한 동점골을 넣는다.
한편 주심의 오심으로 제라드의 골이 취소되면서 리버풀은 다시한번 어려움을 겪지만, 리버풀은 계속해서 상대를 공략하면서 결국 리버풀은 2번째 골을 넣는다. 여기서 놀라운것은 교체되서 나온지 얼마 지나지 않은 닐 멜러 마저도 천금같은 골을 기록했다는 사실이다.
시간은 40분을 넘어섰고 앤필드의 서포터들은 물론 리버풀의 선수들까지도 초조한 기색이 역력했는데, 3번째 골이 필요한 무척이나 다급한 이 상황에 리버풀에는 역시 '해결사' 스티븐 제라드가 있었다.
상대진영에서 동료들이 볼을 돌리는 도중에도 연신 손을 흔들며 자신에게 공이오길 기다리던 제라드는 동료가 올린 크로스가 흘러나오자 벼락같은 중거리슛을 때리는데, 이 다이렉트로 때린 벼락같은 슈팅은 그림같이 골문에 꽂히며 앤필드를 열광의 도가니로 만들어버린다.
제라드의 골은 말그대로 정말 센세이셔널 그 자체였다. 1년뒤 제라드는 웨스트햄과의 FA컵 결승전에서도 비슷한 상황에서 3:3 동점을 만드는 기가 막힌 중거리 슛을 성공시키는데, 개인적으로 이 올림피아코스와의 경기가 FA컵 결승전 보다도 더 기억에 남는 이유는 무엇보다도 이경기에서 골을 넣은 이후 펼쳤던 세레모니가 제라드의 것 중 가장 정열적이기 때문이다.
이후 리버풀은 그 기세를 몰아 레버쿠젠과 유벤투스는 물론 신흥 라이벌 첼시마저도 누르고 파죽지세로 결승전에 진출한다.
_M#]
6. Arsenal vs Inrernazionale Milan (Giuseppe Meazza)- 2003. 11.25
디나모 키에프와의 홈경기에서 애쉴리콜의 천금같은 결승골로 간신히 16강 진출에 대한 불씨를 살린 아스날이었지만, 원정팀의 무덤이라 불리는 쥐세페 메아자에서 승리를 기대하기란 아스날로썬 결코 쉬운일이 아니었다.
하지만 경기에 있어서 변수가 있다면 얼마전 헥토르 쿠페르에서 자케로니로 감독이 바뀌었기 때문에 인테르 밀란에 대한 감독의 팀내 장악력이 아직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는점이다.
아무튼 아스날은 4경기까지 승점 4점만을 기록중이었고 16강에 나가기 위해선 앞으로 남은 두경기에서 무조건 승리해야만 하는 상황이었다. 게다가 패트릭 비에이라의 부상과 원정경기에 불참하는 베르캄프는 벵거감독으로썬 큰 근심거리였는데, 이 두 빈자리를 은완코 카누와 레이 팔러로 메꾸며 원정경기에 임한다.
이미 홈경기에서 0:3 완패를 당한 아스날로썬 복수전의 성격도 배제할 수 없었는데, 경기시작 후 20여분이 흐를때까지 크게 좋은찬스를 만들어내지 못하며 팽팽하던 흐름을 깬 것은 바로 티에리 앙리였다.
피레스-앙리-애쉴리콜의 기가막힌 삼각패스를 직접 마무리 지으며 기분좋은 선제골을 넣은 아스날은 여유있게 경기를 이끌지만, 이후 얼마 지나지 않아 인테르 밀란의 비에리의 슈팅이 캠벨의 발에 맞고 굴절되며 그대로 동점골이 되고만다.
1:1 상황으로 넘어간 후반전. 칸나바로의 부상으로 인한 교체가 불길한 징조였을까. 수비진에 이상이 생긴 인테르 밀란은 점차 밀리다가 앙리의 어시스트로 이어진 융베리의 기습적인 침투로 역전을 당하게 되고, 또다시 셋피스 상황에서 역습으로 40m 를 질주한 티에리 앙리에 의해 사네티는 굴욕에 가까운 모습을 보이며 세번째 골을 먹는다.
쐐기골을 먹은 인테르 밀란은 의욕을 잃었고, 아스날은 틈을 주지 않고 몰아붙이며 에두와 피레스가 2골 추가하며 원정경기에서의 대승을 자축한다. 유럽대회에서 전례없는 대패를 당한 인테르 밀란은 충격적인 패배로 인한 여파로 결국 16강 진출에 실패하고, 반대로 이 경기를 시작으로 승승장구하는 아스날은 다음경기인 로코모티브 모스크바와의 홈경기에서도 완승을 거두며 다음 라운드에 진출한다.
5. Manchester Utd. vs As Roma (Old Trafford) - 2007.4.10
1차전 로마원정에서 스콜스의 퇴장과 함께 실망스런 경기력으로 밀리며 패배했던 맨체스터가 2차전을 앞두고 유일하게 위안삼을 만한 것은, 원정경기에서 루니가 천금같은 골을 기록하며 1:2 스코어로 홈경기로 돌아왔다는 사실뿐이었다.
게다가 역대 챔피언스리그 토너먼트에서 1차전에서의 한점차 패배를 극복한적이 없었던 맨체스터로써는 비디치의 부상으로 구멍이 난 수비진을 신경쓰는것은 물론, 골을 내주지 않으면서 빠른시간 득점에 성공해야 했다.
[#M_더 보기|닫기|
하지만 이런 걱정도 잠시, 이날 경기에서 맨유의 결정력은 이 경기에서 전례가 없을정도로 대단했으니 좀처럼 골이 없던 캐릭이 첫번째 골을 넣은것을 시작으로, 스미스의 골과 이어진 루니까지 전반 19분만에 순식간에 3골을 집어넣으며 일찌감치 승기를 잡은 것이다.
이에 반해 로마의 수비는 너무나 많은 헛점을 노출한다. 우선 긱스와 호나우도가 드리블할 공간을 충분히 내준것은 물론, 엄청나게 느린 공수전환으로 맨체스터의 역습을 계속해서 허용한다.
게다가 느슨한 압박으로 공간을 만들어주며 캐릭에게 두번씩이나 중거리슛에 의한 골을 먹은것은 로마로써는 변명할 여지가 없을것으로 보이는데, 이를 포함한 맨체스터의 거의 모든골들이 역습상황에서 나왔으니 이는 로마가 대패한 가장 큰 원인이자 선수들의 집중력 부족이라 봐야 할것이다.
알렉스 퍼거슨감독이 기뻐할만한 것은 이 경기에서의 승리도 그렇지만 여태껏 챔피언스리그에서 큰 활약이 없던 루니와 호나우도가 골까지 기록하며 덩달아 살아난 것.
주목할 만한것은 노장 라이언 긱스의 대활약이었다. 2번째 스미스의 골을 어시스트한것을 시작으로 경기 내내 종횡무진 활약하며 스콜스의 빈자리를 무색하게 만든다.
긱스의 활약에 힘입은 맨체스터는 전반에만 4골을 기록하며 이미 4강행에 가까워졌지만, 그들의 공격은 멈추지 않았고 이미 경기를 포기한듯한 움직임을 보이던 로마에게 3골을 더 넣으며 대승을 거둔다.
경기를 마친후 데로시는 굴욕감에 눈물을 흘렸다고 했을 정도로 로마에게는 충격적인 대패였다. 반대로 퍼거슨 감독은 자신의 커리어에서 최고의 경기로 자리할만한 로마와의 경기 결과에 대한 기쁨을 연신 감추지 않았다.
한가지 아이러니한것은 무려 8골이 나온 이 경기에서 가장 멋진 골은 단 한골을 기록한 로마의 데 로시의 골이라는 사실인데, 환상적인 골을 넣고도 아무 기쁜 내색도 하지않은 데로시의 행동은 경기의 결과를 본다면 당연한 일이었다.
_M#]
4. Chelsea vs Barcelona (Stamford Bridge) - 2005. 3.25
그야말로 빅뱅이라는 말이 어울리는 두팀간의 승부. 16강 추첨에서 상대가 결정되자마자 미리보는 결승전으로 불리웠던 이 경기는 1차전에서 많은 화제꺼리를 낳으며 스탬포드 브릿지로 무대를 옮긴다.
다만 1차전 주심을 맡았던 프리스크가 첼시의 조세 무리뉴 감독의 발언이후 첼시 서포터들에게 살해위협을 당하며 결국 사임하는등 경기 외적으로도 문제가 많았던 경기이기도 하다.
어쨋든 1차전에서 첼시의 드록바가 퇴장당한 이후 시종일관 몰아부쳐서 역전에 성공한 바르셀로나였지만 많은 기회에서 2:1 승리로 홈경기를 마친것은 레이카르트 감독으로써는 아쉬울만한 결과였는데, 그의 불만은 2차전으로 이어지며 영향을 미친다.
경기 직후 8분만에 첼시는 마테야 케즈만의 역습으로 구드욘센이 선제골을 넣은것을 시작으로 발데스의 실수를 놓치지 않은 램파드가 2번째 골을 넣은것도 모자라 이어서 더프가 3번째 골을 넣으며 순식간에 스코어는 3:0으로 벌어진다
물론 바르셀로나의 수비가 상대적으로 강하지 않은것은 사실이나 수비형 미드필더들의 줄부상으로 수비력에 있어서 구멍이 생긴것을 감안하더라도, 경기시작후 20분도 채 되지 않아서 자신들의 실수로 연속으로 3골을 허용한것은 상당히 충격적인 사실이었다.
정신없이 골을 얻어먹던 바르셀로나는 전열을 가다듬으며 경기를 자신들의 페이스로 가져오려는 움직임을 보이는데, 여기서 첼시는 한 순간의 실수로 상대에게 추격의 빌미를 제공하고 만다.
바로 페레이라의 핸드볼 파울을 시작으로 호나우디뉴의 원맨쇼가 시작된것. 호나우디뉴는 여기서 얻은 페널티킥을 성공시킨데 이어 동료의 패스를 받아 하체만 이용해 체흐가 쳐다볼수 밖에 없는 슈팅을 날리는데, 첼시의 빽빽한 수비진을 꼼짝못하게 만드는 이 두번째 골은 그야말로 호나우디뉴가 아니면 할 수 없는 성질의 마스터피스였다.
스코어는 1차전 2:1, 2차전 현재 2:3로 두팀의 골 합산은 동률이지만, 원정골 다득점 원칙에 의해 이대로 경기가 끝난다면 바르셀로나가 8강에 진출하는 상황.
격렬한 전반전을 마치고 후반들어 양팀은 약간의 소강상태를 보이며 상대의 틈을 노리는데, 두팀은 전반에 비해 소극적인 모습으로 경기에 임하지만 한번씩 맞이하는 결정적인 찬스를 마무리 짓지 못하며 경기는 예측불허의 양상을 띈다.
특히 바르셀로나로써는 체흐가 막아낸 호나우디뉴의 위협적인 헤딩슛이나, 이니에스타의 슈팅이 골대에 맞고 나온것을 이어서 에투가 놓친 장면을 두고두고 아쉬워 할법한데, 이후 셋피스 상황에서 주장 존테리가 헤딩에 성공하며 첼시가 4번째 골을 만들어 내며 결국 8강에 진출했기 때문이다.
물론 존테리의 골상황에서 카르발료와 발데스가 엉킨장면이 경기후 약간의 논란거리로 작용한것은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이 대단한 경기를 폄하할만한 요소는 되지 못한다.
두팀은 이경기 이후에도 올시즌까지 3년연속 마주치며 신흥 라이벌구도를 형성하고 있는데 다음시즌에도 또한번 대결이 성사될지 귀추가 주목되는 바이다.
3. Juventus vs Manchester Utd. (Stadio Delle Alpi)- 1999.4.21
파죽지세. 98-99 시즌 맨체스터의 후반기 경기들을 보면 어김없이 떠오르는 단어이다. 챔피언스리그 8강전에서 맨체스터는 당시 호나우도와 로베르토 바지오, 1+8 유니폼으로 유명한 사모라노 그리고 벤톨라가 건재한 강력한 우승후보 인테르밀란 마저도 물리치고 승승장구하며 4강에 진출한다.
준결승 상대는 바로 90년대를 주름잡았던 강호 유벤투스. 이미 95-96 시즌부터 3년 연속 결승진출이라는 무서운 포스를 자랑하던 이들을 만난건, 잘나가던 맨체스터로써도 그리 반가운 일이 아니었다.
아니나 다를까 올드트래포드에서 열린 1차전 경기에서 맨체스터는, 98 월드컵 우승에 빛나는 지네딘지단을 위시한 데샹, 다비즈,디 리비오로 이어지는 유벤투스의 미드필더에 고전을 면치 못한다. 다만 다행인건 경기 종료직전 인저리 타임에 긱스의 천금같은 동점골로 원정경기를 한결 수월하게 치를 수 있게 된 것 뿐이었다.
[#M_더 보기|닫기|
대망의 결승진출에 한 경기 만을 앞둔 두 팀은 유벤투스의 홈 구장인 델리 알피에서 2차전 경기를 갖게 된다. 1차전에서 시종일관 좋은경기를 펼치다가 난데없이 1:1 동점으로 마친 유벤투스로썬 경기 결과가 썩 맘에 들지 않은게 사실.
델 피에로의 결장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시작부터 거센 공세로 밀어부치던 유벤투스는 전반 6분, 지단의 크로스에 이은 인자기의 골로 앞서간다.
앤디 콜의 멋진 오버헤드킥외에는 별 다른 찬스를 만들지 못하던 맨체스터와는 대조적으로, 유벤투스는 첫 골이 나온지 5분만에 페소토의 패스를 이어받은 인자기의 슈팅이 스탐의 발을 맞고 굴절되면서 행운의 두번째 골을 넣는다.
델리 알피 경기장은 열광의 도가니였고, 맨체스터로써는 안 그래도 강력한 유벤투스를 상대로 남은시간에 2골을 넣어야 하니 말 그대로 힘이 빠질만한 상황이었다.
하지만 98-99 시즌, 맨체스터는 자신들의 전력을 극복할만한 저력이 시즌내내 발휘되고 있었으니, 이 경기에서의 '마법사' 역할을 해낸것은 마법과는 거리가 먼 '그라운드의 감독' 로이킨이었다.
요크와 콜의 몇 차례 연계플레이로 반전을 꾀하던 맨체스터는 전반 24분, 가까스로 얻은 코너킥 찬스에서 베컴의 킥을 무인지경에서 로이킨이 받아넣으며 명승부에 서막을 알린다.
이 극적인 로이킨의 추격골은 '게임은 시작되었다 '는 영국 캐스터의 말이 이렇게도 잘 어울릴 수 없었던 장면이자, 결승진출을 위한 맨체스터의 집념이 눈 앞에서 실현되는 순간이었다.
로이킨의 골 이후 두 팀은 약간의 소강상태를 이어가며 기회를 엿본다. 초반에 밀리던 경기를 6:4에 가깝게 볼점유율을 늘리며 자신들의 것으로 가져오려는 시도를 계속하던 맨체스터였지만, 오히려 역습에서 유벤투스에게 골에 가까운 찬스를 내주는 등 몇차례 고비를 넘긴다.
그러던 맨체스터의 노력이 결실을 거둔것은 로이킨의 골이 들어간지 10분도 채 지나지 않아서였다. 드와이드 요크가 소울 메이트인 앤디 콜의 크로스를 헤딩으로 마무리하며 자신의 챔피언스리그 8번째 골을 넣은것. 그야말로 맨체스터의 극적인 동점골이었다.
종합스코어는 3:3 이지만 이 상황에선 원정에서 2골을 넣은 맨체스터가 무승부로 경기를 끝낸다면 결승에 진출하는 상황.
전반이 10분이 넘게 남았지만 마음이 급해진 유벤투스와 기세가 오른 맨체스터의 계속되는 공격으로 치고 받으며 경기는 그야말로 박진감 넘치는 양상으로 진행된다.
인자기의 위협적인 장면에 이어 골 포스트를 떄리는 요크의 슈팅은 경기를 지켜보는 이들을 극도로 흥분시키지만, 마이어 주심의 휘슬로 대단했던 전반전은 마무리되고 여전히 결과를 예측할 수 없는 상태에서 두 팀은 결승진출을 위한 45분만을 남겨둔다.
후반은 유벤투스의 파상공세로 이어진다. 하지만 계속되는 패스미스와 전반전 종반부터 이어오던 오프사이드 트랩을 무너뜨리기 위한 노력은 실패로 돌아가며 좋은 경기흐름을 이끌어 가는데 도움이 되지 못한다.
이 경기에서 이해할 수 없는 부분은 다름 아닌 안첼로티의 경기운영이다. 2:1 상황이후 유벤투스는 계속해서 서두르는 모습이었고, 게다가 자신들의 페이스로 가져온 경기를 계속되는 오프사이드로 흐름을 끊는 것은, 이 경기에서 컨디션이 좋아보였던 유벤투스 선수들에게 전혀 득이 되지 못하는 장면이었다.
게다가 몇차례 결정적인 찬스에서 유베가 골을 만들어 내지 못한것은 이후 맨체스터에게 역전까지 당하면서 스스로 화를 자초하게 만든다. 물론 이 부분은 유벤투스가 못한부분 이라기 보다는 맨체스터가 잘한 것이었지만.
반면 맨체스터는 안정적인 경기운영이 돋보였다. 초반부터 서두르지 않으며 상대의 틈새를 노리던 중, 베컴은 기가막힌 크로스를 넣어주지만 앤디콜의 퍼스트 터치의 미숙함으로 놓치고 만다. 이후 10여분간 유벤투스에게서 볼 소유권을 잃은 맨체스터는 미드필드를 강화하기 위해 스콜스를 기용하며 기회를 노린다.
하지만 맨체스터는 주도권을 내주며 몇 차례의 결정적인 위기를 맞았고, 이 상황에서 맨체스터는 로이킨에 이어 스콜스 마저도 옐로카드를 받았고, 결국 둘다 경고누적으로 결승전에 출전하지 못하게 된다.
한편 데니스 어윈의 슈팅이 골 포스트를 맞춘이후에도 유베에게 밀리며 기회를 엿보던 맨체스터는, 유벤투스가 공격강화를 위해 안젤로 디 리비오를 폰세카로 교체한 틈을 비집고 비수를 꽂게된다.
후반 39분, 유벤투스의 수비가 집중력이 떨어지며 치명적인 실수를 저지른것. 그 틈을 놓치지 않고 요크는 골문을 향해 돌진했고, 유베의 수비와 엉키면서 흘러나온 볼을 결국 앤디 콜이 마무리지으며 맨체스터는 누캄프 행을 결정짓는다. 유벤투스라는 거함을 침몰시키는 쐐기골이었다.
홈에서 지고있는 상태의 유벤투스로써는 얼마 안남은 시간동안 2골을 더 넣어야 하는 절박한 상황이었지만, 전,후반 많은 체력을 쏟아부은 그들은 역전할 힘이 전혀 남아 있지 않았고 경기는 맨체스터의 승리로 마무리된다.
조별예전의 바르셀로나전 부터 인테르 밀란에 이어 유벤투스까지. 이 내로라하는 전통의 강호들을 누르고 그것도 극적인 승리를 연달아 이끌어내며 맨체스터는 30여년만에 결승에 진출했다.
퍼거슨은 96-97 시즌 챔피언스리그에서 도르트문트에 결승진출이 실패한 뒤, 칸토나의 은퇴와 맞물려 또 한번 리빌딩을 시도했고 결국 이 경기로 보답을 받았다.
시즌을 거의 마무리 짓는 시점에 리그 선두는 물론, 아스날과의 FA컵 준결승경기에서도 대역전승을 거두며 더블에 대한 가능성을 한층 높였던 맨체스터로써는 기적의 3관왕이 현실로 다가왔다는 점에서 이 유벤투스와의 믿을 수 없는 승리가 더욱 극적이었을런지도 모를일이다.
_M#]
2. Manchester Utd. vs Bayern Munchen (Nou Camp)- 1999.5.26
98-99 시즌의 맨체스터가 전무후무한 트레블을 달성한것은 스쿼드나 팀내 분위기, 그리고 그로부터 나오는 경기력 모두 뛰어나기도 했지만, 경기 외적인 부분에서 뭔가 운이라고 할만한 극적인 요소가 상당부분 작용했던것이 사실이다. (물론 운이라고 치부하기엔 맨체스터의 경기력은 대단히 훌륭했다. 다만 중요한 순간, 큰 경기에서 이렇게 연속으로 극적인 골이 터지기란 정말 쉽지 않다는것을 강조하기 위함이다.)
리그 경기에서 마지막 경기인 토튼햄전에서 기가 막히는 역전극을 펼치며 당시 맨체스터 보다도 어떻게 보면 시즌내내 잉글랜드 내에서는 더 강한 전력을 보여줬던 아스날로부터 승점 1점차 우승을 확정지은것은 물론이고, 킨의 퇴장이후 시종일관 밀리던 라이벌 아스날과의 FA컵 4강전 재경기에서 긱스의 활약으로 승리한것과 그 여세를 몰아 뉴캐슬과의 FA컵 결승전에서 완승을 거두며 이미 더블을 기록한 것이 그 바로 좋은 예이다.
뿐만 아니라 맨체스터는 국내에서의 극적인 모습을 유럽무대 에서도 유감없이 보여줬다. 호나우도와 바지오가 건재했던 인테르 밀란과의 8강전과 유벤투스와의 4강전에서 모두 극적인 승리를 거두며 결승에 올라온것은, 결승전 상대인 뮌헨으로써도 어느정도 부담이 되는것이 사실이었다.
[#M_더 보기|닫기|
하지만 당시 축구관계자들을 비롯해서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뮌헨의 우승을 점쳤다. 그 이유는 맨체스터가 킨과 스콜스의 경고 누적으로 출장하지 못하기 때문에 긱스-킨-스콜스-베컴으로 이어지는 강력한 미드필드 라인을 가동할 수 없었기 때문. 게다가 뮌헨은 반대로 에펜베르크를 비롯한 마테우스와 바슬러와 같은 베테랑 선수들이 모두 건재했다.
전문가들의 추측은 빗나가지 않았는데 누캄프에서 벌어진 결승전에서 뮌헨은 미드필더를 장악했고, 맨체스터를 상대로 우세한 경기력을 펼치며 시작 6분만에 바슬러의 골로 앞서간다. 그 후에도 위협적인 모습을 보이던 뮌헨이 골대를 두 번이나 맞추면서도 추가골을 기록하지 못한것은, 어떻게 보면 뒤에 있을 자신들의 패배에 대한 암시었을지도 모르겠다.
한편 경기력에서 열세였고 스코어도 0:1로 뒤진 상태였지만 맨체스터는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뮌헨을 밀어부치는데, 이에 대한 보상은 후반 45분이 지난 시각 맨체스터가 코너킥찬스를 얻어냄으로써 시작된다.
이미 정평이 나있던 베컴의 코너킥은 혼전상황에서 문전에서 벗어나는듯 싶지만, 뮌헨의 클리어링 미스로 볼은 긱스의 발앞에 가게 되고, 흔치 않은 긱스의 오른발 슈팅을 셰링험이 살짝 방향을 바꾸며 그야말로 극적인 동점골을 기록한다.
셰링험에게 있어서 98-99시즌은 매우 각별했다. 칸토나의 후임으로 맨체스터에 오게되었지만 '영혼의 짝' 요크와 콜에게 밀리며 큰 활약을 못한것이 사실이지만, 그의 진가는 큰경기에서 증명된다. FA컵 결승전 에서 동점골로 승리에 일조한것은 물론, 뮌헨과의 경기에서도 동점골을 넣으며 팀의 트로피를 가져오는데 있어서 셰링험은 가장 중요한 역할을 맡은것이다.
여기서 경기는 끝나지 않았는데, 1분여 후에 다시 한번 같은 자리에서 얻어낸 베컴의 코너킥을 '동안의 암살자' 슈퍼서브 솔샤르가 천금같은 결승골을 넣으며 그야말로 '인저리타임의 기적'이란 말이 어울리는, 믿어지지 않는 역전우승을 거둔다.
이 맨체스터의 우승이 가져다주는 의미는 단순히 챔피언스리그 우승 단 한가지가 아니다. 우선 맨체스터로써는 30여년만의 유럽대항전에서의 우승이었고, 퍼거슨감독은 90년대 중반 유럽무대에서의 자신의 팀에 한계를 느끼고 시도한 리빌딩이 성공한것에 대한 성과물이 바로 트레블이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맨체스터의 우승은 잉글랜드 클럽으로썬 14년만에 유럽대회 정상에 서는 순간이었다. 이 경기가 중요한 것은 헤이젤 참사이후 오랫동안 침체기를 걸었던 잉글랜드 축구를 맨체스터의 우승을 통해 다시 정상에 올린 사건이라는 점이다.
경기를 마친후 환희에 겨운 맨체스터 선수들과 반대로 뮌헨선수들의 반응은 극명하게 엇갈렸다. 짐승이나 다름없이 흐느꼈던 뮌헨의 에펜베르크는 물론이고 땅을 치며 울부짖는 뮌헨의 수비수 쿠포르의 행동은, 맨체스터 선수들이 우승컵을 흔들며 기뻐하는것과 대비되어 보는 이들을 더욱 안타깝게 만들었다.
이 경기후에 뮌헨의 베켄바워의 인터뷰가 참 인상적인데, 당시 승리가 거의 확정적이던 종료 직전, 베켄바워는 우승컵을 가지러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려가다가 그 3분사이에 스코어가 뒤집힌것을 확인하고는 경악했다는 후문이다.
_M#]
1. Liverpool vs AC Milan (Ataturk Stadium)- 2005.5.25
50년간의 유럽컵 역사를 보면 수많은 경기 수 만큼 명승부들도 역시 즐비하지만 정작 토너먼트의 위로 올라 갈수록 경기의 중요성과 양팀의 조심스러운 경기운영으로 상대적으로 골이 적게 난것은 물론, 특히 결승전 경기들은 소문난 잔치에 먹을것 없다는 말이 어울릴 정도로 경기력이나 재미면에서 좋은 점수를 받을 만한 승부가 극히 드문 것이 사실이었다.
이러한 챔피언스리그 경기중에서 축구 관계자들은 물론이고 프란츠 베켄바워나, 미셸 플라티니 그리고 현역감독인 바르셀로나의 레이카르트는 물론, 전 UEFA 회장 요한슨까지. 수많은 전문가들이 최고의 경기라 꼽는 명승부가 있다면 바로 04-05 시즌 리버풀과 AC밀란의 챔피언스리그 결승전 경기이다.
물론 이 경기는 밀란의 선수들이나 안첼로티 감독 그리고 로쏘네리를 응원하는 밀란의 서포터들로써는 바로 전시즌, 리아조르의 참사와 함께 가장 기억하기 싫은 경기일 것이다. 하지만 그런 점을 감안하더라도 리버풀과의 결승전은 유럽컵 역사에서 지울 수 없는 명승부임을 밀란역시 부인할 수 없는것은 틀림없는 사실이다.
99년 맨체스터가 극적인 역전승으로 우승을 차지한 경기나 리버풀이 우승한 이 경기 모두 극적인 요소를 갖추고 있는 명승부인것은 사실이지만, 이 리버풀과 밀란의 결승전을 더 높게 사는 것은 2시간 반에 가까운 이 치열한 경기를 지켜 보게되면 그 이유에 대해 수긍하게 될 것이다.
경기를 라이브로 봤으면서도 아직까지도 믿기지 않는 것은 리버풀이 결승전이라는 단판승부가 가지고 있는 성질을 극복하고, 희박한 가능성의 불씨를 살려서 정말 극적으로 승부를 원점으로 만들었고 결국 우승했다는 사실이다.
게다가 수비력에 무게중심이 잡혀있는 두팀 모두 결승전에서는 공격적으로 경기에 임하면서 박진감 넘치는 경기를 선보이는데, 이 경기에서 무려 6골이나 나온 것은 두팀이 승리를 위해 모든 것을 경기에 털어낸 노력에 비하면 극히 일부분에 불과했다.
당시 두팀의 전력을 짚고 넘어가자면 AC밀란은 02-03 시즌 같은 이탈리아 클럽인 유벤투스에게 챔피언스리그 우승을 거둔 이후 지금까지 다섯시즌 동안 4번의 준결승 진출과 3번의 결승진출에 성공하는 등, 이탈리아 자국리그는 물론이고 특히 유러피안컵 경기에서 강력한 모습을 보여준다.
비록 04-05 시즌 밀란은 시즌 막판 '우승제조기' 카펠로의 유벤투스에 스쿠데토를 빼앗기지만 체력적인 문제로 삐끗했던 것이지, 시즌 중반까지만 해도 유럽최강의 면모를 보이던 것을 본다면 토너먼트를 비롯해서 경험이 많은 선수들이 즐비했던 AC밀란의 전력이 아무래도 리버풀보다는 더 좋았던것이 사실이었다.
반면 리버풀은 리그에서 들쭉날쭉한 전력으로 좋은 성적을 내지 못하며 결국 더비 라이벌인 애버튼에 밀리면서 시즌을 5위로 마감한것은 물론, 다음시즌 챔피언스리그 진출권을 잃으면서 스티븐 제라드의 잔류도 장담할 수 없었던 상황이다.
전문가들의 의견을 반영하듯 경기 시작과 동시에 밀란의 캡틴 파울로 말디니가 1분만에 선제골을 넣는등 전반전은 말 그대로 밀란이 리버풀을 압도한다. 이전 PSV와의 경기에서 고전했던 미드필더와 수비진이 경기전까지 상당한 시간을 쉬면서 체력을 회복했고, 이는 경기력의 향상으로 이어지면서 리버풀을 상대로 우세한 모습을 보인것이다.
밀란의 중원은 굉장히 효과적인 패스게임을 이끌어가며 공격을 지원했다. 게다가 카카-세브첸코-크레스포로 이어지는 삼각편대의 공격력은 가공할만한 것이었는데, 전반전이 끝날 무렵 리버풀의 서포터들을 절망적으로 만드는 크레스포의 3번째 골은 말 그대로 쐐기골이나 다름없었다.
지금도 이상황을 돌이켜 보자면 하프타임때 경기가 3:0이나 그 이상의 스코어로 끝날것을 의심한 사람은 아마 없었으리라 생각한다. 다만 베니테스감독과 제라드를 비롯한 리버풀의 선수들을 제외하면 말이다.
한편, 리버풀은 경기초반부터 불길한 징조가 이어졌으니 한골을 내준뒤 얼마 되지도 않아 해리키웰의 부상으로 이른시간에 스미체르로 교체할 수 밖에 없었다는점이다. 베니테즈로써는 4-2-3-1의 한 축이 되는 해리 키웰이 부상을 당하면서 제대로 전술을 수행할 수 없었던 것. 게다가 제라드와 알론소의 중원이 별다른 활약을 못하면서 밀란에게 장악당하며 원톱인 바로스마저 고립되는등 리버풀은 경기를 힘겹게 이끌어간다.
베니테즈 감독은 전반 종료후 공격수를 배치하기 보다는 미드필더를 강화함으로써 반전을 모색하는데, 우선 부상이 있던 피난을 하만으로 교체하면서 쓰리백에 가까운 형태로 후반전에 임한다. 리버풀에게 다행스러운 것은 밀란이 측면 공격에 추가 실린 팀이 아니기 때문에 제라드를 중앙미드필더와 쉐도우 스트라이커, 심지어 피난의 자리인 측면 수비까지 겸하면서 1인 3역을 도맡아 할 수 있었다는 점이다.
이 전술은 하만의 투입과 제라드의 열정적인 플레이로 시너지 효과를 일으킨다. 후반 직후부터 활기를 띄던 리버풀은 후반 4분, 사비 알론소의 날카로운 슈팅을 기점으로 경기를 자신들의 페이스로 가져간다. 그러던 후반 7분에 놀라운 일이 일어났으니 상대진영에서 리세가 재차 크로스를 시도하면서 이를 스티븐 제라드가 평소에 잘 하지도 않던 헤딩 슈팅으로 빠른시간에 만회골을 넣은것이다.
보는 이들을 감동시킬만큼 정말 열씸히 뛰는 제라드의 독려와 함께 만회골로 조그마한 가능성이 생긴 리버풀의 공세는 그야말로 무서울 정도였다. 한 차례 오프사이드 판정을 비웃기라도 하듯이 계속해서 밀란의 수비를 공략하던 리버풀은, 결국 하만의 패스를 받은 스미체르가 날린 중거리슛이 디다가 손도 쓸수 없을정도로 기가 막히게 골문으로 빨려들어가며 팀의 2번째 골을 넣는다.
경기를 보는 모든이들이 경악할 만한, 실제로 몇몇 리버풀의 서포터들은 머리를 감싸쥐으며 실감을 못할만큼 그야말로 축구경기에서 일어날 수 없는 믿기지 않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여기서 리버풀의 공격은 그치지 않았고, 계속된 공세에서 리버풀은 결국 제라드가 페널티킥을 얻어낸다. 이것을 사비 알론소가 차게되고 디다는 세이브를 해냈지만, 알론소는 무시하고 재차 성공시키며 그야말로 극적인 동점을 만든다.
스코어는 3:3. 축구의 신이 있다면 잠시 장난을 쳤다고 밖에는 설명이 안되는, 리버풀이 만들어낸 이 3골은 안첼로티 감독의 표현대로 '광란의 7분' 이었다.
이 7분에 자신들의 모든것을 쏟아부은 리버풀은 급속도로 지쳐갔고, 밀란은 잠시의 충격도 잊은채 다시 전열을 가다듬으며 경기의 주도권을 가져온다. 리세와 세브첸코의 한차례씩 주고 받는 위협적인 슈팅은 양팀의 골키퍼의 손에 막히며 후반전은 이대로 마무리되었고, 양팀은 연장승부에 들어간다.
전,후반에 많은 활동량으로 체력이 떨어진 양팀이기에 연장전에서 두팀의 페이스는 좋지 못했다. 점유율은 AC밀란이 쥐고 있었지만 그리 마땅한 찬스는 잡지 못한다.
그러던 연장 후반 종료직전, 세브첸코의 결정적인 슈팅이 막힌 것은 리버풀의 승리에 대한 일종의 암시였을까? 두덱은 세브첸코의 두번의 결정적인 슈팅을 연속으로 세이브 해내는데, 막아냈다고 하기보다는 공이 와서 맞았다는 표현이 적절한 두덱의 선방에 힙입은 리버풀은 경기를 승부차기까지 끌고간다.
제 3자에게는 흥미로울 수 있겠으나, 양팀의 선수와 감독 그리고 서포터들에게는 잔인한 시간이 바로 승부차기. 결승전의 하이라이트인 승부차기의 히어로는 바로 예지 두덱이었다.
두덱은 동료인 캐러거의 충고를 받아 21년전 리버풀의 전설적인 골키퍼 브루스 그로벨라를 연상시키는 동작으로 밀란의 키커들을 혼란시켜 세르징요와 피를로의 실축을 유도 한다.
게다가 두덱은 마지막 키커 세브첸코의 슈팅까지 막아내며 이 명승부를 자신들의 것으로 가져간다. 그야말로 리버풀에겐 환희의 순간이자, 밀란에게는 지난시즌에 이은 충격의 연속이었다.
21년만의 우승으로 리버풀은 헤이젤 참사 이후 20여년간 참아왔던 울분을 털어내며 감격에 겨운 눈물을 흘린다. 이스탄불에서의 우승으로 상처로 인한 쌓인 감정을 모두 풀어낼 수는 없겠지만, 리버풀의 서포터인 The Kop 에게 스티븐 제라드의 우승 세레모니는 경기의 짜릿함과 맞물려 기억의 한켠에서 영원히 남아있을 것이다.
아울러 베니테즈와 그의 선수들 그리고 안첼로티과 밀란의 선수들은 물론 이스탄불에서 직접 경기를 지켜본 사람들과 라이브로 시청한 모든 축구팬들은 이 경기를 절대 잊지 못할 것이 분명하다.
경기의 수준이나 양팀의 선수들의 열정, 그리고 상황적인 측면에서 이 경기는 결승전에서는 일어나기 힘든 대단한 명승부인 것은 물론, '포기하지 않으면 불가능은 없다' 명제를 직접 실천하고 경기에서 보여준 리버풀의 플레이는 아마 앞으로도 거의 존재하지 않을테니까 말이다.
Epilogue
올시즌 잉글랜드 클럽이 챔피언스리그에서 4강에 3팀이나 진출한것은 대단히 고무적인 일이다. 물론 안첼로티 감독의 말대로 일시적인 현상일지, 앞으로도 강세가 이어질지는 두고봐야 겠지만, 첼시의 로만 아브라모비치 구단주의 등장을 시작으로 이어진 외국자본의 러쉬로 잉글랜드 클럽팀이 앞으로도 보다 좋은 전력을 구축할 것이라는것은 어찌보면 당연한 일일 지도 모른다.
이제 며칠후에 AC밀란과 리버풀이 아테네에서 다시 한번 결승전을 치른다. 제 1회 올림픽 마라톤 우승자의 이름을 딴 아테네의 'Spyros Louis' 에서, 리버풀이 이스탄불의 명승부를 재현하며 리버풀이 2년만에 우승컵을 차지할 수 있을지, 아니면 밀란이 13년 전에 우승을 차지한 아테네에서 이번에는 리버풀에게 당한 패배를 설욕할 수 있을지에 대한 세계 축구팬들의 관심이 집중되는 바이다.
_M#]
'축구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리오넬 메시. 마라도나의 재림인가? (12) | 2007.06.13 |
---|---|
앙리, 4박 5일간의 추억 (28) | 2007.06.04 |
바르셀로나의 부진. 과연 그 이유는? (14) | 2007.05.11 |
앙리를 팔아선 안되는 세가지 이유 (14) | 2007.04.26 |
완벽한 미드필더 패트릭 비에이라 (11) | 2007.04.1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