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파죽지세. 98-99 시즌 맨체스터의 후반기 경기들을 보면 어김없이 떠오르는 단어이다. 챔피언스리그 8강전에서 맨체스터는 당시 호나우도와 로베르토 바지오, 1+8 유니폼으로 유명한 사모라노 그리고 벤톨라가 건재한 강력한 우승후보 인테르밀란 마저도 물리치고 승승장구하며 4강에 진출한다.
준결승 상대는 바로 90년대를 주름잡았던 강호 유벤투스. 이미 95-96 시즌부터 3년 연속 결승진출이라는 무서운 포스를 자랑하던 이들을 만난건, 잘나가던 맨체스터로서도 그리 반가운 일이 아니었다.
아니나 다를까 올드트래포드에서 열린 1차전 경기에서 맨체스터는, 98 월드컵 우승에 빛나는 지네딘지단을 위시한 데샹, 다비즈,디 리비오로 이어지는 유벤투스의 미드필더에 고전을 면치 못한다. 다만 다행인건 경기 종료직전 인저리 타임에 긱스의 천금같은 동점골로 원정경기를 한결 수월하게 치를 수 있게 된 것 뿐이었다.


대망의 결승진출에 한 경기 만을 앞둔 두 팀은 유벤투스의 홈 구장인 델리 알피에서 2차전 경기를 갖게 된다. 1차전에서 시종일관 좋은경기를 펼치다가 난데없이 1:1 동점으로 마친 유벤투스로썬 경기 결과가 썩 맘에 들지 않은게 사실.
델 피에로의 결장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시작부터 거센 공세로 밀어부치던 유벤투스는 전반 6분, 지단의 크로스에 이은 인자기의 골로 앞서간다.
앤디 콜의 멋진 오버헤드킥외에는 별 다른 찬스를 만들지 못하던 맨체스터와는 대조적으로, 유벤투스는 첫 골이 나온지 5분만에 페소토의 패스를 이어받은 인자기의 슈팅이 스탐의 발을 맞고 굴절되면서 행운의 두번째 골을 넣는다.
델리 알피 경기장은 열광의 도가니였고, 맨체스터로서는 안 그래도 강력한 유벤투스를 상대로 남은시간에 2골을 넣어야 하니 말 그대로 힘이 빠질만한 상황이었다.


하지만 98-99 시즌, 맨체스터는 자신들의 전력을 극복할만한 저력이 시즌내내 발휘되고 있었으니, 이 경기에서의 '마법사' 역할을 해낸것은 마법과는 거리가 먼 '그라운드의 감독' 로이킨이었다.
요크와 콜의 몇 차례 연계플레이로 반전을 꾀하던 맨체스터는 전반 24분, 가까스로 얻은 코너킥 찬스에서 베컴의 킥을 무인지경에서 로이킨이 받아넣으며 명승부에 서막을 알린다.
이 극적인 로이킨의 추격골은 '게임은 시작되었다 '는 영국 캐스터의 말이 이렇게도 잘 어울릴 수 없었던 장면이자, 결승진출을 위한 맨체스터의 집념이 눈 앞에서 실현되는 순간이었다.



로이킨의 골 이후 두 팀은 약간의 소강상태를 이어가며 기회를 엿본다. 초반에 밀리던 경기를 6:4에 가깝게 볼점유율을 늘리며 자신들의 것으로 가져오려는 시도를 계속하던 맨체스터였지만, 오히려 역습에서 유벤투스에게 골에 가까운 찬스를 내주는 등 몇차례 고비를 넘긴다.
그러던 맨체스터의 노력이 결실을 거둔것은 로이킨의 골이 들어간지 10분도 채 지나지 않아서였다. 드와이드 요크가 소울 메이트인 앤디 콜의 크로스를 헤딩으로 마무리하며 자신의 챔피언스리그 8번째 골을 넣은것. 그야말로 맨체스터의 극적인 동점골이었다.
종합스코어는 3:3 이지만 이 상황에선 원정에서 2골을 넣은 맨체스터가 무승부로 경기를 끝낸다면 결승에 진출하는 상황.


전반이 10분이 넘게 남았지만 마음이 급해진 유벤투스와 기세가 오른 맨체스터의 계속되는 공격으로 치고 받으며 경기는 그야말로 박진감 넘치는 양상으로 진행된다.
인자기의 위협적인 장면에 이어 골 포스트를 떄리는 요크의 슈팅은 경기를 지켜보는 이들을 극도로 흥분시키지만, 마이어 주심의 휘슬로 대단했던 전반전은 마무리되고 여전히 결과를 예측할 수 없는 상태에서 두 팀은 결승진출을 위한 45분만을 남겨둔다.


후반은 유벤투스의 파상공세로 이어진다. 하지만 계속되는 패스미스와 전반전 종반부터 이어오던 오프사이드 트랩을 무너뜨리기 위한 노력은 실패로 돌아가며 좋은 경기흐름을 이끌어 가는데 도움이 되지 못한다.
이 경기에서 이해할 수 없는 부분은 다름 아닌 안첼로티의 경기운영이다. 2:1 상황이후 유벤투스는 계속해서 서두르는 모습이었고, 게다가 자신들의 페이스로 가져온 경기를 계속되는 오프사이드로 흐름을 끊는 것은, 이 경기에서 컨디션이 좋아보였던 유벤투스 선수들에게 전혀 득이 되지 못하는 장면이었다.
게다가 몇차례 결정적인 찬스에서 유베가 골을 만들어 내지 못한것은 이후 맨체스터에게 역전까지 당하면서 스스로 화를 자초하게 만든다. 물론 이 부분은 유벤투스가 못한부분 이라기 보다는 맨체스터가 잘한 것이었지만.
반면 맨체스터는 안정적인 경기운영이 돋보였다. 초반부터 서두르지 않으며 상대의 틈새를 노리던 중, 베컴은 기가막힌 크로스를 넣어주지만 앤디콜의 퍼스트 터치의 미숙함으로 놓치고 만다. 이후 10여분간 유벤투스에게서 볼 소유권을 잃은 맨체스터는 미드필드를 강화하기 위해 스콜스를 기용하며 기회를 노린다.
하지만 맨체스터는 주도권을 내주며 몇 차례의 결정적인 위기를 맞았고, 이 상황에서 맨체스터는 로이킨에 이어 스콜스 마저도 옐로카드를 받았고, 결국 둘다 경고누적으로 결승전에 출전하지 못하게 된다.

한편 데니스 어윈의 슈팅이 골 포스트를 맞춘이후에도 유베에게 밀리며 기회를 엿보던 맨체스터는, 유벤투스가 공격강화를 위해 안젤로 디 리비오를 폰세카로 교체한 틈을 비집고 비수를 꽂게된다.
후반 39분, 유벤투스의 수비가 집중력이 떨어지며 치명적인 실수를 저지른것. 그 틈을 놓치지 않고 요크는 골문을 향해 돌진했고, 유베의 수비와 엉키면서 흘러나온 볼을 결국 앤디 콜이 마무리지으며 맨체스터는 누캄프 행을 결정짓는다. 유벤투스라는 거함을 침몰시키는 쐐기골이었다.
홈에서 지고있는 상태의 유벤투스는 얼마 안남은 시간동안 2골을 더 넣어야 하는 절박한 상황이었지만, 전,후반 많은 체력을 쏟아부은 그들은 역전할 힘이 전혀 남아 있지 않았고 경기는 맨체스터의 승리로 마무리된다.





조별예전의 바르셀로나전 부터 인테르 밀란에 이어 유벤투스까지. 이 내로라하는 전통의 강호들을 누르고 그것도 극적인 승리를 연달아 이끌어내며 맨체스터는 30여년만에 결승에 진출했다.
퍼거슨은 96-97 시즌 챔피언스리그에서 도르트문트에 결승진출이 실패한 뒤, 칸토나의 은퇴와 맞물려 또 한번 리빌딩을 시도했고 결국 이 경기로 보답을 받았다.
시즌을 거의 마무리 짓는 시점에 리그 선두는 물론, 아스날과의 FA컵 준결승경기에서도 대역전승을 거두며 더블에 대한 가능성을 한층 높였던 맨체스터는 기적의 3관왕이 현실로 다가왔다는 점에서 이 유벤투스와의 믿을 수 없는 승리가 더욱 극적이었을런지도 모를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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