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를 소재로 소설이나 영화를 만들고 극적인 승부를 그려낸다면 보는사람으로써는 너무나도 뻔한 스토리에 지루해 할지 모른다. 축구 자체가 하나의 각본없는 드라마인 까닭이다.
여기 극본없는 드라마를 실화를 소재로한, 그리고 아스날의 서포터의 축구와 사랑에 대한 이야기를 그려낸 영화 "피버피치"를 소개할까 한다.
피버피치는 "어바웃 어 보이" 유명한 영국의 베스트셀러 작가 닉 혼비의 동명소설을 영화화한 작품이고, 닉 혼비는 피버 피치라는 작품에서에서 알 수 있듯 열혈 아스날팬이다. (혹자는 닉혼비가 아스날의 홈 경기만 본다며 진정한 축구팬이 아니라 울부 짖지만..)
유럽축구에 대해서 조금이라도 사전지식이 있다면 좀더 재미있게 볼 수 있지만 그렇지 않터라도 정말 아스날에 미쳤다고 밖에는 설명이 되지않는 주인공인 콜린퍼스의 연기라던가 배우들의 오고가는 대사들만으로도 충분히 맛깔나게 볼 수 있는 영화다.
주인공은 부모님이 이혼을 하고 아버지와 함께 있는 시간들이 늘어나면서 우연히 아버지를 따라서 하이버리 경기장에 발을 들여놓고 여태까지 살아오던 것과는 완전히 다른 새로운 세상을 접하게 되는데, 아스날의 홈경기를 본 이후 마음을 완전히 빼앗기고, 그는 둘도없는 거너스가 된다.
고등학교 교사가 된 이후에도 여전히 아스날에 목숨을 거는 주인공이 같은 학교의 여교사와 가까워지면서 축구로 인해 서로간에 많은 갈등을 겪게 되는데 그 과정이 참 재미있다.
중요한 축구중계가 있는날. 여자친구와의 약속을 취소하거나 미뤄서 다퉜거나 비슷한 경험이 있는 남자들은 공감이 가는 장면이 더러 있을것이다. 광적이고 편집증적인 면이 있는 주인공의 생각이 나로써는 이해가 되지 않고 거부감이 드는 부분이 있긴 하다만..
아스날이 생활인 주인공의 행동이라던가 경기에 졌을때의 그 분함과 패배감에 하루종일 무기력한 모습들은 나랑 상당히 닮아서 보는내내 공감했었다. 그리고 역시 내가 아스날 서포터이기에 18년만에 극적으로 리그우승을 차지하는 장면에선 15년전의 내용이지만 당장 우승을 결정짓는것과 같은 정말 짜릿한 감동을 느낄 수 있었던거 같다.
18개월도 1년 8개월도 아닌 자그마치 18년이다 18년.. (욕 아니다 ㅡㅡ;)
"아스날이 우승했는데 사랑쯤이야 극복할 수 있어"라는 주인공의 대사는 지금도 기억에 남는다. 만약에 애인과 싸운후에 재회했는데 이런 말을 한다면 상대는 어떤 반응을 보일까? 아마 받아들이기 힘들겠지?
그리고 직접 북런던에 가보기전에는 사진으로도 보기 힘들었던 하이버리 경기장 주변의 주택가의 모습이라던가(하이버리는 주택가에 위치해 있는데 근처의 고층건물에서는 경기를 직접 관전할 수 있을 정도로 가깝다.) 옛날 스탠드석 당시의 경기장분위기 등은 생소하면서도 재미있다.
그리고 영화를 보기전엔 그네들이 축구에만 집착하고 다른생활에 등한시 한다는 약간은 잘못된 오해가 있었었는데 (주인공은 좀 아니지만) 그외 등장 인물들이 자기 생활에 충실하면서 축구를 단순히 스포츠가 아닌 하나의 문화이자 자신들의 생활레포츠와 같이 즐긴다는 것을 실감나게 느낄 수 있었다. 열정은 있지만 중독이 아닌 생활 그 자체라고 봐야할까.
피버미치는 썩 괜찮은 스포츠 영화로 축구를 좋아한다면 한번쯤은 볼 만한 가치가 있는 영화다.
이 영화는 헐리우드로 건너가면서 보스턴 레드삭스를 좋아하는 주인공이 나오는 야구를 소재로한 영화로 리메이크 됐는데 "미국인들은 이해할 수 없는 감동"이라는 원작 피버피치의 영화평이 와 닿는 것은 비단 나 뿐만이 아니었을게다.
'영화 > 영화 리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인크레더블 (The Incredibles, 2004) (11) | 2007.05.08 |
---|---|
노트북 (The Notebook, 2004) (8) | 2007.04.28 |
친절한 금자씨 (Sympathy For Lady Vengeance, 2005) (0) | 2007.04.13 |
제리 맥과이어 (Jerry Maguire, 1996) (0) | 2007.04.13 |
우주 전쟁 (War Of The Worlds, 2005) (0) | 2007.04.1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