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통 누군가의 영향을 많이 받은 아티스트가 등장할 때 언론은 '제 2의 누구' 라는 식의 표현을 자주 사용하는데, 조쉬 라우즈만큼 다양한 수식어가 붙는 가수도 드문거 같다. 이미 전설이 되어버린 닉 드레이크, 엘리엇 스미스 등등 언급되는 가수들의 이름 또한 화려하다.
음악은 또 어떠한가? 조쉬라우즈가 직접 인터뷰로 밝혔듯이 스미스와 큐어의 영향을 받은 것은 물론이고 심지어는 마빈게이나 알그린의 느낌이 드는 곡이 있을정도니, 이 가수가 어떤 음악을 하는지 들어보기 전에는 짐작이 잘 되지않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다.
어쨋든 'Nashville' 와 함께 조쉬 라우즈의 최고작중 하나인 '1972' 는 그의 다양한 음악취향을 반영했지만, 그렇다고 듣기에 어색한 부분은 조금도 느껴지지 않는다. 앨범에 대한 첫 느낌은 마치 추운 겨울, 늦잠을 자다가 일어나서 커튼을 걷고 창가에서 따뜻한 햇살을 맞이하는거 같달까.
앨범은 시작부터 거침없어 보인다. 마치 아주 긴 한곡의 노래를 듣는것처럼 '1972' 를 필두로 마지막곡인 'Rise' 까지 아름다운 멜로디가 부담없이 이어진다. 특히 첫곡인 '1972' 부터 'Love Vibration' 을 지나 다섯번째 곡인 'Slaveship' 까지 물 흐르듯 이어지는 구성은 상당히 인상적.
그리고 앨범의 후반부는 앞부분에 비해서는 상대적으로 차분한 느낌이 드는데, 현악 편곡에 신경을 많이 쓴 듯한 'Under Your Charm', 과 대미를 장식하는 'Rise' 은 곡의 분위기 만큼이나 멋진 조쉬 라우즈의 목소리가 일품이다. 그리고 앨범에서 가장 색다른 느낌을 주는, 피아노 연주가 인상적인 'Flight Attendant' 는 이 앨범의 백미.
존 메이어, 서프잔 스티븐스, 아이언 앤 와인, 루퍼스 웨인라잇 등과 함께 가장 꾸준하며 곡을 잘 뽑아내는 싱어송 라이터인 조쉬 라우즈의 앨범들은 한번 쯤은 꼭 들어볼만한 가치가 있다. 특히 추운 계절에 그의 음악은 마음 깊은 곳부터 따뜻하게 데워줄 것이 분명하다. 지금같은 늦가을에도 잘 어울리는 것은 물론이고
그의 음악은 분명 화려하진 않지만 잔잔하게 가슴속에 녹아든다.
마치 얼어붙은 땅에 포근한 함박눈이 내리듯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