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이글을 쓰는 이유는 1년동안 들은 음악을 정리하기 위해서 그리고 결산하기 위해서 하는것이기도 하지만, 더 중요한 이유는 올해 나온 앨범중에 꼭 들어봐야 할 앨범을 다른분들에게 '소개' 하기 위해서다. 사실 온, 오프를 가리지 않고 '들을게 없다' 는 말을 상당히 많이 듣는데 실상은 그렇지 않기 때문이다. '없다' 고 하는것은 보통 정말 없거나 자신이 잘 모르거나 그것도 아니면 관심이 없거나 셋중 하나인데 내가 보기엔 첫번째는 결코 아니다.
2007년도 역시 완성도 높은 앨범들이 꽤나 많이 나왔으며, 특히 하반기에는 그 어느때보다도 들을꺼리가 풍성했다. 게다가 12월 중순인데도 불구하고 얼마후에 김두수, 윤상, 언니네 이발관등 기대작들이 기다리고 있다.(김두수 앨범은 며칠전에 나온 듯) 앨범 판매량 자체는 굉장히 적어졌고 심지어 몇몇 아티스트들은 새로 앨범을 안낸다고 까지 했을정도로 음악인들이 먹고살기 힘든 시대가 되었다만, '질적인 발전'으로 볼 때 상당히 긍정적이라는 뜻이다.
올해 가요계의 특징을 꼽자면 무엇보다도 여가수들의 '득세' 를 꼽을 수 있겠다. 원더걸스나 소녀시대 와 같은 소녀그룹들이 엄청난 인기를 끌었으며, 밑에 리스트에서도 솔로든 밴드든간에 여가수들의 비중이 굉장히 크다. 무엇보다도 인상적인 것은 보컬중에는 남,녀 불문하고 중성적인 매력을 물씬 풍기는 가수들이 꽤나 많았다는 것.
어쨋든 올해의 앨범은 장르를 떠나 앨범 자체의 퀄리티를 평가기준으로 삼아서 10장을 꼽았고, 객관적인 시각에서 선정했다고 해도 아무튼 개인적인 음악취향이 반영된 리스트인 만큼 '이 앨범은 왜없냐', '뭐 이런게 올해의 앨범이냐' 는 식으로 말씀하시진 않으리라 본다.
참 그리고 선정된 앨범중에 EP와 싱글 앨범은 모두 제외했다. 올해 나온 피리과의 앨범과 굴소년단, 갤럭시 익스프레스, 허클베리 핀 그리고 브로콜리 너마저 의 앨범들이 없는것은 그런 이유 때문. (갤럭시 익스프레스나 브로콜리 너마저의 앨범은 충분히 들어갈만 하지만 정규앨범이 아니라 제외했음.)
취향의 문제면 모를까 음악에 관심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 앨범들이 정말 듣도 보도 못한 앨범들이라면 조금 더 우리 가요에 애정과 관심을 가져 주시길 바라는 바이다. 이 아티클이 음악듣기의 이정표가 된다면 정말 바랄게 없겠다.
더블 레인보우 (Double Rainbow) / Letter From Rio
개인적으로 보사노바를 좋아하기도 하지만 이쪽음악을 듣는데 있어서 귀가 까다롭기 떄문에 그만큼 점수를 받기 힘들텐데도 포함된 걸 보면 수작은 수작이다. 예전에 보사노바 포스팅에서도 한번 소개했지만 이 앨범은 국내 최초의 보사노바 앨범이며, 올해를 대표하는 앨범 중 하나라고 할 수 있다. 사실 이 앨범은 가요라기보다는 그냥 월메이드 보사노바 앨범이다. 전체적으로 좋아하는곡들 중에서도 여진의 매력적인 목소리가 인상적인 'Tristeza' 의 분위기는 정말 최고다.
이상은 / The Third Place
걸작 '공무도하가' 이후 오랜만에 이즈미 와다가 프로듀싱을 다시 맡은 앨범이다. 공무도하가 앨범을 듣고나면 가슴이 많이 무거워지지만, 이 앨범은 듣고나면 반대로 기분이 편안해진다. 외롭고 웃긴 가게 이후 오랜만에 만나는 이상은의 쾌작. 멜로디는 올해 나온 앨범중에 국내,외 앨범 가릴꺼없이 단연 최고라 할 만한데, 가사 또한 이상은 특유의 낙천적인 감성이 잘 담겨있는거 같아서 정말 좋다. 좋은 것들만 보고 들은 사람이 쓰는 가사와 멜로디 그리고 음악. 커버만 좀 예쁘게 했으면 거의 '완벽' 했을듯.
말로 (Malo) / 지금, 너에게로
'벚꽃 지다’ 를 기억하고 있는지 모르겠지만, 정말 오랜만에 말로가 앨범을 냈다. 말로가 직접쓴 곡에 정말 잘 들러맞는 이주엽의 가사도 인상적이지만, 한국적인 느낌이 많이 드는 앨범의 수록곡들에 스캣이 더 없이 잘 어울린다는 것도 놀랍다. 전작부터 이어진 '절제의 미학' 이 빛을 발하는 앨범. 특히 혼자 모든 파트를 소화한 아카펠라곡 '놀이터'는 대단하고 또 아름답다.
못 (Mot) / 이상한 계절
올해의 앨범 10장중에 역시 빼놓을 수 없는 앨범은 못의 '이상한 계절' 앨범이 되겠다. 데뷔작이 정말 대단했었는데 이어서 훌륭한 앨범을 내는걸 보면 이들은 소포모어 징크스도 없나 보다. 사실 이 앨범보다는 1집을 더 좋게 들었기 때문에 약간이나마 아쉬움이 남기는 하지만, 이 앨범은 전작보다 오히려 표현의 폭이 넓어졌고 보다 단단하다. 아무튼 못은 긍정적인 방향으로 발전중이다.
나윤선 / Memory Lane
재즈 보컬리스트가 부르는 가요는 어떨까? 그에 대한 좋은 답이 여기 있다. 개인적으로 재즈라는 장르에 있어서만큼은 여자 보컬을 굉장히 좋아하는데, 독특한 보이스 컬러를 가진 나윤선 역시 그에 해당된다. 앨범을 듣고 한번도 실망한 적이 없을 정도로 거의 균등한 퀄리티의 앨범을 계속해서 내서 마찬가지로 기대했는데, 약간 팝스타일로 방향을 선회한 이 앨범도 역시 만족스럽다. 특히 '사의 찬미'와 '세노야' 는 압권. 14곡의 훌륭한 넘버들을 2장의 앨범, 한국어 버전과 영어 버전으로 각각 나눠서 실어 놨고, 가격도 한장 가격이니 앨범 구입을 권한다.
몽구스 (Mongoose) / The Mongoose
올해 가요계는 그야말로 '복고' 열풍이다. 엄청난 인기를 끌었던 원더걸스의 'Tell me' 는 물론, 내가 2개월간 정말 귀에 달고 살았던 브로콜리 너마저의 '앵콜 요청금지' 도 그에 해당된다. 몽구스의 음악 역시 '복고' 라는 단어를 빼고는 설명할 수 없는데, 촌스럽다기 보다는 친숙하다는 말이 잘 어울릴 듯. 다시 한번 외치지만 젊음 있는 가정마다 한 장씩. 몽구스!!
허클베리 핀 (Huckleberry Finn) / 환상...나의 환멸
말 그대로 문제작이다. 거품이라고는 생각안하지만 일부 음악웹진에서는 거의 극찬에 가까운 평가를 받은 앨범.
근데 이렇게까지 띄워줄만한 앨범인가? 하는 질문에 '그럴만하다' 라는 답이 나오는걸 보니 영 헛소리인건 아닌거 같다. 개인적으로 앨범의 앞부분은 올해 나온 어떤 가요 앨범보다도 훌륭했다고 본다. 이 앨범 말고도 올해 나온 허클베리 핀의 싱글앨범도 훌륭했는데, 기회가 되면 들어보시길 바란다. 아주 꽉찬 느낌이 들었던 앞부분에 비해 후반부는 조금 아쉬웠다만 아무튼 올해의 앨범에 포함될만한 앨범이다.
디어 클라우드 (Dear Cloud) / Dear Cloud
간만에 정말 잘하는 밴드 하나 나왔다. 지난번에 소개한 '넌 아름답기만 한 기억으로' 같은 킬링트랙도 있고 대중들에게 충분히 어필한만한 밴드다. 디어 클라우드의 데뷔작은 멜로디는 물론이고 사운드와 전체적인 앨범의 밸런스 모두 훌륭한데 무엇보다도 대단한것은 이들은 신인이 가지는 단점이 거의 없다는 것이다. 곡들이 단조로운 느낌을 주는것만 제외하면 말이다. 하지만 여전히 이들을 알아보는 사람은 별로 없는데 안타까울 뿐이다. 타이틀 곡으로 밀고있는 '얼음요새'는 올해의 싱글감.
오지은 / 지은
올해의 신인이다. 정말 오랜만에 괴물같은(외모가 아니라 실력이..자켓은 좀 그런데 매력있게 생겼다) 여가수의 등장. 전곡 작사,작곡,편곡으로도 모자라 믹싱까지 직접한것도 놀랍지만, 모금형식으로 자본을 모아서 앨범발매에 성공한 것도 정말 멋지다. 나중에 앨범 리뷰를 올릴예정이니 여기서는 맛배기로 접하고 기회가 되면 직접 앨범도 구입해서 들어보시길. 음악이 솔직하고 꾸밈이 없는 것이 맘에 든다고나 할까.
커피 프린스 1호점 / 커피프린스 1호점
O.S.T는 보통 한 아티스트가 음악을 맡지 않는한 완성도가 떨어진다. 잘못할 경우에는 일반적인 컴필레이션 이상도 이하도 아니게 될 가능성도 있다. 하지만 이 앨범은 TV 드라마 관련 앨범 이라는 일종의 태생적 한계를 가지고 있지만, 드라마의 성공과 함께 음악역시 큰 인기를 누렸으며 많은 가수들을 발굴해내면서 인디음악이 살아남기 위한 새로운 길을 제시헀다는 점에서 높게 평가할 만하다. 사실 빵 컴필레이션 앨범과 이것중에 더 나은 앨범을 고르라면 당연히 전자겠지만 인기도나 개인취향으로는 커피프린스를 선택하겠다.
아깝게 탈락한 앨범들 7
바세린 (Vassline) / Permanence
앨범은 확실히 뛰어나다. 올해의 앨범감이다. 다만 내 취향과는 거리가 있다.
메탈은 좋아하지만 이런쪽은 예나 지금이나 별로 안땡김. 할로우 잰과 바세린중에 선택하자면 난 바세린.
그림자 궁전 / 그림자 궁전
산울림,스매싱 펌킨스,삐삐밴드(음악보단 엉뚱함)그림자 궁전의 음악을 들으면 떠오르는 아티스트 들이다.
약간 엉뚱하지만 사이키델릭한 이들의 음악은 가요에서는 꽤나 신선하다.
에픽하이 (Epik High) / Remapping The Human Soul
올해 힙합 앨범은 기대에 못 미쳤지만 드렁큰 타이거, DJ 소울스케이프, 그리고 랩뮤직계열에선 국내최초로 더블앨범으로 나온 에픽하이의 앨범은 좋았다. 추려서 한장짜리 앨범으로 나왔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빵 컴필레이션 3: History Of Bbang
2CD에 레이블 이름 그대로 '빵빵' 하게 음악들을 수록해놨다.
별로인 곡도 좀 있지만, 이 정도 퀄리티의 컴필레이션 앨범을 계속해서 낸다는 사실 자체가 놀랍다
하이 미스터 메모리 (Hi, Mr. Memory) / 안녕, 기억씨
동물원이나 김광석, 시인과 촌장등등.. 8,90년대 국내 포크음악 아티스트들의 냄새가 많이 나는 아티스트.
음악을 들으면 옛날생각 많이 난다. 이런날, 이런나를 이노랜 정말 많이 들은 듯.
전자양 (Dencihinji) / 숲
허클베리핀이 음악을 적게 듣는대신 자신의 스타일을 굳힌 타입이라면 전자양은 정말 음악을 많이 듣는 아티스트중 하나다. 군대에서 후임들에게 악마로 낙인이 찍힌 채 컴백했다는데 도대체 가서 뭘 했길래;;
클래지콰이 (Clazziquai) / Love Child Of The Century
생각보단 괜찮았던 앨범이지만 클래지콰이는 데뷔작만한게 없는거 같다.
그래도 이만한 앨범을 계속 내주는것 만큼은 정말 고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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