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만에게 보내는 편지

우리 팀은 항상 든든했어요.
예전에는 잉글랜드를 대표하는, 아니 유럽을 대표하는 시먼이라는 전설적인 골키퍼가
10년넘게 골문을 지키고 있었으니까요

하지만 그 골키퍼는 이미 불혹을 넘긴 노장이라 우리팀에서는 선수생활을 계속할 수 없었고
결국 그가 다른팀으로 떠난 뒤에 새로운 선수를 영입할 수 밖에 없었어요

아마 어떤 선수가 왔더라도 만족하긴 쉽지 않았겠지만 처음에 형을 보고 나이가 많은데다 이름도 생소하고
첫 인상이 날카로워서 별로 탐탁치 않았던거 같아요. 물론 필요한 선수를 큰돈을 쓰고 사올 수 없었던 시절이라
경험 많은 선수가 온게 그나마 다행스러웠는지로 모르죠

레만형을 생각하면 기억에 남는 일이 참 많아요
하긴 원망했던 적도 실망한 적도 많았죠

첼시와의 챔피언스리그 8강전에서 탈락하고 나선 우리팀 레벨에 맞지 않는 선수가 골키퍼로 뛴다면서 형의 실수만 아니었다면 4강에 진출했을 거라며 비아냥 거렸던거 같아요. 올 시즌초에도 승점 까먹었다며 욕했구요. 글구 킥도 잘 못차고 성격도 까칠하다고 투덜대기도 했죠. ㅎㅎ 그래도 형 덕분에 리그에서 우승을 했고 차츰 형을 인정하기 시작했어요

 즐거웠던 무패우승 이후에 우리팀의 수비는 차츰 무너졌어요.
 골을 내주고, 그리고 패하면 서포터인 나도 기분이 나쁜데 골문을 지키고 있는
 사람의 심정은 어땠을까요.. 안 좋은 성적만큼 형 맘도 많이 아팠겠죠

하지만 FA컵에서 맨체스터를 상대로 우승했을 때 짜릿했던 기분을 잊을 순 없어요
경기내내 끌려다니다가 승부차기에서 스콜스의 킥을 막아내고 하던대로 아무렇지도 않게
장갑을 털어내던 모습은 지금도 눈에 선한걸요  

아마 그게 아스날에서의 마지막 우승트로피죠
비에이라와 우승컵을 들고 있는 모습을 보니 기분이 되게 묘하네요

가장 행복했던 순간은 아스날이 비야레알을 꺾고 챔피언스 리그 결승에 진출했을 때에요

결국 우승을 하진 못했지만 비야레알전에서의 멋진 페널티킥 선방과 챔피언스리그에서의 무실점 행진은
먼 훗날 어린 손자들을 데려다놓고 '예전에 레만이 말이야' 하면서 자랑스러워 할지도 몰라요
아마 형이 없었다면 무패우승은 물론이고 챔스 결승진출은 꿈도 못꿨을꺼에요.

그리고 국가 대표팀에서도 올리버 칸에 밀려서 2인자 신세였지만 결국 자신의 힘으로 자국에서 열린 월드컵에서 당당하게 주전으로 뛰었고 독일을 3위에 올려놨었죠. 특히 아르헨티나 전 승부차기에서 팀을 4강에 진출시키고 칸과 함께 연출한 장면들은 정말 멋있었어요. 오랜 시간이 흘러도 잊지 못할꺼에요.

기사들을 보니 계약이 끝나서 올시즌을 마지막으로 떠날꺼라네요.
올해 많은 경기를 뛰진 못했지만 그래도 멋들어진 우승컵을 들면서 기뻐하는 모습을 보고 싶었는데..
여러가지로 섭섭한 마음이 듭니다.

 베르캄프도 그렇고 당신도 초라하게 팀을 떠나 보내는건 정말 안타까운 일인걸요
 나중에라도 좋으니 은퇴식은 우리팀에서 치뤘으면 좋겠어요  

 기분이 짠해서 편지를 더 쓰기도 힘들겠네요.  

 유로 2008에서도 뛰길 바라고 어디에 있든지 무엇을 하든지 건강하세요
 형이 5년동안 뛰면서 보여준 수많은 세이브들 잊지 않을께요
 그동안 고마웠어요. 잘가요
 
 참..  내맘속의 넘버원은 항상 당신일 꺼에요.


                                                                                                   

                                                  사랑해요 광만이횽.. ㅠ.ㅠ

 05/06 시즌 스페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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