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그 어떤 것보다도 음악을 좋아하는건 웬만해선 실망을 안겨주지 않기 때문이다. 물론 기대에 완전히 못 미칠 때도 많지만 한 아티스트가 별로면 다른 아티스트의 음악으로 만회할 수 있다. 가끔 영화를 통해서도 이런 즐거움을 얻기도 하지만 시간이나 비용부담 그리고 만족도에서 음악을 따라 올수는 없다. 이렇게 자주 만족감을 얻을 수 있는 매체는 정말로 드물다.
뉴욕 출신의 모던 락 밴드 나다 서프의 <Lucky>는 기대를 전혀 안했는데도 만족감이 높았던 작품으로 전체적으로 부담스럽지 않은 분위기에 매끄러운 멜로디와 가사가 잘 어울리는, 그리고 취향에 관계없이 접할 수 있지만 또 가볍지는 않은 그런 음악이다.
사실 나다 서프는 국내에서는 별로 인지도가 없지만 최근 몇 년간 이렇게 꾸준하게 양질의 앨범을 만들어내는 밴드도 드물다. 물론 스타일이 점차 소프트 해지는걸 싫어하는 팬들도 있겠지만 내 생각에 이런 유형의 음악은 처음 이들을 접하는 음악팬들에게 어필하기 더 좋은거 같기도 하다.
추천 하는곡이 따로 없을 정도로 전체적으로 훌륭한 앨범이지만 굳이 꼽자면 브루스 스프링스틴의 최근 음악 느낌이 나는 'Whose Authority'와 차분한 분위기의 'Are You Lightning?', 그리고 신나는 'Ice On The Wing' 정도. 그중에서도 앨범에서 가장 좋아하는 곡은 'Are You Lightning?'. 훈훈한게 밤에 듣기 참 좋은 노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