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차례차례 복귀하고 있는 중견급 밴드들의 신보에서 발견할 수 있는 공통점이 하나 있다면, 그것은 바로 자신들의 전성기 시절에 만들어낸 앨범을 지향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런 부분은 성공한 락밴드들이 배고픈 시절을 떠올리며 만들었다는 점에서 팬들로 하여금 '들어볼만한 작품'을 기대하게 만든다.
오아시스 역시 마찬가지다. <Dig Out Your Soul> 앨범은 기본적으로는 <Definitely Maybe>를 지향하는 앨범이라 할 수 있는데, 이번 작품에서 오아시스는 6~70년대 로큰롤음악과 같이 잔뜩 에너지를 머금고 강렬한 사운드의 애시드 락을 들려주고 있다.
물론 이것이 답습이나 회귀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초기 오아시스의 음악에서 빼놓을 수 없는 특징 중 로큰롤 사운드에 더해서 노엘 갤러거의 표현대로 그루브 마저도 넘실대고 있으니 말이다. 게다가 싸이키델릭한 분위기에 사운드는 스톤 로지즈를 연상케 할 정도로 확실히 낯설다.
사운드보다도 좀 더 눈여겨 봐야 하는것은 갤러거 형제들이 만들어낸 수록곡의 멜로디인거 같다(앤디의 곡은 개인적으로 별로였음). 특히 리암 갤러거가 만든, 후반부에 존 레논이 사망 직전에 인터뷰한 육성이 샘플링으로 실린 'I'm Outta Time'같은 곡은 오아시스의 전성기에 만든 'Whatever'나 'Don't Look Back in Anger'와 함께 어깨를 나란히 할 만하다는 생각이 들 정도다.
그만큼 'I'm Outta Time'는 멜로디만 보자면 완벽에 가까운 노래다. 곡을 완성해 내는데 15년이나 걸렸다는게 이해가 가는 단연 올해의 싱글감. 리암 갤러거는 이 노래를 두고 존레논 풍이라고 하는데 난 듣고나서 션 레논의 'Dead Meat'이나 'Wait For Me'같은 곡들이 생각났었다.
확실히 <Dig Out Your Soul> 앨범의 곡들은 멜로디가 익숙한 편이다. 이 노래 외에도 첫 싱글로 밀고있는 'The Shock of the Lightning'이나 'I'm Outta Time' 다음으로 앨범에서 좋아하는 'The Turning'은 내가 따로 추천하는 곡인데, 다들 멜로디가 어디선가 들어본 듯한게 특징이라면 특징이다.
이 작품을 들으니 오아시스가 온전히 제 갈길을 가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올해 신보를 낸 콜드 플레이나 포티셰드처럼 완전히 방향을 선회하면서 호평을 얻어낸 것은 아니지만 오아시스는 오아시스 나름대로 갈길이 있고, 거시적인 견지에서 볼때 이들은 충분히 괜찮은 복귀작을 내놓았다고 본다.
오아시스는 <Dig Out Your Soul>을 들고 '21세기 로큰롤뮤직은 이런것이다' 라고 외치는 듯하다.
앨범 커버 만큼이나 만족스러운 앨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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