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이언 윌슨 (Brian Wilson) / That Lucky Old Sun [2008]

무려 40여년만의 일이다. 브라이언 윌슨이 새 앨범을 만들기 위해 <Pet Sounds> 와 같은 명반을 만들어냈던 비치 보이스 전성기 시절 앨범을 발매했던 Capitol 레코드사와 오랜만에 다시 손을 잡은 것이다. 이들의 만남은 브라이언 윌슨과 그의 음악의 팬이라면 상당히 기대할만한 일인 것은 물론 모든 음악 팬들이 주목할만한 사건인 셈이다.

이 앨범의 완성과 관련해서 언급되야할 인물은 브라이언 윌슨과 함께 역사적인 프로젝트인 <Smile>에 동참해서 앨범 전곡의 가사를 썼고 이 작품에도 참여한 천재 뮤지션 반 다이크 팍스(Van Dyke Parks)와 거의 전곡을 윌슨과 함께 쓴 스콧 베넷(Scott Bennett)일 것이다. 이들은 브라이언 윌슨과 함께 처음 듣는 사람들도 쉽게 들을 수 있는 컨셉 앨범을 완성해냈다.

<That Lucky Old Sun>은 레이블의 변화 때문인지 몰라도 상당히 대중친화적인 성향을 띄고 있다. 이것은 긍정적인 현상으로 볼 수 있는데 이 앨범에는 마치 예전 비치 보이스 시절을 연상케 할정도로 풍성한 멜로디와 아름다운 가사를 고스란히 담고 있기 때문이다. 이것은 일종의 회귀를 뜻한다. 사운드를 제외한 모든 부분에 있어서 과거로의 회귀. 물론 <That Lucky Old Sun>는 안에 담긴 내용물과 사운드는 그때 그시절과는 완전히 다르지만 감성만큼은 60년대 비치 보이스 시절 그대로다.

태생적으로 <That Lucky Old Sun>는 스마일 앨범의 후속작이기 때문에 어떤 결과물일지라도 평가에 있어서 손해를 볼 것이라는건 자명한 일이다. 하지만 이 작품은 음반보다는 음원이, 그리고 스튜디오 음반보다는 인스턴트식 싱글 모음집이 사랑받는 시대에 여전히 컨셉앨범으로 나왔다는 것을 보다 주목해 볼 필요가 있다. 실제로 언니네 이발관은 "보다 나은 음질로 순서대로 들어달라"며 청자에게 음악듣기를 부탁하지만 앨범이 이렇게 컨셉 앨범일 경우 뮤지션은 그런 말을 따로 할 이유가 없다.  

어쨋든 이 작품은 비치 보이스 시절 음악은 물론 전작인 스마일과도 또 다른 결과물이다. 이 앨범은 가스펠의 영향을 많이 받은 듯 하다. 기본적으로 브라이언 윌슨이 만드는 음악에서 코러스와 세션의 비중이 높은걸 볼때 크게 놀랄만한 일이 아니긴 하지만 'That Lucky Old Sun' 앨범은 가스펠요소가 가미되면서 상당히 듣기 쉬운 앨범이 되었다. 물론 너무 대중적인게 아니냐며 기존의 브라이언 윌슨의 팬들은 고개를 가로저을지 모르지만, 이 앨범에서도 그의 다른 앨범에서와 마찬가지로 아름다운 멜로디는 여전하다.

 동화적인 멜로디지만 굉장히 풍성하게 코러스와 세션을 사용한 'Forever my surfer girl'과 가스펠풍의 타이틀곡 격의 'Morning beat'을 비롯해서 재미있는 가사와 멜로디의 'Mexican girl'같은 곡은 필청해야 할 곡들이다. 이중에서도 가장 좋아하는 곡은 비치보이스의 'God Only Know'를 연상케 할정도로 아름다운 멜로디와 화음이 돋보이는 'Good kind of love'. 그 외에도 좋은곡들이 참 많다. 이 앨범은 멜로디면에서 올해 나온 그 어떤 앨범 보다도 훌륭하다. 올해 나온 벡이나 포티셰드의 앨범은 멜로디면에서 기대에 못미쳤지만 이 앨범은 기대작중에서도 가장 만족스러운 결과물이다.    

그러고보면 참 신기한일이다. 60년대 비틀즈와 함께 경쟁자 입장에서 곡을 쓰고 앨범을 만들던 그가 지금도 여전히 훌륭한 음악을 만들고 있다는 사실 말이다. 실제로 존과 조지는 이미 세상을 떠났고 폴과 스타키는 대단한 앨범을 만들고 있지 못하지만 브라이언 윌슨은 지금도 건재하지 않은가. 그렇기에 우리는 <That Lucky Old Sun>의 발매에 보다 주목해볼 필요가 있다. 취향과 정서에 조금 맞지 않더라도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