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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명인 2세의 삶이라는건 그 자체가 무척이나 특별한 일이겠지만 반대로 보면 동시에 굉장히 험난한 길이기도 하다. 더군다나 자신의 부모가 걸었던 길을 그대로 따른다면 그 순간부터 자신이 갖춘 배경과 물려 받은 재능은 축복이 아니라 오히려 저주가 될 수도 있다. 이게 실감이 나지 않는다면 조금 다른 예로 지네딘 지단이나 데니스 베르캄프의 아들이 아버지의 뒤를 이어 축구선수가 된다고 생각해 보자.

음악인 역시 마찬가지. '아버지만한 아들없다'는 말이 예외없이 적용되고 있는 대중 음악계에서 유명 뮤지션의 2세가 뮤지션의 길을 걷는다는 것만큼 힘든일도 없는 것이다.

실제로 링고스타의 아들이자 현재 오아시스의 드러머인 잭 스타키, 그리고 존레논의 아들인 줄리안 레논, 역시 레너드 코헨이 아버지인 아담 코헨이 데뷔이후 아버지의 후광에 가려 스스로의 색깔을 갖추는데 얼마나 힘든 시간을 보냈는지는 음악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잘 알고 있을 만한 사실이다. 재작년 앨범을 낸 역시 존 레논의 아들인 션 레논 역시 데뷔작 이후 무려 8년만에 자신의 목소리를 내는 작품을 낸 것은 우연이 아니라는 소리.

하지만 밥 딜런의 2세인 제이콥 딜런은 아버지에게서 가장 큰 영향을 받았지만서도 동시에 그로부터 가장 자유로운 아티스트다. 얼마전까지만해도 영화관에서는 밥딜런의 일대기를 다룬 아임 낫 데어가 상영되었고 라디오에서는 'Like a Rolling Stone'이 흘러나오며 그래미 어워드에서는 그가 최우수 뮤비상을 수상하는 '밥 딜런'의 시대에 살고 있는 현재, 다른 사람도 아닌 그의 아들인 제이콥 딜런이 밥딜런의 도움없이 음악 활동을 성공적으로 하는 것은 상당히 이례적인 일이다.
 
굳이 그럴 필요가 있었겠냐마는(소문에 의하면 밥딜런과의 사이가 별로 좋지 않다고 알고 있다.) 제이콥 딜런은 자신의 가족사를 철저하게 가리면서까지 음악으로만 평가받길 원했고, 결국 그가 속해있는 밴드인 월플라워스의 음악은 평단에게 좋은 평가를 받은 것은 물론 대표작인 'Brining Down The Horse' 앨범은 대중적으로도 큰 성공을 거둔다.

아버지의 도움없이 성공한 제이콥 딜런이 월플라워스 활동을 잠시 중단하고 또 다른 홀로서기에 도전한 작품이바로 지금 소개할 <Seeing Things> 앨범이다. 그의 첫 솔로작이자 처음으로 월플라워스에서 떨어져 음악을 만든 이 앨범에서 가장 눈여겨 봐야할 부분은 역시 현재 최고로 잘 나가는 프로듀서 릭 루빈이 앨범 프로듀서로 참여한 것이겠다.

자신의 앨범에 참여한 릭 루빈에 대해 제이콥 딜런은 이렇게 얘기한다. "릭 루빈은 좋은 환경과 놀라운 판단능력을 제공함으로써 우리가 작업하고 있는 음악이 어느 방향으로 가고 있는지를 파악하게 도와줬다. 그것은 무척이나 막연한 성질의 것이었지만 무엇보다도 릭 루빈은 내가 일했던 그 어떤 사람 보다도 정확하게 그것을 보여줬다."

이 말은 릭 루빈이 앨범을 만드는데 굉장히 많은 에너지를 소비해야 하는 부분인 스튜디오의 선택과 밴드시절 앨범의 완성도를 위해 고민해야 했던 프로듀싱 문제에 대해 완전히 손을 놓고, 곡을 만들고 노래를 부르는데에만 집중 할 수 있게 제이콥 딜런을 서포팅을 했다는 뜻이기도 하다. 실제로 솔로작에서 제이콥 딜런은 다른 부분은 차치하고 좋은 노래를 완성하는데 '올인'한 것으로 보이며 그 증거가 이 앨범에 수록된 곡들이다.        

앨범의 서두를 장식하는 'Evil is alive and well' 은 그야말로 미국적인 사운드와 미국적인 멜로디가 뭔지 확실히 보여주는 곡으로 담백한 편곡에 반복되는 멜로디와 가사가 매력적이다. 이 외에도  'Evil is alive and well' 에 이어지는 곡들 역시 시종일관 차분하며 담담한 곡들이 대부분.

두번째 곡인 'Valley Of The Low Sun'은 70년대 영국 포크음악을 대표하는 바시티 버니언의 불후의 명곡 'Hebridean Sun'의 제이콥 버전인데, 바시티 버니언의 곡이 순수함과 청정함 그 자체였다면 제이콥 딜런의 곡은 마찬가지로 감성적이면서도 에너지가 넘치는게 가장 큰 차이점이다.        

이 앨범은 전체적으로 브루스 스프링스틴이 주는 느낌에 가까운 음악이지만 'Will It Grow'는 예외적으로 제이콥 딜런의 아버지인 밥 딜런의 냄새가 강하게 난다. 그리고 노동자의 삶을 그려낸 가사가 인상적인 블루스 풍의 'All Day and All Night'과 기승전결이 뚜렷한 'On Up The Mountain' 외에도 이 앨범에서 주목할 만한 곡은 차고 넘친다. 

역시 이 앨범에서 놓칠 수 없는 노래는 'Something good this way comes'.  그의 오랜 팬이라면 가장 좋아할 만한 곡으로 제이콥 딜런의 멋진 목소리와 아름다운 멜로디가 돋보이는 곡이라 할 수있다. 이 앨범에서 편곡을 위해 사용된 재료는 기타 한대와 제이콥 딜런의 목소리가 거의 전부인데(그나마 코러스를 사용한 곡도 드물다), 그중에서도 'Something good this way comes'는 단순한 편곡으로도 얼마든지 진지하고 멋진 어쿠스틱 음악을 만들 수 있다는 좋은 예가 될 것이다.

개인적인 취향 문제겠지만 필자는 지금도 밥 딜런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물론 밥 딜런은 그 누구보다도 위대하며 대중 음악사에서 전설로 평가될 만한 인물이지만 '송 라이팅'과 '가사쓰기'만 제외하고 보면 밥 딜런 보다도 조니 미첼이 더 낫다고 본다.  

밥 딜런과는 반대로 그의 아들인 제이콥 딜런은, 특히 월플라워스는 생각 날때마다 앨범을 꺼내들을 정도로 좋아한다. 그 이유는 음악 때문일 수도 있고 밥 딜런과는 확실히 다른 제이콥 딜런의 멋진 목소리 때문일수도 있다. 분명한 건 이 앨범 역시 월플라워스의 음악과 마찬가지로 내 페이보릿 리스트에 들어갈 것이라는 것.

그리고 또한 확실한 것이 있다면 <Seeing Things> 역시 엄청나게 많은 앨범들을 프로듀싱해서 해당 팬들로부터 '방향만 잘 잡아낼 뿐 깊이가 없다' 며 빈축을 사기도 하는 릭 루빈이 프로듀싱한 앨범들 중에서도 당당히 상위권을 차지할만한 앨범이라는 거다. 이게 과장된 표현이라고? 

아 글쎄. 이런 말하는 이유를 알고 싶다면 여러말 할 꺼없이 음악을 먼저 들어보시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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