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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부산 국제영화제에서 가장 많은 스포트라이트를 받은 영화는 두번째 날 상영 및 GV를 가졌던 '나는 비와 함께 간다' 였다. 이병헌과 기무라 타쿠야은 물론 조쉬 하트넷까지. 이들이 등장하는 GV 암표는 부르는게 값일 정도(대략 10만원 호가했다고 한다)로 가장 많은 관심을 불러 일으킨 것은 분명했다.

하지만 개인적으로 목숨(?)을 걸고 기다린 작품이 있었으니 그것은 바로 이미 개봉했지만 새로 10분을 추가해 개봉하는 '박쥐' GV. 새벽 6시에 일어나 준비하지 않았으면 절대 발권이 불가능했을 정도로 경쟁이 치열했던 것만은 분명한데 그래서 궁금해 하시는 분들이 있을까봐 관객과의 대화에서 박찬욱감독과 함께 참여하신 송강호, 김해숙씨의 얘기들을 요약해 볼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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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확장판과 개봉판 둘다 모두 본 입장에서 말하자면 개인적으로는 확장판이 더 나았다. 왜냐하면 영화에서 상현(송강호)의 심정을 좀 더 자세히 표현하는 씬이었기 때문이다. 안보신 분들은 위해 스포가 될만한 부분을 얘기하지 않는다면 그저 원장신부를 죽인 후의 장면들이고 송강호의 노출이 좀 더 설득력이 있게 만든다는 것만 밝히겠다. 그리고 김옥빈씨의 연기가 확장판에서는 더욱 돋보인다는 말도 덧붙여둔다.  

아무튼 영화에서 결정적인 장면은 아니지만 보는이의 이해를 더욱 명확하게 해주는 것이 분명하다고 생각하는데 그 점을 박찬욱 감독도 확신하고 있는 듯했다. 하지만 서두에서 그는 이렇게 밝혔다. "만드는 사람 입장에서는 이번 확장판이 더 낫다. 하지만 러닝타임이 길어 관객들이 지루해 할까봐 걱정이 되었다. 영화 내용을 10분 추가하면서 '감독판'이라고 불러야할지 아직 결정하지 못해서 '확장판'으로 부르기로 했다. DVD가 나올 때 계속 생각해봐야겠다."

나도 확장판이 낫다는 얘기에 전적으로 동의하지만 박찬욱 감독과는 달리 배우 송강호씨는 그렇지 않은 듯했다. 특유의 능글거리는 편안한 말투로 "저는 개봉판이 더 낫네요." 하지만 김해숙씨는 박찬욱 감독의 말에 의견을 더했다. "이번 확장판이 관객들이 영화를 이해하는데 좀 더 도움이 될꺼 같네요."

그리고 진행자들의 간단한 소개와 함께 질문을 받기 시작했는데, 처음부터 약간 난감한 질문이 이어졌다. "감독님의 작품에 나오는 주인공들은 하나같이 구원을 받지 못한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이번 박쥐 역시 마찬가지고. 왜 그렇게 등장인물을 괴롭게 하는 건가요?"

날카로운 질문이었지만 박찬욱 감독은 별로 망설이지 않고 대답을 했다. "저라고 항상 그런 영화를 만든 것은 아닙니다. 박쥐만 봐도 주인공 상현은 순교나 자살을 하려는 생각을 가진 신부구요. 그런 사람이 순교를 하거나 최소한 자살을 완수해 낸다면 구원이 완결된 것이라고 볼 수도 있을 것입니다."

그러면서 덧붙이기를 "사이보그지만 괜찮아에서도 영군이 결국은 밥을 먹는 데 성공을 했고 일순과 사랑을 나누죠. 저는 구원의 성공 여부가 아니라 거기에 도달하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가에 초점을 맞춥니다" 과연 명쾌한 답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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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서 재미있는 질문도 이어졌다. "박쥐에서 유독 여주인공인 태주의 발이 많이 나오는 이유가 궁금합니다. 혹시 의도한 부분인가요?" 그러자 웃으면서 그가 한 대답이 압권이다 "저는 미녀의 발에 대한 페티쉬가 있습니다. 근데 봉준호 감독은 기차 페티쉬가 있는 것 같네요." 이 한마디에 모든 관객들이 자지러졌다. 왜냐하면 봉준호 감독의 차기작이 바로 설국열차라는 작품이었기 때문. 감독의 센스있는 답변에 분위기는 무겁지 않고 한결 부드러워진 느낌이었다.

그리고 놀라웠던건 GV에 참석했던 꽤 많은 해외의 영화팬들, 그것도 미모의 여자분의 질문들이었다.  한 여자 외국인 관객은 이렇게 물었다. "8-90년대 많이 나온 뱀파이어 영화들은 에이즈 발병 비율이 높아진 것과 어느정도 관계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박찬욱 감독의 영화 박쥐도 다른 뱀파이어 영화에 영감을 받은 것은 아닌가요."

박찬욱 감독은 그렇지 않다고 했다. "다른 뱀파이어 영화들은 그들의 영원한 젊음과 미모를 다루고 있다만, 박쥐는 다른 영화입니다. 처음부터 신부를 주인공으로 영화를 만들 생각이었으며 뱀파이어라는 소재는 신부에게 상상할 수 있는 가장 가혹한 시련을 주기 위한 장치일 뿐이구요."

그리고 이어가기를 "상현이 선택을 한 것이 아닌, 선택을 하지 않고도 사고로 인해 악마같은 존재가 된 상황에서 주인공이 어떻게 반응을 할지 궁금했습니다. 그가 자신을 그렇게 만든 신을 원망할지 아님 피부가 경직되고 허기를 느껴 피를 마시는데도 죄의식을 생각하는지 이러한 상황의 딜레마를 느끼게 하고 싶었다고 한다면 대답이 됐을려나요."

그 외에도 많은 질문이 있었지만 기억에 남는 질문은 이러했다. "상현은 사람을 죽이는 것에 강한 거부감이 있지만 다른 사제를 죽일 때는 아무런 죄의식이 없었습니다. 그 이유를 알고 싶습니다." 박찬욱 감독은 "생각하시는 것과는 달리 대단한 의미는 없습니다. 안그래도 상영 시간도 긴데 거기까지 표현할 여력이 없었구요(웃음) 다만 상현과 태주가 함께 죽이려고 하는 강우는 욕망에 있어서 태주와 연관이 깊은 관계이기에 보는 시각에는 차이가 있긴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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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 관계상 배우들과의 대화로 이어졌다. 먼저 송강호(술이 덜깨신 듯한 표정의)씨에 대한 질문은 이러했다. "뱀파이어가 된 신부 역을 맡으면서 어떠한 딜레마를 느꼈는지 궁금합니다." 송강호 씨의 짧은 대답이 이어졌다. "사실 연기뿐아니라 일상에서도 어떤 결정을 하면서 도덕적인 딜레마를 많이 겪지요. 매일 겪는 일상의 딜레마를 도덕적인 상황과 같이 표현하려고 했습니다."

김해숙(매우 아름다우셨던)씨에 대한 질문도 있었다 "영화 중반부터는 몸을 움직이지 않고 눈만 뜨고 있는 역할이었는데 어려움은 없었나요? 그리고 종교가 어떻게 되시는지요?". 그러자 김해숙씨는 편하게 말씀하셨다 "저는 카톨릭 신자구요. 그래서 처음에 출연을 할 때 신부님과 상의를 했어요. 그리고 연기는 처음 하기전에만해도 쉬울줄만 알았는데 이게 그냥 일반적인 사람을 연기하는것보다 훨씬 어렵더라구요. 그런데 뭐 어쩌겠어요 제가 이걸 해내야만 하는데. 그래서 연기할 때는 감독님 생각만 했죠.(좌중 폭소) 약속을 지켜야 하니까."

더 많은 대화로 이어지길 바랬지만 관객과의 대화는 이렇게 마무리 되었다. 직접 질문을 할 수 없어서 아쉬움은 남았다만(내 질문은 김옥빈의 귀걸이가 낚시줄에 걸려 결국 찢어지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 직접 확인하고 싶었다 개인적으로 이 장면은 자신의 남편인 강우를 함께 죽이면서 태주가 얻게되는 상실과 고통을 동시에 표현한 것이라 생각한다) 진작에 만나뵙고 싶었던 감독님과 배우들을 가까운 자리에서 비록 관객의 입장이었다만 보게되어 영광이었으며 굉장히 소중한 시간이었다.

받아적기 힘들어서 약간씩 기억을 더듬어 쓴 부분이 있지만 뉘앙스나 대화에 담긴 의미 자체는 거의 다르지 않다. 그러니 이 글을 보시는 분들은 부드럽게 이해 및 양해해 주시길 바라며 자리에 없으신 분들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는 글이 되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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