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언자 (Un Prophete, 2009)

영화/영화 리뷰 2009. 10. 31. 01:35 Posted by 루이스피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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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일러는 아니지만 영화의 줄거리가 소개되어 있습니다 

 
예언자는 어린시절부터 소년원에 들락거리던 아랍권 출신의 말리크가 19살에 교도소에 수감되고부터 벌어지는 몇 년간의 이야기를 다룬 갱스터 성장 무비다. 물론 이 영화는 교도소 내외에서 벌어지는 일들을 담아내고 있지만 폭행, 살인은 기본이고 대마초를 포함 마약밀매까지 빈번하게 이루어지는 등 어느 갱무비와 비교해도 손색이 없을 정도로 생생하고도 강력한 범죄가 빈번하게 발생한다. 특히 영화의 주 배경인 이 작은 감옥은 어떤 면에서는 갱생의 목적과는 거리가 먼 인종별로 나뉜 조직사회이자 범죄집단의 존재를 위한 지하세계에 가깝다. 

등장인물들이 하나 둘씩 늘어나면서 말리크가 사람들을 대하는 방식은 점점 변화되는데 말리크는 교도소에 처음 들어올때만 해도 제대로 글을 읽지도 쓰지도 못하는 수준에다 들어오자마자 흑인들에게 새 신발을 뺏기는 등 어리숙한 신참에 불과했다. 하지만 교도소 내에서 군림하는 코스시카 출신 마피아 보스 세자르의 강압에 의해 자신의 손으로 대리 살인을 하게 된 이후 그의 보조를 받아 교도소의 생리를 파악하게 되고 스스로 몸으로 부딪혀 나가면서 점차 능동적으로 행동하게 된다. 무엇보다도 까막눈이었던 말리크가 코르시카어를 마스터 하고 경제학 같은 학문을 배우는 것은 물론 자신이 직접 나서서 마약밀매에도 가담하는 등 점차 교도소 내외에서 실세로 탈바꿈 하고 자기 세력을 끌어 모으는 과정은 정말 흥미롭다. 교도소에 수감된 대부분의 이들은 더욱 타락하거나 들어오기 전과 같은 수준에 머물렀지만 반대로 말리크는 어려운 조건속에서도 교도소와 그 안에서 만난 사람들을 자신의 스승이자 교육시설로 활용한 셈이다.    
 
영화에서 가장 인상깊은 장면을 하나 떠올리자면 몇 년간 하인같이 자신을 대하던 루시아니를 말리크가 독방에서 나와 이전과 달리 당당하게 대하는 부분인데 타성에 젖지 않고 자신의 인생을 스스로 개척해서 살아가고자 하는 주인공의 의지가 느껴짐과 동시에 배신과 함께 복수를 보스의 방식 그대로 갚아줬다는 점에서 나름 통쾌했다. 이 장면에서 코르시카 마피아 보스역을 맡은 니엘즈 아레스트럽의 연기도 좋았지만 그의 초라한 모습을 아무렇지도 않게 바라보며 담배를 피우는 주인공역의 타라 라힘의 표정은 정말 주목 할만하다.

모든 사람은 각기 다른 환경에 태어나지만 다른 사람을 만나고 관계를 맺고 또 배우고 성장하면서 어른이 된다. 말리크는 출소 할 때 자신의 몇 안되는 소지품중 구겨진 지폐 한장을 갖고 나오는데, 들어 올때만 해도 가족이나 친구도 없었고 또 가진거 하나 없는 빈털털이었지만 나갈 때는 그를 반겨주는 이들과 함께 친구의 가족들이 기다리고 있다. 사람 사는게 그렇지만 어디서 어떤 재능을 갖고 태어났느냐 보다도 어떤 환경에서든지 어떻게 살아가고 대처하느냐가 더 중요한게 아닐까. 말리크는 순간의 기지와 자신이 가진 작은 예측능력은 물론 보스에 의지하는 대신에 교도소 내에서 배운 지식과 경험 그리고 오히려 자신이 보스보다 더 큰 권력을 가지게 되면서 결국에 세상을 떠난 친구의 가족들과 자기 수하의 사람들을 선택한다.      

한편 영화 필름의 질감은 다큐멘터리 같은 느낌이 들 정도로 둔탁하고 거칠었는데 그래서 오히려 교도소 속에서 벌어지는 모든(정말 모두 다)이야기를 담아내기엔 더 없이 좋았던거 같다. 현재 프랑스의 교도소에서 실제로 재소자들이 외출을 하는지는 모르겠지만, 범죄를 저지른 이들중에서도 이슬람권 사람들에는 돼지고기를 먹는지 등의 여부를 물어보고 배려하는 모습은 지금도 기억에 생생하다. 
 
예언자는 국내에는 수위를 넘어서는 여러 노출씬과 매우 사실적인 장면들 때문에 개봉하게 되면 일부 삭제가 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셋이 같이 걸어가면 그중에 한명은 반드시 나의 스승이 있다는 아리스토텔레스의 격언이 생각나는 영화. 헐리우드의 뻔한 범죄/액션 영화에 자신도 모르게 길들여진 사람들에게 추천하고 싶은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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