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음악 어떻게 알게 됐어?'
'와 진짜 이런건 누가 알려 주는거야?'
나에겐 음악 선생님이 두분 있다. 사실 지금은 내가 스스로 찾아서 듣고 음악듣기와 음반 구입에 있어서 다른 이들의 영향을 거의 받지 않는다만, 20대 초반까지만해도 음악에 대한 다른 세상을 보여준 고마운 두 사람을 소개하자면 한명은 바로 이현도이다. 지금 이현도가 어린세대 들에게는 굉장히 안좋은 이미지로 비춰지지만 내가 그를 아끼는 이유는 따로 있다.
그의 소개를 통해 팝의 대부 퀸시 존스와 그의 뒤를 잇는 테디 라일리, 훵크 대마왕 조지 클린턴을 알게 되었고, 그리고 닥터드레, 도그 파운드같은 힙합 뮤지션은 물론 심지어 재즈 뮤지션인 허비행콕과 국내의 들국화, 봄여름가을겨울 까지도 연이 닿게 만들었기 때문. (들국화의 음악을 처음 들은건 고1때 이현도 2집에있는 매일 그대와 덕분이었다.)
그리고 나머지 한 사람은 지금 이 포스팅에서 얘기를 꺼낼 전영혁이다. 방송을 위해 자비를 털어서 음반을 구매하고 외국까지 들락날락하던, 건조한 목소리로 꼬박꼬박 자신을 디스크 자키라고 말씀하시던.. 아는 사람은 다 알지만 국내에 가장 먼저 펫 매쓰니와 잉베이 맘스틴, 그리고 라디오헤드를 소개한 사람이 바로 전영혁 님이다. 잉베이는 특히 음악세계 방송에 나와서 '한국에 내 음악을 소개해 줘서 고맙다' 고 까지 했다.
방송시간이 너무 늦은 관계로 몇년간 잘 챙겨 듣진 못했다만, 프로그램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참 든든했던거 같다. 가끔 미치도록 잠이 안 올때 라디오를 켜면 들을 수 있으니까. 사실 요즘엔 내 음악취향의 변화와 너무 매니아를 위한 듯한 선곡으로 방송을 많이 듣지 않았지만 10대때부터 폭넓은 음악듣기를 가능하게 했고, 또 특히 메탈음악의 매력을 알려줬으니 전영혁의 음악세계는 참 고마운 프로그램이라고 해야겠다.
녹음기능이 있는 전자사전이 생긴 덕분에 최근엔 계속해서 녹음한 파일로 방송을 듣다가 어제와 오늘 방송은 본방으로 들었다. 지금 흐르는 곡이자 어제 방송의 첫곡이었던 핑크플로이드의 'High Hopes'가 전영혁의 음악세계가 너무나 닮았다는 생각이 들어서 기분이 묘하다.
전영혁의 음악세계는 그야말로 사막의 오아시스 같은 라디오 프로그램이었다. '세상에는 정말 좋은 음악이 많이 있다' 는 것을 알게 해주었고, 동시에 겸손한 마음 마저도 저절로 갖게 되었으니 이 프로그램에게는 정말 감사하다는 말 밖에는 할 말이 없다.
그 음악세계가 10월 15일 오늘 새벽에 있었던 종방을 마지막으로 역사속으로 사라진다. 어느 순간부턴가 DJ와 게스트들의 농담따먹기로 채워지는 방송이 대부분인 라디오 프로그램들 사이에서 묵묵히 21년을 방송하셨는데 슬픈마음만 가득하다. 도대체 현재 음악 전문 DJ라는 타이틀을 붙일만한 사람이 있기나 한건가..
물론 이분의 도덕적인 문제를 무조건적으로 감싸고 싶다는게 아니다만, 음악공부는 전혀 안하면서 많은 파문을 일으킨 여러 나이 많은 DJ들이 다시 돌아와서 프로그램을 진행하는것을 보면서 너무 가혹하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21년간 정말 수고 많으셨습니다.
정말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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