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부로 단정짓기는 힘들다만 음악듣기가 취미인 사람이 기분이 좋아질만한 상황은 그와 관련해서 보통 두가지 경우로 나뉜다. 첫번째는 정말 갖고 싶던 음반을 손에 넣게 된다던가 예전부터 발매를 기다리던 아티스트의 음반이 나오는 것. 두번째 경우엔 흔한 케이스는 아닌데 정말 아무 생각없이 산 앨범이 기대 이상으로 충족시켜 준다던가, 라디오나 웹상에서 우연히 들은 음악이 좋을때다.
필자의 경우 후자에 해당됐던 것이 바로 지금 소개할 '브로콜리 너마저' 라는 밴드의 음악인데 정말 우연찮게(사실은 이것도 우연이라기 보다는 부지런함 덕분이다) 알게된 것 치고는 밴드명이나 앨범 제목부터 정말 범상치 않다. 게다가 재미있는것은 가사나 연주, 그리고 사운드 모두 옛날 느낌이 물씬 풍긴다는 것인데, 80년대 빵집이나 다방에서 들으면 어울릴 법한 노래라면 적절한 표현일까. '말' 같은 곡에서는 카디건즈의 느낌이 나기도 하고 데뷔 EP에 담긴 곡들은 대부분 옛날 느낌이 난다.
이 앨범을 쭈욱 듣고나서 드는 느낌은 흔히 하는말로 '짠' 하다. 유행은 돌고 음악도 이들의 음악처럼 복고풍으로 다시 돌아온다고 하지만 '앵콜요청 금지' 라는 노래의 가사처럼 시간은 되돌릴 수 없고 같은 상황으로 다시는 돌아갈 순 없기 때문일까. 의도적인 로우파이 음질이나 찌질한 가사 역시 그에 한 몫하는 듯.
아무튼 이들의 앨범 역시 올해 인디씬의 수확인 것 만큼은 분명하다. 그리고 벌써 11월인데도 앨범들이 계속해서 쏟아져 나오고 있고 아직 발매 예정작도 밀려있는걸 보면, 2007년 가요계는 '빈곤속의 풍요' 상황이라 해도 무리가 아니라 할 수 있겠지. 결론은 한마디로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