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소라 / 눈썹달 [2004]

 나약한 이성에 대한 '위로'와 심하다 싶을 정도로 강한 '자기 자학'. <눈썹달>은 그리움이 괴로움으로 서서히 전이되는 과정을 그리고 있는 작품이다. 물론 이소라는 <눈썹달>에서 '관조'에 가까울 정도로 절제하고 있지만 보다 더 절절하고 아프게 느껴지는건 자신이 쓴 곡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프로듀서인 이소라가 작품 전체를 거의 완벽하게 컨트롤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말을 다시 뒤집어 본다면 그녀의 보컬과 가사 쓰기가 거의 정점에 다다랐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이소라는 자신의 '이별로 인한 슬픔'에 대한 이야기를 운율감이 살아있는 섬세한 노랫말과 밀도높은 사운드로 포장해서 보다 생생하고 명확하게 청자에게 전달하고 있다.

 가장 눈에 띄는 부분은 역시 이소라의 '보컬' 이다. 필자가 이소라의 가사와 조규찬의 편곡보다도 목소리에 더 주목하는것은 그녀의 보컬이 가사 전달력이 이전과는 비교도 안될 정도로 발전한 것은 물론, 여러 감정을 더 세세하게 잡아낼 수 있을 정도로 감정의 폭이 넓어졌기 때문이다. 이미 <SoRa´s Diary> 에서 감지되던 사실이지만 그녀는 이제 노래에 생명력을 불어넣는 법 마저도 익힌 듯하다.

실제로 이소라는 스토리(이승환)의 '바람이 분다'를 통해 목소리와 가사 만으로도 평범한 발라드가 얼마나 격이 달라질 수 있는지 증명하고 있다. 이소라가 보컬리스트가 아닌 아티스트로서 자신의 포지션을 굳건히 다지는 순간. '바람이 분다'는 여러모로 이한철이 곡을 쓴 앨범의 마지막곡인 '시시콜콜한 이야기'와 함께 앨범 최고의 곡으로 보인다. 이외에도 생경한 분위기의 '듄'이나 'Fortuneteller' 역시 주목할 만한 수작이다

이 작품은 그 자체로 완성형에 가깝지만 여러가지 측면에서 볼 때 엄연히 과도기적 성향의 앨범이기도 하다. 이러한 부분은 근본적으로 일반적인 가요의 작법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것에 기인한다. 말하자면 팝의 영역에서 심하게 몸부림 치고 있지만 틀 자체는 완전히 깨지 못했다는 뜻. '이제 그만' 같은 곡은 그에 대한 가장 좋은 예다.

 <눈썹달>은 편곡자인 조규찬과 노랫말을 붙인 이소라의 의도에 의해 전체 분위기를 일관되게 유지하며 감정을 고조시킨다. 그 과정에서 지독한 외로움과 슬픔이 묻어나는 것은 이별은 흔하고 흔하다지만 추억으로만 남기기엔 너무나도 아픈 현실이기 때문이 아닐까.  

이소라 / 바람이 분다

                                         이소라 / 바람이 분다 (라라라 Liv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