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울림 / 3집 내 마음 [1978]

음반 리뷰 및 소개/가요 2008. 11. 19. 17:10 Posted by 루이스피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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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산울림 3집 <내 마음>은 대중성은 확실히 떨어진다만, 산울림의 앨범들 중 가장 독창적이고 실험적인 앨범이다. <내 마음>은 1,2집과는 달리 고독하고 황량한 느낌이 많이 나는데, 이 부분은 김창훈의 비중이 상당히 크다는 것에 기인한다. 실제로 앨범에서 한곡을 제외한 모든 곡을(그래봤자 4곡이지만) 김창훈이 직접 썼다.

사실 김창훈은 김창완만큼이나 주목 받아야 할 음악인이다. 그는 김완선의 음악감독이었으며, 산울림 노래들중에도 팬들에게 가장 큰 사랑을 받았던 곡들은 대부분 김창훈의 작품이다. '나 어떡해', '회상', 그리고 이 작품에도 실린 '내마음(내 마음은 황무지)' 역시 마찬가지다.

아마 계속해서 김창훈이 산울림을 계속해서 주도했다면 하는 생각이 드는것은 그가 형인 김창완과는 달리 직설적이고 공격적인 성향을 띄고 있기 때문이다. 그의 역량이 본격적으로 발휘되기 시작한 시기에 나온 산울림의 3집은 한국 헤비메탈의 효시이며, 완성도와는 별개로 한국 락음악사에서 가장 중요한 위치에 있는 작품중 하나다. 김창훈이 막내 고 김창익과 함께 군입대를 이유로 산울림 활동을 계속 이어가지 못하고 한참 뒤에서야 합류한 것이 안타까울 뿐이다.

<내 마음>에서 가장 반짝반짝 하는 곡은 첫곡 '내마음(내 마음은 황무지)'이다. 이 노래는 '아마 늦은 여름이었을거야' 와 함께 개인적으로 산울림 최고의 곡으로 꼽는데, 의도적으로 바짝 목을 쪼인 건조한 김창훈의 보컬과 김창완의 거친 퍼즈(Fuzz)기타톤이 맞물려 황량한 느낌이 강하게 드는게 무척이나 인상적이다. '내마음(내 마음은 황무지)'은 후에 신해철이 정글스토리 앨범에서 리메이크 하기도 한다.

이 작품은 산울림 멤버들의 과도한 자신감과 의욕탓에 간혹 어설픈 모습이 보이는 앨범이기도 하다. <내 마음>의 대곡 지향적인 곡들은, 특히 당시 LP의 뒷면 전체를 채우고 있는 18분이 넘는 대곡 '그대는 이미 나' 같은 노래는, 당시로써는 상상조차 할 수 없을 정도로 파격적인 구성이지만 멋진 전주만 제외하면 질적으로 큰 결함을 가지고 있으며 의도와는 별개로 완성도가 떨어진다.

이런 부분은 연주력이 의욕에 미치지 못한 것도 한 몫하는 걸로 보인다. 물론 이러한 시도 자체를 폄하할 순 없을것이다. '그대는 이미 나' 는 당시의 황무지나 다름없는 열악한 녹음 환경을 감안한다면 상상조차 하기 힘든 결과물이기에 절반의 성공으로 보는 게 타당하다고 여겨진다.

이 외에도 <내 마음>의 곡들은 전반적으로 훌륭한 편이다. 직설적인 '내 마음' 과는 달리 상대적으로 소극적인 면모를 드러내는 '아무말 안해도'는 김창완과 김창훈, 이 두형제의 음악성향을 잘 대변해 주는 곡이라 생각하며, '아무말 안해도'와 마찬가지로 극히 단순한 구성의 '한 마리 새 되어' 역시 초기 산울림의 숨겨진 명곡이다.
 
얼마전 산울림의 박스셋트가 발매 예정이라는 소식을 들었다. 산울림의 앨범을 제대로 못갖춘 이유로 전집이 나온다면 무조건 지르리라고 마음 먹었었는데, 막상 나온다니 무시무시한 가격에 엄두가 안난다. 사람의 마음은 참으로 간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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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산울림 / 내 마음은 황무지 (Li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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