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 (Up, 2009)

영화/영화 씹어먹기 2009. 8. 9. 18:22 Posted by 루이스피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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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생은 모험이다 라는 말이 있다. 언젠가는 마지막이 기다리고 있지만 사는 동안에는 계속 이어가야만 하는 험난한 모험. 픽사의 열번째 장편 애니메이션 업(Up)은 어릴적 꿈을 그저 꿈으로만 간직한 채 일 평생을 보낸 노인과 마지막 남은 뱃지를 얻기 위해 봉사를 하려는 한 소년의 특별한 여행을 다루고 있는 작품이다.

일단 업(Up)은 굉장히 예쁘고 귀여운 영화다. 색감도 좋고 그림체도 예쁘다. 찰스 먼츠를 제외하고는 모든 캐릭터들이 귀엽고 사랑스럽다고나 할까. 그리고 영화 내내 많은 사람들이 꿈꿔왔던 판타지를 충족시켜주는 장면이 가득하다. 오색찬란한 풍선들을 달고 구름사이를 날아다니는 집과 그 안에서 집을 요리조리 조종하는 노인과 소년, 그리고 통역 목걸이를 통해 말하는 개. 이 모든 것들이 지난 영화의 요리하는 생쥐나 오염된 지구를 청소하는 로봇보다는 조금이나마 더 친근감이 드는게 사실이다.



스포가 될만한 내용이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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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의 주인공 칼 프레드릭슨은 러셀과 마찬가지의 모험에 관심이 많은 소년이었다. 하지만 사람사는게 다 똑같다고 칼도 역시 가정을 꾸리고 나이를 먹어가면서 동글동글했던 얼굴은 그가 쓴 뿔테 안경처럼 각이 져 버리고 마음속 우상이자 탐험가인 '찰스 먼츠'는 마음속에 묻어버리게 된다. 원래 정신없을 정도로 말 많고 역시 모험심이 대단했던 아내 '엘리'가 평생을 두고 꿈꿔왔던 파라다이스 폭포도 마찬가지. 결국 동반자 엘리는 자신의 꿈을 이루지 못한 채 칼을 남겨두고 세상을 떠난다.

놀라웠던건 이 과정들, 즉 한 소년이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고 또 부부가 함께 늙어가고 사별하는 이 모든 장면들을 대사없이 처리한 영화의 초반 시퀀스였다. 마치 주마등이 스쳐 지나가는 듯한 느낌을 갖게 해주는 몽타주 기법은 월-E의 도입부와 라따뚜이의 후반 클라이맥스를 모두 연상시키는 것이었는데, 이 장면들은 어른이나 아이 할거 없이 모든 이들을 숨죽이고(난 영화관에서 이렇게 어린 애들이 몰입해서 보는 애니메이션을 본적이 없다) 영화에 빠져들게 만들었을 것이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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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실 업(Up)은 길게 글을 쓸 필요가 없는 영화다. 어떤 표현이든간에 찬사를 갖아붙이면 거의 대부분이 그대로 영화의 평이 되어버리니까. 하지만 몇가지 기억할만한 부분이 있다. 일단 업(Up)에서 가장 상징적인 물체는 바로 두가지다. 부부가 평생을 함께 한 '집'과 그 집을 통해 여행을 가능하도록 만들어주는 '풍선'. 칼에게 집은 엘리의 분신이자 자신의 가치관이나 마찬가지다. 그렇다면 풍선은? 꿈을 위한 최소한의 희망에 가깝다.    

 오색찬란한 풍선들을 달고 구름사이를 날아다니는 집을 통해 모험을 하는 노인과 그의 어릴적 모습을 닮은 소년. 그렇다면 칼과 러셀의 첫 모험은 아름다운가? 전혀 그렇지 않다. 시작하자마자 폭풍우를 만나며 도착해서도 고생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결국 꿈의 폭포인 파라다이스에 도착하지만 행복은 잠시일 뿐이다. 아니 오히려 허무하다. 이곳에 오기위해 이런 고생을 했을까 싶을정도로. 인생은 고단한 법이라지만 칼은 불편한 몸으로도 여행 내내 집을 끌고 다니며 고생을 자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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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과 엘리는 파라다이스 폭포에 가지 않고도 모험을 하지 않아도 충분히 행복했었다. 하지만 엘리가 그의 곁을 떠난 뒤 그는 그녀와 함께 한 모든것에 집착이 생겼다. 사실 다 늙어빠진 노인네가 세상에 무슨 미련같은게 있었겠는가. 그가 마지막을 결심하고 여행을 하게 됐음에도 불구하고, 러셀과 케빈 그리고 더그가 칼의 곁에 있었음에도 여행 내내 칼의 마음이 어딘가 모르게 불편하고 허전했던 이유는 바로 그의 마음에 걸리는게 하나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것은 바로 자신때문에 엘리가 꿈을 이루지 못한게 아닌가 하는 생각.

 신비의 새 케빈이 찰스에게 납치된 후 러셀마저 그를 떠나는 상황에까지 이르면서 칼은 엘리의 배려로 매우 중요한 사실을 하나 깨닫게 된다. 둘의 행복은 파라다이스 폭포가 아니라 부부가 같이 보낸 순간들 이라는것과 추억은 이미 마음 속에 있고 중요한 건 현재의 행복이라는 것을. 결국 자신과 평생을 보낸 것이 엘리 최고의 모험이었음을 알게 된 칼은 자신의 집에 있던 추억꺼리들은 물론 모든 것들을 내려놓게 되고 새로이 자신만의 모험을 떠난다. 엘리의 부탁대로. 그리고 그의 새로운 소중한 인연들을 위해. 칼이 고집을 버린 후 그는 결국 케빈을 구할 수 있었고 게다가 손자 같은 소년과 사랑스러운 애완견도 얻을 수 있었다.

이 영화가 우리에게 주는 메시지는 의외로 단순하다. 집착을 버릴 수 있어야 마침내 행복해 질 수 있다는 것. 찰스와 칼 이 두 노인의 차이는 그 사실을 깨닫느냐 그렇지 못하느냐 그거 하나 뿐이다. 그리고 행복은 이미 우리 곁에 있다는 것. 모두들 행복을 찾아나서지만 가장 소중한 것은 바로 자신의 옆에 있음을 많은 이들은 알지 못한다. 꿈도 그렇지만 추억 역시 그 자체로 아름다운 것이 아닐까? 가장 소중한 것은 특정 물건에 담겨 있는게 아니라 우리 마음속에서 살아 숨쉬는 거니까.  

이 영화는 그랜 토리노와 함께 내 올해의 영화가 될거 같다.
어린 조카와 영화관에서 함께 볼 만한 영화를 만들어 준 픽사에 감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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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S  주위에서 하도 픽사 찬양이 많아서(그럴만 하지만) 영화평에서는 딱 한번만 픽사라는 단어를 사용했다. 조카가 이 영화를 보고 싶어하는데 두 번 볼 생각으로 먼저 2D 디지털 자막판으로 봤다. 3D와의 차이도 궁금한데 둘 다 보신분은 좀 알려주시면 감사하겠다. 참 조카와는 이순재 선생님이 성우로 참여한 더빙판으로 볼 생각이다. 영화 보다가 이런 소리 들을 지도 모르겠다. "삼촌 왜 울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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