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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너무나 유명해서 설명 따윈 필요 없을거 같지만 Getz/Gilberto는 잘못된 상식(?)과 편견 같은게 많은 앨범이라 그에 대한 썰을 잠깐 풀어볼까 한다. 우선 앨범을 내기 전만해도 스탄겟츠는 재즈 쪽에서는 그다지 인정을 받지 못하고 있던 아티스트였다. 아무래도 재즈계의 본좌들이 많이 활동하던 시기에 개성은 강하지만 주류 재즈음악과는 거리가 있는 스타일의 그의 색소폰 연주는 호응을 얻지 못할 수 밖에 없었다.

한편 60년대 초는 조금은 난해한 프리재즈 붐이 일면서 대중들에게 재즈의 인기가 떨어지는 시기이기도 했다. 찰리 버드와 함께한 Jazz Samba가 호평을 받은 후 이후 보사노바가 큰 인기를 끌 것을 감지한 스탄 겟츠는 보사노바의 창시자인 조앙 질베르토(호앙은 스페인식 발음이고 조앙이라고 해야함)와 안토니오 카를로스 조빔에게 이 작품을 제안한다. Getz/Gilberto는 스탄 겟츠가 재정적으로 많은 압박을 받고 있었기 때문에 돈을 마련하기 위해 불손한 의도로 만든 앨범인 것을 기억해 둘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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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an Getz (Sax Tenor),Milton Banana (Bateria),Jobim (Piano),Creed Taylor (Produção), João Gilberto e Astrud Gilberto(vocais).



  Getz/Gilberto에는 스탄 겟츠와 조앙 질베르토 외에도 안토니오 카를로스 조빔과 당시 조앙의 부인이었던 아스트러드 질베르토가 참여했다. 그외에도 밀턴 바나나와 토미 윌리엄스 등이 합류했지만 내가 언급하고 싶은 부분은 바로 아스트러드 질베르토와 관련된 이야기다.

스탄 겟츠는 앨범을 만들 때 노랠 영어로 부를 수 있는 아스트러드 질베르토가 참여하길 바랬지만 아이러니하게도 남편이었던 조앙은 극렬하게 반대했다고 한다. 내 생각에는 그녀가 아마추어나 다름 없었던 데다가 약간 어색한 발음과 목소리가 보사노바 리듬에 잘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해서 반대 했던거 같다. 이 문제로 스탄 겟츠는 조앙 질베르토와 녹음 내내 사이가 안 좋았던 것으로 유명했는데 결국 두 사람 사이에 낀 안토니오 카를로스 조빔과 앨범 프로듀서 크리드 테일러가 둘의 화해와 의견 조율을 위해 엄청나게 고생을 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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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가들의 만남. Stan Getz와 João Gilberto



  물론 잘못 알려진 것처럼 노래 한 번 부른적 없었던 아스트러드가 우연히 앨범에 참여한 것은 아니다. 그녀는 무명이었지만 브라질에서 몇 번 무대에 서서 공연을 한적이 있었다(극적인걸 좋아하는 멍청한 국내 평론가들이 소설 써대는 걸 보면 참 할말이 없음) 어쩃든 조앙의 부인으로 동행했다가 참여해서 부른 이파네마에서 온 여자 (The Girl from Ipanema)는 세상에서 가장 많이 리퀘스트 된 재즈 송이 되었다. Getz/Gilberto에서 비중이 크진 않다만 그녀의 목소리가 빠진 'The Girl from Ipanema'와 'Corcovado'는 상상이 가질 않는다.

  재미 있는 것은 까칠한 조앙 질베르토 못지 않게 스탄 겟츠 역시 성격이 좋지 못했다는 사실. 그는 스탄 겟츠는 녹음이 순조롭게 되지 않자 자신의 부인을 때리기도 했으며 작업 내내 대놓고 조앙을 무시하는 말을 했다고 한다(조앙은 반대로 스탄 겟츠를 정신 이상자라고 비난했다). 결정적으로 Getz/Gilberto가 그래미 올해의 앨범상을 수상하고 앨범도 엄청나게 팔려나갔지만 후에 아스트러드가 앨범의 성공에 대한 대가를 요구하자 스탄 겟츠는 계약서대로 120달러만(이게 말이 되냐) 줬다고 한다. 그의 인간성을 잘 알 수 있는 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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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Astrud Gilberto e Antonio Carlos Jobim 




 <Getz/Gilberto>는 표면적으로 스탄 게츠의 앨범에 가깝지만 앨범에서도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는 인물은 리듬을 책임지고 있는 조앙 질베르토다. 예전에 보사노바 포스트를 쓰면서 한 번 얘기했던 부분이지만 조앙은 보사노바 리듬의 창시자이며, 한 평생을 브라질의 고전들을 발굴하고 연구했으며 보사노바의 발전을 위해 바쳤다. 세상을 떠나기전에 그의 연주와 노래를 직접 들을 수 있을까..

조앙의 기타연주는 스탄겟츠의 질펀한 색소폰 연주와 융합되어 매우 독특한 스타일의 보사노바를 창조해냈다. 물론 스탄 겟츠의 끈적한 연주덕에 재즈 냄새가 많이 나긴 한다만. 사람에 비유하자면 전체적인 골격이 조앙의 음성과 기타연주라면 조빔의 멜로디와 피아노 연주는 온몸을 순환하는 혈액, 그리고 스탄 겟츠의 연주는 그것들을 덮는 피부에 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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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보사노바 그 자체라 할수 있는 João Gilberto



 이런 저런 말이 많았는데 앨범은 뭐 전곡이 불멸의 마스터피스고 보사노바의 모든 것이 담겨져 있다. 보사노바의 골격이 되는 리듬을 만들어내고 비음을 많이 섞어서 조근조근 읊어대는 목소리의 조앙과  멜로디를 쓰고 피아노를 연주한 조빔 그리고 비니시우스 지 모라에스의 아름다운 가사가 빚어내는 시너지 효과는 말로 설명할 수 없을 정도. 게다가 아스트러드 질베르토의 목소리와 스탄 겟츠의 색소폰 연주까지 가미되었으니 약간의 흠도 잡을 수 없을 정도로 훌륭한 것은 당연한 거 아닐까.

 보통 보사노바의 오랜 팬들은 스탄 겟츠의 연주를 무시하지만 이 앨범에서의 그의 연주는 정말로 극찬을 퍼부어도 아깝지가 않다. 스탄 겟츠의 색소폰 소리는 기타 연주와 맞물림과 동시에 두 부부의 목소리와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면서 곡들의 분위기를 고조시킨다. 물론 두 개성 강한 명인들을 뒤에서 조율하고 있는 것은 바로 안토니오 카를로스 조빔이다. 앨범에서 조빔의 피아노 연주는 조금도 튀는 법이 없지만 물과 기름같은 조앙 질베르토와 스탄 겟츠를 적절하게 융합시키며 또한 둘사이의 빈 공간(여기서 빈공간이란 기타가 아닌 조앙의 보컬과 색소폰이 빠진 자리, 앨범에서 기타연주는 어느 구간에서건 빠지지 않는다)을 찾아 부드럽게 스며든다.    

<Getz/Gilberto>에는 매혹적인 분위기의 'The Girl from Ipanema' 뿐 아니라 역시 아스트러드가 참여한 'Corcovado', 그리고 조빔의 곡중 가장 까칠한 가사의 'Desafinado'과 앨범에서 내가 가장 좋아하는 곡인 'Para Machichar Meu Coracao'등등 놓칠 수 없는 곡들이 가득하다. 그야말로 명불허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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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Creed Taylor, Tom Jobim (de costas), João Gilberto e Stan Getz




 마지막으로 몇마디. 조앙은 예술가인걸 감안하더라도 굉장히 괴팍하고 까탈스러운 성격의 소유자 였는데 조앙과 아스트러드는 결혼 후에도 사이가 좋지 않았다고 한다. 그래서 두 사람은 앨범을 만든 뒤 얼마 지나지 않아 이혼했으며 아이조차도 가지지 않았다. 국내에선 베벨 질베트로의 어머니를 다른 사람으로 둔갑시켜 버리는 경우도 많은데 베벨은 아스트러드가 아니라 이혼 후 얼마 지나지 않아 결혼한 미우챠(Miúcha)와 조앙 질베르토 사이에서 태어난 딸이다.

 'The Girl from Ipanema'는 멜로디와 특유의 신비로운 분위기 때문에 일반적으로 듣기 좋은 러브송 정도로 알려져 있지만 그 속내를 들여다 본다면 그리 좋게만 들리지는 않는 곡이다. 해가 지기 직전 석양이 더 멋지듯이 가장 애뜻했던 순간이 아닌 헤어지기 전 사랑의 마지막 불꽃을 포착한거 같달까. 때때로 진실은 아름답지 못한 법. 멋진 멜로디 뒤에 아련함과 쓸쓸함이 느껴지는건 우연이 아닐 것이다. 물론 겨울에 들으면 따뜻하고 여름에 들으면 시원해지는 참으로 신비로운 음악임에는 틀림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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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tan Getz & João Gilberto / The Girl from Ipanema (Feat. Astrud Gilberto)





                             Stan Getz & João Gilberto / Para Machuchar Meu Coração




 


                              Stan Getz & João Gilberto / Corcovado (Feat. Astrud Gilbert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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