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멜랑꼴리의 대명사. 프랑스를 대표하는 대중가수이자 배우로서도 한 시대를 풍미한 프랑소와즈 아르디의 초기 음악은 락음악을 접목한 샹송으로 큰 인기를 끌고 있었지만 기본적으로 프렌치 팝의 전통에서 크게 벗어나지는 않았었다. 하지만 점차 시간이 흐르면서 아르디는 포크 음악으로 선회했고 세르주 갱스부르 같은 프랑스의 거장들과 함께 작업하고 영미권 아티스트의 대표곡을 재해석하면서 그녀는 가수로는 물론이거니와 싱어송라이터로도 큰 명성을 얻게 된다. 프랑소와즈 아르디의 강점은 매력넘치는 보컬 외에도 멜로디를 뽑아내는 능력과 또한 기타연주를 곁들인 특출난 편곡에 있는데 그 중에서도 그녀의 커리어에서 가장 빛나는 순간이 바로 1971년작 <La Question>이다.

사실 <La Question>은 프랑소와즈 아르디의 커리어에서 첫번째로 꼽을만한 작품은 아니다. 하지만 굳이 이 작품을 소개하는 것은 아르디의 팬을 자처하는 내가 보기에 싱글들은 물론 하나의 앨범으로도 완성도에 있어서 극단에 서 있는 작품이기 떄문이다. 이 시기에 아르디는 대부분 서정적이고도 아련한 느낌이 드는 곡들을 불렀다면 이 작품에서는 건조하고 황량한 성향으로 선회한 것을 볼 수 있는데, 이것은 앨범 전체의 편곡과 함께 대부분의 곡에서 아르디와 함께 공동작곡을 맡은 브라질 출신의 여성 뮤지션 투카(Tuca)의 공이 크다. 그녀는 앨범에서 아르디의 충실한 조력자에 그치지 않고 새로운 스타일을 접목하는 역할을 했는데 그 덕에 <La Question>는 아르디의 작품중 가장 이질적인 앨범이 되었다.

<La Question>에서 첫 머리를 장식하는 곡은 바로 'Viens'. 이 노래는 매우 긴장감 넘치고 스케일이 큰 편곡이 압권으로 아르디 전체 커리어에서도 생소한 스타일의 곡으로 유명하며, 앨범의 두번째 트랙인 'La Question'과 세번째 곡인 'Meme Sous la Pluie'도 어쿠스틱에 기반을 둔 노래들이지만 차가움에 몸서리 칠 정도로 낯설고 이질적이다. 이어지는 곡들 역시 마찬가지. 특히 황량한 느낌이 가득한 'Chanson d'O'과 'Le Martien'는 그녀의 곡이 맞나 싶을 정도로 심각하고 쓸쓸하며 음울하다.

앨범의 곡들은 멜로디의 급박한 전개나 오케스트라가 가미된 편곡덕에 지금까지 CF 삽입곡들로만 아르디의 모습을 기억한 이들에게 큰 놀라움을 선사할 것이 분명한데, 포근함은 눈꼽만큼도 느껴지지 않지만 그래도 앨범의 곡들은 매우 아름답다. 현악 편곡과 어쿠스틱 기타, 보컬이 절묘한 조화를 이루는 'Mer'과 역시 미학적인 면에서 정점에 있는 'Oui Je Dis Adieu', 그리고 아르디가 직적 곡을 쓴 'Doigts'는 앨범의 필청곡들. 특히 'Doigts'같은 경우는 앨범에서 개인적으로 가장 좋아하는 노래로 'Comment Te Dire Adieu' 정도로만 프랑소와즈 아르디를 알고 있는 이들에게 꼭 소개하고픈, 아르디 올타임 명곡을 꼽을 때 빠질 수 없는 수작이다. 그리고 휘파람 소리와 허밍으로 시작하는 'Si Mi Caballero'과 유일한 듀엣곡이자 그나마 따뜻한 성향의 'Bati Mon Nid'와 마지막 곡 'Reve' 역시 좋다.

<La Question>은 늦가을, 초겨울 그리고 한겨울의 정서를 동시에 담고 있는 작품이다. 헤어날 수 없는 슬픔. 지금까지 아르디의 음악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주제가 바로 '사랑' 인걸 볼 때 사랑으로 인한 슬픔이 잔뜩 묻어나는 이 앨범에서 따뜻함을 느끼기란 쉽지 않다. 하지만 좀 처럼 찾아보기 힘든 긴장감과 어두운 이미지, 그리고 날카롭고도 차가운 편곡과 음울한 목소리덕에 한참은 낯설지만 반대로 그래서 그녀를 깊게 알아갈 때쯤 진가를 발휘하는 앨범이 바로 이 작품인거 같다. 치명적인 아름다움이 묻어나는, 그러면서도 특유의 감성은 여전한 <La Question>은 프랑소와즈 아르디를 언급할 때 빠질 수 없는 명반이다.





                                              Françoise Hardy / Viens





                                             Françoise Hardy / La Question





                                             Françoise Hardy / Doig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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